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야설사이트) 초록마을 - 59 부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몇몇 사람들이 마을길로 나서고는 눈을 치우는 모습이 보여지더니 마을은 점점 소란스러움이 더해져 갔다.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눈 사이에 생기고는 반가운 기색으로 김진사댁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호기심어린 몇몇 소년들이 아낙들의 손을 잡고는 따라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영희네 집이 눈 때문에 망가졌다는 구만….”

“아이구…. 그래요…?? 사람들은 괜찮고요…??”

“그래….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는가 보더라고….”


호성이 엄마가 다행스러운 듯 풍천댁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했고 

사내아이를 안은 풍천댁이 현장을 본 것처럼 얘기를 하며 김진사댁 대문을 들어섰다.

언제 왔는지 몇몇 아낙들이 마루에 앉은 모습이 보여지고 밝아진 얼굴엔 언제 안좋은 소식을 얘기했는지 잊을 만큼 미소마저 어려진다.


“아이고…. 다들 괜찮구만…. 별 탈은 없지…??”

“어서오슈…성님….”


나이가 제법 있는 탓인지 풍천댁이 마루에 앉은 아낙들의 틈을 비집고는 자리를 찾아가고 

이틀이 한달은 된 듯한 기분이 드는지 반가운 기색들이 역력해 보여졌다.


“아이고…팽돌이 그새 많이 컸네……. 요놈 웃는 것 좀 보게나….”

“까르르르……”


아직 말이 서툰 팽돌이 풍천댁의 등에 매달리며 재롱이라도 부리는 듯 행동을 했고 

아낙들의 눈 속엔 아련한 슬픔이 맺힌 듯 미소를 띄면서도 안쓰러움을 표시했다.

팽돌네의 죽음으로 아이를 대신 키우는 풍천댁은 온갖 정성을 다 들인 듯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직 어리기 때문인지 팽돌은 풍천댁이 엄마인 것처럼 따르고는 제법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소란스러움이 묻어나며 금새 집안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혜숙과 윤지는 오랜만의 반가움때문인지 

마루에 앉은 아낙들의 틈에서 웃음을 지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낙들도 현우가 안좋은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을 부를때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며 

혜숙과 윤지에게 넌지시 말을 건내보기는 했지만 미소만 지은 채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만을 들어야 했다. 

궁금증이 더해질 무렵 대문을 들어서는 현우가 아낙들의 시선에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현우에게 쏠려가고 현우의 얼굴에 가득한 기쁨의 빛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기분 좋은 감정이 몰려듬을 느꼈다.

아마 무슨 좋은 일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질 즈음 마루끝에 앉은 현우의 입에서 나직한 말이 터지기 시작한다.


“다들 무고 하시죠…?? 오늘 이렇게 모이시라고 한건….”


말이 없어진 아낙들의 시선이 현우에게 고정된 채 뜸을 들이는 현우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낄 즈음


“급히 의논도 할게 있고 좋은 일도 알려 드릴 겸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몇몇 아낙이 조급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그리 뜸을 들이우…. 어여 말 좀 해 봐요…. 답답해서…원….”

“그려……. 얘기 좀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하하하…. 예. 그리 하지요…. 먼저 우리 마을이랑 거래를 하던 상인이 다녀갔는데요…. 

내년부터 마을에서 나는 모든 작물에 대해 좋은 가격으로 매입을 하고 수송도 직접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고….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호호호…내년엔 큰 걱정거리 하나는 덜었구먼…….”

“호호호…. 성님도…. 가만 계셔봐요…. 아직 말이 안 끝났는데…….”


격이 없는 듯 소란스러운 웃음을 지어 올린 아낙들이 한바탕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고는 밝게 변하기 시작하고

 현우의 얼굴에 기대어린 시선을 모아가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리고…마을 뒷산과 하천 변에 과수나무를 심어서…….”

“과수나무…?? 과일까지 키우겠다고…??”

“예…. 마을이 과실수를 재배하기에도 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재배방법이나 묘목은 자세히 알아보고 결정 할 일이지만요….”


웅성거림이 아낙들의 사이로 번져가며 한마디씩의 얘기를 토해내었고 현우는 상인의 요청한 부분도 있었고 

마을을 위한 소득에도 득이 많을 것임을 강조하며 아낙들의 얘기에 일일이 답변을 해야만 했다.

오랜만의 활기가 아낙들의 눈 속을 흐르는 게 보여졌다.


비록 힘들고 고달픈 일이 더 많을 것이였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고 벌써 과실까지 재배하여 수확을 보는 것처럼 들뜨는 감정이 느껴지며 소란스러운 얘기들이 꽤 오랜 시간 이어지고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밝아진 현우의 얼굴엔 미소만이 어려지며 아낙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마을을 나서는 현우와 혜숙이 보여졌다.

몇일 동안의 어수선함과 잦아든 눈이 제법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고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을 나누지도 않은 채 마을 밖을 벗어나고는 

읍내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채 녹지 않은 눈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기는 했지만 현우는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랜만에 대장간을 둘러 볼 생각이었고 곧 시작될 개간을 위해서 몇 가지 필요한 물품도 구해야 했기에 읍내로의 걸음은 마냥 가벼웠고 

오랜만에 읍내에 가는 혜숙도 오늘은 가끔씩 웃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며칠 사이의 마을 일로 혜숙은 예전처럼 가끔씩 웃음을 보여주며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고 현우는 

다행스러운 마음에 자신을 따르는 혜숙을 뒤 돌아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코 끝으로 차가운 바람이 몰려들며 두 사람의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고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듯 현우가 혜숙의 앞을 막아 서고는 

갑자기 불어대는 바람을 몸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

깊어진 계곡에서 불어오는 돌개바람은 제법 고통을 느낄 만큼의 추위와 바람에 실려오는 눈가루를 실은 채 현우의 등을 하얗게 덮어 버렸고

 숨죽인 듯 혜숙은 현우의 가슴에 머리를 숙이고는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현우의 자그마한 행동이 혜숙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든다.

문뜩 현우의 세심함에 좋은 기분도 들었지만 요즘 들어 멀어진 듯한 느낌에 쑥쓰러움도 생겼다.

돌개바람이 잠시 불어대고는 잦아들자 미소를 지은 현우가 혜숙을 내려다 보고는


“괜찮아요….??…..”

“으…으..응….”

“괜히……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아녜요…??”

“아……아냐…. 누군가가 가기는 해야 하잖아…….”


가끔씩 마을에서는 읍내로 장을 보러 가는 경우가 있었기에 혜숙은 호성이엄마 대신 자신이 가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는 

현우를 따라 나선 것이었고 현우는 혼자서도 갈 수는 있었지만 혜숙의 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오랜만의 외출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혜숙과의 어색함을 풀기에도 나쁠 것 같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점점 말이 없어지는 혜숙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예전처럼 혜숙과의 관계도 그리웠기에 현우는 그녀와의 동행이 반갑기만 했다.

어차피 윤지와의 관계는 알고 있는다 하더라도 혜숙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혜숙의 차가워진 마음만 풀린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거라는 생각에 현우는 한가닥 따스한 기운이 마음속으로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따스한 시선이 혜숙에게로 모아지자 어색한 듯 혜숙은 고개를 숙이고는 현우의 앞을 지나치고는 걸음을 옮겨갔고 

현우는 머슥한 표정으로 혜숙을 따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쌓여있는 눈이며 하얗게 펼쳐진 설경이 두 사람 주위로 보여지며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어머…. 오랜만이우…….”


반가운 듯 대장간의 안에서 장년아낙이 걸어 나왔고 따뜻한 열기가 흐르는 대장간의 안으로 혜숙을 잡아 당기고는 사라져 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장년사내가 현우에게 미소를 보내오고 현우 역시 미소를 띤 채 사내를 마주보고 있었다.


“허허허…..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왔구려……. 자자…안으로 들어 갑시다….”

“예…. 잘 지내셨지요…??”

“허허허…. 요즘은 일거리가 좀 있어서 밥 굶는 일은 없다오…. 다 현우총각 덕분이긴 하지만....”


대장간의 구석에 풀무질을 마치고 모양만 갖춘 쇳덩이가 수북하게 보여졌고 벌겋게 타오르는 쇠조각이 불속에서 빛을 내는 게 현우에게 보여진다.


“다행이네요…..”

“요즘처럼만 지낸다면 원이 없겠오…. 허허허…….”

“좋아 질테지요…. 그건 그렇고…… 몇 가지 만들어 주실 게 있는데…??”

“만들거요…?? .뭔데 그러슈……??”

“예…..도끼랑 톱 같은 게 필요한데…. 얼마나 걸릴까요…??”

“많이 필요하슈…??”

“아닙니다…. 몇 자루씩만 우선 있으면 되고요…. 봄이 되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허허….무슨 일을 하려는 거요……??”

“예…. 산비탈을 개간해야 겠는데…. 가지고 있던 것들이 많이 낡아서 이번 기회에 좀..”

“허허…. 이심전심 인가…?? 맘이 통하는 건지……. 허허허..”


알 수 없는 장년사내의 말에 현우는 의혹어린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인지……??”

“허허허…. 요즘 주문 받는 게 도끼나 톱, 곡괭이 같은 거라 미리 몇 개를 여유 있게 만들어 뒀다우….

아마…현우총각이 나에게 생각을 심어준 모양이오…. 허허허….”


도움만 받던 탓인지 장년사내의 눈 속엔 기쁨과도 같은 반가운 기색이 맴돌고 있었고 현우역시 희미한 웃음으로 사내를 마주보고 흐믓함을 느꼈다.

오랜만의 외출에 장년사내를 일손을 놓은 채 조촐하지만 산채나물에 탁주를 내어놓고는 따뜻한 대장간의 열기 속에 

현우에게 쌓아 놓았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는 정다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안채로 들어간 혜숙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지 코빼기도 보이지가 않는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자리를 일어서는 현우가 보였다.

아쉬운 듯한 눈초리로 장년사내가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억지로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우에게 아쉬움만을 표시할 뿐이었고 

장년사내의 부름에 안채에서 혜숙도 미련이 남는 듯한 몸짓으로 대장간의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마니에 둘러 싸여진 묵직한 물건이 현우의 등으로 짊어졌고 몇 가지 선물을 받은 혜숙도 작은 보따리를 들고는 

아쉬운 이별을 고하며 대장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손을 흔드는 장년사내의 따뜻함이 발길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현우와 혜숙은 읍내의 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아쉬운 이별을 했다.

얼굴 가득 차분한 미소를 지은 혜숙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표시했고 현우는 혜숙의 표정을 보면서 나직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주 들리세요…. 아마 당분간은 대장간을 자주 다녀야 될 것 같아요…. 아저씨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여기서 대신 장만을 해준다고 했어요……”


혜숙의 시선이 현우에게 향하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왔다.


“으응…. 아냐…. 이제 마을에서도 할 일이 많을텐데…..”

“후후후…. 그 동안 정이 많이 드셨나 봐요…??”

“그래…. 좋은 사람들이야…. 걱정도 많이 해주고…. 영순이 옷을 지어 놨더라고……. 뭐라고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영순이 옷을요….? 나중에 천천히 도울 일이 있겠지요. 뭐……”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예전보다는 인적이 드물어진 장터로 들어섰다.

장날은 아니였지만 점포를 가진 사람들이야 언제든지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탓에 읍내의 주변마을에서는 가끔씩 들르고는 필요한 물목을 구하고 팔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오랜 길을 가는 듯 두터운 차림이었고 현우와 혜숙도 그들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필요한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크지는 않은 탓인지 몇 군데의 점포에서 현우와 혜숙은 몇 가지의 물건을 챙기고는 거리를 나올 수 있었고 

두 사람의 얼굴엔 만족스런 표정이 감돌기 시작했다.


“무거우실 텐데… 저 한테 나눠주세요………”

“아냐…. 이 정도는 나도 짊어질 수가 있어….”

“오래 걸을려면 저한테………”


혜숙에게 말을 거는 현우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서는 게 보이며 혜숙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생겨난다.

하얗게 센 머리와 단정하게 정리된 수염이 제법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시선을 돌리던 현우 역시 노인을 쳐다보고는 

난처한 듯한 표정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군……. 일하는 아이가 얘기를 해서 …. 혹시나 했는데….”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김진사댁 마님은 잘 계시는가…??”

“………………”

“연주에게 얘기는 들었네…. 뭐라고 할말은 없네만….”

“아직까지는 제 마음에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을 뵙기도 사실 좀 불편하고요..”

“……….그럴걸세…. 휴…. 나라도 아마 그런 경우라면 쉬이 마음을 열 수가 없겠지……. 

하지만…. 죄 없는 우리 딸애는 한번쯤 다시 생각 해주면 안되겠나…??”


안타까운 듯한 표정이 장가영감의 얼굴에 비춰졌다.

담담한 표정으로 현우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고 한 동안의 정적이 흐르며 난처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연주가 많이 아프다네…. 한번이라도 들러 주면 안되겠나…??”


현우의 시선이 장가영감의 얼굴에 모여지며 얼굴이 굳어져 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고 안쓰러운 마음도 생겼지만 현우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를 않는다.

어쩌면 말을 함으로서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현우는 냉정해지려 노력을 하며 시선을 외면하는 행동을 한다.


“이렇게 사정을 함세…. 나도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다네…. 하지만 지금은 몹시 후회도 하지만…. 나 때문에 우리 막내딸이….”

“인연이 아닙니다…. 어차피 맺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제가 간다고 해결이 되겠습니까…?? 아니요…. 더 나빠지기만 할 겁니다….”

“자… .자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요…. 아직 연주씨는 나이가 어리니까….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겁니다…….다시는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가영감은 현우의 얼굴에서 차가움을 읽을 수가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힘들게 만들고 있었고 장가영감의 얼굴로 힘없는 피로가 보여지며 나직히 고개를 끄떡이기 시작한다.


“휴….우…예상은 했네만……. 너무도 냉정하구만…. 너무도……”

“이제야 우리 초록마을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연분에 연연할 정도로 한가하지가 못하니 아마 어르신께서도 이해를 하시리라 생각을 합니다….그럼..”

“여보게…. 잠시만…. 잠시…. 허허….”


허허스러운 표정을 짓는 장가영감을 뒤로한 채 현우와 혜숙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며 몇 송이의 눈이 그들의 사이로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눈발을 날리던 하늘이 하얀 천막을 치 듯 상당한 눈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마을은 꽤 멀었고 어깨에 지워진 무게도 점점 발길을 더디게 만들고 있었다.

현우와 혜숙은 난처한 얼굴로 걸음을 빨리 하고는 있었지만 이대로 눈을 뚫고 마을로 가기란 쉽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바람까지 세어지고는 두 사람은 난처한 듯 이마를 찡그리고


“숙모….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잠시 눈을 피하고 쉬었다 가야겠어요…….”

“이 눈보라에…. 어디서…….”


보이는 건 수풀이 우거진 숲 속과 너른 들녘만이 보여질 뿐이었고 그나마 날리는 눈발에 방향을 가름하기도 쉬워 보이지가 않는다.

얼굴에 부딪히는 눈송이가 제법 고통스럽게 느껴지며 현우는 혜숙의 손을 잡고는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걸음을 옮기고는 잠시의 눈을 피하기 시작한다.

쉬이 멈춰질 것 같지 않은 눈이 두 사람에게 걱정을 안겨주며 현우는 눈보라와 추위를 잠시 견뎌낼 장소를 찾으려 숲속을 헤매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모닥불이 타 올랐다.

숲 속을 헤매이던 현우는 작은 동굴을 하나 발견을 하고는 겨우야 안심을 할 수가 있었고 두어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밖에서 눈보라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나을거란 생각에 자리를 잡고는 겨우야 모닥불을 피워 올릴 수 있었다.

두 발자국 정도에 휘 날리는 눈발이 선명하게 보였지만 그나마 작은 동굴은 추위와 눈보라를 막아주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고 

조금은 안심스러운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낸다.

동물의 집으로 쓰였는지 마른 풀과 몇 개의 나무가 있어서 불을 피워 올렸지만 오랜 견디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며 

눈보라가 빨리 그치기만을 고대하며 현우와 혜숙은 휘몰아치는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서움이 가득한 눈보라에 숲속은 금새 하얀 천을 깔고는 점점 안개 속처럼 혼미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전체 1,80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