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사랑스러운 처제들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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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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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재회 - 형부와 처제들



 

00시 00동 번화가에 있는 한 커피숍 풍경...

평일 오후 2시다 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서너 명을 빼고는 나이 든 손님은 그와 혜정 두 사람뿐이다.

그는 커피잔을 기울이며 한 모금 들이켜본다.

그는 오십 평생 오로지 아메리카노만을 고집해왔다. 커피의 텁텁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면서 온몸으로 퍼져온다.



"형부. 다시 돌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나를 반겨주는 곳이 전 세계 통틀어서 이곳 밖에 없더군."

"저희 모두 형부가 무사히 돌아오시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어요."

"수정이하고 윤정이 모두 잘 지내지?"

"예. 다들 잘 지내기는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다 같이 모여서 해요."

"처제는 재혼 생각이 없는 거야?"

 

 

그는 혜정을 쳐다보면서 말을 던진다. 자신보다 7살 어린 40대 초반의 혜정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육덕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풋풋했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얼굴 가득한 백치미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탓일까?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어렴풋이 나타나 보인다.



"더는 남자 때문에 고통받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혼자 살아야 할까 봐요."

"수정이하고 윤정이 처제는 어때? 여전히 혼자들인가?"

"저 때문인지 모르지만 둘 다 재혼은 생각 없다네요. 윤정이는 만나는 남자는 있어 보이지만 모르겠어요."

"여전히 부동산 운영하고 있는 거야?"

"배운 게 그것밖에 없다 보니 힘들지만 계속하고 있어요."

"수정 처제도 같이 하는 거지?"

"예. 둘이서 하고 있어요."

"여자 둘이서 하려면 힘들겠네. 집적거리는 손님은 없고?"

"그럴 리가요. 어떻게 하면 한번 해볼까 하는 변태들만 득실거리네요."

"윤정 처제는 뭐해?"

"저희 부동산 옆에서 카페 운영해요. 걔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요. 이혼녀란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남자 손님들만 들랑거려요."

"세 사람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구만..."

"그래도 하늘나라로 떠난 언니보다는 살아있는 저희가 행복한 거지요. 언니 그립죠?"

"그렇게 고생하다 보니 정말로 잊고 싶었는데 희정이의 얼굴이 잊히질 않네. 휴우..."

"그럼 저희 부동산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여기서 멀지 않아요."

 

 

먼저 커피숍을 나서는 큰 처제 혜정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그로서는 7년 만에 맞이하는 00동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아내 희정이 옆 동네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혈액암으로 사망하기까지 13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수없이 드나들었던 곳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부분이 바뀐 탓일까? 처음 오는 곳처럼 느껴진다.


커피숍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 한구석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부동산이 바로 큰 처제인 혜정과 둘째 처제인 수정이 일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책상 세 개에 작은 소파 그리고 테이블, 한쪽 구석에 커튼이 쳐진 곳은 탕비실 겸 창고로 보인다.

 

 

"형부,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는 혜정이 시키는 대로 창가 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눈을 창가로 돌리니 거리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혜정은 냉장고에서 주스를 두 병 꺼내 들고 오더니 테이블 위에 놓는다.

그 순간, 부동산 문이 열리면서 `딸랑~`하는 종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문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그의 시선에 포착된 것은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중년의 사내였다.

사내는 반갑게 인사하는 혜정의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더니 안쪽으로 걸어들어온다.



"손님이 계셨네? 오래 걸리시려나?"

"박 사장님! 다른 분도 계신데... 손버릇 좀!"

"어허! 젊은 남자 손님 계신다고 눈치 주는 거야? 오늘 혹시 그날이야? 왜 이리 까칠하지?"

 

 

박 사장이라 불린 중년 사내는 다시 한번 혜정의 엉덩이를 꽉 쥐더니 주물럭거린다.

혜정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듯 둘 곳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주스 병 뚜껑을 돌린다.



"뭐 다른 거는 아니고... 내일 회식 때는 절대 빠지는 거 안된다고 말하러 온 거야. 알겠지?

혜정 씨하고 수정 씨 그리고 윤정 씨한테도 전달해줘. 이번에는 절대 안 돼. 절대로..."


"알았어요. 나중에 전화드릴께요."

"잘있어."

 

 

중년 사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혜정은 따라 나갔다가 잠시 후에 자리로 돌아온다.



"형부! 혹시 오해하실까 봐..."

"오해는 무슨... 걱정하지 마. 처제가 내 여자도 아니고...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잖아."

"그냥 손님들하고 편하게 지내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박 사장님은 상인회 총무라 제가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사회생활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지. 조심만 하면 되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수정 처제는 어디 갔나 보지?"

"손님하고 나갔는데 금방 올 거예요. 참! 윤 정이 보고 잠깐 오라고 할게요."



혜정이 호들갑을 떨면서 다시 밖으로 나가더니 금세 윤정과 함께 부동산으로 돌아왔다. 혜정에 비해 작은 체구에 훨씬 젊어 보이는 막내 처제를 보니 반갑다.

 

 

"형부! 오랜만이에요. 흐흐흑."

"왜 울어? 반가워서 그런 거야?"

"반갑고 좋아서 그래요. 한번 안아봐도 돼요?"

"그럼. 실컷 안아보라고..."



윤정이 그의 품을 파고들더니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린다. 금세 환하게 웃으면서 그의 옆자리에 앉는 윤정이다.



"그럼 아예 여기로 돌아오신 거에요?"

"응. 일단은 다시 온 거야."

"큰 언니 생각나서 여기서는 못 사시겠다더니 이제 언니는 잊어버린 거에요?"

"그랬는데 도저히 잊어버릴 수가 없어서 피하지 않으려고 해. 처제들이 많이 도와줘."

"저는 좋아요."

"저도 좋아요. 수정이도 찬성할 거예요."

"형부, 그럼 지금은 어디 계시는 거예요?"

"일단 000 타워에 단기임대로 계약했어. 다시 돌아온다고 결심하고 나니까 하루라도 빨리 오고 싶더라고..."

"한달 계약하신 거지요?"

"응. 일단 보름만 했어. 한두 달하기는 좀 부담스럽더라고..."

"그럼 우리 집으로 들어오실래요?"

 

 

막내 처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그와 혜정 모두 눈이 동그래진다.

형부와 막내 처제 사이긴 했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에 50살 남자와 35살 이혼녀인데 갑작스러운 동거 제안이라니...

윤정 처제를 다시 한번 쳐다보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나야 좋지만, 공연히 이상한 소문 돌면 어쩌려고 그래? 사귀는 남자친구도 있다면서..."

"그 사람 때문에라도 형부가 좀 우리 집으로 와주세요. 무서워요."

"응? 무섭다니...? 그 친구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야?"

"예. 많이 집착하고... 불편한 걸 강요하고 그래서 그만 만나자고 했더니 자꾸만 집하고 카페로 찾아와서 힘드네요."

"그럼 당장이라도 옮겨야겠네."

"우리 집으로 오시는 거지요?"

"일단 들어갔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내가 좀 알아볼게."

"그러셔도 돼요? 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

"그건 나한테 맡겨두라고. 큰 처제하고 수정 처제는 어디서 살아?"

"저희 둘 다 이 근처에서 살아요. 왜요? 우리 집도 옮겨주시게요?"

"다 같이 모여 살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럼 제가 생각한 건데요. 형부... 화내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윤정이 너도 마찬가지고."

"뭔데 언니?"

 

"사실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시고 희정 언니도 그렇게 가버리고 저희 세 자매만 남겨졌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저희끼리 살아가기에 너무 힘들어요.

그건 윤정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형부가 저희 세 자매의 남자가 되어주세요."


"그냥 힘들 때 도와주면 되는 거지?"

"그런 뜻이 아니고요. 진짜 남자요. 아니 남편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저희 자매들 공동의 남편이 되어 주셨으면 해요."

"공동의 남편이라니...?"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한 사람과 같이 생활하고 잠도 한 침대에서 자고요.

나머지 시간은 누구와 생활하든지 섹스하든지 다른 사람은 관여하지 않는 거지요."


"아이들한테는 뭐라고 하려고? 큰 처제랑 수정 처제는 애가 있잖아?"

"새 아빠라고 설명하면 돼요. 윤정이는 어떻게 생각해?"

"저는 찬성이에요. 전부터 형부가 제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 많았거든요."

"그림이 조금 이상하기는 한데... 나야 처제들이랑 지내면 좋지."

"일단 시작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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