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아랫집 건달에게 아내를 빼앗겼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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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무겁다. 

잠이 든다. 눈을 떴다. 

아침이다. 하지만 알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꿀맛 같은 휴일이다. 

옆을 보니 아직 아내도 자고 있다. 내가 출근하는 날이면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차려주는 아내에게도 휴일은 꿀맛 같을 거다.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한다. 

다행히 부장의 문자는 없다. 정말 휴일에 일 관련 문자를 보내는 걸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 

부장같은 놈들은 무기징역을 살게 해야 한다. 


11시. 어제 정말 피곤하긴 했나 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다니. 


꼬르륵 

배가 고프다. 하지만 아내를 깨울 생각은 없다. 

아내가 늦잠을 자는 건 거의 월례행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아침잠이 도통 없다. 

휴일날 겨우 밥 때문에 아내를 깨울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흠... 전부 재료들뿐이라 당장 먹을 수 있는 건 없다. 

그리고 난 요리를 못 한다. 결국, 나가서 뭔가 먹을 것을 사오기로 했다. 


대충 씻고 나서 집을 나섰다. 

음.... 그래 오늘 아침 겸 점심은 빵으로 정했다. 

마침 아내도 마늘바게트를 좋아하니 아내가 일어나면 차려줘야지. 

빵집에서 빵과 음료를 사서 나왔다. 마늘바게트는 2개나 샀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마침 일어나는 중이었다. 


[흐음... 어우... 얼마나 잔 거야 내가... 오빠 어디 갔다 와요?] 

[응 점심 먹을 거 사러 갔다 왔어.] 

[점심? 지금 몇 신데? 어머!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네. 미쳤나 봐 나...] 

[ㅎㅎㅎ 가끔 그렇게 늦잠도 자주고 해야 건강한 거야. 얼른 씻고 나와. 당신 좋아하는 마늘바게트도 사왔어.] 

[응 ㅎㅎㅎ 고마워요. 얼른 씻고 나올게]


아내가 씻는 동안 빵과 음료를 세팅한다. 

이윽고 화장실서 나온 아내와 같이 오붓한 점심을 먹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빠, 우리 저번 주에 산 거 있잖아 그거.] 

[응? 뭐?] 

[액자, 액자. 우리 결혼사진 넣을 액자 샀잖아. 그거 오늘 걸자 오빠.] 

[아 그거. 맞다. 음... 어디다 걸지?] 

[내가 생각해봤는데, 여기 거실 티브이 왼쪽 위에, 여기 어때요?] 

[응. 뭐. 좋네. 괜찮아.] 

[그 치? 좋지? ㅎㅎㅎ 이따 오후에 같이 걸어요 오빠.] 

[그래 ㅎㅎㅎ 음 그럼 일단 못부터 박아야겠네.] 

[응 그러고 보니 나 오빠가 못 받는 거 처음 본다.] 

[응? 그런가? 우리 집 못을 다 내가 박았어. ㅎㅎㅎ] 


거짓말이다. 우리 집 못은 항상 아버지가 박았었다. 

사실 나는 제대로 못질을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신가 하게 군대에 있을 때도 그 흔한 삽질 한 번, 못질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뭐 그래도 그까짓 거 어려우랴. 못 잡고 박으면 되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결혼할 때 친구놈 하나가 선물로 전동 드릴세트를 줬다. 

그게 이럴 때 쓰이는구나. 

온집안을 뒤져서 선물 받은 전동 드릴세트를 꺼내왔다. 


[우와ㅎㅎㅎ 대박ㅎㅎㅎ] 

[ㅎㅎ 기다려봐 세팅하고 바로 못 박을게] 


못 박을 위치는.... 흠.... 대충 여기다 하고... 싸인펜으로 못 박을 위치에 표시를 해둔다. 


[대박ㅎㅎㅎ 오빠 전문가 같아] 


아내의 근본 없는 띄워 주기에 나도 모르게 근본 없는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디 보자... 전동 드릴이니까... 나사? 그래 나사로 해야겠네. 

나사를 전동 드릴에 맞추고... 벽에 딱 조준하고... 스위치를.... ON!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어어 억!!! 뭔 힘이 이리 세지? 

나도 모르게 표시점에서 미끄러졌다. 얼른 전동 드릴을 껐다. 


[오빠! 괜찮아? 손 안 다쳤어?] 

[어... 어... 괜찮아. 어우 오랜만에 하니까 감이 좀 떨어졌네. ㅎㅎㅎ] 

[조심해 오빠. 천천히 천천히 해요] 


아 씨바... 쪽팔린다. 

흠... 이게 힘을 좀 더 꽉 줘야 안 미끄러지겠구나. 

이번에 힘을 제대로 주고 다시 시도해본다. 


파바바바바바바박!!!!! 


간신히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거기다 온 거실에 시멘트의 회색 가루가 날리기 시작한다. 


후... 일단 계속 이렇게 한번 해보자 

같은 지점에 3, 4번 전동 드릴로 나사를 박자 나사가 꽤 깊게 들어갔다. 


하 이제 여기에 걸면 되겠구나. 

그런데 나사가 헛돌기 시작한다. 

음? 잡아빼니 너무도 쉽게 빠진다. 

한번에 안 박고 여러 번 박아서 그런가? 

다른 지점에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본다. 

그러기를 한 시간 째.... 


어느새 거실 벽은 북두칠성을 방불케 하는 나사 구멍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거리며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있는 그때... 


쾅쾅쾅!!! 


응?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부실 듯이 두드리고 있다. 

아내가 놀라 나가보니... 아랫집 그 깡패놈이다.


[하.... 씨발.... 아니.... 하... 지금 씨발 뭐... 뭐 하고 있는 거요?] 


아내가 겁에 질려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도 당황해서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씨발 지금 뭐 하느냐고!!!] 

[어... 저... 지금 집에 못을 박아야 해서...] 


최대한 침착하려고 하지만 말을 떨리듯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 


[못을 씨발 무슨 한 시간 내내 박아? 어제 밤새고 오늘 잠 좀 자려는데 씨발 잠을 잘 수 있어야지 하 진짜 개빡치네 씨발] 

[아... 죄송합니다.] 


그놈은 우리 집 거실을 한번 둘러보더니, 대충 상황을 파악한 듯싶었다. 


[하... 이리 나와 보슈] 


그리고는 신발을 신고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저 신발...] 

[그럼 나보고 지금 여기 시멘트 가루 천지인 곳을 맨날로 들어가라고?] 


아내는 대꾸를 못하고 내 눈치만 본다.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청소해야돼.] 


그놈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 곁으로 와 전동 드릴을 빼앗듯 가져갔다. 

그리고는 나사를 하나 집어 벽 아무 곳에 박기 시작했다. 


[거기가 아닌데...] 


하지만 그놈이 노려보자 아내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놈은 나사를 조금 박더니 다시 빼고 그냥 못을 들었다. 


[망치!] 

[네?] 

[망치 가져오라고!]


자존심이 상하지만 지금 당장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일단 망치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아까 조금 뚫어놓은 구멍에 못을 갖다 대더니 망치로 박기 시작했다. 

몇번의 망치질 후 못이 적당히 들어가자 제대로 박혔는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못은 벽에 박힌 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놈은 나에게 망치를 던지듯 주더니 다시 성큼성큼 걸어 집 밖으로 나갔다. 

아내와 나는 얼빠진 듯 서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음.... 여기다 걸면 되겠다] 

[좀 더 높은데다 달고 싶은데...] 

[어. 그럼 다시 박을까?] 

[아니야 오빠. 저 사람 또 난리 칠 거 같아. 저 사람이랑 엮이기 싫어. 그냥 여기 달자. 괜찮을 것 같아.] 

[응. 그래...] 


결혼사진을 벽에 걸고 아내와 나는 집 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회색 시멘트 가루 때문에 바닥에 그 덩치의 발자국이 큼직하게 찍혀 있었다. 

발자국을 지우며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는 좆같은 휴일이었다. 


일요일 점심. 


난 혼자서 어제 먹다 남은 빵을 먹고 있다. 

아내는 장모님께서 반찬을 주시겠다 하여 친정집에 내려갔다. 아마 9시는 넘어서야 돌아올 거다. 


자꾸 어제 일이 생각난다. 괜히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진다. 

하... 진짜 아랫집에 저 새끼가 이사 온 뒤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벌써 두 번이나 아내 앞에서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졌다.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진지하게 이사를 생각해보고 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할까? 출퇴근 시간도 줄이면 좋잖아.


방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부동산 사이트를 들어가 시세를 알아본다. 

하... 지금 이 전셋값으로는 어림도 없다. 거기다 우린 이제 3개월 살았으니 전세금을 빼는 것도 무리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기분이 우울해져 컴퓨터를 켠 김에 야동이나 하나 내려받아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항상 아내가 집에 있어서 야동을 못 본 지도 꽤 되었다. 

혹시 오랜만에 야동을 보면 밤에 정력도 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야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사지... 온천... 유부녀 헌팅... 그래 유부녀 헌팅. 이게 좋겠다. 

얼른 야동을 다운받아 바지를 내리고 감상을 시작한다. 

그래... 역시 남자의 로망은 남의 아내지.ㅋㅋㅋ 

야동 속 남녀가 절정에 이를 때 나도 내 물건을 잡고 절정에 이르렀다. 

역시 일을 치르고 난 뒤 찾아오는 현자타임.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물로 전신을 한번 헹군 뒤 간단한 옷을 걸쳐입고 집 밖에 나왔다. 

한 한 시간여 산책을 했을까... 돌고 돌아 집 근처로 다시 돌아왔다. 

산책을 한 탓인지 갑자기 갈증이 느껴져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이온음료를 하나 고르고 계산대를 향하는 그때... 

계산대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아랫집 그 새끼였다. 

나도 모르게 얼른 몸을 숨기려 하다가, 괜히 나 혼자 자존심이 상했다. 

저새끼가 뭐라고... 


다시 기합을 불어넣고 당당하게 걸어가 그놈 옆에 섰다. 

그놈은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인사도 안 하고 다시 계산대로 눈길을 돌렸다. 


[던힐도 하나.] 


싸가지 없는 새끼. 아무리 알바생이라도 반말 찍찍하기는. 

그놈은 거기에 맥주도 큰 걸로 한 캔 내려놓았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놈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바지 주머니 양쪽을 열심히 뒤지더니 빡친 표정이 되었다. 

하. ㅋㅋㅋ 지갑을 두고 나왔구나 저놈 

그때, 그놈이 갑자기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말을 걸었다.


[거, 돈 좀 빌립시다.] 

[네?] 

[지갑을 두고 와서, 이것 좀 사게 돈 좀 빌립시다.] 


그게 빌리는 태도냐... 그래도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이것으로 안 빌려주는 건 쪼잔해보이잖아 


[이번엔 그냥 제가 같이 계산하죠.] 

[여, 땡큐] 


땡큐는 시발. 학교나 나왔을까 의심스러운 놈이. 


계산을 하고 내 음료를 들고 편의점을 나와 설치된 파라솔 의자를 하나 끌어당겨 앉았다. 

그리고 한 모금 하는 그때, 그놈이 내 옆의 의자를 끌어가더니 덩달아 앉았다. 

그리고는 맥주 캔을 까는 동시에 담배에 불을 붙여 태우기 시작했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게 내뱉은 뒤, 맥주 캔을 내 앞에 흔들어 보이며 그놈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잘 먹겠소.] 

[예, 뭐.] 

[그나저나 같은 집 살면서 통성명도 못했소이다. 박광석이오.] 

[한성주입니다.] 

[형씨는 무슨 일 하시오?] 

[그냥 뭐 통계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통계? 그럼 온종일 숫자만 세고 있겠구먼 ㅋㅋ] 


그럴리가 있느냐 병신아 


[뭐 이런저런 일 하죠.] 


그러고 보니 이놈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나는 뭐 그냥... 억울한 사람들 돕고 살지.]


무슨 개소리지 이게. 


[억울한 사람이요? 뭐 법 관련 일하시나요?] 

[옛말에도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잖소. ㅎㅎ] 

[주먹이요?... 어... 그럼...] 

[그냥 떼인 돈 받아주러 여기저기 다니지.] 


아... 역시... 주먹 쓰는 건달이었구나 


[아 ㅎㅎㅎ... 근데 그게 억울한 사람이랑 무슨 관계가?] 

[돈 떼인 사람보다 억울한 사람이 어디 있소? ㅎㅎㅎ] 


뭐 너한테 패악질 당하는 사람들도 억울할 거 같긴 한데... 



그때 그놈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댁 마누라가 아주 물건이던데] 


... 미친놈. 남의 마누라보고 물건이라니 .


[내가 딱 보면 알지.ㅎㅎㅎ 내 좆을 거쳐 간 기집들이 한둘이 아니라 그냥 딱 보면 아 네년 물건이다, 아니다. 딱 감이 와!] 


더이상 참을 수 없다. 


[듣기 거북하네요 선생님.] 

[ㅋㅋㅋ 아 뭐. 미안. 미안하오.] 


그리고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다시 입을 뗐다. 


[그런데 한 번만 물읍시다. 댁 마누라 진짜 물건 아니오?ㅎㅎㅎ] 

[그만하시죠.] 

[아니 내가 여기 온 지 밤이 세 번 지났는데, 아직 윗집에서 앵앵거리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단 말이지.] 

[... 무슨 말씀이신지?] 

[그런 물건은 제대로 어루만져주면 집안이 떠나가라! 앵앵 소리를 내야 하거든.]


진짜 이 개새끼가... 


[천박해서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습니다.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ㅋㅋㅋ 아니면 설마... 그 사내구실도 못하고 있는 거 아니오?] 


순간, 내 가장 깊숙한 치부가 들켜버린 것만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온몸을 강타하는 치욕 감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 농담이오 농담 ㅎㅎㅎ 미안. 미안.] 


그놈을 한번 있는 힘껏 노려보고 집으로 발을 돌렸다. 

그놈은 여전히 실실거리면 남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개새끼... 

진짜 너무 분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호흡이 가빠지고 당장 뭐라도 부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마음을 좀 진정시키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좀 한 뒤 거실에 나와 티브이를 틀어놓고 티브이에 집중하려 했지만, 도무지 내용이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랫집에 사는 짐승 새끼를 아무도 모르게 살해할 수십 가지 방법을 이리 떠올리고 저리 떠올리다가 저녁을 먹는 것도 깜박하고 어느덧 아내가 올 시간이 됐다. 

내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내의 전화다. 


[어 여보. 어디야?] 

[오빠 나 집 앞에 분리수거장 쪽이야. 택시가 더 못 들어간다고 해서 그냥 여기 내렸어. 짐이 많은데 좀 와서 들어줄 수 있어요?] 

[당연하지. 조금만 기다려. 바로 나갈게.] 


옷을 대충 차려입고 집 밖을 나섰다. 

그리고 분리수거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더 가까이 가니 걸어오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아내와, 아랫집 개새끼였다.


[아... 오빠... 이 분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난처해 하는 아내. 그 옆에 실실 웃고 있는 그놈. 

아마 도와주겠다고 부득부득 우겼겠지. 


[아,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들고 갈게요. 주시죠.] 


이제 보니 아내의 짐을 모두 그놈이 들고 있었다. 


[오빠 무거워. 나랑 같이 나눠 들어요.] 

[아냐 괜찮아] 


그리고 그놈에게 짐을 넘겨받았을 때,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았다. 

와... 저놈은 이걸 들고 저기서 여기까지 가볍게 왔다고? 

팔이 끊어질 것 같다. 얼굴이 터질 듯 힘을 줘 집 앞까지 들고 왔다. 

하지만 문제는 계단. 계단을 어찌 오른다... 


[거 좀 주쇼. 위까지 들어드릴게] 


저 놈에게는 절대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 

그놈 말을 가볍게 씹고 계단을 향해 후들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마침내 2층에 도착하여 짐을 잠시 내려놓고 아래를 보니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단의 중간을 지나고 있었고, 그놈은... 그놈은 아내의 뒷모습을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또 기분 나쁘게 실실 웃기 시작했다. 

아내를 얼른 집 안으로 들여보내고 나도 들어와 짐을 던지는 주방 바닥에 놓고 주저앉았다. 


[오빠 괜찮아? 그러니까 왜 그랬어... 같이 들자니까...] 

[괜찮아... ㅎㅎㅎ 이 정도는 괜찮아 여보. 얼른 반찬 정리해. 흐흐 나 침실에 가서 좀 누워 있을게] 


아내를 뒤로하고 침대로 와 누웠다. 정말 팔과 어깨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어느새 아내는 반찬 정리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침대로 와 내 옆에 누웠다. 

사랑스러운 아내... 그런데 아내의 얼굴을 보자 낮에 그놈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내구실을 하고 있냐... 

아내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아내의 티셔츠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으응? 아잉. 오빠 갑자기 왜 그래. 흐흐] 

[하고 싶어서] 

[변태. 흐흐흐 그럼 오늘은 내가 좀 먼저 해줄게] 


아내는 말을 마친 뒤 내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내 똘똘이를 손에 쥐었다. 

아내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이미 내 물건은 한껏 발기한 상태였다. 

아내는 내 물건을 위아래로 쓰다듬다가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쭈웁... 쭙.... 쪽.... 쭈웁... 


아 내 몸의 뿌리까지 뽑히는 기분이다. 아주 좋다. 아... 너무 좋다... 그런데... 아 


[혜연아... 그만, 그만, 어억.] 


그만 못 참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아내는 티슈를 뽑아 거기에 내 정액을 뱉었다. 


[미안... 다시 하자 잠깐만] 

[미안하긴, 오빠 많이 피곤한가 보다. 낼 또 출근해야 하잖아.ㅎㅎ 오늘은 일찍 자자] 


 

아내는 옷을 정리하고 내 팬티와 잠옷 바지를 입혀준 뒤, 내 옆으로 와 누워 잠을 청했다. 


'남자 구실을 하고 있소? '


귓가의 그놈의 목소리가 맴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목요일 아침이다. 

기분이 상쾌하다. 날씨가 아주 좋아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저번주 일요일 이후 월, 화, 수 3일. 그리고 오늘 출근길까지 아랫집의 그 재수 없는 새끼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저번 금,토,일 3일은 내 생애 우리 부장보다 짜증 나고 보기 싫은 인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날들이었다. 


다만 한가지 이번 주 동안 안 좋았던 건... 저번 일요일 밤에 아내와 밤일을 어처구니없게 끝낸 게 뭔가 문제가 되었나 보다. 

월요일 아침은 정신없이 나와서 그런 걸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웬일로 적극 잠자리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아. 일요일 밤이 너무 아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날은 너무 피곤해 밤일을 할 기력이 전혀 없어 다음으로 미뤘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 출근하려고 할 때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느끼고 아차 싶었다. 아... 어제 힘들었어도 해야 했는데...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아내를 만족하게 해줘야겠다 했는데 거래처인 연구원과 회식이 잡히는 바람에 한밤중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내는 이미 잠이 든 후였고, 나도 체력이 없어 섹스는 엄두도 못 냈다. 

그래서 마침내 수요일.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와 아내와 한번, 그리고 잠이 들기 전 한번, 아내를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늘 아침 아내의 표정은 그래도 한결 좋아진 듯했다. 뭔가 괜히 뿌듯하다. 


[한대리, 오늘 출장 좀 가!] 

[출장이요?] 

[어. 미선씨가 출장계는 대신 낼 테니까 얼른 준비해서 00 연구원에 좀 가봐. 거기서 뭐 줄 게 있다네. 그것 좀 받아와!] 

[아 예. 알겠습니다.] 


00 연구원은 갑질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교 동문회 회장이 지금 그 연구원의 원장으로 있다. 

저번에 회식 때 한번 보고 나도 동문이라고 하니까 바로 의형제를 맺을 기세로 술을 엄청나게 처먹이더니, 

그 뒤로 내가 그 연구원에 갈 때마다 불러서 차 한 잔씩 준다. 

그러다보니 00 연구원 사람들도 나한테는 그렇게 심한 갑질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걸 안 부장이 거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를 보내서 뗴우려고 하는 점이지만.

 

여튼 회사를 나와 00연구원에 도착하자 의뢰 처를 찾았다. 하지만 아직 물건이 나오지 않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덧 점심시간도 지나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대충 한 끼 때운 후 다시 연구원을 찾았다.


[예, 선생님. 아직 그 물건 연락 없나요?] 

[직원: 아 그거 심 박사님이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설문지가 아직 수거가 덜 되어서 다음 주나 돼야 나올 거 같다네요.] 

[예? 아.... 헛걸음했네요...] 

[직원: 다음주 월요일, 아니 그냥 화요일에 다시 한번 와보세요.] 

[예... 고생하세요.] 


연구원을 나와 쌍욕을 내뱉으며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 한성주입니다. 그거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하. 나쁜 새끼들... 알았어. 복귀해.] 

[예. 알겠습니다 부장님.] 

[아니다. 거기서 여기오면 4시 넘잖아?] 

[예. 그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냥 퇴근해. 어차피 출장 오늘 종일로 냈잖아.] 

[예?] 


뭔 소리지? 지금 내가 부장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 맞나? 


[퇴근하라고. 한대리도 신혼인데 가끔 일찍 집에 가기도 해야지] 

[아. 진짜요 부장님?] 

[싫으면 회사로 복귀하던가. 끊어 빨리!]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내일 뵙겠습니다!] 


하. ㅋㅋㅋ 오늘 일 꼬인다 했더니 운수 좋은 날이었구만ㅋㅋㅋ 

성격 지랄 맞은 꼰대 부장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찍 퇴근을 시켜주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여하튼 오랜만의 좋은 운수에 감사하며, 서둘러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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