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사랑스러운 처제들 -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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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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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처제들과의 동거  



"저 잠깐 가게에 다녀올게요."



윤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커피숍으로 향하자, 남아있던 혜정이 말을 이어간다.



"윤정이는 혼자니까 남자가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아직 젊잖아요. 살날도 많이 남아있고요.

그런데 다들 윤정이 피 빨아먹을 궁리만 하고 진정으로 윤정이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남자는 아직 없더라고요.

형부가 그 역할을 좀 해주세요. 윤정이 예쁘지 않아요?"


"예쁜 것은 사실이지만 나와 비교하면 막내 처제가 너무 아깝지 않아? 15살 차이인데?"

"윤정이는 오빠, 아빠 같은 남자를 좋아하니까 괜찮아요. 아이 생각도 없다고 하니 형부가 잘 챙겨주세요."

"큰 처제는 외롭지 않아?"


"저도 때로는 남자가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주세요.

애들도 가끔은 아빠가 있어야 하더라구요. 가짜 아빠, 가짜 남편이지만요. 해주실 수 있지요?"


"처제 뜻에 따를게. 이제 우리가 유일한 가족들이잖아?"


"고마워요." 


그때 부동산 문이 열리면서 단발머리에 아담한 체구의 수정이 들어온다.

수정은 그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에게 달려들어 안아본다. 


"큰 형부! 오랜만이에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수정 처제도 잘 있었지?"

"7년 만인가요? 이렇게 품에 안겨보는 게요."

"딱 7년 되었더라고..."

"이제 완전히 돌아오신 거에요? 방황은 끝났어요?"

"그래. 완전히 돌아온 거야.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자자. 하던 이야기를 끝내야 하니까 앉자고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윤정이 있을 때 내가 형부한테 우리랑 같이 살자고 했어. 네 생각은 어때?"

"같이 살자는 말의 의미가 뭐야? 그냥 가끔 얼굴 보고 살자는 거지?"


"아니.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씩은 한 명에게 할애를 해줘야 하고

거기에는 서로가 원한다면 섹스도 포함되는 거야. 윤정이는 동참하겠데. 너는?"


"나는 반대야. 우리는 피는 안 섞였지만 형부와 처제 사이잖아?

그런데 하늘나라로 간 언니는 어쩌고 우리가 서로 섹스를 하냐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벌써 7년 전일이야. 우리도 형부도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야 해. 나도 그렇지만 윤정이는 어쩔 건데?

그 죽일 놈이 윤정이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짓밟는걸 그냥 두고 보기만 할 거야?

그래서 형부에게 부탁했어. 형부와 처제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남자로서 윤정이를 도와주고 사랑해달라고 말이야. 내 생각이 잘못된 거니?"


"그럼 그냥 윤정이만 맡기자고... 나랑 언니는 빼고 말이야."

"나도 형부에게 안기고 싶고 여자로서 매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왜 윤정이만 가능한 거냐고?"


"정 그렇다면 나는 빼줘. 나는 신우에게 새로운 아빠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싫고

그 아빠가 이모들하고 자는 것도 설명할 수가 없어. 언니는 알아서 해."


"네 인생이니까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까."

"형부 미안해요. 몇 년 만에 보는 건데 저희 추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네요."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편한 대로 해. 나는 일단 윤정 처제랑 이야기하러 가볼게."



설전을 이어가는 혜정, 수정 처제를 뒤로한 채 그는 부동산을 나선다. 바로 옆 옆 칸에 있는 작은 카페 `린`이 윤정 처제의 커피숍인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그는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윤정 처제와 그녀의 팔목을 비틀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놔요. 손님 오셨잖아요."

"안돼. 오늘은 그냥 가지 않을 거야."

"형부! 저 좀 도와주세요."

"형부? 손님이라면서?"



그는 윤정과 전 남편 사이로 몸을 밀어 넣더니 막내 처제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가볍게 비틀었다.

처음에는 버텨볼 생각에 가볍게 생각했던 전 남편은 생각보다 센 그의 악력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당신! 뭐...뭐야!"

"숙녀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신사가 할 짓이 못되네요. 윤정 씨가 싫다고 하시니 일단 물러나시라고 충고드립니다."

"당신 진짜 형부야? 너 새 남자를 끌어들인 거야? 내가 이런다고 너를 포기할 것 같아? 너는 나 없으면 시체야. 잊지 말라고..."



전 남편은 투덜거리면서 커피숍 문을 박차고 도망치듯 나간다. 윤정은 그의 등을 안고서 울고 있었다.



"형부,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되지요?"



그는 몸을 돌려 훌쩍이는 윤정을 안아준다. 20년 전 처음 봤을 때 10대 소녀였던 윤정이 이렇게 컸다니...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보면서 잘 살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전남편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오늘부터 내가 에스코트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처제는 혼자 몸이니까 며칠 쉬면서 이사준비도 하자고..."

"그게 좋겠지요? 저 꼭 지켜주실 거지요?"

"그게 희정이와의 마지막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지."

"고마워요. 그리고 저 형부를 남자로서도 좋아했어요. 제 마음 알아주세요."

"알았어. 손님 없으면 일찍 퇴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예. 금방 정리하고 부동산으로 갈게요. 먼저 가세요."



부동산으로 돌아온 그를 반기는 것은 큰 처제인 혜정뿐이었다. 수정 처제는 싸워서 그런지 다른 볼일이 있었는지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세 자매라고 해도 서로 마음이 안 맞네요. 윤정이는 문제없지요?"

"전남편이란 남자가 와서 행패를 부리길래 쫓아냈어. 두 사람은 뭐가 문제야?"


"형부만 알고 계셔야 하는 건데요. 윤정이 신랑이 조금 변태 끼가 있어서 윤정이한테 이상한 짓도 많이 시키고 괴롭혔거든요.

그걸 윤정이가 못 참아서 결국 이혼까지 간 거고요. 그런데 윤정이를 어떻게 세뇌를 시켰는지 걔가 남자 없이는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놨어요.

걔랑 있을 때 윤정이가 좀 이상한 짓을 해도 이해해주세요."


"큰 처제도 나를 남자로 생각하는 거지?"


"예. 형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남자로 생각했어요. 언니가 있었을 때는 손대지 못할 존재였지만 이제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 자매들과 공유하자고 말씀드린 거예요. 수정이도 결국은 형부를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나는 큰 처제랑 윤정 처제만 있어도 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나이 오십에 벌써 그런 약한 소리를 하시면 안 돼요."


"노력하도록 할게. 일단 막내 처제를 이사시켜야 하니까 커피숍은 며칠 쉬라고 했어.

이사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 집도 좀 알아볼게. 근처에 모여 살면 좋잖아?"


"저희야 좋지요. 수정이네도 알아봐 주세요. 제가 잘 설득해볼게요."

"그럼 큰 처제만 믿어볼게."



그가 부동산을 나서자, 혜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주변 남자들의 지속적인 성적 착취와 요구에 지쳐가던 지금, 거의 한계점에 다다른 이때 형부가 나타난 것은 하늘의 계시라고 믿고 싶었다.

특히 막내 윤정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확 풀려버렸다.


남편과의 이혼 이후 육체적인 만족을 위해 한두 명 주변 남자들과 섹스를 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창녀처럼 취급하면서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고 이를 이용해서 자신을 착취해왔었다.

영업 목적이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값싸게 팔아넘기고 돈 몇 푼을 손에 쥐면서 만족하곤 했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추행을 당하면서도 웃어넘겨야 했던 슬픈 경험을 수정이나 윤정이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혜정이였기에

믿을 수 있는 형부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유전 탓일까? 부모님과 큰 언니까지 혈액암으로 사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수고와 돈이 필요했고

세 자매는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고통에서 도망치고 있었고 그것들은 오롯이 형부가 다 부담하고 짊어지고 가야 했다.


내 자매, 내 부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게 피하고 도망쳤었다.

그래서인지 7년 만에 돌아온 그에게 세 자매의 육체를 바치고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만약 그것으로 자신들의 죗값을 치를 수만 있다면. 아니 10분의 1이라도 갚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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