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서희의 신혼 - 임관식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진규 씨... 호호 김밥이 이게 뭐예요?`

`아니,, 그냥 하노라고 했는데,,, 그래도 맛있으면 되는 거 아냐?`

`네네,,, 호호,,, 그니까 제가 한다고 했잖아요.`

`누나 혼자 다 하면 힘들잖아,,,, 그리고 웬만하면 사다 주자니까.`

`그래도 오랜만에 직접 해준 음식 먹이고 싶어요.`


오늘 아침부터 우리는 분주히 움직였다.

희문이가 훈련을 마치고 임관을 하는 날이었고 그래서 그곳으로 가는 준비 중이었다.

그 지옥에 갇혀 있어 아들과 못 본 지 꽤 되었기에 많이 설레었다.

아들 잘 해냈겠지?  엄마가 갈게..


`누나,,, 음식은 다 싼 거 같고,,,나 카페 좀 다녀올게.`

`네,,,`


우리가 항상 집을 비울 때 하는 커피 비치를 하러 갔다.

지난번 신혼여행 후 돌아와 보니 그 많던 커피와 생수는 다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놓고 간 각종 야채가 풍성했다.

덕분에 당분간은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넉넉히 놓고 왔고...누나,,,옷은 좀 예쁘게 입지...너무 편하기만 하잖아.,..오랜만에 아들 만나는 건데,,,`

`그냥 편한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도 머리는 어제 만져서 더 예쁘네,,헤헤.,..`


난 입던 옷을 벗고 그이가 골라준 약간은 귀티 나는 치마와 남방을 입었다.

5월 중순의 날씨는 낮에는 더웠지만 아침저녁에는 쌀쌀하기에 겉에 입을 옷도 챙겼다,

그이도 세미스타일의 정장으로 입었는데 항상 편한 등산복이나 츄리닝의 모습만 보다 보니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은근히 그이가 멋있어 보였다.


`누나 준비 아직이야?`

`네,,,, 화장만 좀 더 손보고요...`

`아이참,,,, 그냥 대충해도 우리 누난 예쁘니까 얼른 가자. 늦겠어`

 

그 말에 시계를 보니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듯해서 얼른 그이와 밖으로 나갔다.

손에는 희문이를 위한 음식이 가득하였다. 김밥,,,, 불고기,,,, 샌드위치,,,, 등등...

차에 음식을 싣고 출발하였고 다시금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었다.


`휴우,,,, 그나마 아직은 차가 안 막히네,,,, 역시 이럴 때는 일찍 출발해야 돼.`

`그러게요,,,,`

`근데,,누나 저번에 내가 말한 거 이모님이 아직 말씀 안 하셔?`

`아. 그거요? 오늘 다시 여쭤볼게요.. 근데 당신은 정말 괜찮은 거예요?`

`괜찮으니까 내가 먼저 말했지,,,,`

 

그이는 신혼여행을 하고 온 후 이모 집에서 자면서 밤에 나에게 말을 하였다,

이모가 혼자 사는 것도 그렇고 딱히 지금 사는 그곳이 이모에게 좋은 것도 없으니 이참에 이모를 모셔 와 대부도에서 같이 살자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이모이기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었지만 그이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먼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이모에 대한 배려와 아무리 살고 싶은 곳이라도 낯선 곳에 온 나에 대한 배려가 같이 있었던 것이다. 이종사촌들은 전부 해외로 나가 살고 있었고 이모부도 돌아가신 지 꽤 되어 이모는 혼자 살게 된 지 오래였다.

이모에게 물어보았는데 별말이 없었고 오늘이나 내일 정도에 다시 전화로 물어볼 참이었다.

 

`난 될 수 있는 대로 내 말대로 하셨으면 좋겠어. 누나랑 이모가 서로 의지하는 것도 좋잖아.`

`그치만 난, 당신으로도 충분해요,,,`

`에이 그건 맞는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잖아.,..그니까...그렇게 하자..`

`그래요,,그리고 고마워요,,,쪽`


그이의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배시시 웃어 주었다,

차는 계속 달리면서 가고 있었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을 쉰 것은 제외하고는 계속 이동하여 희문이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후우,,,,,저기에 희문이가 있단 말이죠...?`

`그러게,,근데,,,누나 나도 떨리네.,..`

`그래요?`

`희문이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나 사실 좀 겁나....`


항상 밝고 여유가 있던 그이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희문이의 존재가 그이에게 많은 부담이긴 한가 보다.

임관식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다,

높은 사람이 뭔가 얘기를 하고 우리 희문이 또래의 아이들이 그곳에 늠름하게 서서 경청하며 대답도 하고 경례도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희문이를 찾아봤지만 전부 비슷해서 찾기가 어려웠다.

아...아들도 못 알아보는 엄마가 돼버린 것인가? 그러나 주변을 보니 대부분 나와 비슷하고 상황인듯했다.

드디어 그들이 모자를 던지며 모든 것이 끝나고 각자 자기 아들이나 딸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희문이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뒤에서 약간은 쉬어있는 목소리의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엄마,,,,`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분명히 낯익고 다정한 목소리, 그 아이, 희문이였다,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희문아,,,맞지? 우리 희문이,,흑흑,,,희문아,,,`

`엄마,,,충성!`


군인정복을 멋지게 입은 아들은 나를 향해 우렁차게 경례를 하였고 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그이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흑흑,,희문아,,몸은 어때? 괜찮아? 엄마 보고 싶었지?`

`엄마,,,하하, 하나씩만 물어봐요.`


희문이를 안고 있는 내 손을 그이는 살며시 잡아주었고 희문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아저씨도 오셨네요.`

`응,,그래,,,아주 멋지구나.`

`아닙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있다가 우리는 자리를 옮겨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는 가지고 온 음식을 펴고 희문이에게 먹여 주기 시작했다.

난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이는 그런 나에게 휴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누나,,다 좋은데 이제 좀 그만 울지? 아들 만난 게 울 일은 아니잖아?`

`너무 좋아서 그래요..훌쩍,,,`

`하하,,엄마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그러더니 희문이는 가지고 온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입에 맞는 거 같아 다행이었고 입대 전보다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입대 전에는 입이 짧아 걱정했는데 그래 보이지는 않았다.

 

`희문아 천천히 먹어...근데 뭐가 제일 맛있어?`

`쩝쩝,, 다 맛있습니다. 근데,,김밥이 모양은 좀 그런데 제일 맛있네요.`

`험험. 당연한 거겠지..`


따지고 보니 이렇게 셋이 모인 적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어색함이 적은 것은 어쩌면 그이의 배려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기,, 진규씨도 좀 드세요. 오느라고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요.`

`험,, 이제야 권하다니,,,`

`아,,, 그래요,,,, 아저씨도 드세요.`


그이는 젓가락을 들고는 희문이와 같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그이의 철부지 기질이 유감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불고기를 희문이와 눈치를 보며 경쟁적으로 먹기 시작하였는데. 더 어이없는 것은 희문이였다.

그이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희문이까지 뭔가 경쟁을 하듯 먹고 있는 것이었다.

 

`쩝쩝,, 남은건,,, 희문이 너 먹어,,`

`쩝쩝,, 아닙니다. 아저씨 드십시요.`

 

정말 가관이었다, 경쟁적으로 먹을 때는 언제고 또 이번에는 서로 체면을 차린답시고 권하고 있었다,

아,,,,,근데,,,근데,,,이 분위기가 뭔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아들이 아닌 아이에게 저렇게 허물없이 대하는 그이의 모습.,..

희문이도 아버지가 아님에도 저렇게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말이다.

출발할 때 했던 걱정은 아무 소용이 없는 기우였다.


`호호,,뭐에요? 두 사람?`

`뭐? 군대에서 고생했으니 많이 먹으라고 한건데...`

`아닙니다. 아저씨가 여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뭐,, 그거야,, 근데,, 이제 어디서 근무하는지는 결정이 난거지?`

`네...문산 쪽인데 그곳에서 소대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호오,, 소대장,, 멋지군,,, 난 병 출신이라,,헤헤...`

 

그러면서 그이는 자신의 군대 시절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그이의 얘기를 희문이는 주의를 기울이고 들으며 웃기도 하는등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영락없는 부자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아,,,, 나 화장실 좀,,,, 너무 많이 먹었나 봐.  희문아.. 다녀와서 더 재미있는 얘기해줄게..`

`네,, 다녀오십시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어머?  너 진짜 재미있는 거야?`

`네, 재미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호호,, 그냥 하던 데로 해..`


그이는 자리를 떴고 희문이는 잠시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엄마....`

`응?`

`우리 엄마가 원래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군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엄마는 시종일관 아저씨를 보면서 계속 웃거나 미소 짓고 계셨어요.`

`내가? 진짜?`

`네,,,,내가 예상은 했지만. 예상 이상이네요. 많이 행복한 거 맞죠?`

`음,,,,사실 그래,,,,아무래도 나이는 아래라서 좀 철부지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든든해.`

`맞아요...아저씨 저렇게 속없는 같지만, 절대 아니에요. 할머니 장례 치를 때 정말 많이 의지하고 든든했어요.`

`그래,,근데.,,,엄마가 그때 연락이 안 돼서 많이 힘들었지?`

`그랬죠,,대충 아저씨가 이석주 그 인간 때문이라고 얘기해 줬어요. 근데 지난 일은 더 알고 싶지는 않아요.`


그이의 성격에 내가 연락이 안 되었던 이유를 뭔가 거짓으로 꾸며서 내 얘기를 해주었을 듯했다.

그때의 일을 희문이가 알면 아마 많이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그래,,,희문아,,,더 알 필요 없어. 그냥 지금 이렇게 행복하면 돼.

 

`근데,,엄마,,,아저씨 말이에요..`

`응...`

`엄마를 진짜 사랑하고 아끼는 거 같아요.`

`응? 그래? 그게 보이니?`

`네,,,, 그렇게 보여요.아저씨가 계속 엄마 손이나 옷깃을 잡고 있었어요.`

`아,,,,,그래,,,`

`두분 사이가 좀 웃기기도 하고요.`

`웃기다고? 어째서?`

`아니,,아저씨는 엄마한테 누나라고 하면서 반말하고 누난 그런 아저씨한테 존댓말을 깍듯하게 하시잖아요. 하하...`

`그게,,처음부터 굳어져서.....`


희문이는 다시 나를 잠시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아저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실은 나 아저씨를 어찌 대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엄마랑 결혼한 사람이니 아버지라고 할 수있는데....

뭔가 어색하기도 하면서 또 아저씨는 과연 나를 아들로 생각하실지도 모르겠고요?`


`그게,,,희문아,,,`

`네 엄마,,,`

`실은 아저씨도 너랑 고민이 같으셔,,,,`

`그랬군요..,어떡하죠? 우리 두 사람?`

`근데 아저씨는 그냥 희문이 너 좋을 데로 하라고 그러시더라,`


그 말에 희문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에게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다.

사진은 예쁘고 발랄해 보이는 아가씨가 희문이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어머,,혹시,,너,,,`

`네,,하하 만나는 여자에요. 이름은 홍수연,,나 이 친구랑 정말 진지해요. 엄마 생각은 어때요?`

`글세,,엄만 희문이가 알아서 좋은 아가씨를 만날 거라고 믿으니까 희문이가 좋을 데로 해.`

`나중에 엄마 계신 곳으로 데려갈게요.꼭이요.`


저만치서 화장실을 다녀온 그이가 오고 있었다. 그이는 자리에 앉더니 희문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내가 사실 일부러 자리 피해준거야. 모자간에 할 얘기가 있기도 할거 같아서 말야.`

`네,,감사합니다. 아저씨,,`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가자 난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희문아,,흑흑,,데리고 가고 싶어,,`

`엄마,,,전 잘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아저씨 엄마 잘 부탁해요.`

`흠흠, 네가 그렇게 안 해도 나 엄마한테 잘할 거야`

`그럼 두 분 여기 서보세요.`


난 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그이와 나란히 섰고 그런 우리에게 희문이는 늠름한 모습으로 경례를 하였다.


`충성!!`

`응. 충성,,`

`어머? 여보.....`


그이에게 살짝 눈을 흘겼다. 아이는 진지하게 하는 건데 그걸 장난 비슷하게 하다니.,..

 

`암튼 희문아 엄마는 걱정하지 마. 내가 매일 예뻐해 주고 있으니까...`

`네?`

`어머? 아이..진짜...`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던 희문이는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살짝 웃고는 몸을 돌려 가려고 했고 그 모습에 난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던 희문이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는 다시 우리에게로 오는 것이였다.


`응? 왜?`

`깜빡했는데,,,엄마,,,,,그리고,,,아,,,,,,빠,,,,`


순간 난 귀를 의심했다. 희문이는 약간은 쑥스럽다는 듯 그이를 향해 분명 아빠라고 했다,

놀란 것은 그이도 마찬가지인지 눈이 잠시 커지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엄마는 우니까..이 아.빠.에게 말해.`

`하하,,네,,저기,,,근무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면 두 분 계신 곳에 여자친구랑 꼭 같이 찾아뵐게요.`


전체 1,80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