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불륜야설) 아내의 외도 -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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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외투를 가지고 나와 바로 옆 608호 문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노크를 했다.


"휴~"


똑똑


"열려있어.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와 신발을 벗었다. 어색한 공기가 느껴졌지만 능청스럽게 한마디 던졌다.


"아따. 형님은 뭐 때문에 비싼 방값 주고 쓸데없는 돈을 낭비해요?

저 자는 거 그냥 발로 차서 떨구고 빈 침대에서 놀지 왜 그랬어요.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병호의 늑살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했다. 초면에 살짝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벼운 농담으로 풀어버렸다.

창가에 앉은 두 사람은 새삼 그동안의 사정을 다 아는지 샤워 가운만 입고 있는데도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은자가 일어나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병호씨 집 앞에서 몇 번 봤죠?"

"이야. 반갑습니다. 은자 씨 처음 보고 거의 1년 만에 말 터는 거지요? 아. 맞다. 3일 딱 부족하네.."


은자는 일어나 걸어가면서 실없이 키득거렸다. 작은 냉장고를 열고 맥주 한 개를 더 꺼내왔다.


"이거 드세요. 손가락이 아파서 따지는 못하겠다."

"아따. 손이 참 가냘프시네요."

"근데. 병호 씨 저를 본 뒤로 날짜 세었어요? 어떻게 1년이라고 날짜까지 꼭 짚어서 말하죠?"


은자가 던진 한마디는 여러 파장을 일으켰다. 맥주를 마시다 말고 장호가 물었다.

우와. 이 친구 의외라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봤다.

한동안 말은 안 하지만 병호를 노려보는 그 눈빛으로 여러 가지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혹시 수진이도. 이 새끼가.`


아차! 순간 병호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에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젠장 실수했다. 이 앞에 있는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니다. 속칭 색녀 등급에 속하는 요물이란 것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아! 제가 사람을 만나면 기억력이 좋은 편입니다. 웬만한 전화번호나 날짜는 그냥 외우거든요.

형님 전번이 9764-7536, 박 팀장 5638-8523 기영이 7684-6843 맞죠. 형님?"


장호는 손에 쥔 폰으로 확인하더니.


"우와! 너는 그거를 폰에 저장 안 하고 머릿속으로 다 외운다고? 진짜 기억력 좋네."


사실 은자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회피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조차 살면서 쓸데없이 높은 기억력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동호란 친구의 미술작품을 보고 선생님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순간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해버렸다.


"어. 저거는 상수가 만든 조각인데요. 선생님"


그날 동호는 선생님에게 비 오는 날 개 맞듯이 맞았다.


"이놈아. 내가 공부 못하는 거는 용서할 수 있는데 이런 짓은 선생님으로서 절대 용납 못 한다.

사회에 나가서 뭐가 되겠냐? 엎디려! 10대다! 세어라."


물론 그 뒤 하굣길에서 만난 동호한테서 철저한 응징을 당했다.

졸업하는 그날까지 도망 다녀야만 했다.

그런 기억력에 대한 나쁜 사건들이 많았는데. 오늘 그 안 좋았던 기억력의 징크스를 앞에 있는 은자를 통해 한 번에 깰 수 있었다.


`대체. 저 여자는 적인가 아군인가?`


셋은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병호가 자기보다 2살 많나?"

"네. 저 34살입니다."

"아. 그렇구나. 생각보다 젊다. 남편보다 2살 아래네."


궁금했다. 꼭 물어보고 싶었다.

병호는 질문하기 전 자기 콧잔등을 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특히 신중한 질문의 경우..

옆에서 이것을 보던 장호가 씩 미소를 짓더니


"말해봐라. 뭐를 물어보려고 그리 한참을 뜸 들이나?"


자리를 깔아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은자에게 물었다.


"은자 씨.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단순한 질문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세요."

"네. 뭔데요?"

"사실 애도 있고 남편분도 있는데 이렇게 위험한 연애를 해도 돼요?"


순간 은자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마! 너는 뭐 그런 거를 물어보나? 연애에 있어서 제1 법칙! 너무 알려고 하지 마라! "

"제가 좀 심한 질문을 했죠? 미안합니다. 하여튼 이놈의 입이 문제라니까.."


병호는 민망했는지 자신의 머리를 끄적거렸다.


"아니에요. 뭐 그렇게 어려운 질문도 아닌데요."


은자는 의자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병호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원래 부부가 같이 산다고 서로 사랑하고, 깊은 애정을 가지는 것은 아니에요. 때로는 필요에 의해서 살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 남자는 저보다 일을 더 사랑하고 직장동료, 친구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은자는 뭔가 생각하다가 체념하듯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좋았죠. 그게 갈수록 시들시들해서 문제죠."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더. 이상 끝."


중간에 장호가 나서서 막았다.


"왜 난 더 말하려고 하는데. 제가 정신과 다닌 거는 알고 있으세요? 저 말이죠. 생각을 바꾸니까 우울증도 사라졌어요. 이젠 약도 안 먹어요."


은자는 자신의 손목을 병호에게 보여줬다. 몇 번의 그은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병호야. 와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분위기를 흐리노?"

"형님. 제가 이래서 여자를 잘 못 사귀는 거 맞죠?"

"그래. 맞다. 그것도 병이다. 병"

`뭐지? 오늘 작두 타는 날인가? 한 치 앞을 예상 못 하겠네...`


똑똑


노크 소리였다.


"뭐죠? 형님?"

"아. 식사시켰어요. 아무래도 나가서 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서 먼저 시켰어요. 중화요리요."


방금까지 있었던 어색한 분위기는 배달 온 음식으로 상쇄되었다.


"좋지요. 안 그래도 출출했는데."


은자는 일어나 자기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입구로 나갔다.

입구에 음식 그릇을 놓고 있던 배달원이 방안에 남자 둘이 있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랐는지. 단무지 접시를 꺼내다가 떨어뜨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얼마죠?"

"45,000원요."


문을 닫고 나오는 배달원은 기겁한 얼굴로 걸어갔다.


"와. 가슴이 그냥...."


음식 그릇을 놓다가 쪼그려 앉은 은자의 샤워가운 사이로 큼직한 유방을 봐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단무지 접시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캬! 2 대 1이네.. "

 

병호도 은자 옆에 와서 나머지 그릇과 소주 2병을 챙겼다.


"와. 진짜 아침부터 술이네요."


시계는 어느덧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병호 씨. 많이 먹어요. 자기야. 빨리 먹고 가야겠다. 시간이..."

"그래도 너무 빨리 먹으면 체한다. 자 한잔 받아라! 은자도..."


셋은 잔을 부딪치고서 종이컵에 담긴 소주를 쭈욱 들이켰다.


"캬! 좋다. 이 맛인데."

"형님. 죽이네요. 역시 술은 여자를 끼고 먹어야 제맛입니다."

"마! 은자가 아직 허락도 안 했는데."

"아. 제가 또 한발 앞서 같네요. 죄송합니다. 은자 씨"


은자는 식사를 하다가 둘의 대화에 웃음이 터질 거 같았지만 간신히 참고 먹었다.


"정말 미쳤어. 둘 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지금 집에 가야 하는데 아예 상상 속에서 벌써들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어떻게 그것을 알아요? 혹시 제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나갔어요?"

"어머 어머. 미쳤어. 미쳤어"

"둘 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오늘은 아니야 난 지금 집에 가야 한다고.."


장호와 병호는 마주 보면서 서로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둘의 표정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못내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한 통의 전화 요란하게 울렸다.


"아따. 요란하게 울리네.."

"어라? 언니네? 아직 8시 되려면 멀었는데. 여보세요? 언니 무슨 일이야? 혹시 아이들이 아파?"


초조한 표정의 은자가 다급히 물었다.


"아니. 실은 말이야.."


전화기 너머 경아 언니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참 뜸을 들이고 있었다.


"뭐야. 왜 답답하게 말을 안 해?"

"실은. 있잖아.."

"아휴 답답하다. 빨리 말해봐. 내가 들어야 무슨 말을 하지"

"실은. 내 남편이 방금 왔다 갔어"

"뭐야. 혹시 맞았어?"

"으 응.."

"왜. 그런 남자랑 살아. 빨리 헤어지라고 했잖아"

"그 자식 협박하는 거 못 봤어?"

"하지만. 언니도 그렇게 당하고만 살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저.."

"아휴. 답답해 뭐 돈?"

"어어. 한 200만 원만 융통하면 안 될까? 다음 달에 남편 몰래 곗돈 들어가는 거 있는데. 찾으면 제일 먼저 갚을게.."


사실 경아 엄마의 신용은 바닥이었다. 그 바람에 이웃들도 멀리했다.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해 주는 동생은 이웃사촌 은자였다.


"알았어. 계좌 불러. 바로 보낼 게 "

"응. 고마워 은자야. 너뿐이야"


경아는 눈물을 흘리며 계좌번호를 찍었다.

안방에는 아기들 3명이 잠자고 거실에서 큰딸과 둘째는 닭볶음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엄마.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 우리 집보다 좋다. 아빠가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은자는 언니가 보내준 계좌로 200만 원을 붙였다.

5분 뒤 다시 연락이 왔다.


"그래. 언니. 받았데?"

"응. 고마워 은자야. 아. 그리고 오늘 고향 친구 만난다고 했잖아. 밤새도록 놀다가 와 오늘 애들이 여기서 자려고 하네."


너무 뜻밖의 제안에 은자는 장호와 병호를 번갈아 보며 눈이 커져 버렸다.


`어머! 저 간절한 눈빛들.`


은자 역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 발칙한 상상에 보지가 요동쳤다.

그곳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그 짧은 상상만 했을 뿐인데 보지에서 물이 터져 허벅지를 따라 흘러내렸다.

그 보지 물을 막아줄 속옷을 입지 않았기에 의자에 앉아 다리를 바짝 꼬았다.


'어휴. 이래서 물이 너무 많아도 문제야'


자칫 의자 아래 흘러내린 씹물이 확인되면 자신이 가볍고 무안해질 거 같았다.

이와 반대로 두 남자는 은자를 앞에 두고 간절한 염원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 언니의 말을 듣고 어두웠던 장호와 병호는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어머 어머. 저 두 손 모으고... 미쳤어 미쳤어..`


둘은 은자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결정을 기다렸다.

두 손을 모으고 은자를 향한 간절한 눈빛을...


"으흠. 그래 알았어! 언니 나 친구들과 밤새워 놀고 아침에 들어갈게."


전화를 끊자 양쪽에서 일제히 함성이 쏟아졌다.


"야호!"

"오! 신이시어 저에게 이런 기회를 "


누구보다 병호는 무려 1년 동안 참았던 알 수 없는 그 끌림의 결과를 이제 확인하게 되었다.


"살아있네? 은자!"

"병호야 그거 챙겼나."

"네. 형님 항상 준비하고 다닙니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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