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러브 트위스트 16부 -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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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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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새로운 시작 



이 회장을 다시 만나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고, 이 회장은 지난날 주련이 이혼을 했고, 많은 일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씩씩하게 다시 일어서고 있는 그녀가 대견했다.  


“주련씨, 내가 이번에 선물 하나 하고 싶은데…” 


이 회장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워낙 그녀가 도움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그는 조심스러웠다.  

두사람이 만날 때면 주련은 이 회장의 재력을 알지만 두세 번에 한번은 꼭 자신이 밥을 사야 한다며 밥을 사곤 했다. 

그것이 주련에겐 자존심이었고 더는 돈에 팔린, 권력에 팔린 창녀 같은 여자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회장은 수수한 그녀와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즐거웠다. 

그녀와 함께 국밥집을, 젊은 사람들이 가는 맥줏집을, 서민들이 가는 선술집에서 막걸리 마시는 저녁이 그에게 소중했다. 

그만큼 그는 주련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고, 그녀를 알아 갈수록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것, 

또 지난번 처음 본 자신에게 몸을 내줄 만큼 헤픈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네? 무슨 선물이요? 지금까지 많이 주셨잖아요.” 

“난 주련씨가 거기 사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려요.” 


이 회장은 주련이 다세대 주택에 사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왜요? 많은 사람이 다 그렇게 살고 있어요.”   

“아니… 내 뜻은 그게 아니라 좀 더 안전한 곳에 살았으면 해서요. 지난번 뉴스에 난 것도 있고…” 


그는 낯선 남자가 따라와 문을 열려고 했던 뉴스를 상기시키며, 


“난 주련씨가 안전하게 있어야 내 마음이 놓이고 비로소 나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참… 푸훗” 


주련이 웃으며, 


“아무도 저 따라오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그래서 말인데 잠깐 따라와 봐요.” 


이 회장은 주련을 데리고 택시를 탔다. 


이 회장은 주련을 만날 땐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을 그녀가 불편해해서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 회장은 주련을 위해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안전과 교통을 고려한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 고른 아파트는 이 회장의 말처럼 안전관리가 잘되어 있었고, 

내부 구조도 편리해 보였고, 인테리어도 새로 공사가 된 듯 세련되보였다. 


“이게 다 뭐에요?” 


주련이 놀라 묻자, 


“맘 같아선 훨씬 크고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주련씨가 거절할 걸 알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한 거니까 제발 거절하지 말고 내 성의를 받아줘요.” 


이 회장의 진심이 느껴졌다. 주련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이 회장이 주련을 끌어안자, 주련이 그의 품에 안겼다. 주련은 그의 품에서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다.   


주련은 이 회장을 만나며 세현을 잊었다. 아니 잊었다기보다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이 차이도 크고 그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주련은 젊은 그를 더는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또 공교롭게도 그 시간 동안 세현은 군 복무 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가 멀어졌다. 

어쩌면 그전에 이미 끝난 사이를 주련이 억지로 붙잡고 있었는지 몰랐다. 


아이러니하게 이 회장은 주련보다 스무 살이 많았다. 하지만 주련은 행복했다. 

이 회장이 누구보다 그녀를 아껴줬고, 항상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부가 넘치는 재력을 가진 이 회장이었지만 그는 주련을 만날 땐 언제나 기사를 물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주련은 그가 얼마나 많은 재력을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알수록 욕심이 생길 것 같았고, 또 주변에서 돈을 따라 엎어지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던 중 두 사람이 만난 지 1년이 되는 연말에 이 회장이 주련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그의 깜짝 프로포즈는 주련이 강의하는 영어 학원에서 이 회장이 미리 한명 한명의 수강생들에게 양해를 구해 수업 중에 이루어졌다. 


놀란 주련이 눈물을 흘렸고, 감동했지만 그의 청혼의 대답은 유보했다. 

이 회장은 낙심했지만 주련의 처지를 먼저 살폈다.  


주련은 그의 청혼을 바로 승낙할 수 없었다. 

경제력과 생활 자체가 워낙 그와 상반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솔직히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봐온 주련은 누구보다 자기 일에 열정이 있고, 똑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였으며, 

무엇보다 그녀는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선 자신감 있는 그녀를 그는 좋아했다. 

물론 그녀의 외모, 성격도 매력적이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했지만 주련처럼 당당할 땐 당당하면서 보수적일 땐 보수적인 여자는 본 적이 없었고, 

대부분의 여자는 어떡하든 그와 잠자리를 하고 난 후 돈이나 보상을 더 바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지난날 주련과 처음 관계 이후 아직 그녀와 관계를 갖지 못했다. 

물론 그는 서둘지 않았고,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기다렸다.       


그는 해를 넘기며 주련을 설득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이미 성인이고, 주련도 딸아이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노력 끝에 마침내 주련의 마음이 열렸고, 두 사람은 봄이 되면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군 복무 중인 이 회장의 아들이 제대하는 5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두 사람의 결혼 준비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주련의 부모님도 기쁘게 이 회장을 만났고 주련이 이 회장의 주변 친지들을 만났을 때도 모두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결혼 2주를 앞두었을 때 주련에게 문자가 왔다. 


[결혼한다며?] 


갑작스런 세현의 메시지에 주련은 놀랐다. 얼마만의 연락인가? 

그녀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에게 답을 했다. 


[응… 오랜만이네. 휴가 나왔어?]

[ㅋㅋ 축하해. 성공했네 ㅋㅋㅋㅋ] 


주련은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 집으로 와] 

[안돼. 이제 가지 않을 거야. 나 이제 너 만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인제 그만 연락하자. 알지? 나 학교도 그만뒀어.] 

[ㅎㅎ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금 안 오면 후회할텐데] 


주련은 불안했다. 그 불안이 바로 현실이 되었다. 

지난날 옷을 벗고 세현에게 보낸 사진이 세현으로 부터 돌아왔다. 


[세현아. 이거 가지고 있으면 어떡해? 빨리 지워줘] 

[지금 오라고] 

[밖에서 만나자. 지금 난 괜찮아. 어디서 만날래?] 

[나 지금 이런 거 다 지우고 결혼 축하해 주려고 오라고 하는 건데 자꾸 이러면 그냥 다 깨버리는 수가 있어.] 

[알았어. 지금 갈께] 


주련이 결심한 듯 그에게 간다고 답했다. 

어차피 결혼 전에 그를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온 세현의 집은 그 웅장함이 그대로였다. 

세현은 군 생활로 그의 흰 피부가 조금 타 보였고 옛날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잘 있었어? 건강해 보여서 보기 좋다” 


주련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세현은 주련을 보자 그녀를 안으며 키스를 하려 했고, 주련이 그의 입술을 피하며, 


“이러지 마…” 

“오… 이제 새신부라 이거지? 오케이 오케이” 


세현이 물러나며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런 세현을 달래 듯 주련이 다가가 건너편 소파에 앉아, 


“세현아. 우리 인제 그만 만나야 하잖아. 우리 그동안 좋았지만 이제 너도 제대하면 복학해야 하고…” 

“하하… 나 학교 관둔 거 몰랐어?” 

“무슨 소리야?” 


주련은 깜짝 놀라 물었다.  


“나 전역하면 바로 유학 가. 우리 꼰대가 신혼을 즐기고 싶은가 봐. 크크” 


주련은 지금 세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 하하” 


그리고 세현이 전화기를 꺼내 사진 하나를 찾아 주련에게 던져줬다.  

그 사진은 세현이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사진이었고, 옆에는… 


주련은 그의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세현이 아버지 방을 가리키며, 


“내가 지난번에 그랬지? 저 방에 들어오려는 여자들 많다고. 근데 성공했네. 축하해. 크크크” 

“아… 아니야. 아니야…” 


주련은 믿지 못할 사실에 괴로워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방해 안 할 테니까... 크크”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흐으윽... “ 


주련이 흐느끼며 한탄했다. 

잠시후 조금 진정이 된 주련이,


“세현아, 정말 몰랐어. 미안해.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 내가 포기할게”  

“아이참, 걱정 말라고. 어차피 누군가 들어올 거라면 내 입장에선 모르는 이상한 여자보다 훨씬 나으니까” 

“...” 


주련은 이 심각한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그냥 해. 난 어차피 유학 나가면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 없는 동안 우리 꼰대 잘 보살펴줘.”

“정말 진심이야?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주련은 혼란스러웠다. 당연히 이 결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면서도 이 회장을 생각하면... 그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럼 뭐라고 하고 그만둘 건데?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하고 끝장내던지…” 


세현이 일어나 주련에게 다가가 그녀를 눕혀 옷을 벗기려 했다.


“제발~~~ 그… 그만… 그만해~~” 


주련이 흐느끼며 그를 밀쳐냈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고요한 적막을 깬 건 주련이었다. 


“그 사진과 동영상은 다 지워줘. 부탁할게. 그리고…” 


잠시 망설인 주련이, 


“내가 너 아이 임신했던 건 알고 있어?”   


세현이 주련의 말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찾고, 


“그래서 뭐? 다 지난 일이잖아.” 

“그래도 이 결혼을 하라고? 결혼하면 너하고 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그러자 세현이 전화기를 꺼내 단축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상대방이 나오자 통화를 시작했다. 


“아버지. 신주련 강사 오늘 만났어요. 아니 이제 어머니라고 해야 하나요?” 


주련이 놀라 스스로 숨소리라도 들릴까 입을 막았다. 


“네. 네. 제가 자대 복귀전에 한번 봬야 하잖아요. 어차피 모르는 분도 아니고…”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주련이 놀라 묻는 데 바로 주련의 전화가 울렸다. 주련이 전화기를 꺼내 보니 이 회장이었다. 


“받아 봐” 


잠시 망설인 주련이 전화를 받았다. 

이 회장은 세현을 만난 것에 대해 궁금해서 물었고, 주련은 잘 만나고 헤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기로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사실 아버지 만나는 사람 있는 건 예전에 알았는데 그게 당신인지는 지난주에 알았어. 나도 고민 많이 했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근데 내린 결론은 그냥 그대로 가자야. 아까 말했듯이 누군가는 이 집에 들어올 거야. 그럴 바에야 모르는 이상한 여자보다는 당신이 나아. 

사실 내가 말은 안 했지만 당신은 좋은 여자야. 똑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쁘고,... 그래서 그냥 그대로 했으면 해.”  


주련은 그의 진심을 처음 듣는 것 같아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아 참! 하나 더… 물 많고...크크”  


주련이 눈을 치켜뜨며 그를 때리려 달려들었고, 세현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 집에 들어와. 그랬으면 좋겠어. 우리 같이 살아봐”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던 주련이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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