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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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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뭐~~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


문을 벌컥 열어젖힌 미나는 머리에 수건을 올린 채 미정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배시시 웃고 있었다.

짧은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고 그 머리 위에는 수건을 올린 미나의 모습이 싱그러워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미정과 나는 미나의 등장에 놀랐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두 사람을 놀리는듯한 미나의 표정을 보고서는 약간 화가 났다.


"내가 없는 사이에 둘이 방에서 뭐 했는가 몰라."

"어이구 이 녀석이........."


미나는 계속 그렇게 말을 이으면서 나를 놀려대었고,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화도 내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정이는 나와 달랐다.

지금 잘못하면 언니에게 책을 잡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까.

미정이는 미나의 짓궂은 질문에 발딱 일어서더니 방을 나가면서 이렇게 한마디 던졌다.


"뭐긴 뭐야? 전부 언니 때문이지!"

"어......."


미나를 밀치면서 방을 나가는 미정이를 쳐다보면서 미나는 당황한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한 표정을 지었고,

난 나대로 당황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럼 미나의 표정이 재밌기도 해서 피식 웃고 말았다.

물론 나도 모른다는 몸짓과 함께.


물론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정이가 나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그런 반응을 보인 걸까? 

꼬맹이가 뭔가를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한데 어기까지 알고 있을까?

아니 알고 있다는 것보다는 그냥 막연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 옳겠지?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한번 알아나 볼까? 하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에는 미소가 생기고 있었고, 그런 내 표정을 본 미나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오빠.. 미정이....? "

"어이구... 임마! 뭔 소리를 하는거야? 하여간 조금만 놔두면 제멋대로 상상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미나의 얼굴에 생겨나는 당혹을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방문을 나서면서 미나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조금 전의 내 생각을 미나가 알아차리는 것 같아서 조금 켕기기는 했지만

지금 여기서 우물쭈물했다가는 미나에게 이상한 소리를 계속 들어야만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그렇게 쏘아붙이고 나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미나는 자신이 어이없다고 생각했었는지

머리를 젓고는 나를 따라서 거실로 나왔다.


나는 조금 전 미정이와의 대화가 생각나서였는지 담배가 피우고 싶었고,

그래서 재떨이 할 만한 것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하다가는 할 수 없어서 배란다고 나갔다.

거실문을 열고서 베란다로 나온 나는 담배를 빼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상념 속으로 빠져들었다.

후우~~ 이거 서울 첫날부터 이런데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생길지. 미정이하고 미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미정이와 미나가 나를 생각하는 게 예전과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그런 분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는 거지?

아예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못 가지도록 강압적인 분위기로 나갈까?

하긴 내가 그런다고 해서 미나 녀석이 나에게 끌려올 녀석도 아니고 또 미정이도 그렇게 마구 대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뭐해? 또 이상한 생각 하는 거야? 하여간 못 말려요. 못 말려."


어느 새 미나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미나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미나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조금 전 미정이의 방에서 마주쳤을 땐 놀라서였는지 제대로 미나의 얼굴을 살필 기회가 없어서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내 눈앞의 미나는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샤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미나의 피부는 물기가 남아서 촉촉해 보였고 

수건 사이로 보이는 미나의 생머리는 시원한 물기가 방울져 맺혀있었다.

엷게 화장한 미나의 얼굴도 이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화장기 하나 없는 미나의 민얼굴은 

그때와는 또 다를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나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기는 화장품 냄새와 섞여 있을 때와는 다른 것이었고,

도드라진 미나의 가슴과 짧은 반바지 밑으로 보이는 미끈한 다리는 건강미가 넘치고 있었다.


이렇게 미나를 보면서 감탄 아닌 감탄하던 나는 곧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임마, 넌 옷이 그게 뭐냐? 다 큰 계집애가 내 앞에서도 그렇게 입냐?"

"뭐 어때? 시원해서 좋기만 한걸! 그리고 오빠 앞이라고 집에 올 때마다 정장이나 그런 걸 해야 하나?"

"어이구. 어련하시려고? 오빠가 말하면 다소곳이 알아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하니."


미나는 그런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혀를 날름 내밀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예의 미나라면 했을 법한 대꾸가 곧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미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말아야 갰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물어볼 것 빨리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근데 원룸은 어디야? 여기서 보여?"

"응. 저기 앞에 있는 3층짜리 건물 보이지? 거기 2층이야. 

오늘 가구가 들어온다고 그랬는데, 도착했는지 모르겠네. 조금 쉬었다가 같이 가보지 뭐."

"응? 가구라니? 뭔 가구?"

"이구... 그럼 침대도 없는 방인데 거기서 뒹굴 거야? 하다못해 옷장하고 침대는 있어야 될 거 아냐? 하여간 남자들이란."


그러기도 했다.

입대 전의 내 하숙 짐들이란 별로 있지도 않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책상도 입대하면서 후배에게 줘버렸던 터라

내게는 지금 옷가지가 들어있는 가방 하나가 살림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내 처지를 미나를 통해서 들으신 미나의 부모님들께서는 약간의 가구를 준비해 주셨고, 

난 못 이기는 척 그 제의를 받아들였던 거다.

어머니는 그런 미나의 부모님들께 너무나 고마워하셨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그냥 나를 믿는다는 말씀만을 하실 뿐이었다.


아버지의 처지에서는 집안의 형편상 나에게 원룸을 얻어주신다거나 하지 못하시는 게 마음에 걸리시는 듯한 표정이었기에 

나는 너스레를 떨면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드리려고 노력했었다.

그런 생각이 떠올라 난 씁쓸한 표정을 나도 모르게 지었고,

아무 말도 없이 담배만 피워대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미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부담스러워하지 마 오빠. 

그냥 미정이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엄마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신 거니까 오빠는 미정이한테만 신경 쓰면 되는 거야."


"......."


미나가 어떻게 말하든 우리 집 형편은 옛날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잘 알았고,

앞으로 남은 학기도 내가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담배만 피워댔다.


"오빠 자존심에 이런 말 하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 거야.

옛날에도 그랬잖아, 오빠 돈 없는 거 내가 다 아는데 피자 사 준다고 그랬다가 일주일 동안 쩔쩔맸었잖아.

그래 놓고는 내가 돈 내겠다고 하니까 절대 안 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그냥 그렇게 한 거니까 맘 풀어, 오빠, 응?"


미나는 내 자존심이 상했을까 봐 염려했고, 그런 미나가 너무나 고마워서 미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내가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미나는 내 팔을 살며시 껴안으면서 머리를 비볐고,

그냥 아무 말 없이 더 있었다가는 미나의 마음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담배 한 대를 다 피웠을 무렵 미정이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미나와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떨어졌다.

미나와 나는 눈을 마주치면서 어색하게 웃었고 미정이가 부르는 소리에 거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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