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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생활정보) 초짜와 선수, 답은 관능 저편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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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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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의 <우스운 사랑들>, 이 단편집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비릿하면서도 웃음이 실실 났다. 

실제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여자를 공들여 따먹고 나면 이내 살조차 닿기 싫어지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눈앞의 섹스 상대를 결코 원치 않으면서도 

단지 일회의 섹스를 위해 원하지 않는 자기의 표정을 숨기며 욕망을 가장한 남자주인공이 나오고 

여자들을 꼬드기기 위해 유명 배우인 자기 와이프를 도구로 삼는 남자도 나온다. 

여자들은 별 볼 일 없던 그 남자에게 넘어가지 않다가 그 남자의 와이프가 절세미인 배우인 걸 보게 된 후에 순순히 몸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그녀들은 남자의 와이프와 자기가 동일한 격이 된다는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들의 허영심을 이미 알고 그녀를 이용한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성을 둘로 구분한다. 

'자기의 진심을 공유할 이성'과 '가볍게 맛볼 이성'. 

실은 아마도 많은 여자가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는 후자에 해당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읽어나갔다.

 

소설 속 여자들은 일회용 휴지처럼 남성이라는 존재에 체험되고, 언젠가 여지없이 그들에게 지루한 의무로서 의미 지어진다. 

그 남자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은 수작질이다. 

그 남자들로 하여금 의무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기를 여전히 생동감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영혼 따위와는 무관한 여자 체험이다.

 

그를 위한 얍삽한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물들. 

호시탐탐 순간의 기회를 노리는 남과 여, 그들의 삶에 대한 정체성 미비와 고독해소의 방법상실이 무조건적인 향락추구와 세트로 움직인다.

 

"진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건 자신이 진지함을 다 잃어버린다는 거야." - p.346

 

이 말은 "나는 진지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위해서만 나의 진지함을 투영할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깊은 속에 들어있는 나의 진짜 진지함을 잃고 싶지 않아..." 라는 말인 것 같다.

 

어쩌면, 그 주인공들이 비열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 눈앞의 이성들은 진지함을 적용할 대상이 아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진지함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그건 남자 여자나 마찬가지이다.

 

"왜 나는 마음을 주었는데... 넌 몸만 원하고는 단물만 뽑아갔느냐?" 


여자가 쌍팔년도식 신파를 안쓰러워지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소설 속뿐이 아니라 현실에도 여전하다. 

여자란 존재는 남자들의 단순 욕망 배설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어쨌든 유심히 보라. 

우리에겐 여섯 번째의 감각, 식스 센스가 있다. 

그가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거라면 여러 번 징조가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그 섹스나 키스 따위 이후에 진심을 구걸하면 안 된다. 

그 남자가 나쁜 게 아니라, 그 남자에겐 지금 내가 진지할 대상이 아니니까.

 

반대로, 오늘, 나의 무거운 욕망을 어딘가에 던져버려 내가 가벼워지고 싶다면, 

오른쪽 골목길에 처음 보인 남자에게 오늘 섹스 한판 하겠냐고 물은들, 혹, 정말 그렇게 해도 뭐 어떠리. 

다만 거기에 뒤에라도 진지한 무슨 의미 따위를 붙이면 안 되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잘 설명하고자 할 때 임팩트를 주기 위해 여러 방도로 표현을 꾀하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20대의 미혼이, 어느 날, 오이(?)로는 도저히 안 되어서 마음에도 없는 섹스를 했다고 치자. 

선수놈은 프로그램을 짜서 나를 공략했고 나는 덜컥 걸려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실제 자보니 지능적으로 꼬실 때와는 판이한 다른, 정신은 저질인 손기술만 빠삭한 선수였단 말이다. 

그는 자기의 기술을 과신하고 여자인 나를 자기 공식대로 공략했는데, 

그 섹스 중 아무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그 선수의 섹스 임상 참여자가 된듯한 느낌이었다면, 

그리고 그 끝 느낌이 냉혹하고 비릿했다면 그리하여, 

그와 섹스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일어서는 데 무척 저질스러운 유행가 가사가 내 입에서 흥얼거려졌다면, 

그때의 몸은 어떨지언정, 전체적 섹스의 평점은 초짜와의 어정쩡한 섹스보다 더 높지 않게 매겨지며, 그녀의 섹스 역사에 남을지 모른다. 

아마, 그럼, 그런 불쾌한 섹스 후, 그녀는 차라리 오이를 계속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와의 섹스 도중 인간적 매너와 배려가 느껴지며, 

숨겨진 그 남자 안의 나와의 정신적 합일점을 발견하거나, 

섹스라는 행위를 통한 나에 대한 애틋함을 느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잠시이든 상당 기간이든 진지함을 투영할 대상으로 서로에게 그 의미가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다만 그 확률이 다소 낮을 뿐. 


어느 성적 의도 속에도 매혹될 가능성은 늘 존재하는 것 아닐까? 

그 어떤 선수도 누군가에겐 진심을 담아 갈구할 수도 있다.

또한, 그 어떤 초짜도 누군가에겐 극렬한 오르가즘의 선사자가 될 수 있다. 

섹스의 광기와 관능은 유전자 안에 박혀있기 마련인지도 모른다. 

하나도 배우지 않아도 경험이 적어도 쾌락을 안겨주는 섹시한 관능남을 우리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섹스는 원래 짐승도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짐승이 더 잘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물어와서 덧붙인다. 

참고로, 우주로 뿜어져 나갈듯한 오르가즘 또한 별다른 테크닉이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이다. 

늘 섹스하던 그와 내가 그 순간 어떻게 그렇게 어메이징하게 맞았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그러나 그건 무척 큰 이벤트였고 나의 섹스라이프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물론 그 후에 주로 내가 공부한 지식으로 그 충격들을 이어가거나 발전시킨 건 사실이다.

 

관능은 숨어있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드러날 수 있다. 

다만, 확률 게임에서 조금 더 유리한 고지에 놓여있으려고, 지금도 성을 배우려 하고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 아닌가?

 

열심히 배우자. 

단, 그 지식 또한 확률을 높이려는 시도 중 하나일 뿐임도 인정해야 한다. 

백점짜리 답안지를 안겨줄 백점짜리 참고서는 없다. 

지식과 경험, 성기의 조건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높이는 건 심장이나 내재된 관능성인지도... 

무엇이 배점이 큰가는 자기의 기준에 있을 뿐.

 

지식, 경험, 성기의 조건, 심장, 선천적 관능성. 그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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