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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2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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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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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나의 두 팔은 내 목에 감겨있었고, 전신이 내 품에 안겨있었기에 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힘이란 힘은 모조리 빠져나가 버린 듯, 미나의 두 다리가 흐느적거렸다.

어떻게든 미나를 안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미나를 들어 올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품에 안은 그대로 미나의 허리를 힘주어 안아 올렸다.

너무 힘을 주면 미나의 허리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미나의 허리가 꺾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나의 구두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신발을 벗겨야 했지만, 여기서 미나를 내려놓았다가는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기에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자신을 안아 들고 들어가는 동안 미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평소의 미나였다면 안긴 채로도 장난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그저 내 목을 감은 두 팔에 힘을 주는 것이 다였다.

미나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가슴으로 미나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작은 울림을 느끼면서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아팠다.


그렇게 힘들었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고 말하면 네 기분이 좀 나아질까...?


거실의 소파에 미나를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내 목을 감은 미나의 팔이 풀릴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갈 뿐이었다.

이대로...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다는 무언의 행동이리라...

맞닿은 뺨은 아직도 촉촉했지만, 가늘게 새어나오던 흐느낌은 어느새 잦아있었다.

귓가로 나직한 미나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한쪽 팔로 미나의 허리를 안으면서 등을 쓰다듬었다.

내 손길을 통해서 미나의 등과 어깨를 느낄 수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쉼에 따라 미나의 어깨가 오르락내리락했다.

어깨 너머로 미나의 하얀 발이 보였다.

한쪽에만 신겨있는 구두 때문에 맨발이 더 하얗게 보였다.

높낮이가 맞지 않아 서 있는 자세가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신발은 벗어야지..."


그제야 미나의 팔이 풀렸다.

미나를 안은 팔에서 힘을 빼자 미나가 휘청거렸다. 그 자리에 무너질 것만 같은 미나를 부축해 겨우겨우 소파에 앉혔다.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숙여버려 볼 수가 없었다.

말없이 미나의 다리에서 신발을 벗겨냈다.

드러난 미나의 발은 까무잡잡한 피부와는 전혀 별개의 것인 것 같았다. 너무나 하얗기만 해서 더욱 작아 보이는 미나의 발을 가만히 부여잡았다.

조금 미나가 흠칫했지만 내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조금 부어있다고 보인 것은 내 착각일까...


구두 한 짝을 현관에 가져다 놓고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왔다.

콜라를 가져와 미나에게 내밀었다. 잔을 받아서 드는 미나의 눈길과 내 눈길이 맞부딪혔다.

무언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누구라도 먼저 말을 꺼내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계속해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이럴 때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나의 옆에 앉아 미나를 바라보았다. 콜라 잔을 받아들여 한 모금 삼킨 미나가 내 시선을 받았다.


"여태 밖에 있었어?"

"..."


대답이 바로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답이 없으니 이상했다.


"술... 많이 마셨어?"

"..."


지금까지 술 마시고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술기운을 핑계로 삼아 방문을 두드린 적도 없었고, 장난스레 안기는 시늉을 한 적은 있었지만 허물어지듯 내게 안겨본 적도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 미나가 상당히 많이 마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정이한테는 전화했어?"

"..."


나는 묻고, 미나는 입을 다문 채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이상한 장면이었겠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것보다는 어떻게든 미나의 입이 열리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억지로라도 농담을 할 수밖에는 없었다.

비록 지금 상황에서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술에 취하고도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보는데?"

"풋..."


굳어있던 미나의 얼굴 위로 표정다운 표정이 생겨났다. 그리고 입꼬리가 살포시 말려 올라갔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친다면 또다시 감당하기 벅찬 침묵이 이어질 것만 같았기에 무슨 말이든 계속해야만 했다.


"안아보니까 미나 허리도 생각보다는 날씬하던데?"

"..."


미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대답은 없었지만, 분명히 조금 전보다는 분위기가 풀려있었다. 나 역시 조금 여유가 생겼고...


"미정이가 기다릴 텐데?"

"..."

"내가 전화할까?"

"아냐... 아까 전화했어."

"뭐랬는데?"

"... 친구네 집에서 자고간다구..."


그 말을 하면서 미나의 고개가 조금 숙어졌다. 미나의 얼굴은 치렁한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드러난 미나의 귓불이 밝으래 했다.


그냥 여기 있다고 말했으면 될 텐데 뭐 하러 그렇게 둘러댔던 거지?

하긴... 자고 간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리 동생이라도 쉽지 않았겠군...


지금까지 내가 뭐라고 지껄이든 아무 대답도 없다가, 미정이 이름이 오르내리자 내 입을 막아야겠다는 듯이 서둘러 말을 꺼내는 미나였다.

그제야 이제껏 나 혼자서 떠들어댔다는 생각에 조금 분해졌다.

그리고 고개 숙인 채 모깃소리처럼 입을 오물거리는 미나를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풋... 음! 지금이라도 전화해야지?"


간신히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미나의 고개가 들리어졌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뭐... 미정이가 알아도 상관없어."


... 예상 밖이었다.

분명히 안된다고 펄펄 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농담으로…. 놀릴 작정으로 내뱉은 말이 이렇게 되돌아오고 보니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한동안 알 수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미나의 얼굴은, 분명히 술기운과는 다른 어떤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저하기는 했지만 단호한 의지도 보였다.

미나가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 계기는 아마도 오늘 만났던 은하일것이다. 

그렇지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기에 이런 행동을 생각해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나의 대답을 들은 후부터 내 가슴속 구석에 잠자고 있던 본능이라는 녀석이 기지개 켜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나를 상대로 내 이성은 본능에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를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 데려다줄게. 가자..."


내가 보인 반응이란 이런 것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미나는 일어선 나를 올려다볼 뿐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미나의 눈길이 내 속마음을 본 것 같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안 갈꺼야...?"


목소리를 높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내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겨울 들릴 정도였다.


"... 보내고 싶어...?"

"..."


미나의 목소리를 귀로 들었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깨닫자 난 숨쉬기가 거북했다.

들이마실 수는 있었지만 내뱉을 수는 없어서 가슴이 타는 듯이 아파져 왔다.


내 심장은 마치 폭주하는 기차처럼 쿵쾅거렸고, 지금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 귓속으로는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발악하는 소리만이 울렸다.

미나의 말속에 무슨 마법이 숨어있었던 것인지, 미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해질 때마다 내 가슴속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능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이성은 주춤주춤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끄응... 억지로 어깨를 흔들어 숨을 내뱉었다.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귀로 들리는 내 목소리는 마치 논바닥이 갈라지는 것처럼 조각나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고 싶냐구!"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왜, 하필이면 오늘이야?

조금 더 시간을 주면 안 되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내 마음속에는 수많은 문장이 만들어졌지만, 입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아니, 숨 쉬는 데 급급했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 나... 오늘, 여기 있고싶어..."

"..."


가슴 속에 들어있던 바위가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온몸에서 열기가 올라와 머리끝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눈앞이 하얗게 변해갔다.

벗어나고만 싶었다...

미나의 시선으로부터...


"네 맘대로 해. 난 샤워나 할 거니까..."


억지로 몸을 돌렸다. 다리에 힘을 주기가 쉽지 않았지만, 억지로 움직여서 욕실로 향했다.

등 뒤로 미나의 시선이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지만 돌아볼 수는 없었다. 고개를 돌릴 힘조차 없었기에...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와 어떻게 옷을 벗었는지는 기억에 없었다. 차가운 물이 내 머리와 어깨를 두드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욕실에 들어와 있는 동안 미나가 가버리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당황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도...

하지만,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미나를 안고 싶다는...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이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차가운 냉수임에는 분명했지만 내 몸이 느끼는 감각은 그게 아니었다.

머릿속은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고, 내 몸은 물의 온도 따위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욕실에 들어와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삐삐를 꺼내 본다면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움직이기가 싫었다.

어깨가 싸늘하다고 느끼는 건 꽤 오래되었다는 것일까...


가버렸을까...,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다리고 있다면...? 어떡하면 되는 거지...?


몸은 점점 식어갔지만, 내 가슴 속의 싸움은 조금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욕실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미나가 가버렸든, 그대로 있든,. 나가기는 해야 할 테니까...

몸에서 물기를 닦아내고서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대로 돌리고 나가지 못하는 건 내 소심한 성격과는 관계가 없었다. 상황이 그랬으니까...


문이 열리고...

그리고, 그곳에... 미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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