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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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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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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빗방울이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얼굴을 때리고 있었지만 별 감각이 없었다.


다음에... 만날 수 있을까...?


은하에게 삐삐번호를 주기는 했지만, 은하가 나에게 연락할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은하의 연락이 오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은하와 나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 같은 것이 생겼다는 사실만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처음 만나는 은하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미나가 왜 메모지를 내게 주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내가 곤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를 향한 미나의 마음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기에 상당히 불편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준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다.


미나가 기다리고 있는 가게 앞에 다다랐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미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고민을 하는 것은 잠시였다.

내가 아무리 고민을 한다고 해도 미나의 상반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나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는 게 우스웠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생각들을 억지로 밀어내고서 방으로 들어섰다.

내가 들어섰음에도 미나는 날 보지 않았다. 나갈 때 그 모습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디에 앉아야 할지...

오늘 같은 일만 없었다면 평소에 했던 대로 미나의 옆자리에 앉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다.

은하가 이 자리에 있을 때는 미나가 내 곁으로 다가왔기에 내가 고민할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데려다주고 왔어?"

"...응..."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미나의 목소리에 얼결에 대답하고는 그냥 맞은편에 앉고 말았다.

자리에 앉는 내 얼굴을 미나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빠... 물어봐도 되지?"


무엇을 물어본다는 것인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은하와의 일일 것이다. 지금껏 미나에게 은하 얘기를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었으니까...

담배가 필요했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고는 불을 붙였다.


"뭐가 궁금한데...?"


내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같이 들렸다. 미나에게도 그렇게 들릴까...


"그... 여자랑 사귄 거야?"


조그만 종이 굴러가는 것 같았던 미나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렸다.

내가 나간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또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고민을 했던 것이 역력했다.

미나에게 대답할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그냥 그러고 싶었다.


"군대 가기 전에..."

"... "


미나의 고개가 숙어졌다.


"계속... 만났어?"

"... 아니... 오늘 처음 만난 거야..."

"그랬구나..."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하는 대화는 이상했다.


"지금... 지금도 좋하해?"


아마도 미나가 제일 궁금해하는 것이 이것일 것이다.

미나에게 뭔가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이상 미적거렸다가는 미나에게 상처를 주고 말 것만 같았다.


"... 그냥... 친구야..."


딱딱하게 굳어있는 미나의 어깨가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 내 착각일지는 모르지만...


"그럼... 난...?"


미나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묻고 있는 거라면...

지금까지 미나가 나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왔던 적은 없었다. 그저 농담처럼 가벼이 말하곤 했을 뿐...

아마도 진지하게 말하기에는 부끄러워서 그랬을 것이고,

나 역시 미나를 상대로 이상한 감정을 품기를 경계하고 있었기에 지나가는 말로서 대꾸하고는 했었다.

오늘 은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지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애매한 대답을 들으면서도 지나치게 앞서나가지 않는...

그렇게 지내왔었고, 서로 불편해한 적은 없었는데...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미나에 대한 내 감정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원하지 않는 계기 덕분에 말하기를 강요받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미나는...?

어쩌면 은하와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이라면. 미나에게 뭐라고 말해야지...?


분명 미나를 대하는 내 마음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과외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 자체가 어떤 선 이상을 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또 당시의 미나 역시 나를 그 이상의 존재로는 생각하지 않는 게 확실했다.

그리고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이제 그 옛날의 관계를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해운대에서의 재회 이후로 미나는 자신을 예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원했고, 또 나 역시 그런 미나의 태도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오히려 미나를 원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도 미나에 대한 감정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자존심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난 확실히 미나의 부모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고, 그게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집에서는 내 등록금을 대주기도 벅차했기에 어떻게든 내가 꾸려가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또 그럴 용기와 다짐도 했었다.

그랬는데 미나의 부모님이 선뜻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기에….


눈앞에 다가온 잡기 힘든 기회를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였기에 내 자존심은 상처를 입을 대로 상처를 입었고,

그 덕택에 미나에 대한 내 감정을 확실히 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미나를 내 마음속에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진정한 내 감정인지, 아니면 내가 도움을 받고 있기에 그런 감정이 생긴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으로서는 이것밖에는 없었다.

지금 여기서 어떤 말을 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는 나중에 미나에게 상처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오늘 내가 미나에게 준 상처로도 충분할 텐데 더 이상은...


"..."


미나와 나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미나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나 역시 미나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시선이 맞닿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곧 미나의 고개가 숙어지고 말았기 때문에... 그리고...


"훗... 그렇구나..."


미나에게서 저렇게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것도 나 때문에...


아무리 심하게 야단을 맞더라도 미나는 풀죽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더라고 목소리를 높여서 대들지언정 저렇게 기죽지는 않았다.

그랬던 미나가 지금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헤에~ 뭐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고개를 숙인 미나의 입에서 장난기가 섞인 말이 흘러나왔지만, 그런 모습으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분명히 당황해하는 날 생각해서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내 마음은 오히려 더 착잡해졌다.


"오빠, 나 약속 있어. 지금 나가야 해."


시간은 이미 9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오늘 나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다른 약속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와 만나는 날은 다른 약속을 한 적이 없었기에. 그랬던 미나가 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꾸며내기는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말할 수 없이 힘들 것이다.

벗어나고 싶어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나를 붙잡을 용기는 없었다.

미나를 붙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기에...


"그래... 나가자..."


비는 그치었다. 빗물이 작은 시내를 만들어 흘러가고 있었고, 미나와 나는 그걸 보면서 한동안 가게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집에 갈 거지? 난 친구 만나야 해."

"그래...?"


어디서 만나느냐고, 데려다주겠다고 말해야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미나가 더 곤란해하리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늦지 않도록 해."

"으응..."

"나 먼저 간다."


발걸음을 옮겼다.

내 뒤로 미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자신을 잡아주기를, 그리고 어디로든 데려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그래서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억지로 걸었다.


골목길을 벗어나서도 한참을 가서 멈추어 섰다.

뒤돌아보았지만 미나의 모습은 없었다. 여전히 그 가게 앞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따라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비 온 뒤의 밤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았다.

덕분에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빛깔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어디라도 들어가서 진탕 퍼마시고 싶었다. 조금 전에 마신 술기운은 이미 다 달아나버린 뒤였다.

아무 술집이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술만 팔면 되니까.

눈앞에 보이는 허름한 가게로 들어갔다. 실내 포장마차였다.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우동과 소주를 시키고는 담배를 물었다.


채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우기도 전에 소주와 우동이 나왔다.

한 잔을 따라 털어 넣으니 짜르르하게 목이 울렸다. 이상하게 술이 달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내나는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역한 소주 기운이 목을 타고 올라와 내 입 밖으로 빠져나갔다.

조금 전에 있었던 가게와는 달리 손님들이 많아서 시끄러웠지만, 오히려 그 소란스러움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미나와 은하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마치 느린 기록영화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군데군데 내가 듣지 못했던 미나와 은하의 대화가 귓가를 울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분명히 소리를 질러야 옆 사람과 간신히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그 소리만은 또렷하게 들렸다.

귀를 막고 싶었다. 그리고 눈도 감고 싶었다. 하지만 귀를 막아도, 눈을 감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술만 마시고 싶었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새 소주병이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안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셔대는 나를 보고서 주인아주머니가 혀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한 병을 더 주었다.

술이 있기에 마신다고 했던가... 눈앞에 놓여있는 술병을 집어 기계적으로 잔에 부었다.

동동주에 소주를 뒤섞었지만, 몸만 피곤할 뿐 취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어느새 시계가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이상 마셔봤자 취할 것 같지는 않았다. 피로만 느낄 뿐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나왔다. 술집에 혼자 들어와 안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술만 마시다 나가는 나를 주인아주머니가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다시 오라는 말도 없는 주인아주머니가 이상하게도 고맙게 여겨졌다.

내 다리가 내 몸에 붙어있지 않은 것만 같았다.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내 다리를 내려다보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어느새 내 다리는 멍청한 주인을 집 앞에까지 데리고 왔다.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기에 몇 번을 쉬어야 했다.

문 앞에 이르러 열쇠를 꺼내 들고 끼우려고 했지만 잘 들어가지 않았다. 열쇠 구멍을 좀 크게 만들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발 두 켤레가 보였다. 내 발이 들어가던 것들이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생경하게만 보였다.

고개를 들고서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것들이 낯설게만 보인다. 그 어느 것도 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침대가 보였다.

아무렇게나 펴져 있는 이불이 보였다. 모든 것이 낯설다고 생각했지만, 내 몸은 침대만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침대가 나를 손짓하고 있었고,

어느새 내 몸은 침대 위로 무너지고 있었다.

문을 잠그기는 했을까...?

훗... 뭐, 어때?

가져갈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의식이 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으. 도대체 몇 시야...?

아침부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던 내 귓가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들어올 때 그 옷 그대로 침대에 넘어졌나 보다. 그리고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라 생각했던 것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침대에서 일어서는데 다리가 휘청거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냉장고에서 꺼내든 차가운 물을 마시자 정신이 좀 들었다. 시계를 보니 1시였다.


뭐야... 시계가 죽었나...?


밖이 여전히 어두웠기에, 하루가 지났다고 착각한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 쓰러졌던 것이 11시쯤이었으니 두 시간 정도를 잔 셈이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누구세요?"


내 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미나와 미정이밖에 없었기에 짜증이 왈칵 치솟았다.

이 건물에 사는 다른 사람을 찾아왔거나, 아니면 제 방을 제대로 찾지 못한 어느 멍청이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누군가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도대체 누군데...?


"이봐요..."


고개를 숙이고 쭈그리고 있는 그 사람을 흔들었다. 고개가 들려지고 그 사람의 두 눈이 드러났다. 그 사람은...


"오빠아..."


이 목소리는...


미나....

긴 생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지만 하얀 미나의 얼굴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커다란 미나의 두 눈이 약간 감긴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나를 확인한 미나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내 몸 안에 남아있던 술기운이 확 날아가 버렸다.

미나를 안아 들었다.

미나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해 자꾸 무너지려고 했다. 키가 큰 미나였기에 안아 올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몇 번이고 추슬러 올리기를 반복해 겨우 미나를 일으킬 수 있었다.

미나의 두 팔이 내 목을 감아왔다. 미나의 어깨에 걸려있던 자그마한 가방이 툭 떨어졌다. 한쪽 팔로 미나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서 가방을 주워들었다.

내 뺨에 와닿는 미나의 숨결이 뜨거웠다. 미나의 전신에서 술기운이 풍겼다.


지금까지... 마신거야...?


가슴이 아팠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해놓고는 혼자 술을 마신 것이리라...


"오빠아..."


휘청이는 미나를 힘주어 안으니 내 목을 휘감은 미나의 두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미나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착각일까...

내 뺨에 와닿는 미나의 뺨이 뜨거웠다.

가느다란 미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미나를 감싸 안았다.

미나를 데려가 눕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내 품에 안긴 미나에게서 술 냄새와 뒤섞인 아릿한 내음이 풍겨왔다. 뺨을 통해 미나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미나의 뺨이 촉촉해졌다. 놀라서 고개를 들려는 날 미나가 힘주어 껴안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흐느낌이 들려왔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반쯤 열린 문에 기대 선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가느다랗던 흐느낌이 차차 잦아들었지만 서로 뺨을 떼지는 않았다.

계속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새벽을 맞을 수는 없었다. 미나의 다리가 버티질 못할 테니까...


"...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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