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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사이트) 초록마을 - 68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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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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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맺혀있는 보리이삭의 알맹이가 제법 실하게 보여지며 널다란 들에 푸르른 물결이 일렁였다.

밭 사이로 난 소롯길을 걷고있는 현우와 혜숙은 말이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의 생각을 읽은 듯 가끔씩 시선을 마주치고는 

잔잔한 미소를 눈빛으로 나누었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정취에 동화라도 된 듯 한동안을 발을 멈춘 채 초록으로 물든 들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매년 똑 같은 작물을 파종하고 수확을 하곤 했지만 올해처럼 마음이 풍요롭게 생각되기는 처음이었고 

초록으로 물든 보리의 물결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띄운 혜숙은 마냥 행복하게 느껴졌다.


작년, 재작년에도 이 밭에는 보리를 파종하고 수확을 거두어 들이기는 했었지만 올해만큼은 느껴지는 감흥이 너무나도 달랐다.

매일 보리밥에 고춧가루가 듬성듬성한 김치만을 먹어오다 맛난 생선을 곁들여 먹는 기분이 들 듯 

혜숙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설레임과 행복감에 절로 미소가 피어 올랐다.

든든한 믿음도 있었지만 알콩달콩한 설레임도 느껴졌고 너른 등을 보이며 들판 끝자락을 둘러보는 현우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


혜숙은 요 며칠의 시간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초록동에 시집와서 십 수해가 지났지만 요즘처럼 즐겁고 행복했던 게 얼마나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마치 새색시가 된 듯한 착각도 생겼고 자꾸만 알 수 없는 웃음도 피어 올라 주책스런 자신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자신의 아낙이라도 된 듯 현우의 다정한 배려와 사랑에 혜숙은 요 며칠의 시간이 꿈결같이 느껴지며 우두커니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해도 제법…. 알맹이가 실하게 맺혔네요……. 숙모….”

“으…응…??”

“보리가 제법 실하다고요…….”

“그…. 그래……. 꽤 잘 여물었구나…….”


현우는 다른 생각에 몰두한 것처럼 보이는 혜숙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고 다소 당황스런 모습으로 대답을 하는 혜숙을 보며 나직한 웃음을 띄워 올린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혜숙이 얼굴을 붉히고는 현우의 시선을 피한 채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려가자 

현우는 은근스레 장난기가 동하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현우는 혜숙에게서 전에 없던 모습을 요즘은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정숙한 모습의 숙모였지만 요즘은 왠지 자꾸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과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모습에서 전과는 다른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었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점점 조심스럽게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숙모로서 현우를 대하며 정숙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밤이 되면 현우의 품속을 파고 들고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들의 이목이 있어서 자신도 둘만의 시간이 아니면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혜숙을 존중했지만 둘만의 시간이 되면 

혜숙은 현우에게 순종하는 모습으로 행동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짓궂은 웃음이 현우의 얼굴에 짙어져 가며 혜숙에게 다가가고 혜숙은 문뜩 바라본 현우의 웃음에 당혹스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한다.


“후후후…. 무슨 생각을 했길래…. 숙모 얼굴이 빨개졌어요…??”

“으응…?? 아…. 아냐…. 그…. 그냥…….”

“분명히 뭐가 있기는 있을 것 같은데요…??”

“아……아니야…………. 어..멋…….”


현우가 혜숙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그녀를 들어 올렸고 당황스러운 듯 혜숙은 가벼운 제지로 현우를 밀어내며


“무슨……?? 안돼…. 혀…현우야……. 남들이 보면 어쩔려구…….”

“후후후…. 여긴 우리 둘밖에 없어요…. 아까 제가 다 둘러봤어요…….”

“안돼…. 혀…현우야……. 나중에…. 으..응….”


혜숙을 안아 든 현우가 보리밭의 사이로 걸음을 옮기고는 푸르른 물결 속으로 잠겨 들기 시작하고 혜숙은 몇 번의 저항으로 

현우의 의도를 꺽어 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현우를 보고는 금새 포기하고는 푸르른 물결 속으로 잠겨 들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보리밭엔 파도처럼 바람을 타는 물결이 보여지며 간간이 신음소리가 들려오고는 보리밭의 일렁임에 묻혀 버린다.

따뜻하게 퍼져가는 봄 햇살이 들녘을 내리 쬐며 한낮의 시간이 고요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빨갛게 상기된 모습의 혜숙이 앞서 나가고 현우는 흐뭇한 표정으로 풀잎을 베어 문 채 들녘을 걸어 나간다.

재잘거리는 새소리와 들판 곳곳에 피어난 찔레꽃과 인동꽃이 만개 된 채 두 사람의 주위로 스쳐 지나며 들녘의 끝 자락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진우네야……. 진우네야…….”


멀리서 울리는 아득한 소리에 현우와 혜숙은 걸음을 멈추었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가자 

산나물을 캐러 나온 듯 아낙 몇이 멀리서 손짓하는 게 보여졌다.

당황스런 모습의 혜숙이 현우에게 시선을 보내고는 난처한 듯한 눈빛으로 어떡하냐는 듯 당혹한 표정을 지어올렸고 

현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실없는 웃음만 보내온다.

다가오는 아낙들을 뒤로하며 현우가 앞으로 걸어가고는 


“하하하…. 숙모…. 먼저 갈께요…. 천천히 얘기들 나누고 오세요…….”

“혀…. 현우야…….”


성큼거리며 현우가 혜숙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혜숙은 난처한 표정으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아낙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집 밖을 나서는 윤지는 햇살의 눈부신지 이마를 모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따뜻하면서도 싱그러운 바람이 코끝에 걸리며 상쾌함을 전해주었고 오랜만의 나들이에 가벼운 듯한 마음이 느껴졌다.

현우를 쫒아 읍내의 장에 나가는 길이었다.


집 밖을 벗어나 본지가 꽤 오래였고 마을을 벗어나 보기는 몇 해가 흐른 듯 느껴지며 윤지는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현우가 대문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본다.

햇살아래 얼굴을 보이는 윤지의 모습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보였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집 밖을 벗어나 본적이 드물어서인지 윤지의 모습엔 기대감과 호기심이 느껴졌고 

미소를 머금은 현우는 윤지의 곁에 다가서고는 그녀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간다.


“걸을 수 있겠어요……??”

“예…….”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를 해요……. 무리하면 안되니까…꼭…. 얘기를 해야 돼요….”

“알았어요…….”


어린애를 달래 듯 현우가 다정스런 모습으로 얘기를 하고 윤지는 현우와의 동행이 기쁜지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현우의 시선엔 호기심이 잔뜩 어린 채 초롱하게 눈을 빛내는 윤지가 보여지고 윤지는 오랜만의 나들이가 기대되는지 가벼운 흥분이 몰려듬을 느껴간다.

나란히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우와 윤지가 마을을 나가는 게 보여졌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대장간에서 땀을 흘리며 풀무질을 하던 장년사내의 시선에 여인을 엎은 채 대장간으로 다가오는 현우가 보여졌다.

가끔씩 들리면서 읍내의 소식과 필요한 물품을 챙기기는 했지만 혜숙이외에 다른 여인과 동행하기는 처음인 듯 

장년사내의 시선이 모호하게 보여지기 시작했다.

현우의 모습이 가까워지면서 장년사내이 뇌리 속으로 여인네의 정체가 아스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현우와 새살림을 차렸다는 과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젖고는


“허허……. 이거 얼마 만에 오시는가……??”

“하하하…. 잘 지냈어요……??”

“그럼…. 맨날 불덩이와 싸우며 편안하게 지내지……. 껄껄껄…….”

“그래도 보기가 좋은데요…. 뭐….”

“그래 같이 온 분이 안사람 맞는가……?? 하도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서 …….”

“예…. 오랜만에 장을 둘러 볼려고 같이 왔어요…….”


현우의 등뒤에 서있던 윤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장년사내의 입에서 나온 현우의 안사람이라는 말에 조용한 미소가 떠오른다.


“누추하지만 들어 갑시다……. 자네도 인물은 훤하지만 색시도 보통 인물은 아니구먼……. 껄껄껄…. 나무꾼이 선녀를 물었네..그려…. 껄껄껄…….”

“예…?? 하하하… .아저씨도 참…….”


대장간을 지나 안채로 들어서는 세 사람의 발길이 가벼워지며 안채는 금새 시끄러운 듯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네 얘기 들었나…?? 나도 긴가민가 했네만……. 아무래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구만….”

“……………??”

“장노인댁 얘기일세…….”

“무슨 일이 있습니까…??”


현우의 표정이 굳어지며 장년사내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사리분별이 뚜렷한 사람이기에 가벼운 얘기는 아닐 듯 생각이 들며 현우의 뇌리 속엔 다소의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장년사내는 말을 꺼내기가 착찹한지 안타까운 표정 끝에 나직히 입을 열었고 현우는 점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딸이 아마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는구먼……. 

백방으로 용한 의원을 찾아 다니고 약도 수십 가지를 써 보았지만……. 영..신통치 못한 모양이야……….”


현우의 눈 속에 측은함과 안타까운 빛이 보였지만 현우는 아무런 내색을 않은 채 담담히 장년사내의 얘기만을 들어가고 

장년사내는 줏어 들은 얘기들을 하나하나 꺼내 놓는다.

현우와 교분이 짙어지면서 장년사내는 현우네의 일을 제법 소상하게 알고 있었고 장노인네와의 관계도 대충을 알고 있는 형편이라 

현우에게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얘기해간다.


귀하디 귀한 딸이 몸져 누음에 장노인 내외의 근심이 깊어졌고 딸의 병구환에 몰두하면서 운영하던 가게도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 동안 벌어 놓은 재산이 있어서 생활하기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만 딸이 병이 점점 깊어지며 

결국 장노인 내외도 병을 얻어 드러눕는 형편이 됐다면서 장년사내의 한숨이 흘러 나온다.


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장년사내는 현우의 눈치를 살피며 반응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현우는 마음 속에 바윗돌이 들어 찬 듯 무거워지는 마음을 느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읍내를 벗어나며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며 눈물을 짓던 여인이 떠 올랐고 

결국 자신도 장노인네의 우환에 원인이라고 생각이 드는지 나직한 한숨을 지어낸다.


“지금은…. 어떡하고 있답니까……??”

“멀지않은 곳에 시집간 딸이 사는데……. 병구환 때문에 지금은 친정에 기거하며 장노인네를 돌보고 있다고 하는구먼…….”


어두워진 표정의 현우를 보며 장년사내는 괜한 일을 만들었나 싶은 생각에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켜갈 뿐이었다.

말이 없는 표정에 윤지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읍내를 벗어나며 현우의 등에 업힌 윤지는 장에서 본 신기한 장신구들이 생각나는지 한동안 재잘거리며 얘기를 해보았지만 

현우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지 윤지의 말이 조심스러워 졌다.


“아뇨……. 없어요…. 그냥 딴 생각을 좀 하는라…….”

“저 때문에 화난 건 아니죠……?? 미안해요……. 괜히 따라와 짐만 돼서…….”

“아……아니에요……. 난…그냥 내가 아는 사람이 병을 얻어 누웠다고 해서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했어요…….”

“정말요……??”


어린애처럼 눈을 빛내는 윤지의 표정이 밝아지며 금새 미소를 지어 올렸고 현우는 어두운 표정을 털어내며 윤지의 밝아진 표정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 작은 소롯길을 걸어가는 현우와 윤지의 주위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게 보여지며 푸르른 숲이 바람에 일렁이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 

혜숙은 마루에 앉은 채 현우의 애기를 듣고 있었다.

자신도 알고있는 장노인댁 얘기였고 한동안 자신도 장노인이 처신한 행동에 실망을 하고는 괘씸한 듯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현우의 입을 통해 들은 장노인댁의 우환에 왠지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들이 한 행동은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았지만 우환으로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하는 것에는 왠지 동정심이 생겨난다.

지난 겨울에 읍내에서 만났던 장노인의 표정에서 우환은 예고 된 일인 듯 생각되었고 결과가 안 좋았다는 게 마음 속에 부담감을 안겨다 주었다.

현우와의 사이에 침묵이 흐르며 혜숙은 생각에 몰두한 듯한 현우를 응시하며 낮은 한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일찍 밭일을 끝낸 현우가 점심을 마치고는 집을 나섰다.

제법 말쑥한 차림으로 복장을 갈아 입고는 혜숙과 윤지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을 나섰고 마을을 벗어나고는 읍내를 향해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죄가 미웠다고는 하지만 한번쯤은 장노인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할머니인 영주댁 시절부터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탓도 있지만 우환의 원인엔 지신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결국 장노인의 집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들었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읍내로 향했다.


빠른 걸음 때문인지 길지 않은 시간에 읍내에 도착 할 수 있었고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장노인의 집으로 들어 설 수가 있었다.

항상 사람으로 붐벼 나던 집안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제법 큰 야채상을 운영했던 까닭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가게일을 보는 일꾼들도 몇 명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떠난 듯 괴기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커다란 저택이었지만 적막감때문이지 현우의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고 조심스럽게 마당을 지나 마루 끝에 서고는 나직히 사람을 불러 보았다.


“계십니까……??”


두어 번의 부름 끝에 안방문이 열리며 한 아낙이 방문을 나서는 게 보였다.

머리를 빗어 쪽진 머리에 이제 스물 대여섯 정도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아낙이었다.

제법 큰 키에 마른듯한 몸매가 현우의 시선 속에 투영되고


“누구신지……??”

“초록동에서 온 이현우라고 합니다…. 장노인 어르신의 문병을 왔습니다만…….”


아낙의 크지않은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며 한동안 현우를 바라보았고 아낙의 눈 속엔 현우의 방문이 이외라는 듯 놀람의 빛이 보여졌다.

아낙은 현우와 연지와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듯 차츰 표정이 누그러지며 현우를 응시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버님이 아직 몸 상태가 안 좋으셔서…….”

“예…. 여기서 기다리지요…….”


치마단을 잡은 아낙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방을 들어서다 현우를 바라본다.

연지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현우의 방문 목적이 궁금했으리라 생각이 들었고 현우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아낙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한다.

안방으로 들어 간 아낙이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마루로 나서고는 현우를 바라보았다.


“올라 오십시오……. 아버님이 방에서 기다리십니다…….”


마루를 밟고 올라선 현우가 아낙의 곁을 스치고 안방으로 다가가고 아낙은 안방을 들어서는 현우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아낙의 곁을 스치는 현우는 환자가 있는 집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지분향이 맡아졌고 자신에게 시선을 모은 아낙의 눈길도 느껴졌다.

너른 방안에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장가노인이 보였다.

누렇게 뜬 얼굴과 마른듯한 모습에서 현우는 답답함을 느꼈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섭섭함도 느낄 수 있었다.


“쿨룩…쿨룩… 어서 오시게…….”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이제서야 듣고 찾아 왔습니다….”

“허허…. 이렇게 와준 것만 해도 나는 고마우이…….”

“…………….”

“내가 몹쓸 일을 했기에 난 자네가 다시는 날 안 볼 줄 알았네…….”

“저도 어르신을 다시는 안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집안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들렸습니다….”

“허허허…. 그럴께야……. 김진사댁 마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난 염치가 없어서 돌아보질 못했네……. 미안허이…….”

“이젠 지나간 일입니다…. 어르신이 빨리 쾌차하여 다들 건강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그 이상의 바람은 없습니다…….”

“고맙네………”

“연화야……. 손님이 오셨는데 차라도 준비하렴…….”

“예…. 아버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르신을 뵈었으니 이제는 일어나 봐야지요…….”

“자네…. 온김에 연지를 보고가지는 않겠나…??”


현우는 장가노인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은 연지를 어떻게 볼 것이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난감한 생각이 들 뿐이었다.


“연지를 한번만이라도 만나주면 안되겠나…?? 우리야 안 찾아와도 괜찮지만……. 혹 자네를 만나면 연지에게 도움이라도 될 것 같아 부탁을 하는 걸세…….” 


장노인의 표정에 간절함이 보여지며 장노인과 아낙의 시선이 현우에게 모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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