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아랫집 건달에게 아내를 빼앗겼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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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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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깨우는 알람 소리.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켜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어느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눈을 비비며 침실을 나서니 거실에서는 아내가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피곤할텐데도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차리는 아내에게 느끼는 고맙고, 미안한 감정은 이제 내 하루의 시작처럼 되었다. 


[일어났어요 오빠? 얼른 세수하고 와요. 밥 거의 다 됐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내와 나는 대학교에서 만났다. 

제대 후 복학생으로 쭈뼛거리며 참석한 개강파티에서 아내는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신입생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건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복학생 아저씨 소릴 듣기 싫어 있는 말 없는 말 다 가져와서 시끌벅적한 개강파티에 적극적으로 녹아들어갔고, 

나중에 들어보니 신입생이던 아내에게는 그 모습이 굉장히 듬직해 보였단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던 아내에게 온갖 남학생들이 들이댔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듬직한 복학생 오빠'였다. 


세수를 마치고 나와 식탁에 앉자 요리를 하는 아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목을 다 가리는 긴 생머리. 

목에서 직각으로 곱게 뻗은 어깨. 

여리여리한 팔. 

고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허리. 

그리고 잘록한 허리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골반. 

겉으로보기에도 탄탄하게 쭉 뻗은 다리. 


아내와 사귀고 놀랐던 건 항상 펑퍼짐한 옷만 입어서 몰랐던 몸매였다. 

좋은 몸매를 가진 여학생들이 과 남학생들의 술자리에서 좋은 안줏거리가 되는 걸 잘 알았기에, 

아내에거 더 몸매가 두드러지는 옷들을 못 입게 닦달했던 기억도 있다. 


아내의 몸매 중 단연 내가 제일 자부심 드는 부분은 가슴이다. 

키스를 하며 아내의 옷 속에 손을 넣어 처음으로 가슴을 움켜쥐었을 때, 한 손에 꽉 차는 그 가슴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야동에 나오는 거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이 세상에서 '적당히'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리고 벗겨놓았을 때 가장 예쁜 가슴.


어느덧 식탁에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차려지고 아내가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안 피곤해요 오빠? 어젯밤에 아랫집 너무 시끄럽더라] 

[아, 맞아 밤새 뭘 그리하는지... 근데 아랫집 빈집 아니었어?] 


우리 집은 2층으로 되어있는 다세대 주택이다. 

결혼한지 이제 3개월이 된 우리 부부는 너무 일찍 결혼한 탓에 모아둔 돈이 없었고, 결국 부모님의 도움으로 겨우 전세금을 마련해 이 집 2층을 얻었다. 

우리가 들어온 뒤로 쭉 아랫집은 비어있었다. 


[응. 어제 이사 왔더라고. 막 용달차에서 짐 내리는 것만 봤어요] 

[으응~ 에이 아래 빈집이라 편했는데. 이 집이 다 우리 집 같고 ㅎㅎ] 

[ㅎㅎㅎ 얼른 돈 모아서 우리 집 사자 오빠. 아참, 오늘 분리수거하는 날이야. 오빠 이따 출근할 때 몇 개 좀 같이 들어줘요.] 

[내가 그냥 나가면서 전부 들고 갈게. 집에서 쉬어.] 

[아냐 아냐. 많아 오빠. 같이 나가요.]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나는 양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며 아랫집을 슬쩍 봤는데, 시끄러웠던 어젯밤과 달리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집 앞에 분리수거장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왔다간 흔적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쓰레기봉투를 풀어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어디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자 웬 거한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무척이나 특이했는데, 몸에 달라붙는 흰색 몸통에 팔 부분은 알록달록한 남색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자 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거한이 입은 옷은 그냥 흰색 러닝이었고, 양팔은 맨살이 더 적어 보일 정도로 온통 문신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마침내 거한이 코앞까지 오자 그의 굵은 팔뚝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팔에 문신된 용과 각종 동물이 그의 뜀박질에 따라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근육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한이 내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 왜... 왜 그러지?) 

[어이, 길 좀 비킵시다. 거 사람 지나가는 거 안보이오?] 

[아 예... 죄송합니다.] 

[사람 엿 먹이는 것도 아니고... 시발] 


순간 내가 큰 잘못을 했나 싶었나. 이 미친놈은 뭔데 갑자기 욕지거리인지... 

뭐라 나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마치 내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 앞에서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외치고 옆으로 비켜설 수밖에... 

아내도 겁먹은 눈을 하고 내 옆에 바짝 붙어 길을 비켰다. 


길을 비켜줬음에도 뭔 불만이 그리 많은지 날 야리던 그놈은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때 그놈의 눈길이 잠시 내 아내에 머물고 순간적으로 위아래로 훑어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놈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를 바라봤는데, 왠지 모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이어서 

이번만큼은 나도 모르게 열이 받아 그만 내 깜냥 이상의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저희 분리수거 하고 있는 거 안보여요? 지나갈 거면 빨리 가던가요.] 


내 옆의 아내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말렸고, 바로 나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뭐??? 하 시발. ㅋㅋㅋ 이새끼가. ㅋㅋㅋ] 


그놈은 실실 웃으면 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진짜 가까이서 보는 그놈의 근육은 바늘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단해 보였다. 

있는 힘껏 허세를 부려보려 했지만, 이미 내 다리는 나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 걸음 앞까지 온 그놈은 바로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억!] 


나는 얼굴을 감싸 쥐며 그만 뒤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어라? 그런데 전혀 아프지가 않다. 

얼굴을 감싸 쥔 팔을 풀고 고개를 들자 허공에 멈춰 있는 그놈의 커다란 주먹이 보인다. 


그렇다. 주먹을 날리는 시늉만 한 것이다. 

그런 공갈포에 잔뜩 졸아서 주저앉아버린 게 쪽팔릴 틈도 없이 그놈의 실실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는 다시 뒤로 돌아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했다. 놈은 내 아내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아내가 얼른 내게 다가와 손을 잡고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줬다. 

정말 미치도록 창피했다. 하필 아내 앞에서... 


[괜찮아 오빠? ㅜㅜ 그러게 왜 저런 사람들 상대해...] 

[으응... 괜찮아 괜찮아... 아이씨.... 피하려고 했는데 미끄러져서....]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며 그놈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중,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놈은 우리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아랫집'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어제 이사 온 우리 아래 이웃. 그 이웃이 바로 저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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