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러브 트위스트 2부 - by 원오브뎀(SkyOneoF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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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현 


며칠 후, 주련이 수업을 마치고, 학과 사무실에 들러 근로 계약 관련 미비 서류 제출 후 건물을 나서는데

건물 밖 계단 끝에 여러 여학생과 함께 있는 세현을 봤다.

주련은 아는 척을 하려다 여러 여학생 사이에 있는 그를 부르는 것에 왠지 어색해서 그냥 모른 척 지나갔다.

주련은 그런 감정이 드는 것에 스스로 웃음이 났다.

그때 주련의 왼쪽에서 다가온 남자가 오른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듯 두르며 오른쪽 어깨를 살며시 움켜쥐는 듯하더니 팔을 내리고 그녀 옆에 섰다.


“안녕하세요.”

“엇! 아…!”


놀란 주련이 걸음을 멈추며 그를 봤다.


“왜 그냥 가세요? 아는 척도 안 하고?”


세현이였다. 깜짝 놀란 주련이,


“어...? 아… 그… 그냥… 친구들하고 있는 거 같아서…”


주련은 자신이 왜 당황하는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주련의 당황하는 모습에 미소를 띤 세현이,


“선생님, 목요일 12시 강의 마치고, 점심 먹어요.”

“응? 12시?”

“아니요. 12시 강의하셔야 하잖아요. 저도 들어야 하고요. 우리 그냥 재낄까요? 하하”

“아…? 응? 안돼! 수업 마치고? 으...응. 그래… 응.”


주련은 약간의 떨림을 느꼈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뒤쪽 세현이 있던 곳을 힐끔 봤다.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세현과 같이 있던 여학생들이 이야기를 하며 세현과 자신을 보고 있는 듯했다.


주련은 세현을 다시 본 것이 반가웠지만 빨리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자신을 내려보는 세현의 눈빛 때문인지 세현의 뒤로 비치는 태양 빛 때문인지 주련은 눈이 부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주련은 세현의 식사 제안을 거절 않고 한 번에 수락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뭐 어때? 제자하고 밥먹는데…’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목요일, 주련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설렜다. 얼마만의 감정인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주련은 자신이 우스웠다.

토스트에 우유 한잔이라도 아침을 꼭 먹고 나가는 남편을 위해 아침을 챙겨 남편을 출근시키고,

늦잠 자는 딸아이를 깨워 아파트 입구에 시간 맞춰 오는 유치원 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전쟁 같은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나니 비로소 출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진한 곤색 스커트와 흰 블라우스를 깔끔하게 입은 주련이 혹시 브라가 비치지 않는지 거울 앞에서 살펴보았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부터 학생들을 가르쳐 온 탓에 옷매무새와 행동을 단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다.


안에 받쳐 입은 슬립 때문에 속옷이 비치지 않았고, 흰색의 블라우스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

강의를 하는 내내 주련은 300여 명의 학생들 사이에서 세현을 찾았다.

처음엔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도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 사이에 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왠지 불안했다.

1시간 30분의 강의가 끝나고 주련은 천천히 자료를 챙기며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살폈지만, 그들 사이에 세현은 없었다.

주련은 지난번 세현을 봤던 학과 사무실 건물에도 가보고, 학생회관 건물 쪽에도 가봤지만 세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오늘 학교 오지 않았나?’


주련은 학생회관에서는 태연한 척 누구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행동했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어서 얼굴을 아는 학생이 인사를 해도 밝게 웃으며 지나쳤다.


주련은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교를 나서는데, 세현이 학교 정문에 서 있다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그의 미소로 주련의 실망스러운 마음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선생님, 저 찾으러 다니셨어요?”


세현이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 어?...아..아니.. 으...응. 너 오늘 결석했지?”


주련은 그를 찾으러 다닌 것이 들킨 것 같아 창피함을 느꼈지만, 이내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해야 할 역할로 물었다.


“출석도 안 부르시면서 제가 결석한 줄 어떻게 아세요? 제가 나왔나? 안 나왔나? 저만 찾아보시나 봐요? 하하”


세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 그 많은 학생의 출석을 부를 수 없어서

주련이 가르치는 교양과목의 경우 출석은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개인의 출석을 확인할 방법은 사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출석 여부는 학점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응? 아니… 그… 그냥 물어본 거야.”


주련은 그의 말에 당황하여 얼버무렸다.


“가요. 버스 타시죠? 저도 갈 데가 있어서 버스 타러 가야 하니…”

“우리 밥 먹기로 하지 않았어?”


주련은 그의 말에 혼란스러워 물었다.


“아… 맞다. 제가 깜박했네요. 죄송해요. 식사는 다음 주에 꼭 해요.”


세현이 미소를 띤 얼굴로 주련의 눈을 보며 말했다. 주련은 실망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그러자. 나도 집에 빨리 가봐야 해서…”


두 사람은 나란히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주련은 혹시 같은 버스를 타면 가면서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을 듣고 그는 그녀와 다른 버스를 타는 걸 알았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주련을 불렀다.


“신 교수! 신 주련 교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쪽을 보니 학과장과 학교에서 안면이 있는 교수 두 분이 주련을 보며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주련은 세현에게 살짝 미소를 짓고, 그들에게 걸어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약 7~8미터의 거리를 두고 세현과 떨어져 있는 주련은 이따금 교수들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세현을 향해 있었다.


혼자 서있는 세현 역시 주련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교수들과 마주한 주련은 마음이 조급했지만, 교수들은 주련을 놓아주지 않았다.

마침내 세현이 기다리던 버스가 먼저 도착했고, 세현은 말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주련은 버스에 오르는 세현의 뒷모습과 버스 안에서 뒤편으로 이동하는 그의 모습을 창을 통해 보고 있었다.

키가 큰 세현의 얼굴이 창보다 높아 가려져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문을 닫고 출발하는 순간 세현이 고개를 숙이며 창을 통해 주련을 봤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안도했다.

버스가 점점 멀어지며 두 사람의 시선은 더 이상 서로를 볼 수 없었지만, 주련은 계속해서 멀어져가는 버스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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