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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야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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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넷이? 다 같이?”

“네. 1박 2일로...”

“......”


정해는 나에게 왜 그들과 1박 2일의 여행을 제안했을까. 이제는 나보다 수남이가 더 좋아서일까? 아니면. 은정이를 정말 수남이의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어서였을까?


“수남이랑 은정 씨와도 얘기를 해 봐야 하고...”

“그럼 오빠는 오케이 한 거죠?”

“응?”

“오빠는 수남 오빠와 은정이만 괜찮다고 하면 여행을 가는 거죠? 맞죠?!”

“......”


굉장히 들떠 있는 듯한 말투다. 그런 정해의 말에 묵언의 동의를 시사했고 정해는 급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은정아, 나야! 잘 잤어?”


은정 씨에게 전화를 걸고는 나와 한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어찌나 말이 빠르던지 내가 다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 오케이! 그건 네 형부가 전문이니까 부탁하면 될 것 같고. 아무튼 수남 오빠와 통화하고 상황을 다시 말해 줄게.”


나에게 부탁한다고? 무슨 부탁인지 궁금했지만, 더 궁금한 것은 은정 씨의 반응이었다.


“은정 씨가 뭐래?”


반신반의로 내가 물었다. 은정 씨가 갑자기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


“가능하데요! 오빠랑 나, 이렇게 셋은 됐고! 이제 오빠 차례에요.”

“무슨...?”

“어서, 어서 전화 집어요.”

“......”


나보고 수남이에게 전화를 걸으라는 말이었다. 못 알아들은 것처럼 주변을 살펴보자 내 앞에 휴대전화를 올려놓는다.


“하아... 지금이 몇 시인데 전화를 하가는 거야?”

“이제 오전 8시 10분인걸요.”

“걔 지금 자.”

“그러니까 전화해서 어서 깨워요. 깨워서 물어 봐요.”

“......”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는데... 무슨 충심으로 그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여... 여보세요...”


수남이는 역시나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투박한 목소리.


“자냐?”

“자.”

“응.”

“응.”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수남이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내 앞에 무섭고 두려운 정해의 눈빛이 전해진다. 그대 전화를 끊었어야 했는데...


“아, 잠깐 일어나봐.”

“왜?”

“오늘 일 없지?”


오전 8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자고 있다는 것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확인차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수남이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한다.


“미친...”

“그렇지?”

“왜~?”

“너 여행이나 갈래?”

“뭐?”

“여행가자고.”

“......”


나의 질문에 한동안 침묵하던 수남이가 웃으며 대답을 하고...


“또라이냐?”

“갈래? 말래?”

“무슨 여행? 이거 완전히 미친 새끼네.”

“......”


나의 침묵을 또다시 무섭게 쳐다보는 정해의 표정을 보며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간다.


“여행 가고 싶단다.”

“누가?”

“갈래?”

“아이씨... 누가?!”

“정해가.”

“!”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다. 정해가 주는 옷을 억지로 입으며 나는 우리 집 현관 앞에 대나무처럼 서 있다. 집 안에서는 정해가 1박을 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고 씁쓸한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나도 한 가치 줘라.”

“응?”


때마침 그 새끼도 우리 집에 도착했다.


“왔냐.”

“반갑게 인사 좀 해.”

“응.”

“뭐야? 성의가 없잖아.”

“미안.”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단답형으로만 대화하던 수남이의 말투를 내가 쓰고 있다. 이보다 더 길게는 도저히 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수남이가 우리 집에 도착했음을 안 정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머, 오빠 오셨어요?”

“아이고~ 우리 제수씨. 갑자기 웬 여행이래요?”

“호호호, 오빠에게 굉장히 좋은 일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

“저에게? 저에게 무슨...”


굉장히 좋은 일이라... 나를 병신으로 만들 작정인가 보다.


“우리 말고 또 한 명의 파트너가 있어요.”

“파트너? 파트너라면...”


여행을 함께 할 사람이라고 말을 해야지. 파트너라고 말을 하면 마치 섹스파트너라고 인식이 되잖아. 정해의 말투에도 문제가 분명히 있는 듯했다.


“아, 여행 동행자가 있다고요.”

“누군데요?”

“흐흐흐.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을 거예요. 그 동행자가 도착하면 우리 떠나요!”

“기대되는데요.”

“우리 어제 일을 다 잊고 재미있게 놀다 와요!”

“하하하!”


둘만 신나는 여행 준비 같다. 나는 혼자 외롭게 빠져 있는 외톨이 같은... 또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언니!”

“은정아!”

“오, 은... 은정씨!”

“수남 오빠도 계셨네요. 형부 저 왔어요!”

“아, 오... 오셨어요?”


어색하다. 어제 내가 벌인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은정 씨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으니.


“그런데 제수씨. 우리 어디로 여행가요?”

“은정이네 집이 서해 쪽인데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 있어요.”

“아, 은정 씨네 집?”

“지난달에 가서 청소하고 왔는데 먼지가 쌓여있지는 않나 걱정이네요.”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싹~ 청소해 드릴게요!”

“정말요? 호호호.”

“자, 이제 떠날까요?!”

“야호!”


들만의 리그가 시작되었고 나는 불편한 모습으로 끼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내키지도 않는 여행... 하지만 정해가 실망할까 말도 못 하는 이 답답한 여행.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수남이의 트럭에 우리 모두 몸을 싣고 서해의 한 작은 어촌마을로 떠난다. 여자들은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수남이는 운전을 하며 그들의 노래에 화음까지 보탠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며 불편한 감정을 추스르기에 바빴다. 두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여긴가 보네요?”

“네. 초라하지만 그래도 우리 네 명이 하룻밤을 보낼 수는 있어요.”

“오,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고 하니 제 마음이 설레네요.”

“어머, 오빠도 참...”

“하하하!”


세 명이 먼저 쪼르륵 걸어가고 그 뒤에 내가 짐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동네가 떠나갈 듯 들려왔고 나는 잔심부름과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하며 비위를 맞춰주는 정도다.


“아, 우리 이제 점심 준비해야지?”

“맞다. 그런데 이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서 냉장고가 비어 있을 텐데... 어쩌죠?”

“......”


은정 씨의 집은 유령의 집과 같았다. 허름하고 작은 집이었고 냉장고가 있기는 했지만,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코드는 뽑혀 있는 상태다.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읍내로 가서 장을 봐야 할 판이다.


“내가 다녀올게.”

“병철 오빠가 장 보게요?”

“너랑 같이 가야지. 이곳 지리도 잘 모르는데.”

“아, 그렇지.”


수남이와 함께 있기가 뭐해서 내가 장을 보겠다는 말을 했고 정해는 은정 씨의 동네에 몇 번 놀러 온 경험이 있다고 하여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은정 씨가 내 팔짱을 끼며 말을 했다.


“형부, 그러지 말고 언니랑 수남 오빠랑 읍내에 다녀오라고 하고 형부는 저랑 다른 준비를 하고 있어요.”

“네? 그게 무슨...”

“형부가 집을 짓는 일을 하시는데 제가 신세 좀 지려고요.”

“?”

“저기 거실 벽 쪽에 창문틀 사이로 저녁만 되면 황소바람이 세어 들어와서 무척 추운데 수리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


순간 아침에 정해가 은정 씨와 통화하던 대화가 떠올랐다.


.....

..........

...............


“그래? 오케이! 그건 네 형부가 전문이니까 부탁하면 될 것 같고... 아무튼 수남 오빠와 통화하고 상황을 다시 말해 줄게.”


...............

..........

.....


나에게 부탁하면 될 거란 말의 뜻이 바로 이것일 줄이야... 여행을 와서 자기 집 창문 보수를 부탁할 줄이야. 하지만 여행을 왔기에 아무런 연장도 챙겨오지 못한 상황.


“수리를 해드리고 싶어도...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연장이 아무것도 없는데요.”

“힝... 여행을 온 김에 이곳을 수리하고 싶었는데.”

“......”


곤란해하는 은정 씨의 표정을 본 수남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야, 걱정하지 마. 내 차 짐칸 뒤에 연장 수두룩하다. 뭐가 필요하냐?”

“네... 차?”


맞다. 수남이 트럭은 공사장을 누비는 차다. 없는 연장이 없을 것이다.


“정... 정말요? 정말 수남 오빠 차에 연장이 있어요?”

“그럼요. 은정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야호!”


젠장. 여행을 와서 일하게 생겼다. 은정 씨가 말한 곳을 둘러보니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장을 정해와 수남이 개자식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찜찜하기만 했고 정해를 불러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금방 갔다가 와!. 내가 시간제고 있을 거야.”

“오빠도 참, 걱정하지 마세요. 빨리 다녀올 테니.”

“정말 금방 와야 해.”

“알았어요. 수남 오빠 우리는 읍내로 출발~!”

“그럼, 병철이가 필요한 연장만 주고 출발해야죠. 야, 뭐가 필요하냐?”

“실리콘.”

“또?”

“망치.”

“끝?”

“빠루도 있으면 주고.”

“자, 다 가져가라.”

“고맙다.”

“별말씀을. 내가 더 고맙지.”

“왜?”

“그냥... 그냥 고마워.”


수남이가 나에게 왜 고마워할까. 무슨 속셈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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