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에필로그-1년후.그리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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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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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그랬다. 화살처럼 빠른 세월 이라고.

혹자들은 이 말에 상당히 공감할 것이고, 한창 어른흉내를 내는 고등학생들은 너무 안가는 시간때문에 스트레스가 더해질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승민은 그 누구보다도 시간의 빠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였다.

쉴새없이 일하고, 또 누군가와 사랑하는 그 동안에 1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훌쩍 지나가 버린것이다.



그 안에 많은것이 바뀌어 있었다. 승민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고급오피스텔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또 채윤과 했던 말처럼 틈틈히 운동도 하면서, 점점 밋밋한 그의 저질몸매도 그럭저럭 봐줄만 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진 업무도,승민에게 있어서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한부분이었다.




'으아아..벌써 쌀쌀허네!'



밖에 잠시 나갔다 왔던 승민은 오들오들 떨며 실내로 들어왔다. 


국내에 진출한 굴지의 외국기업. 많은 사람들이 들어 오려고 발버둥을 치거나, 혹은 아예 들어가는것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 회사에서, 승민은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1년이란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회사내의 인정과 관심어린 시선을 독차지 했다.



"어이! 승민씨! 빨리 이리좀 와봐!"


"아..예!"



승민은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팀장의 부름에 달려나갔다. 사실 거추장 스럽기 그지없는 상관이었다.아니, 상관도 아니었다.


승민역시 팀장급의 대우를 은연중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는 업무가 전혀 다른 과의 직장선배였다.


김팀장은 여지없이 특유의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며 승민을 불러댄다.


게다가 호칭역시 그의 직책인 '팀장'이 아닌 '승민씨'였다.




"무슨일이세요?"


"이거 미안한 부탁좀 해야겠는데 어쩌나?"



승민은 마음속에서 김팀장의 싸대기를 연타로 오십회 왕복날리는 상상을 하며,애써 온화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무슨...."


"이거 말이야.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승민씨 팀에서 검토좀 해주면 안될까나?"






'쉽새끼...'



승민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그 말을 꾹꾹 눌러 참았다. 별수없는 일이었다.

급속 승진으로 팀장을 따냈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팀장들에 비해 나이와 경력이 딸릴수밖에...승민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파일을 받아들었다.



"아~나는 화장실좀 다녀와야 쓰겄다."




만족한 듯한 기지개를 펴더니, 화장실로 향하는 그를 보며, 승민은 속으로 한없이 궁시렁 대었다.






'응?'



문득 밑을 내려다본 승민은 그의 책상위에 복잡스럽게 펼쳐진 연산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김팀장이 설계에 관련된 이런저런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과학적 연산이 필요한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뭔가...좀 허접한데...?'




"에이! 꼴배기 싫은 쉐키."



김팀장은 소변기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한번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승민이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쳇...고놈만 없으면...'



손을 씻으면서도 분하다. 우승민이라는 사원이 갑자기 등장하기 전에는, 자신도 주목받던 인재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30대 초반에, 외국어는 기본으로 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득실득실한 이 회사에서 팀장으로 바로 승진. 게다가 하는 프로젝트마다 극찬을 받았던 그는 승민이 등장하면서부터 완전히 꼬여버렸다.


그는 단 1년만에 팀장으 로 승진했고, 회사의 중요프로젝트를 도맡아 하는 '브레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두고보자 요놈.이번 프로젝트만 완성되면 회사의 이목은 다시 나한테 집중될게다.'






화장실을 나와, 자신의 책상으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승민을 납작하게 해주고 말리라는 그 프로젝트가 계속 막혀서 진전이 안되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수학,과학적 계산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는 프로였고, 꽤나 자신있었다. 하지만 며칠을 끙끙대도 한 부분에서 막혀버린 개요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좋아좋아. 심기 일전하고 한번 매달려 보실까.....에엥!!!'



마음속으로 화이팅을 외친 김팀장은 책상에 앉았다가 바로 뒤로 넘어갈뻔한것을 겨우 버텨내었다.






'이..이게뭐야.'



자신이 끙끙대던 연산부분이 깔끔하게 수정되어 있었다. 마치 정석수학을 못풀고 있다가 해답지를 본것처럼, 그의 머릿속이 뻥뚫려 지는게 느껴졌다.

쬐그만 눈이 흡사 솥뚜껑마냥 커진 김팀장은 화급히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평소처럼 업무를 보는 팀원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는 마치 귀신에 홀린것처럼 넋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지...?  도대체 어떤놈이..."





"팀장니이이임~"



퇴근하려고 회사입구로 나온 승민은 과도하게 섞인 콧소리에 온몸에 돋는 소름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한 여성이 베시시 웃으며 서있었다.



"아...주연씨군요."


"어디가세요옹?"



승민의 미간이 급격하게 쭈그러 들었다가 다시펴졌다. 주연이라는 여사원은, 승민의 팀에 있는 사원이었다.

약간은 작은 키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얼굴이지만, 늘상 애교섞인 콧소리를 내곤했다.



"아..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어딜좀 가보려구요."


"에이..그럼 안되겠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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