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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사이트) 초록마을 - 69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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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는 갈등이 되는 듯 무거워진 얼굴로 장승처럼 굳어져 있었다.

자신 때문에 힘든 상황이 된 연지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이며 어떻게 그녀를 바라 볼 것인지 막막해지는 느낌 뿐이었다.

현우의 대답을 기다리는 장가노인과 아낙의 눈 속엔 간절함이 보여졌고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졌다.

나직이 한숨을 토해낸 현우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떡이며


“그리 하지요…….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리 하지요…….”

“고맙네……. 정말 고맙네…….”

“고마워요…….”


밝아진 얼굴들이었지만 현우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 질 뿐이었다.

혹시나 자신을 만난 연지가 더 큰 시련을 겪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고 불안해지는 마음도 생겨났다.

장가노인의 눈빛을 읽은 듯 아낙이 자리를 일어서고는 방을 나서고 현우는 아낙을 따르며 마루로 나서고는 

마당을 지나 뒤채의 별당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힐끔거리며 아낙이 현우를 바라보고는


“연지가 상태가 많이 안좋아요…. 혹…연지를 보시더라도 놀라는 표정은 짓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아낙의 말에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현우는 연지가 놀라서 생길지 모르는 위급 사태를 미연에 막아보자는 의도로 생각을 했으나

정작 방을 들어서며 이불에 누워있는 연지를 보고 나서는 현우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복스럽던 얼굴은 사라지고 윤기가 흐르던 피부는 하얗게 떠 있었다.

앙상한 모습과 청춘을 잃어 버린 듯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의 모습에 현우는 멍하니 선 채 허탈한 표정이 될 뿐이었다.

흘러버린 시간이었지만 김진사댁을 찾아왔던 지난날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처럼 초점을 잃은 모습에 

현우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장승처럼 굳어져 있기만을 했다.


복숭아 빛 볼이 참 보기 좋았던 모습이었는데 지금 자신이 보고있는 연지의 모습은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커다란 아픔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가슴을 찔러오는 쓰라림이 점점 통증을 깊게 만들며 현우는 조심스럽게 연지가 누워있는 이불로 다가가고는 자리에 앉는다.

초점이 흐려진 그녀의 눈은 무언가를 쫒 듯 허공 속을 헤매고 있었고 가끔은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에서 헛것이라도 보았는지 가는 미소가 얼굴을 스치고 간다.


“약이란 약은 다 써 보았지만 진전이 없었어요…. 의원의 말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스스로 치유 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현우는 아낙의 말을 흘러 들으며 지난 겨울 만났던 연지를 떠 올려 보았다.

자신의 과오처럼 슬픔을 간직한 채 용서를 구하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눈물 속에 깊은 한을 품은 채 용서를 구했건만 한 순간의 옹졸함에 결국 연지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이 현우의 뇌리 속에 파고들며 

현우는 숨이 멎는 듯한 고통이 가슴 속으로 밀려듬을 느꼈다.

아직 피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생을 갉아먹는 병마에 고통을 받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하게 생각되며 현우는 한동안 방을 나서지 못한다.


따뜻한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봄날이었지만 별채를 나서는 현우의 마음은 마냥 무겁기 그지없었다.

꽤 오랜 시간을 연지의 곁을 지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눈길한번 주지 않는 연지는 똑 같은 모습으로 

허공만을 쫒으며 같은 행동만을 반복 할 뿐이었다.


현우를 쫒아 별채를 나서는 연화는 방에 들어설 때부터 굳어진 표정을 풀어내지 못하는 현우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껴야 했다.

어쩌면 부부로서의 연을 맺고서 지금쯤이면 달콤한 사랑을 나누며 지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한 순간의 착오로 두 사람이 시련을 겪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한동안 연화는 현우가 동생의 연정을 무참히 차버렸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을 찾아 온 모습에서 

연화는 현우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사람은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더욱 아파오며 동정어린 모습으로 현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법 훤칠한 미남이었고 소문에 들은 대로라면 초록동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수완도 가지고 있다고 들어서인지 

연화는 왠지모를 호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처진 현우의 어깨를 바라보던 연화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저희 집에 오실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어려운 걸음을 해주셔서 고마워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쩌다 보니 악연으로 남았는데……. 휴우…. 다 때를 잘못 만난 때문이겠지요…….”


연화의 눈 속으로 아쉬운 듯한 미련이 보여지며 


“좀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자주 들려주시면 안될까요……?? 연지가 가끔씩 제 정신으로 돌아 올 때가 있는데…. 혹…. 현우씨를 보고…….”


문을 나서던 현우는 연화의 부탁어린 말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다.

무언가 마저 하지 못한 말이 있는 듯 느껴지며 연화가 고개를 숙였다.

현우는 부모형제가 병마로 고통 받고 있는 연화를 보며 문뜩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세 명의 병간호를 하기란 쉽지않은 일이었고 착실해 보이는 연화는 아무런 내색없이 동생을 위해서 

어려운 부탁마저 하는 게 위로라도 해야 할 듯 느껴졌다.


“그러지요…. 다행이 요즘 그리 바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가끔씩 들리지요……. 그럼 이만.....”


멀어져 가는 현우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던 연화의 입에서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왠지 믿음이 가는 모습이었지만 인연이 다했음 인지 자신의 집과는 가까울 수는 없을 것 같은 예감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는 걸 느꼈다.

염치없는 부탁이었지만 제발 현우가 다시 이 집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화는 대문 곁을 지킨 채 오랜 시간을 서 있었다.


열흘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바빠졌던 밭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소일하는 시간이 많아진 현우는 오랜만에 짬을 내고는 읍내로 발길을 돌렸다.

연지의 상태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연화의 부탁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다소 담담한 눈빛으로 걱정스러움을 표시하는 혜숙을 뒤로하고 현우는 먼 길을 걸어 읍내에 들어서고는 장가노인의 집을 찾아 들었다.


여전히 괴기스러운 정적 감이 흘렀고 반가운 듯 미소를 짓는 연화도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병석을 지킨 장가노인 내외나 연지는 큰 진전이 없는 듯 보여지며 현우는 잠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의 방문에 살가운 듯 기쁜 표정이 되는 연화는 사람의 정이 그리웠는지 전에 없는 친근감을 보였고 

현우도 연화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은 듯 가끔씩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어 간다.

현우가 연지와 맺어져서 아들 딸 낳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둥, 초록동의 좋은 물건을 장가노인의 가게에서 팔아서

 서로가 이익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등 평소보다 많은 듯한 대화를 나누며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행인의 인적이 드문 탓인지 닫아 걸었던 대문이 누군가의 방문이 있는 듯 소리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이봐…. 사람 없어……?? 이봐…….”


몇 번의 부름에 현우는 의아한 눈빛이 되었고 연화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연화의 표정을 본 현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여전히 의문스런 눈빛만을 남겼고 

연화는 당혹스러운 듯 현우를 쳐다보고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문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이봐……. 문 열어…….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나…. 씨..팔……….”


삐그덕거리며 열리는 문 틈으로 마른 듯한 몸에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삼십대의 중년인이 발로 문을 걷어차며 집안으로 들어선다.


“왜 이리…늦게 문을 열어……. 어엉…?? 그새 기둥서방이라도 만든 거야……??”

“말 조심해요…. 여긴 환자가 있는 집이예요…. 그리고 손님도 와 계신데 무슨 행동이예요…. 당신….”

“뭐야…?? 이게 언제부터 꼬박 꼬박 말대꾸야……. 어엉…??”

“어이구…. 또 어디 가서 고주망태가 돼가지고……. 빨리 방으로나 들어가요…. 보기 싫으니….”


술을 마신 듯 비틀거리는 모습 속에 마루 끝에 앉아있던 현우를 발견한 사내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손을 들어 현우를 가르키고는


“뭐야…. 저기 새파란 놈은…. 그래…. 이제는 나 혼자서는 모자라서 새파란 애숭일 데리고 살겠다고…?? 오냐…. 이 화냥년이……. “

“다…. 당신…. 무슨 말을…??”


하얗게 변하는 연화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극에 달한 듯 보여지며


“저 분은 아버님과 연지를 찾아온 손님이예요……. 당신 아무리 술이 과하기로 서니…. 이젠….”

“크크크…. 손님 같은 소리 하네… .내가 보기엔 둘이서 둘러 붙어서 개지랄 한 거로 보이는데…….

니 년은 한 남자에 만족 못하는 ……. 색녀니까……. 안 그래…??”


하얗게 변한 연화가 부들거리는 몸짓으로 마당에 굳어져 있었고 현우는 사내의 행동을 보며 인상을 찌푸려갔다.

보기에도 과히 좋은 사람은 아닌 듯 생각이 들었지만 연화의 남편인 것 같아 조용히 듣고만 있었지만 

사내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저잣거리 왈패의 말투와 흡사하게 느껴지며 현우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크크크…. 애기도 못 낳는 화냥년이 서방 알기를 개 불알 만큼도 생각을 안하면서…. 지 기둥서방은 잘 먹였나 보구나…. 그래..세상 좋다…. 씨팔….”


참다 못한 연화가 사내에게 달려들고는 대문을 향해 밀어 내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사내는 연화의 행동에 화가 치민 듯 얼굴이 벌개지고는


“이…. 이년이……. 이거 안 놔……??”

“나가요…. 당신 같은 사람은 이젠 정말 지겨워요……. 나가요….”

“야…. 이 년아…. 내가 니 서방이다…. 이게 어디서 감히 서방에게…….”

“아..악…….”


마당으로 뒹구는 연화의 모습에 현우는 자리를 일어서고는 마당으로 내려서고 사내는 현우의 행동을 보며 괴소를 자아내며 


“오냐…. 이 놈아…. 너 같은 놈은…. 내가….”

“이…노오옴…….”


현우의 등뒤로 언제 방을 나섰는지 방문을 잡은 채 서있는 장가노인이 보여지고 

화가 난 듯 눈을 부라린 장가노인은 사내를 바라보며 커다란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이 못 되 먹은 놈…. 니 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행패야…. 쿨룩…. 쿨룩….”


“너무 그러지 마십쇼…. 장인 어른…. 애 못낳는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것도 억울한데 장인어른 마저 

이렇게 사위를 구박하는 집은 세상천지에 이 집밖에 없을 겁니다….”


“뭐…뭐라고…?? 이…이…….”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저 년 남자 밝히는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장인어른 같으면 저한테 이런 대접을 하면 안 되죠…??

남들은 사위에게 재산이라도 물려 준다고 하지만…. 이거야 원…. 땡전 한 푼 없으니…….”


“나가거라…이놈…..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여 놓지 마라…. 이제부터 니 놈은 사위가 아니라 웬수다…. 웬수…….”


“그냥은 못 갑니다……. 그 동안 …이 년 때문에 속도 많이 썩였으니 보상이라도 받아야 겠소….”


“이…. 이 짐승만도 못한 놈…….”


“예…. 마음껏 욕하십시오…. 대신 돈이나 많이 주시면 됩니다….”


비아냥 거리 듯 막말을 뱉어내는 사내를 보며 현우는 점점 파랗게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처가 집의 우환을 빌미로 한 몫이라도 잡아 보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이 역겨웠고 

입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울음을 터트리는 연화의 모습도 측은하게 느껴졌다.

사내 앞으로 다가선 현우가 사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라……. 난 이 집 손님이다만 너 같은 쓰레기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허….이거…… 이 새파란 놈이…….”


주먹을 올리던 사내의 손이 현우의 손에 잡혀지고 억센 느낌으로 대문 앞까지 밀려나간 사내가 보통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았다.

파랗게 빛나는 눈빛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도 기분이 나빴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움직일 수 없는 팔도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놔…. 이 놈아…. 내가…. 내가 누군지 알고…. 어억….”


대문 밖으로 내 동댕이 쳐진 사내가 몸을 일으키며 분한 듯 씩씩거렸지만 현우의 눈빛에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하겠다는 듯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 현우에게 욕을 하고는 유유히 사라져 갔다. 


“휴..우…. 내 불찰이었어……. 저 착한 여식을 망나니 같은 저 놈에게 보내는 게 아니 였는데….”


마루 끝에 간신히 서 있는 장가노인은 후회스런 탄식을 자아내며 마당 끝에서 흐느끼는 연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오후의 햇살이 담장너머로 암울하게 보여지기 시작했다.


마루 끝에 앉아있던 장가노인이 힘든 듯 현우의 부축으로 방안으로 들어가고 입가에 피를 흘리던 연화가 자신이 모습이 챙피한지 부엌으로 들어가 버린다.

현우는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집안의 우환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악운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에 낮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자리를 일어섰다.

더 늦기 전에 마을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았고 장가노인의 입장에서도 

안좋은 모습을 보인 것에 현우를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부엌으로 다가가고는


“저…. 아주머니….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 끝에 부엌문이 열리며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연화가 현우를 바라보고는 


“저…. 잠시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될까요…?? 그 사람…. 그 사람이 다시 올까 두려워요……. 아버님도 성치 않아서….”


연화의 눈 속에 두려운 듯한 공포감이 느껴졌고 제대로 된 남자 하나 없는 집에서 또 무슨 곤욕을 치룰까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평소 때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현우는 간절한 눈빛을 보이는 연화를 보며 차마 가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은 연화의 얼굴을 바라보며 현우는 고개를 끄떡였고 연화는 다소 안심이 되는지 마른 한숨을 토해낸다.

헝크러진 머리를 추스릴 여유도 없었는지 연화는 부엌의 문턱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한이 서린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기 시작하고 

현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연화를 바라보며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쩌다 저 사람이 저 지경까지 되었는지…. 휴..우…. 저도 몹쓸 년이지요…. 남들 다 낳는다는 자식 하나 못 낳고…….

시집간지 벌써 여섯해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애기 하나 없는 게 이제는 한이 되다시피 했답니다….”


“…………….”


“약도 먹어보고 … .별 해괴한 일도 해봤지만 이젠 포기 했어요…. 

이게 내 팔자로구나 하고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편해지더라구요…. 화냥년이요…?? 허어….”


“……??”


“처음엔 남편에게 반대를 했어요…. 남편도 중간에 없는 살림에 첩을 들이며 자식을 낳아 볼려고 무단이도 애를 썼지만….

작년에 그 첩마저 야반도주를 해버리고…. 시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다른 남자와 동침까지 했어야 됐어요……..

지가 그렇게라도 해서 아기를 갖자고 해놓고는……. 흐흑흑…….”


“흐음………”


연화는 제법 큰 재산을 모은 남부럽지 않은 집안의 장녀였지만 살아온 세월이 무상하리만큼 모진 고생을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를 수태하고 길러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여자에게는 평생의 의무이기도 했지만 

낙일 수가 있었는데 연화의 처지는 커다란 한을 안고 살만큼 모질고도 굴곡이 많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휴우……. 몇 번을 다른 남자와 동침을 하며 약간의 정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난 남편이 시킨 일이였기에 무조건 순종하고 따랐지요….

결국은 아무런 소식이 없자… 사람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


“매일 같이 술에 절어 살았고……. 허구헌날 나를…. 그래도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쓰러져 가는 집안도 그렇고……. 이제 그 사람과는 모든 인연을 끊고  여길 지킬 거예요…. 누가 뭐래도…….”


습기를 머금은 연화의 눈 속에 파란 인광이 보여지며 굳은 결심을 다지기라도 하 듯 단호함이 느껴졌다.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차분한 성격을 가진 평범한 아낙이려니 했지만 이면에 보여지는 험한 듯한 그녀의 삶은 어느 누구도 그녀를 위로하지 못 할 것 같았고 

결심을 굳혀가는 그녀의 마음도 바위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것 같이 생각이 들었다.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쳐낸 연화가 자신의 모습이 민망스러운 듯 마른 웃음을 보이며 쑥스러운 마음을 표시하고 

현우도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굳어진 마음에 격려를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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