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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야설) 아내의 외도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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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코너를 돌아 2층 다세대 주택 소방도로에 검은색 소나타가 멈춰 섰다.

초조한 표정을 시계를 보던 남자는 휴대폰에서 단축키를 눌렀다.


"여보세요."

"형님 늦었습니다. 팀장한테 한 소리 듣겠습니다."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바로 나간다."


조수석 창문 너머로 다세대 주택의 제일 안쪽 집에서 문이 열리더니 장호가 걸어 나왔다.


`어 이상하다. 형님 집은 바로 이 집인데. 어찌 된 일이지?`


순간 병호의 복잡한 머릿속 생각은 장호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을 때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그는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더니 출발했다.

동네를 벗어나 차들이 쌩쌩 달리는 일반 도로에 올랐을 때 병호는 물었다.


"형님!"

"와?"

"형님 집은 첫 번째 집인데 왜 그 안쪽 집에서 나옵니까?"

"마! 몰라도 된다. 많이 알려고 하지 마라"

"에이 형님. 옛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은 것은 나누어 먹고 슬픈 일 궂은일 있으면 같이 슬퍼하고 의지하고 그게 인생 아입니까?"


조수석에 앉은 장호는 뭔가 낌새를 알아차린 병호를 한번 보더니 다시 무뚝뚝해졌다.


"내 구멍 집이다."

"이야! 형님 부럽습니다."

"형수 알면 가만 안 있을 텐데 쫓겨나면 어쩌려고 예?"

"쫓겨나면 쫓겨나는 거지. 뭐 겁날 거 있겠나?"


의외로 장호는 자신만만했다. 원래 그의 성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 여자 요즘 노래방 한다고 재미 붙어서 집에도 며칠에 한 번씩 온다. 신경 쓰지 마라"

솔직히 지도 술장사하다가 혹하는 놈 있으면 떡도 안치겠나.

어차피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서로 도움 주고 도움만 받으면 됐지. 제 본서방은 아직도 그 동네 사는 거 같더구먼."


"하긴. 형님 말이 맞네요."

"병호 너도 몇 달 전에 만난 여자. 그래 지연 씨랑 잘 돼가나?"

"아이고. 말도 마세요. 뭔 계집애가 사달라는 거는 왜 그리 많은지 가방 하나 사주고 손들었습니다.

내가 자기 은행 창구라도 되는 줄 안다 아닙니까?"

"그래서 어쨌는데?"

"연락이 오면 일이 바빠서 만나기 힘들다고 했지요. 요즘은 소식이 없네요."

"잘됐네."

"그나저나 작년에 안 집 여자 임신복 입고 배가 남산만 하던데 출산했나 보네요."

"그래. 100일 지났다."

"아이고 형님은 남의 집 아이 100일도 알고. 참 오지랖도."

"그건 됐고. 오늘은 어디 현장이고?"

"일단 가봐야 알겠네요. 그리고 오전에 비 온다고 했는데 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서 보면 알겠지!"


공단 근무지에 도착하자 어찌 된 일인지 출근자들이 퇴근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뭐냐? 벌써 집에 가는데."

"오늘 일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일단 알아보고 올게."


장호는 팀장을 만나러 2층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안에는 박 팀장이 책상 위에 앉아 미스 김에게 심부름시키다가 퇴짜를 맞았는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 신입 때는 커피도 타 주고 아양도 떨고 하더니만 이제 많이 컸네!"

"박 팀장님. 요즘 그런 부당한 심부름은 안 해요."

"알았다. 알았어. 내가 타 먹을게 더러워서."


아니꼬운 표정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미스 김의 오피스룩 뒤태를 보며 톡 쏘아붙였다.


"아따. 토실토실하네."

"뭔가요?"

"뭐긴 뭐라. 저년 궁둥이지."

"그냥 마. 두 엉덩짝 양손으로 크게 벌려서 항문부터 보지까지 싹 빨아먹어야 하는데. 상상만 해도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르네. 하! 꿀맛이겠다."


박 팀장이 무슨 상상을 했는지 바지 앞이 빳빳해졌다.

장호를 앞에 두고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허물없이 다 하는 그런 사이였다.


그때 누군가 다시 들어왔다.

어찌 된 일인지 3층 사무실에 가려 든 미스 김이 다시 들어왔다.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홍당무처럼 얼굴을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기요. 박 팀장님. 저 방금 다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확실히 녹음도 했거든요. 한번 들어 보실래요?"

".. 항문부터 보지까지 싹 빨아먹어야 하는데.."

"저 예전에도 이런 치욕적인 말 들었는데 이번에는 안 넘어갑니다. 콩밥 먹일 거야."


박 팀장도 놀랐는지 차갑게 쏘아붙이는 미스 김의 독설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해졌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증거가 있는데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장호가 나서서 미스 김에게 부탁했다.

평소 미스 김은 장호 앞에선 조신한 행동을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아마도 여자의 촉. 본능적으로 남자의 물건을 알아보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미스 김. 한 번만 봐줘. 내가 크게 머라 할 테니 날 봐서 딱 한 번만 봐주라."


씩씩거리던 미스 김은 장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이번 한 번만 참을게요. 다음부터 이러면 절대 용서 안 해."


미스 김은 장호 앞에서 녹음된 파일을 삭제하고 휴지통까지 완전히 삭제했다.


"이제 됐죠?"


띠리링!


"네. 차장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그녀를 부르는 호출에 다급히 뛰어나가고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장호는 박 팀장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아따 형님도 참 추하다. 이제 졸업할 때도 됐잖소. 자기 딸 같은 여자한테 그런 색드립을 하면 어떡해요?"


다시 의기양양해져 말했다.


"이 사람이 무슨 소리 하고 있나? 정력은 50부터라는 거 모르나?"

"알았소. 내가 졌소."

"뭐 재미난 일 없나. 이리 살다 죽는 거야? 참 인생 허무하다."

"이이고 참. 내 형님 인생 안 허무하게 해줄 테니 총알이나 단단히 준비하고 기다리소."

"역시 네가 내 찐 동생이다."

"아따 쑥스럽네."

"맞다. 너 요즘 왜 그리 늦게 오나? 출근부 도장을 내가 찍어야 하나? 내 목숨도 간당간당하는데. 정신 차리어라."

"형님. 제가 밥 한 그릇 살게요. 나갑시다."

"오늘은 안되고 언제 좋은 날 사라"

"약속 있는 거 같네요."

"마누라 데리고. 어디 모임이라던데 .거기 가야 된다."


장호는 뭔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형님. 먼저 갑니다."

"그래 퇴근해라."


책상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는 박 팀장을 뒤로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병호의 검은색 소나타를 타고 다시 나왔다.


"형님. 식사는 했습니까?"

"아니. 좀 출출 하지? 밥이나 일단 먹으러 가자"


동네 어귀에 차를 주차하고 따끈따끈한 해장국집에 들어섰다.


"아줌마. 여기 소주 한 개랑 국밥 두 개 말아주세요."

"아재들. 오늘 일이 없는가 봐?"

"예. 용접쟁이 비 오면 헛방 아입니까."

"맞다. 비 올 때는 좀 쉬고 그래 해야지."


1차로 해장국집에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왔다.


"내일 보자. 집에 가서 자야겠다. 좀 피곤하네.."


병호가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돌아서는 장호를 세웠다.


"형님. 비도 이제 오고 하는데 파전에 막걸리 한잔 더 어떻습니까?"


장호도 일찍 집에 가서 딱히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뭐. 좋지. 아는 집 있나?"

"그럼요."


병호가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장사한다네요. 비 오는 날 장사가 더 잘 된다나. 거기로 갑시다."


다시 장소를 옮겼다.

파전집에는 그들 말고도 일찍부터 손님들이 몇 테이블을 잡고 파전에 동동주를 마시고 있었다.

여주인은 혼자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병호가 인사를 해도 건성으로 받았다.


"병호 씨. 저기 빈 테이블에 앉아요. 처음 보는 손님도 오셨네?"


장호는 내심 이곳이 왜 장사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여 주인장은 얼굴이 반반한 게 출근 도장 찍는 사내가 은근히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형님. 좀 생겼지요? 제가 요즘 공들이고 있습니다."

"그래. 탱글탱글한 게 더 놔주면 저절로 터질 거 같네. 얼른 먹으라."

"그래서 말인데. 형님 한번 도와주세요?"

"어떻게?"

"나중에 술이랑 안주 가져오거든 말할게요."


주방에서 파전과 막걸리가 담긴 주전자 한 개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놓고 빈 의자에 앉았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이네? 자주 오세요."

"괜찮네요. 뭐 인테리어도 좋고. 어데 혼자 합니까?"

"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네요. 전에 경주에 있다가 아는 언니가 괜찮은 자리 났다고 해서 시작해봅니다."

"그러면 자주 와야겠네요."

"그러시면 저야 고맙죠."


옆에 앉아 있는 병호를 잊어버리듯 장호 옆에서 아양 아닌 아양을 떨고 있었다.

병호도 여주인의 살살거리는 행동에 기가 차서 입이 딱 벌어졌다.

탁자를 내리치며 주위를 환기시키려는 듯


"이야. 맛있네. 어디서 담은 막걸리요?"

"생닭이라고 적혀 있네요. 병호 씨"


여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


"경숙 씨 맞죠?"

"네. 한경숙이요. 왜요?"

"가계 쉬는 날 언제요? 놀러나 갑시다."


처음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모르겠네. 쉬긴 쉬어야 하는데. 개업하고 한 달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왔네요."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병호가 한마디 더 덧붙였다.


"옆에 형님도 같이 가는데.."


여주인도 그제서야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때 쉬는 날 같이 가요."


더 이상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의식되어 경숙은 그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이봐. 여기 막걸리 비었어. 파전이랑 가져다줘"

"네. 오빠"

"아따. 더럽게 인기 많네.."


둘은 파전집에 앉아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만 결국 술에 진탕 취해버렸다.


"이봐. 내가 계산할 테니. 가자고."

"그러면 며칠 있다가 봐요. 병호 씨. 아 그쪽 이름은?"

"장호. 남 장호요"

"아하! 남 장호 씨"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게요. 장호 오빠."

"그래 며칠 있다가 봐. 경숙 씨"


계산대 앞에서 끈적끈적한 눈으로 장호를 한번 응시하더니 주방으로 사라졌다.

밖으로 나온 병호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봐라. 이기지도 못하는 술 마신다고 욕봤다."


장호는 병호를 부축해서 가까운 모델로 들어갔다.


"저기요. 방 한 개 주세요."


607호 키를 들고 비실거리는 병호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앞으로 다시는 너 하고 술 안 먹는다."

"아이고 형님. 오늘은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럽니다. 어젯밤에도 달렸거든요."

"몸 생각해야지"

"역시 타지에서 저 걱정해 주는 사람은 형님뿐입니다."


병호를 눕히고 장호 역시 침대 옆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오후 두 시가 되어있었다.

휴대폰에서는 동거인 수진의 문자와 은자의 문자 두 개가 교차하여 와 있었다.

먼저 수진에게 전화를 했다.


"어. 어쩐 일이야?"

"아. 요즘 가계 일 때문에 집에 안 들어갔잖아. 걱정돼서 그러지. 일은 잘 다니는 거지?"

"응. 걱정 마.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언제 올 거야?"

"한동안 가계에서 먹고 자고 해야 할 거 같아 "

"그래. 여기 오는 것도 택시비가 장난 아닐 텐데. 당분간 그렇게 지내라

"응. 알았어! 쉬어요."

"그래. 당신도."


수진과 통화를 끝내고 다시 은자에게 문자를 날렸다.


"뭐해?"

"뭐야. 그동안 뭐 했어?"

"오늘 자기 일 쉬었지? 비 왔잖아."

"응. 그래"


은자는 답답했는지 직접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뭐야. 나 말고 다른 여자 만나는 거야?"

"아니야. 같이 다니는 직장 동생이랑 지금 같이 있어."

"왜? 혹시 게이야?"

"뭐야. 미친. 당신도 그때 봤을 텐데. 어느 이상한 놈이 당신 빨래 걸 때 임산복 아래 허벅지를 훔쳐본 놈"

"아! 그래 그놈 맞다. 당신이랑 같이 다녔지."

"이 친구가 술이 많이 돼서 모텔에 데려왔다가 그만 나도 깜빡 잠이 들었네."

"뭐야. 지금 모텔이야?"

"응"

"아. 좋겠다."

"뭐가 좋아?"

"있잖아. 그 설렘 모텔 같은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설렘 "

"그래? 은자는 참 별난 여자군"

"나 어릴 때 처음 학용품점에 도둑질할 때 그때의 떨림을 난 지금도 기억하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모델 방에 들어서면 딱 그때의 울림이 느껴져."

"뭐야. 결국 오고 싶다는 거군"

"아기는?"

"친구에게 부탁하면 돼"

"남편은?"

"그 양반 부산에 출장 가서 이틀 뒤에 올 거야"

"음. 그럼 나와. 여기가 아니다. 방을 한 개 더 구해서 다시 연락할게.."

"응. 알았어."


다시 은자의 심장은 야릇한 흥분과 떨림으로 주체할 수 없는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태양 비치 모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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