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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홍다 분교 여교사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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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첫날이고 해서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그리고 K는 교탁에 앉아 나름대로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를 촘촘히 보았다.


`음 애숙이는 서울서 전학을 왔군.... 아버지가 교수 출신인데....음. 폐결핵으로 요양 중이군... 애는 공부를 좀 하겠는데. 그렇지. 우수하군.

어라? 말순이는 열 살에 입학했는데 이제야 육학년이군. 다닌 날 보다 안 다닌 날이 더 많군. 요 2년 동안은 결석이 거의 없군. 철들었나?

음, 말봉이는 이장 아들이군. 그것도 독자네. 어쩐지. 어라? 이 녀석은 목포에서 학교 입학한 놈이 왜 이제야 육학년이지? 제대로 여덟 살에 입학했는데...? `


K에게 말봉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아이였다. 부릅뜬 눈을 날카롭게 충석에게 날리던 말봉의 모습이 또다시 떠올랐다.


[어이구.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선생님.]


박 선생이 교실 문을 들어서며 발그레 웃었다.


[아니에요. 애들이 어떤가? 한번 봤어요.]

[몇 명 안 되니 크게 문제 될 게 없을 겁니다. 근데 말봉이는 주의 관찰을 요합니다.]

[저도 그 애가 좀 궁금하더군요.]

[녀석은 아버지 잘 만나 이 섬에서는 왕자처럼 호강한 놈이지요. 그러니 버릇이 있겠어요?]

[왕자요?]


K에 왕자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왕자지요. 이장이 이 섬의 실질적 주인 아닙니까? 이장 말 한마디면 안 되는 게 없는 게 이 섬의 법칙이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 섬의 배들은 다 이장 소유입니다. 그것뿐입니까? 웬만한 땅들도 다 그 양반 소유니 이 섬사람들이야 이장 없으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니 이장이 왕이다. 마요!]


그럴 것도 같았다. 새삼스레 이장의 기름진 얼굴이 K의 뇌리에 스쳤다. 능글스러운 그 눈빛도 또다시 생각났다.


[그러니 말봉이 그놈도 버르장머리는 벌써 옛날에 앞바다에 버린 놈입니다.

여덟 살에 제대로 공부시킨다고 목포 국민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만 이놈이 나쁜 길로 빠져서는...여기에 와서 공부한 지 얼마 안 되어요.

그래도 이장은 그놈뿐이니 애지중지지요. 아들놈 똥구멍도 빨아줄 겁니다.]


K는 대충 말봉의 현재 상황이 눈앞에 들어왔다. 말봉과의 힘겨운 한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이장댁에서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 부임 기념으로 마을 잔치를 연다고 하네요. 주인공이시니 가 봐야지요.]

[아니. 제가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잔치까지 벌이나요?]

[헤헤... 오랜만에 오신 선생님이라 그러겠지요. 마음에 안 내키더라도 참석하시는 게 좋은 듯 싶네요. 이장 눈 밖에 나면 이 섬에서 생활하기 힘드십니다.]


K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박 선생을 따라 이장댁으로 향했다. 학교 언덕을 내려가 허름한 몇 채의 초가집을 끼고 한참을 걸어가자 기와집이 보였다.

직감으로 이장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섬에 이런 집도 있나 싶게 이장댁은 생각보다 넓고 고풍스러운 그런 집이었다.

가세(家勢)가 한눈에 보이는 그런 집이었다.


이미 이장 집은 시끌벅적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듯 마당에는 꽤 큰 천막도 처져 있었다.

아낙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학교에서 본 아이들이 이미 떡을 한 주먹씩 쥐고 먹고 있었다.


[아따. 선생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해요.]


이장이 K 일행을 보자 반갑게 마당까지 나와 인사했다. 마루를 보니 몇몇 중 늙은이들이 술을 먹고 있었다. 그들도 K를 보자 일제히 일어서 인사를 했다.

몇몇은 수염이 땅에 닿을 듯 기르고 상투를 튼 머리에 갓을 쓰고 있었다. 이미 도회에서는 사라진 옛 모습이 K를 신기하게 했다.


굳이 마다하는 데도 이장은 K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바로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박 선생은 마루 끄트머리에 어물쩍 엉덩이를 걸치고서 벌써 술을 한잔 받고 있었다.


[자, 선생님 내 한잔 받으시오]


이장이 K의 의사와 관계없이 술잔을 따랐다.


[전, 술 못하는데요.]

[아따, 한잔이야 어떻소. 술 먹는다고 여기 누가 흉보는 사람 있소? 안 그래요, 여러분?]


이장이 기름기 흐르는 퉁퉁한 얼굴로 좌중을 쑥 훑고 지나갔다.


[그러재. 한잔하세요]


좌중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K는 분위기상 마지못해 한잔을 받았다.


[선생님이 내 못난 아들놈을 맡으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이장이 K의 옆에 바짝 앉더니 큼지막한 손으로 허벅지에 올려져 있는 K의 손을 덥석 잡았다.

K는 당황스럽고, 땀이 베이 있는 사내의 손이 싫어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이장은 더욱 K의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오히려 K의 허벅지에 쓱쓱 문지르고 있었다.


[잘 부탁합니다. 불쌍한 놈인데. 일찍이 어미를 잃고 방황도 많이 한 놈이요. 그놈이. 비록 나이는 어려도 알건 다 아는 놈이지요]


이장의 말보다는 이장의 끈적한 손이 싫어 K는 자리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제야 이 장은 K의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잔치에서 선뜻 일어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에 자리를 털지는 못했다. 그때 비교적 잘 차려입은 젊은 아낙이 음식을 더 내오고 있었다.


[임자. 이분이 우리 말봉이 새 선생님이여. 어서 인사드리라고.]


이장의 임자라는 말에 K는 한 번 더 그 여인을 쳐다보았다.

이제 갓 30을 넘었을 것 같은 여인네는 섬 아낙과는 다르게 화장을 진하게 하고서 애교 섞인 웃음을 K에 보냈다.

아무리 봐도 이장과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그런 여인네였다.


[이쁘게 생기셨네요? 우리 말봉이 잘 부탁합니다.]

[그려. 임자는 술이나 더 가져오라고.]


이장이 아내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민망해 K가 고개를 돌렸다.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K를 놓아주질 않았다.

못 마시는 술도 억지로 세잔이나 먹어야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술에 취해 여기저기 횡설수설하며 앉아 있었다.

박 선생은 여전히 마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방광이 차올라 K는 화장실을 찾았다. 눈치 보느라 꽤 오랜 시간을 참아 왔던 K에 더 이상의 인내는 무리였다.

집을 돌아 조금 더 옆으로 들어가야 화장실은 있었다.

이미 어두워져 길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집의 규모대로 화장실은 비교적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 화장실도 쾌 큰 편이었다.

눈치를 보며 그동안 참았는지라 꽤 많은 양의 오줌이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시원하다는 느낌은 이럴 때 강렬한 것이다.

오랜만의 쾌변으로 상쾌한 기분에 젖으며 옷을 고쳐 입을 때 화장실 문이 덜컹 열렸다. 잠갔는데 힘없이 빠진 모양이었다. K는 당황스러워 눈이 똥그래졌다.


어슴푸레한 큰 덩치가 다짜고짜 K의 육체를 덮쳐 왔다. 누구야 하는 소리도 가위눌려 나오질 않았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팬티에 오줌이 찔끔 흘러나왔다.

덩치는 K를 끌어안고서 젖가슴을 주물러 왔다. 다시 보니 이장이었다.


[왜 그래요. 이장님?]


K는 소리치려 했으나 모기만 한 소리가 목 밖으로 나올 뿐이었다. 이장은 술 냄새를 풍기며 K의 입술을 찾았다. K는 요리조리 얼굴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장이 K의 젖가슴을 한 움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하, 고년. 그냥 놓긴 아까운 계집이구먼. 나한테 육덕 한번 베풀어 봐. 그럼 넌 호강이여]


이장이 K의 풍만한 엉덩이를 주물렀다. K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장은 계속 K의 허리를 아프게 휘어잡으며 계속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고년. 참 엉덩이가 풍실한 게 제대로 됐구먼. 가만있어 이년아.]


이장이 K의 치마를 들치어 올리기 시작했다. K의 눈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장의 풍채에 눌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K의 몸부림이 더욱 이장의 성욕을 부추기는 듯했다. 이장이 K의 팬티를 들치더니 곧바로 예고도 없이 거웃을 주물렀다.


[어따. 고년. 퉁퉁하고만. 사내들이 못 참을 씹을 가지고 있었구먼. 이걸 놓칠. 채 만덕이 아니지.]


이장은 능글스럽게 K의 부끄러운 부분을 손바닥으로 농락하며 기름기 흐르는 혓바닥으로 계속 K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놓아줘요. 경찰에 신고하....]

[이년아, 여기선 내가 경찰이여. 네년을 내가 그냥 놓아줄 줄 알았냐? 이 섬에서 반반한 년은 사내 있는 놈이 건 없는 놈이 건 다 내 거야. 알겠느냐 이년아?

행복한 줄 알아.]


이장은 정말로 능숙하게 이미 여러 번 이런 일을 치른 경험 있는 사람처럼 능욕을 부렸다.


이장은 이제 절망스럽게도 K의 골짜기를 그 큼지막한 손가락으로 희롱하며, 엉덩이에서 팬티를 끌어 내리려 하였다.


[이년이 질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앙탈 부리기는....계집이라 이거지? 가만, 가만있어!]


K는 상황과 관계없이 흐르는 자신의 애액이 저주스러웠다. 이장이 숨을 씩씩거리며 K의 사타구니에 자신의 성기를 쓱 한번 문질렀다.

K의 온몸이 소름으로 파르르 돋았다.


[고년. 씹두덩이 참 찰지게 생겼구먼.]


이장이 육중한 몸을 움직여 결코 자유스럽지 못한 자세로 K를 화장실 한쪽 벽으로 밀어붙일 때 K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소리친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흥건히 흘러내리는 눈물이 오히려 사치일 것이다.

이장이 K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릴 때 K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장의 물건이 자신의 사타구니에 닿을 때 K는 절망에 입술을 깨물었다.


[뭐 하십니까? 이장님!]


한 사내가 문밖에 서 있었다. K에는 복음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저리 가. 박 선생은.... 나 이 선생 하고 헐 일이 있어.]

[왜 그러십니까? 이장님! 선생이 한낱 기생으로 보이십니까?]

[허허 이 양반이.]


이장이 자세를 무너뜨릴 때 K는 잽싸게 화장실을 빠져나와 박 선생 뒤에 섰다. 몸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오늘 일은 술에 취해서 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없으니....]


그러면서 박 선생은 K를 이끌고 이장댁을 빠져서 나갔다. 이미 사람들은 술에 만취해 널브러져 있었다.


어젯밤 일은 K에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라는 박 선생의 말대로 잠을 청했으나 제대로 잠이 올 리가 없었다.

공포와 탈진으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강간의 상황까지 몰린 K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헤어진 남자와 몇 번의 성관계를 가졌지만 아직 낯설기만 한 일인 것이다.


워낙에 황당한 일을 겪은 터라 오늘은 쉴 수 밖에 없었다. 부임한 둘째 날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참으로 처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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