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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사이트) 초록마을 - 42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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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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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게 잦아 들었다.

이틀을 내리불던 바람은 마을 곳곳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는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황량하게 변해버린 마을 사람들에게 복구를 위한 힘든 노역만을 남겨주었다.

몇몇 초가가옥이 바람에 못 이겨 뼈대를 드러내고는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고

마을에 군데군데 보여지던 나무들도 부러지거나 뿌리를 드러내고는 주저 앉은 게 한눈에 들여다 보이며 바람의 괴력을 실감케 한다.


언덕을 내려오며 현우는 마을 곳곳을 둘러 보았고 다행히 뱃사공집은 돌과 진흙으로 지어서인지 바람의 영향에서도 견딜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보며 

그나마 무사히 서울로 향할 수 있다는 것에 다행스러움을 느꼈다.

비록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마을은 곧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워 질거라는 생각에 

안도감마저 들고 자신을 따르는 두 여인을 돌아다보며 강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언덕마루에 홀로 선채 현우일행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주인아낙이 멍한 듯 보여지며, 깊어진 한숨을 토해내고는


“야속도 하시네…. 눈길 한번 안주고….. 하루밤 인연일 망정 기집의 정도 생각해 주시지…. 휴…우….”


알수없는 야속함과 지울 수 없는 현우의 인상에 아낙은 눈속으로 습기가 어리면서 탄식을 터트리고 

멀어져 가는 일행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마냥 자리를 지켰다.


마을 강가를 떠난 나룻배가 몇 시간의 항해를 마치고 멀리 커다란 도시가 보여지는 나룻터로 접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번성했을 듯 싶은 나루터였지만 왠지 한적한 모습과 간간히 비어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이며 퇴색되어가는 나룻터의 풍경을 

보여 주었고 오래된 듯 보이는 나루터 갑판으로 배가 대어지고는 몇 명의 사람들이 줄을이어 내리기 시작했다.


현우는 비릿하게 풍겨오는 냄새와 멀리서 보여지는 커다란 건물들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고는 왠지 낮설지 않음에 긴장의 끈을 풀고 

강변의 나루터를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

그동안 자신이 자라왔던 터전이기도 했지만 꿈을 키워가던 고향이기도 했다.

현우에게 20년이란 세월을 시끄럽고 냄새나는 장터의 한 구석일지라도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던 곳이었고 

아직도 그 기억은 머리속 깊숙이 새김질되어 박혀있었다.


한참을 걸어 나루터를 벗어난 현우와 두 여인이 꽤 번잡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고는

오가는 사람들의 틈을 비집으며 간간히 보여지는 건물들 사이를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울에 오랫동안을 살아오며 이곳은 현우에게도 처음 발을 들여놓는 곳이었다.

허름한 판자로 벽을 대고 줄을 이어 들어선 건물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이어지고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건물엔 군데군데 사람의 흔적들이 보여졌다.


전쟁으로 인해 생겨 났을거란 생각도 했지만 꽤 많은 군락을 이룬것에 신기함 마저도 어려지고 자신의 뒤를 쫒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는 혜숙도 처음보는 서울의 모습에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

불안스런 모습의 인화와 대조적으로 혜숙은 말로만 듣던 서울의 모습에 멀리 보이는 커다란 신기루 같은 건물과 너무도 허름한 

서울 변두리의 모습에 충격과 호기심이 교차하며 현우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여기가….서울이니…??”

“………예”


두리번 거리는 모습뒤로 낮선 모습의 여인들이 다가섰다.


“아유…. 싱싱한 총각이네….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놀다 가실려우….”


틀어 올려진 머리와 진한 향기의 분냄새가 현우의 시각과 후각으로 느껴지며 


“지나가는 길입니다…. 쉴 곳을 찾는 게 아니예요….”


왠지 부딪히고 싶지않은 생각에 현우가 혜숙과 인화의 팔을 잡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현우에게 다가서던 두 여인은 


“아이…. 재수없어….”

“그러게 말야…. 첫손님부터 퇴짜를 맞네….”


건물사이를 지나며 현우는 자신이 들어선 길이 결코 좋은 곳은 아니란 생각에 걸음을 빨리하며 길을 걸어간다.

판자건물을 어느정도 지나가자 탁트인 대로가 보여지며 점점 다양한 건물들과 전쟁의 포화로 흔적도 없어진 건물의 잔해가 뒤섞이며 시선에 들어왔다.

오가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많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초라해 보이면서 현우는 초조한 마음이 점점 생겨나고 

아무런 말없이 한동안을 묵묵히 걸으며 점점 도심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인화가 현우에게 시선을 모으며


“어디로 가실거예요…??”

“우선 영등포로 갈 생각입니다….”

“영등포요…?? 거긴…??”

“예전 살던 곳이예요…. 꼭 가봐야 될 일이 있어서요….”


현우는 자신이 살던 곳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어머니가 터전을 가꾸고 살던 시장골목을 둘러보고 싶었다.

자신이 서울에 온 목적이기도 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흔적이라도 찾고싶은 생각에 아직은 멀기만한 도심의 한곳을 우두커니 바라다 보았다.

예전처럼 그대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희미한 소망을 가져보기는 했지만 불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현우의 얼굴엔 긴장의 빛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대로변을 달리는 갖가지의 자동차와 전기전차가 소음을 내며 길거리를 활보하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대로변을 가득 메워가며 바쁘게 오가는 게 보였다.

생기가 넘쳐흐르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죽어있는 듯한 눈빛과 힘들어 보이는 쳐진 어깨에서 현우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에 

생소한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알수없는 불안감과 회의감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혜숙은 현우의 옆을 걸으면서 굳어지는 현우의 모습에 알수없는 그림자를 느끼면서 아까부터 현우의 눈치를 살피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도시에 산란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들었던 얘기와는 많은 차이에 묵묵히 현우를 따르면서도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습한 감정이 느껴지고 간간이 오가는 행인들의 눈속엔 알수 없는 어두운 모습과 생기 잃은 초점이 보여지며 

두려운 감정마저 생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어깨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허름한 행색의 모습을 한 몇 명의 사내가 자신들을 지나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오자 혜숙은 현우의 곁으로 바짝 다가서고 

현우도 기분 나쁜 듯한 인상의 사내들에게 경계심어린 눈길을 모아갔다.

현우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사내들을 뒤로하며 현우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혜숙과 인화도 잰듯한 걸음으로 현우를 쫒아가며 두려운 시선으로 

돌아봄을 반복한다.


무언가에 쫒기 듯 걸음을 옮겨가며 현우는 변해버린 서울의 분위기에 점점 회의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생기 넘치고 화려했던 도시의 처참한 행색에 

알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야수처럼 변해버린 사람들에게서 짐승과도 같은 야성적인 느낌이 들고 오래 머물면 오히려 더 안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생각에 현우는 

빠른 시간 안에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는 결심을 굳혀갔다.

낮선 곳을 지나는 세 사람의 행동이 점점 멀어지며 어딘지 모르게 음습하게 느껴지는 도시의 언저리를 몇 마리의 새가 배회하며 

하늘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도심을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보여지며 갖가지의 좌판과 수레의 위에는 여러 가지의 물품들이 얹어진 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으며 소란스러움을 만들어 간다.


“자…. 삼천포에서 금방 올라온 생선이요……. 생선….”

“오징어가 싸요…. 오징어 사세요…. 동해에서 오늘 아침 잡아올린 싱싱한 오징어예요….”


비린내와 쾌쾌한 내음이 시장을 들어서는 현우의 콧속으로 스며들며 왠지모를 정다운 감정이 솟아났다.

어릴적부터 뛰어 놀던 시장골목과 멱을 감던 하천의 개울물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장입구의 얼굴들은 생소한 사람들로 빈틈없이 자리를 메우고는 목청껏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현우는 좌판위의 물건보다는 혹시나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지인이 없는지 상인들의 사이를 지나며 그들을 찬찬히 확인하며 시장의 안으로 접어 들기 

시작하고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혜숙과 인화의 모습이 현우의 행동을 쫒으며 따라가기에 바빠 보인다.


“어리굴젓이요. 어리굴젓…. 창란젓과 명란젓도 맛 있어요…. 자…자…. 맛만 보세요….”


이마에 누런 수건을 두른 채 목이 쉬어라 외쳐대는 자그마한 체구의 장년인이 현우의 눈에 잡혔다.

시장안을 돌아다니며 예전의 장안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장사꾼들이 하나도 안보였었는데 전라도 목포가 고향이라며 

우스갯 소리를 능청스럽게 하던 젓갈장수가 반가운 듯 현우의 시선속으로 들어왔다.

왜소해 보이는 젓갈장수의 앞으로 다가선 현우가 장년의 상인을 바라보며


“아저씨…. 저…. 알아 보시겠어요…??”


눈만 꿈뻑이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청년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던 사내가 눈을 키워가며 현우를 응시하더니


“아니…. 자넨 건어물가게 아들…?? 맞네. 맞아….”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허허…. 이거 반가워서 말이 다 막히는 구만….”

“…………….”

“자네 살아 있었구만…. 반가우이…. 반가우이….”


주름 하나는 더 는 듯한 모습과 하얗게 세어가는 머리칼이 둘러쓴 수건사이로 보여지며 

전란중에 변해버린 모습을 금새 느끼게 한다.

3년정도의 공백끝에 만난 모습이 반가운지 젓갈장수의 손이 현우의 손을 움켜쥐고는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자네가 죽을 줄 알고…. 자네 모친도..”

“무슨…??”

“한 이 년은 넘은 것 같구만…. 한동안 자네의 소식을 몰라하던 자네 모친이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자네를 무척이나 찾았다네….

너무 연락이 없었고 마침 그 쪽에서 싸웠다는 군인의 얘기로는….”

“…….??”

“중공군에게  잡혀서 전부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네….” 


현우는 젓갈장수의 얘기를 들으며 가슴속끝에서 올라오는 아련한 통증에 눈끝이 매워진 듯 젖어오기 시작했다.

긴 시간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자신만큼이나 모친도 고통스럽고 그리움의 나날을 보냈다고 생각이 들자 

가슴을 아리게하는 그리움이 몰려듬을 느꼈다.


“안씨 아줌마의 간병을 받으면서 몇 달을 시름시름 앓다가 그해 겨울에 그만….”

“어디다가 모셨는지요…?? 그리고 안씨 아주머니는…??”

“여기서 조금만 들어가면  보일걸세….”


현우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신이 그리워 하던 모친이 적군의 포화에 돌아가신 게 아니고 자신을 그리워하다 병으로 돌아 가셨다는 사실에 

그 나마 시신이라도 보존했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픈 몸으로 시장을 찾았을 때는 시장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었고 몸을 의탁할 만한 곳도 없어서 

떠나야 했던게 생각이 나면 급해지는 마음으로 젓갈장수의 곁을 떠나고는 사람의 숲을 헤치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젓갈장수의 눈 위로 아쉬움과 안쓰러움이 교차되며 한동안 현우의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금 목청을 높이고는 주위를 끌어가고

다가서는 아낙들의 부름에 반가운 듯 허리를 숙여가며 그들을 맞아갔다.


허술하게 지어진 목조건물위로 ‘상주떡집’이란 간판이 보여졌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현우는 한눈에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같은 고향이라며 자신의 모친을 무단히도 챙기시던 온화한 모습의 장년아낙이 머리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고향이 상주라서 상주댁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안씨아줌마라고 불리기를 좋아했던 조금은 호탕한 성격의 아낙이었다고 생각이 들며 

갖가지 떡이 올려진 좌판사이로 발을 내딛으며 건물의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예…. 어서 오….”


현우를 한눈에 알아보는 듯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와 제법 커다란 덩치를 한 장년의 아낙이 눈을 크게 뜨며 입만을 벌린 채 현우를 바라보다


“아… .너…. 너…. 현우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현우를 바라보면서도 말이 막히는 듯 입만을 주억 거리던 아낙이


“흐응…. 와 이제 왔노…?? 흐흥….”

“…………아주머니…… 흑..흑….”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보며 지나가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동안을 서있는 채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3년이란 시간속에 너무도 많은 변화와 낮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예전의 정다웠던 기억도 스러져 가는 듯한 시간에서 상주댁은

아들과도 같은 현우의 귀환을 보고는 할말을 잊었다.


장터의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화로 세상을 달리하고 각박해지는 인심속에서 점점 회의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오던 상주댁에겐 

현우의 생환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을 하기 힘든 듯 눈물만을 흘리며 어린아이처럼 연신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우두커니 서있던 혜숙과 인화도 그들에게 동화된 듯 저고리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고는 가만히 그들의 재회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노…?? 응…?? 니가 죽어는줄 알고 얼마나 맴이 아팠는지…??”

“……전쟁 끝나고 돌아왔지만…. 아무도…. 아무도….”

“그래…. 시장 한복판에서 포탄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인제할배도 정육점 동환이네도 다 그렇게 죽어 뿐기라…. 휴…우…”

“어머닌……??”

“참…. 내정신 보그래이…. 마…. 들어가자…….”

“……예”


현우는 흘린 눈물 덕분인지 조금은 차분해지는 마음으로 상주댁 아낙을 따라 판자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서고 

혜숙과 인화도 미적거리는 걸음으로 현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장터는 날이 저물어가며 조금은 한산한 듯 보여지다 하나둘 불이 꺼지며 차츰 어둠속에 잠겨가고 

도시의 주위로 간간히 보여지는 불빛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허름하기는 했지만 판자대문으로 건물의 입구를 마무리한 상주댁과 현우가 장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멀지않은 곳에 있을 상주댁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현우는 하루사이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지난 시간을 비교하며 진한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이 그리워 지기는 했지만 아쉬움에 마냥 지내기엔 서울의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게만 느껴지고 

자신을 따라온 혜숙과 인화도 자신과 생각이 같은지 도시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 보여졌다.


얼마되지 않는 모친의 유품과 모친이 묻혀있는 묘지만 보고나면 서울을 터나려는 현우의 생각이 점점 깊어지며 상주댁도 

현우의 마음을 아는지 가끔씩 현우를 바라보며


“외가댁이라도 건재하니 그나마 다행인기라…. 여기는 사람이 있을곳이 못 되는 것 갑다…. 휴…우……. 그래도…….”

“…………??”

“여거는 니 고향도 되니까 잊어불믄 안된다이…. 알겄냐…??”

“……예…. 아주머니….”


현우는 오후사이에 몇 남지않은 시장의 낮익은 인물들을 돌아 보았다. 

전보다 못한 듯 어려운 처지에 그나마 자신을 반겨주는 모습들이 너무도 반가웠지만 생계를 위해서 아쉬움을 간직해야만 했던 

그들을 보며 마음속 깊은곳에 고마움과 예전의 뜨거운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언제가는 다시 찾으리라는 결심에 한결 기분은 좋아진 것 같았다.


전후 복구에 도시의 생활은 언제나 배고프고 힘든 일이 연속이었고 피폐해진 마을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렬로 서울은 속빈 강정처럼 점점 황폐해지고

각박해지고 있어서 현우에게는 예전 같은 즐거움도 못 느낄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돌아갈 초록동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속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매일같이 대문앞을 서성이며 자신을 기다릴 영주댁과 고요한 달빛에 자신을 그리워 할 윤지와 아낙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현우는 알수없는 그리움이 

몰려들기도 했다.


현우의 뒤를 따르는 혜숙은 현우의 생각을 읽은 듯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현우가 옛정을 못잊어 이 삭막한 서울에 남을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하며 

다시 돌아갈 초록동이 어쩌면 축복받은 곳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번화한 도시라는 느낌보다 피난민들의 수용소 같은 생각에 혜숙은 빨리 서울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다시금 시작될 마을에서의 일들을 상기하며 현우를 쫒아간다.

계단을 오르는 그들의 뒤쪽으로 도도히 흘러가는 검은빛 한강의 모습이 보여지며 전쟁으로 상처난 도시를 감싸 듯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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