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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사이트) 초록마을 - 67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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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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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이 비춰지는 한낮에 초록동으로 들어서는 달구지가 보여졌다.

달구지 가득 짐을 실은 채 마을 입구를 지나 들어서고는 누군가를 찾듯 중년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출발을 하였지만 점심때가 되어서야 도착할 만큼 먼 거리를 쉬지않고 온 때문인지 사내는 피곤한 듯 하면서도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이 묻어났고 마침 집을 나서던 아낙과 눈이 마주치고는 아낙을 부르는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풍천댁은 낮선 이가 마을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의아한 표정이 되고는 조심스럽게 사내에게 다가섰고 

사내의 뒤로 보여지는 달구지를 보고는 눈을 깜박여 간다.


“어…. 어디서 ..오셨수…??”

“아….예….아주머니 말 좀 물읍시다…. 혹… 여기가 초록동이 맞는지……??”

“그렇소만……. 이 마을엔 왠 일로 오셨수…??”

“마을에 이현우라는 사람이 있는지……??”

“현우 총각…?? 그런….데…요……??”


말을 마치던 풍천댁의 시선에 달구지에 하나 가득 실린 나무단이 보여지며 눈이 커지기 시작하고는


“아이구야…. 저거…. 이제야 왔네……. 잠시만…잠시만…. 기다리슈…….”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풍천댁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내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마을의 한켠에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즈음 

훤칠한 키에 제법 커다란 덩치를 보이는 청년이 아낙 몇에 둘러 쌓이고는 사내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사내는 다가오는 현우만을 지켜보았고 얼굴에 미소를 지은 현우가 중년사내의 앞에 걸음을 멈추고는


“영천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만…. 혹…. 이현우란 분이……??”

“예…접니다…. 어르신은 잘 계시지요……??”

“예…. 어르신이야 아직 정정 하시죠…. 뭐…. 허허허…….”

“그나저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허허허…. 저야 어르신이 시키는데로만 했을 뿐이지요…….” 


먼 길을 거쳐 사과나무가 도착하였다.

할머니인 영주댁이 살아 계실 때에 인편을 놓아 영천에서 과수원을 하는 부농을 소개 시켜 주었고 

몇 번의 왕래 끝에 결국 현우가 간절히 원하던 과실수를 구할 수 있었다.

아직은 어린 묘목일 뿐이지만 오래지 않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마을에 풍요로움을 안겨 줄 

소중한 나무라는 생각에 현우는 기쁨과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현우를 둘러싼 아낙들의 눈 속에도 설레이는 듯한 기쁨이 묻어나오며 나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반가운 미소가 어려지기 시작한다.


따뜻해진 산들바람이 살결을 스치며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파아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하늘엔 티클 하나 없을 만큼 청량함이 느껴졌고 

봄을 맞는 게 신이 난 듯 몇 마리의 산새들이 서로를 쫒으며 하늘을 수놓아 간다.

산과 들의 곳곳에 새로운 계절을 알리 듯 연두색의 새순이 움트며 기지개를 펴 가고 

살랑이는 바람결에 겨우내 숨 숙이던 어린 가지들이 햇빛을 받고는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만을 보여주며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푸르른 잎사귀를 피워 올릴 수 있다는 듯 

작은 일렁임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서며 마을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산비탈의 곳곳에 무명옷을 걸쳐 입은 아낙들이 보여지고 어깨에 큰 짐을 진 채 산비탈을 오르는 현우의 모습도 보여진다.

따뜻한 날씨와 산뜻한 바람이 마냥 좋은지 아낙들의 입가엔 가는 미소가 어려 있었고 

한줌 한줌 조심스러운 듯 어린 나무들이 그녀들의 손에 의해 땅속에 심어지고는 점점이 비탈이 메워지기 시작했다.


어린 자식을 다루 듯 아낙들의 손길엔 정성이 묻어났다.

아직은 여린 나뭇가지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들에게는 희망이었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보물이라는 듯 세심한 동작으로 비탈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코끝으로 풋풋한 흙내음과 점점 푸르게 변해가는 산과 들의 싱그러운 풀내음이 아낙들의 주위로 퍼져가며 산비탈엔 오랜만의 생기가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이 놈이 언제쯤이면 저 만큼 큰 나무로 자라서….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 줄런지….”


탄식을 터트리는 호성이네의 눈 속엔 기쁨이 넘쳐 흐르고 있었지만 기대가 큰 지 나직한 넋두리가 정적을 깨워낸다.

허리를 펴며 이마의 땀을 닦는 안동댁이 웃음 가득한 미소를 띄운 채 호성이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여기저기서 마을 아낙들이 실소를 터트리며 대화에 끼어 들었다.


“자네 너무 급한 거 아냐…?? 아직 어린 새순인데 다 심어 놓지도 않고 벌써 한숨을 쉬면 어쩌라구…….”

“호호호…. 호성이네가 급하긴 급했구나…. 떡 본김에 잔치를 할려고 하네…. 호호호….”

“껄껄껄……. 호성이네야……. 다 때가 되면 …치마끈 풀르 듯 익어 갈 테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두라고…….”

“나 참…성님들도…. 나만 그러우…? 다들 또 같음서……호호호….”


넉살 좋은 풍천댁의 음담에 왁자지껄 웃음이 터지며 산비탈에 활력이 넘쳐 흐른다.

나무를 베고 얼어붙은 땅을 갈아 엎은 채 이제야 어린묘목을 심을 수 있었다.

토질이 제법 윤기가 있어서인지 나무가 자라는 데는 아무런 지장은 없을 듯 보였고 

나무를 매만지며 정성을 보이는 아낙들의 손길에도 정성이 가득 묻어 나는 게 더 이상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제대로 된 선택이었는지 현우는 자신 할 수 없었지만 마음 가득 희망을 안은 채 나무를 심어가는 아낙들을 보면서 현우는 믿음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항상 반복되는 힘든 노동으로 매해 끼니 걱정만을 하던 그들이었기에 어쩌면 이번 일은 그들에게는 커다란 모험이었고 역

경을 이겨 낼 시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그들의 눈 속엔 기대와 희망이 보여지며 가슴 벅찬 감동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째…?? 현우총각…….”

“예…?? 무슨 말씀이세요…??”

“엊그제도 다들 쉬는데 자네허구 진우엄마가 손이 부르트도록 고생만 허고…….”

“하하하……. 아무려면 어때요…. 잘 만하면 좋은 거지요…….” 


풍천댁이 겸언쩍은 듯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며 현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지만 현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대답으로 자리를 피해 버린다.

혜숙은 현우의 모습을 보면서 의미모를 웃음만을 지어 낼 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머슥한지 아낙들이 혜숙의 주위로 몰려들고는 고마움과 애틋함을 표시하자 혜숙은 부드러운 웃음으로 아낙들을 미소 짓게 만들며 

산등성이에 웃음꽂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혼자 고생을 다 해놓고서…. 왜 내가…칭찬을 받는건지…. 원….”

“하하하…. 왜요…? 숙모…?…..싫으세요…??”

“오히려 내가 미안하잖아…. 그러면…….”

“후후후…. 숙모도 참…. 내가 칭찬 받는거나 숙모가 칭찬을 받는거나 다른 게 뭐 있어요…?? 내 사람이 칭찬을 받는거라 그냥 기분만 좋으면 됐지…….”

“뭐어……??”


현우의 대답에 자신을 자신의 사람이라며 표현하는 것에 혜숙은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단순한 표현일지언정 혜숙은 현우의 한 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짜릿한 희열에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오름을 느꼈다.

모르는 척 앞서가는 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혜숙은 기쁨과 환희의 눈빛으로 마냥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저녁을 마친 현우가 집을 나서고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혜숙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현우야 할 일이 많은 상태였고 둘러 볼 일도 많을거라는 생각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마루에 걸터 앉은 현우를 문틈으로 바라보던 혜숙이 문을 열고는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직…마무리 못한 게 있니……??”

“어…?? 아직 안 주무셨어요……?? 그냥 좀 돌아봤어요.... 내일부터는 밭에 나가야 될 것 같아요…….”

“으응…. 그랬구나……. 어서 자렴…. 피곤 할 테니…….”

“예에……….”


영주댁이 사용하던 방을 혜숙이 자리를 잡았고 혜숙은 현우의 모습을 보면서 문턱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윤지씨는….자요……??”

“그래…. 요즘은 잠이 많아졌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더구나…….”

“예에…. 아마 아직은 좀 힘든가 봐요….”

“그래…. 보기보다는 많이 힘든 것 같더구나…. 빨리 건강해 져야 할텐데…….”


근심스러운 모습의 혜숙을 바라보는 현우는 이제는 집안의 대소사에서 혜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고 

혜숙이 있는 한 집안의 평화로움은 언제까지라도 이어질 것 같다는 예감에 편안한 마음이 들어간다.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혜숙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에 현우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 올리며 혜숙을 바라보기만을 한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를 느꼈지만 혜숙은 아무런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방으로 돌아갈 것 같던 현우의 행동이 자꾸만 자신에게 시선을 모아가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에서 

혜숙은 은근한 설레임도 느꼈지만 조용한 집안의 분위기에 괜시리 초초해지는 마음도 생긴다.


현우는 초저녁 저녁을 마치고는 성수엄마네 집에 다녀왔다.

낮부터 자꾸만 신호를 보내오는 성수엄마의 요청을 거절 할 수가 없었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뜸해져서인지 

현우는 초저녁부터 성수엄마의 집에서 그녀와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이었다.

점점 열정적으로 변해가는 성수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몇 차례의 정사를 나누었고 다소 피곤한 듯 생각되었지만 

집에서 혜숙을 바라보는 순간 잦아들었던 열정이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푸근하게 생각되는 혜숙의 마음 씀씀이와 다소곳한 모습은 현우에게 알 수 없는 소유본능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았고 

자신의 눈길을 받으며 수줍은 듯 보여지는 자태도 기름에 불을 지르듯 현우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 시작한다.

오붓한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현우는 조심스럽게 혜숙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를 앉아갔다.

몇 걸음에 윤지가 잠들어 있는 작은방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 들어 깊은 잠을 자는 윤지의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던 현우로서는 

전혀 부담이 되어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뭐….따로 하고싶은 얘기라도 있니….??”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혜숙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고 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뇨…. 그냥 숙모랑 같이 있고 싶어서요…….”

“내일 피곤 할 텐데…. 일찍 쉬렴…….”

“후후후…. 괜찮아요…. 내일 일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쉬면서 하죠…뭐…….”

“……그래도…….”


잦아드는 혜숙의 목소리에 부끄러운 듯한 설레임이 느껴졌다.

이젠 현우의 눈치만으로도 혜숙은 현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말 한마디에 순종이 느껴지는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어지는 정감이 이제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느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애정도 깊어 가는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던 혜숙이 저고리고름을 살포시 쥐고는 자리를 일어서서 마루 끝으로 내려서고 

현우는 혜숙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며 혜숙의 모습만을 쫒고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뜰로 사라졌던 혜숙이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당으로 나서고는 자신이 사용하던 별채의 방으로 들어서며 

현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는 조심스런 동작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혜숙의 들어갔던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언제부턴가 겨우내 대지에 숨어 들었던 풀벌레의 울음이 잔잔하게 들려오기 시작하며 밤이 깊어져 간다.


“아으흑…. 아흑……. 아아윽…….”


혜숙은 터져버릴 것 같은 충족감에 고개를 젖히고는 가뿐 신음소리를 터트려가고 

현우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혜숙을 끌어 올리며 연신 강한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된 채 두 사람은 흐느적거리는 모습으로 정사에 몰입되어 있었다.

혜숙의 가냘픈 듯한 다리가 현우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현우의 목을 두른 혜숙의 팔은 현우를 놓치기 싫다는 듯

 굳건하게 보여지며 쾌감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현우의 손길에 이제는 깊은 방사의 맛을 알아 버린 듯 혜숙은 점점 농후해지는 감각 속에 정신을 놓아가고 

깊고 부드러운 열정에 녹아들며 현우와 혜숙은 둘만의 쾌락을 음미해간다.


“아앙…. 흐응……아앙…. 어억…. 흐흐흑…….”


정적 속에 울려 퍼지는 여인네의 아득한 교성이 방안을 야릇하게 만들며 밤은 깊어지기 시작한다.

땀으로 범벅 된 현우의 등판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혜숙은 알몸을 드러낸 채 앉아 있었다.

뼈와 살을 녹이는 방사는 두 사람의 어색한 분위기를 일소에 해소시켜 버렸고 혜숙은 알몸이 보여지고 있음에도 

나직한 미소를 띄운 채 정성스레 현우의 몸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후후후…. 숙모는 점점 더 뜨거워 지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나중에 내가 숙모를 피해 다니면 어떻게 해요…??”

“어머…. 그런 말이 어딨니…?? 얘가…….”

“아이고……. 하하하……. 농담이예요……. 농담…….”


이제야 부끄러운 듯 이불로 가슴을 가린 혜숙이 장난스레 말을 해오는 현우의 등을 때리고는 이불 속으로 스며 들었다.

정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두 사람은 벌써 건널 수 없는 강을 다 지나온 상태였고 

돌아 갈 수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본능적인 느낌만으로 살아갈 뿐이었다.

이제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소중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죽어서 흙이 될 때까지는 둘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할 어려운 일이었다.

서로에 대한 벽이 허물어 지며 끝이 없을 만큼 서로를 탐하면서도 두 사람은 지켜야 할 선을 넘어가지는 않았다.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 속에 두 사람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숙모…….”


현우를 바라보는 혜숙의 눈빛이 아련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욕심이 많은 건가요…?? 내겐 어느 누구 하나 포기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내 스스로 터전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내가 만든 울타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격이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기도 해요…….”

“……휴우…….” 

“숙모나 윤지씨에게 어떤 어려움이 없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비현실적으로 보여 질게 뻔해요…….

어려움이 많을테지만 조금만 참아줘요……. 그리고 난…..난…숙모를 사랑해요……….”


어둠 속에서였지만 현우는 혜숙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볼 수가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면 흘려야 될지도 모르는 눈물일 수도 있었고 현우의 생각에 마음을 맞춰가는 순종의 눈물일 수도 있었지만 

현우는 혜숙이 눈이 슬퍼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숙여진 현우의 입술이 혜숙의 입술위로 덮여 지고는 마음을 전하기 시작하며 방안에 다시금 열풍이 번져가기 시작한다.


혜숙은 현우의 손끝에 열꽃을 피워 올리며 현우를 생각했다.

자신보다도 훨씬 젊은 탓도 있겠지만 현우는 한 마리 벌처럼 여러 군데의 꽃을 돌아 다니는 꿀벌처럼 생각이 되었다.

부지런한 꿀벌이 벌집 속의 애벌레를 살찌우고 번성하게 하듯 현우 또한 부지런한 모습으로 마을 전체를 살찌우는 꿀벌이 되어 

매일 매일을 쉼 없이 일을 하고 있었기에 꽃을 향해 돌아다니는 것을 나쁘게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여인들이었기에 혜숙은 그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현우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혜숙의 마음 속으로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며 현우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달콤한 밤이었다.


해가 뜨면 산비탈과 밭을 오가는 일상이 반복되었고 해가 지면 피곤에 젖은 채 힘겨운 몸을 추스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매일 이어지고 있었다.

다소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현우는 행복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고 점점 시간이 흐르며 마을이 푸르른 빛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마음 설레이는 초록의 잎파리들이 서서히 마을을 물들이고는 온통 초록빛의 물결에 휩쌓였고 울굴불긋 꽃들이 하나 둘 자태를 뽐내며 산과 들을 메워갔다.


옅은 분홍의 복숭아꽃도 피었고 살구꽃도 피었다.

들판엔 민들레와 보라색의 할미꽃이 듬성듬성 보여지고 산등성이엔 진달래가 분홍빛 망울을 터트리고는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성수네 밭엔 촘촘히 하얀 꽃잎을 피워낸 딸기꽃이 싱그럽게 피어나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었다.

모든 게 아름답게 보여지는지 마을엔 활기 찬 웃음이 가득 넘쳐 나며 봄의 향연이 시작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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