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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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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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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온몸은 바위처럼 굳어있었다.

손아귀에 잡히는 어깨는 딱딱하게 굳은 채 조금의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고,

왼팔에 감겨있는 허리는 짧은 경련만이 간혹 있을 뿐이어서 차가운 기둥을 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보니 맞대고 있는 입술의 부드러움 보다는 얇은 입술 그 아래에 숨어있는 미나의 치아를 느끼는 게 먼저였다.

......


허리의 경련 주기가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그 탓인지는 몰랐지만, 굳어있던 미나의 몸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다.

피부밑의 근육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땀이 조금씩 차오르는 것 같았다. 마치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움찔......


처음으로 반응다운 반응을 보인 것은 내 입술에 짓눌려있던 미나의 입술이었다.

내리누르는 내 힘에 밀려 형편없이 뭉개져 있던 미나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이내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내 입술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러나 주저하지 않는 미나의 입술 움직임은 내 입술 모양을 탐색하는 듯이 미끄러졌다.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미나의 두 팔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씩 진동만 느껴졌기에 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내 확실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살짝...... 살짝......


허리를 따라 쓰다듬듯이 내려가던 미나의 손길이 다시 올라오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내 허리를 감아 자신 쪽으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명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서 하는 행동이었다.

나 혼자서 억지로 미나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미나 역시도 나를 안고 있다는 생각….

그 속에서 안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미나의 입술이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어떤 열쇠로도 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단단히 맞물려있던 미나의 입술이 벌어지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지근한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아마도 미나의 타액이었겠지만, 마주한 두 입술 사이에는 공간의 여유가 없었기에 그대로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뭐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맛이 느껴졌다. 달짝지근하면서도 향긋한….

그렇지만 싫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아니, 오히려 처음 맛보는 그 맛이 지금까지 맛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굳어있던 미나의 몸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부도, 그렇다고 긍정의 몸짓도 아닌 채 거저 돌기둥처럼 서 있던 미나의 몸이 어느 사이엔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채 내 팔 안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가늘게 솟아나는 샘물을 빨아 마시듯이, 그렇게 미나의 타액을 맛보는 사이 내 타액도 미나가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나가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른다고 여겼고….


미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약간 긴장한 듯했지만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미나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가면서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이었다….

......


그렇게 얼마간 입술만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처음엔 그냥 무작정 입술을 비비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미나의 몸짓이 부드러워질수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나의 입 속 어딘가에 있을 혀를 맛보고 싶었고, 좀 더 힘차게 미나를 안고 싶었다.

하지만 내 이런 마음과는 달리 미나의 반응은 나를 주춤거리게 했다.

분명히 처음의 경직은 많이 풀려있었지만,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나를 안고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저 맞닿은 입술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니, 그 이상의 움직임을 생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런 미나의 반응을 느끼면서 내 머릿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키스......


미나에게 애인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여대라서 남녀공학의 학교에서처럼 많은 기회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미팅이나 소개팅을 통해서 남자친구 한둘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고….

당연히 그 남자친구와의 키스는 이미 경험했으리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미나의 반응은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설프다고 말해야 할까….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갖게 된 장난감을 신기해하면서 한가지 기능에만 관심을 쏟는듯한….

나도 그랬지만, 여자인 미나에게 있어서 첫 경험의 기억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첫 키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내 기분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가운데 미나와 내 입술이 떨어지면서 소리가 났다.

조용한 집안에서 그 소리는 유별나게 크게 들렸고, 그래서 더욱 당황스러워 미나를 그러안았지만 미나는 그런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는지 입술이 떨어지는 그사이에 호흡을 정리하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 처음이니...?"


내가 내뱉고서도 나 자신이 놀라고 말았다. 물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얼떨결에 말을 입 밖으로 쏟아내고 말았다.


"... 으응..."


속으로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내 귓가에 미나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고, 미나는 대답을 하고서 내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그걸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했고, 자신이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말은 안 해도 쿵쿵거리는 미나의 심장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은 남자인 나보다는 여자인 미나에게 있어서 더 클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날, 제대로 준비도 못 한 사이에 갑작스럽게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기대하고 있기는 했을망정, 정작 자기 입술에 와 닿는 내 입술을 느끼면서 상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미나에게 나는 어이없는 질문을 했고, 미나는 힘들게 대답하면서도 내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 그렇구나..."

"......"

"나는..."

"괜찮아... "


나는 처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미나에게 첫 키스는 아니라고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말을 잇기도 전에 미나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강하게 조이면서 내 말을 막았다.


"그냥... 오빠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었어..."

"......"


나지막한 미나의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


"어쩌면... 어쩌면... 그 여자가 오빠의... 첫키스 상대일지도 모르지만... 나, 신경 안 써...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


미나가 아닌 다른 여자였다면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미나도 쉽게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 상처 입고 싶지 않은 마음......

고마웠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미나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그런 미나를 가만히 안아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가냘픈 미나의 허리를 느끼면서 미나에게서 흘러나오는 내음을 맡고 있었던 나는 차츰 차분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제야 미나와 내가 아직도 현관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의 냄새가 너무 향긋해서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지만 밤새도록 그럴 수는 없었다.

내 품에 안긴 채 겨우 서 있기는 했지만 미나 역시 쉬고 싶을 것이었기에….


등 뒤로 돌려져 있는 미나의 팔을 잡고서 앞으로 돌렸다.

미나와 나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겼고, 그 바람에 내 시야에 벗어나 있던 미나의 얼굴이 보였다. 밝으래 한 볼,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 물기에 젖은 눈......

내 시선을 미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 눈을 보면서 미나의 허리를 살짝 안고서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휘청......


미나의 다리가 무너지는것을 간신히 끌어당겼다.


"괜찮아...?"

"... 다리에 힘이 없어..."

"......"


긴장이 풀리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버렸을 것이다. 미나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번쩍 안아 들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랐지만 한 손으로 미나의 허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다리를 들었다.

딱히 그렇게 하리라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몸은 그렇게 움직여주었다.

그때만큼은 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내 몸이 고마웠다.

미나의 팔이 내 목을 감싸 안았다.

미나의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쌕쌕거리는 미나의 숨결을 느끼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침대로 미나를 데려가야 할지, 아니면 소파로 가야 할지......

피곤한 미나를 침대로 데려가는 것이, 그래서 쉬게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저만치 보이는 침대로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막상 미나를 안아 들기는 했지만, 침대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 무겁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내 머릿속에 들어차 있는 상상의 장면들을 미나가 봐버린 것 같았다.

"내려줘... 걸을 수 있을 것 같애..."

고개를 돌려 바라본 미나의 얼굴은 한여름의 천도복숭아 빛이었다.

붉은, 그러면서도 밝게 빛나는 볼 아래로 보이는 미나의 입술이 작게 오므라들었다.

자신이 너무 무거워서 내가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피식......


마치 감추고 싶어 하던 비밀을 들켜버린 소녀 같은 미나의 몸짓에 웃음이 나왔다.


"다이어트나 좀 해..."

"......"


내려주지 않은 채 농담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미나는 점점 더 발갛게 익어갔다.

그리고......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지경이 되었을 때, 미나의 몸이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놔, 내려놔..."


진짜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화난 척 하는 것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미나의 몸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있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미나를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두 팔에 힘을 잔뜩 주면서 미나를 끌어안고서 걸음을 옮겼다.

망설이던 때가 언제였느냐는 듯이 내 발은 다급하게 침대로 향하기 시작했다.

팔 안에서 발버둥을 치는 미나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 이상의 고민을 할 수는 없었다.


구석진 곳에 있던 침대가 점점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미나의 발버둥은 더욱 심해졌고......

침대 바로 앞까지 왔을 때는 미나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발치에 침대가 와 닿자 나는 미나를 내려놓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발버둥을 치는 미나를 얌전하게 내려놓을 수는 없었고......

무너지듯이 미나를 끌어안은 채 침대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흐읍......"


미나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미나를 덮쳐 누르는 듯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침대 위의 상황은 미나와 나를 경직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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