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로맨스야설) 젊음, 그 열기 속으로 - 6부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서울이 다가올수록 하늘은 흐려져만 갔다. 한바탕 비라도 뿌려댈 날씨였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서울은 여전히 뿌연 스모그와 매연으로 가득했다.

날씨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미나와 미정 둘은 조용했고 덩달아 나 또한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챙겨 들었다.

서울역은 으레 토요일처럼 많은 사람으로 붐볐고 그 사이에서 미나와 미정이, 그리고 나 셋은 어깨를 부딪치면서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토요일 퇴근 시간 무렵이었던지 2호선은 사람으로 만원이었고,

열차의 에어컨 기운에 익숙해 있던 우리였기에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한 지하철을 타기가 싫었다.


"이씨. 그래서 택시를 타자고 그랬잖아!"


결국 미나의 입에서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내 수중에는 돈이 별로 없었기에 서울역에서 신촌까지의 택시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이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 손가락질 받는다는 둥 하면서 지하철역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얌마! 넌 항상 택시만 타고 다니냐? 미정이 본 좀 받아봐! 점잖게 기다리고 있잖아! 어째 언니라는 녀석이 동생보다 못하냐?"

이런 내 대꾸에 미나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했지만 미정이는 방긋 웃으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두 녀석의 상반된 표정이 재미있어서 잠깐이나마 사람들의 열기를 잊을 수가 있었다.

그럭저럭 두 대 정도를 그냥 보낸 후에야 발을 들여놓을 만한 열차를 탈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서둘러 지하철에 올랐다.

이제 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숨을 내뱉었지만 다음 정거장에 이르렀을 무렵엔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곳에서 사람들은 앞다투어 지하철에 올랐고, 그 기세에 밀려서 미정이가 저만치 떨어지고 말았다. 


미정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어린 여고생이,

그것도 가방까지 메고서 그렇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냥 제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아니 서 있다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를 그럴 상황이었다.

미나는 연신 찡그리면서 몸을 돌려대었고 가방을 거추장스러워했다.

그래서 난 미나의 가방을 받아 올려서 짐 받침대에 올려놓았지만 그러고 나서가 문제였다.

어렵사리 사람들 사이에서 손을 뺐지만 다시 손을 내릴만한 공간이 없었다.


지하철이 요동치는 데 따라 사람들의 몸도 요동쳤고, 지하철에 익숙하지 않았던 미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겹게 끼어 있었다.

나만 우기지 않았으면 택시에 타고 있었어야 할 미나였기에 약간 미안한 감정이 생겼고 억지고 힘을 내서 미나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겨울 미나를 끌어당겼고 미나의 한쪽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미나의 등과 내 전면이 밀착하게 되었다.

어깨에 와닿는 손길에 움찔했던 미나는 시선으로 나임을 확인하고는 방긋 웃어주었다.

나 역시 미안한 마음에 미나의 미소에 미소로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약간 어색해서 어깨를 잡은 손에 약간 힘을 줘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2호선이 원래부터 이렇게 요동이 심했었나…?


지하철은 계속 흔들렸고 미나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바짝 내 곁에 붙어있었다.

여름이었고 또 사람들의 몸 냄새 때문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미나가 내 앞에 바짝 다가온 순간,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기분이 나쁜 냄새를 잊을 수가 있었다.

얇은 나시티를 사이에 둔 채로 미나의 등은 내 가슴과 밀착해 있었고 미나의 긴 생머리가 내 코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땀으로 젖어있었지만 미나의 몸에서는 땀 냄새보다는 다른 냄새가 내 후각을 마비시키고 있었고 그 냄새에 내 몸은 서서히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 미나의 등과 내 가슴, 미나의 엉덩이와 내 골반, 미나의 허벅지와 내 허벅지가 맞닿아 있었고 내 눈앞에는 미나의 머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철의 요동에 따라 미나의 몸도 요동쳤고 내 몸은 알 수 없는 열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 이거….


당황한 난 내 호흡이 거칠어지는지도 몰랐지만 미나는 자기 목덜미로 쏟아지는 내 숨결을 느꼈던 것인지 온몸을 뻣뻣하게 경직시키고 있었다.

자연 내 몸에서도 반응이 생기고 있었고 내 몸의 일부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난 미나의 허리께로부터 내 골반을 떨어지게 하려고 노력지만 내 뒤의 사람들 때문에 쉽지 않았다.

미나는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한 번 보았고,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내 눈에는 미나의 발갛게 물든 귓불만 보일 뿐이었다.

어이구…. 졸지에 이상한 놈이 되버리는구만…. 쩝. 이거 언제쯤이면 좀 숨통이 트이려나….

오늘이 무슨 특별한 토요일이라도 되는 거야, 뭔 놈의 인간이 이렇게 많아…?

미나의 체취에 반응하는 내 몸을 당혹스럽게 느끼고 있던 나는 애써 딴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내 몸은 날 배신하고 있었다.

아니 전보다 더 흥분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삽시간에 내 물건은 내가 남자이고 미나가 여자임을 증명하고 말았고 미나의 하체에 끼어 있는 내 물건은 미나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그런 내 반응에 미나는 몸을 애써 뒤튼다든가 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경직돼 있을 뿐이었다.

난 어느새 더 이상 허리를 뒤로 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었고, 

어느 틈엔가 가만히 미나의 반응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구 모르겠다. 미나가 이해해주겠지 뭐. 이런 상황이라면 공자 할아버지가 와도 목석처럼 있지는 못할 텐데 뭘….

그렇게 나 자신에게 면죄부를 붙이려고 노력했고 미나 역시 그런 상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

차츰 내 몸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듯했고 내 품에 안기다시피한 미나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직하게 흘러나옴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지하철이 크게 흔들렸고 곳곳에서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 바람에 미나의 몸이 내 쪽으로 확 밀려왔고 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서 힘을 주는 한편 미정이가 걱정이 되어 미정이에게 눈을 돌렸다.

다행히 미정이는 제자를 지키고 있었지만, 내 눈길과 마주친 미정이는 나와 미나의 모습을 흘깃 보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제 미나와 나 사이에 틈이라고는 거의 없었고

난 미나의 어깨를 잡은 내 손은 조금 전의 요동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머리 위의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다시금 내 몸에서는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과는 다른 힘이 하반신에 들어가게 되었다.

순간 난 내 몸의 일부가 무엇인가에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시선을 아래로 돌려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으윽…. 뭐야….


내 몸에서는 알 수 없는 열기가 확확 올라왔고 내 얼굴이 벌겋게 물들지나 않을까 염려하게 되었지만,

내 허리 쪽에서는 그런 생각은 무시하라는 듯이 강렬하게 반응을 보내고 있었다. 미나는 어깨를 흠칫 떨었고

그 떨림은 생생하게 나에게 전달되었다.

미나의 반응은 내 흥분을 더욱 부채질했고 내 입에서는 사람들에게 밀릴 때와는 다른 신음이 흘러나왔다.

난 더는 딴생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돼버렸다.


에구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뭐….


이제 흥분은 도를 넘어있었고 바지 안쪽으로부터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 통증은 다른 통증과는 차이가 이었고 내 가슴속에서는 뿌듯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솟아올랐다.

난 무언가를 찾는 심정이 되었고, 그제야 내 허리와 다리 사이에 와 닿는 미나의 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얇은 여름옷 사이로 미나의 등을 느낄 수 있었고, 허리로는 미나를 느낄 수 있었다.

미나의 몸의 반응 때문인지 때때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이런 미나의 경련은 내 흥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난 어떻게 하든 이런 내 흥분을 미나에게 감추고 싶었고, 그래서 몸을 약간 뒤고 뺏지만, 뒷사람의 힘으로 다시금 미나 쪽으로 확 밀리고 말았다.

그 순간 미나의 입에서는….


"으응…."


미나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신음이 튀어나왔고,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떨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도 미나의 신음과는 달랐지만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호흡이 미나의 목덜미로 쏟아지고 있었다.

난 안타까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미나의 온몸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내 이성은 그런 나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전체 1,80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