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로맨스야설) 첫사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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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희 36세 평범한 가정주부

박 동석 31세 평범한 인물

정 진만 42세 고 정희의 남편


오늘도 어느덧 하루의 마감인 일몰이 시작되고 있다. 나는 어김없이 일기를 쓴다. 

아마 그이가 또 이걸 보겠지. 일기조차 맘 편히 쓸 수 없는 이 상황들. 

귀여운 내 애기들만이 유일한 나의 낙이 되어버린 나의 중년생활. 

언제부턴가 그가 처논 울타리에 갇혀 난 정말로 무의마한 평범한 아낙이 되어버렸다. 

아니 차라리 정말 평범한 아낙이 되었으면. 

어제 맞은 자리가 또 욱신거린다. 

이제 맞는 거조차 면역이 되어버렸나.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간다.


랑이 들어왔다. 그의 눈빛, 그의 목소리 너무나 소름끼친다. 

조그마한 집에 그와 마주치지 않고, 그의 목소리를 안들을 수 없는 방법은 없다. 

단지 오늘도 무사히 넘어가길 기도한다.


정말 이 끔직한 생활은 그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지방의 점잖은 교육자의 딸로 자란 나에게 이런 생활은 생각조차 어려웠다. 

21살의 어느 날. 꿈 많은 여대생인 나. 

우연히 합석한 자리에 한 남자가 날 유난히 쳐다본다. 

호감이 가는 인물이지만. 난 그의 시선을 외면한다. 

무슨 용기였을까. 

술 한 잔 못하는 내가 맥주 2잔을 먹었다. 

이게 운명인 것인가. 

맥주 2잔에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내게 그가 다가온다. 

약간의 설렘도 있었지만 술이 들어가 더욱더 긴장이 된다. 

그가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는데. 설마 하는 생각이 잠시 든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닌 그의 사무실에 들어간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생각하기도 싫은 그와 첫 번째 섬씽이 이루어진다. 

절망과 좌절이란 말이 생각난다. 이건 아닌데 정말 이건 아닌데. 

그리고 그와 다시 만나기 싫었지만. 협박과 회유. 난 정말 순진했다. 

첫 번째 남자와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아는 내게,  

결혼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다 말을 해버린다는 그에게 난 청혼을 수락하고야 만다.


고졸출신인 그가 결혼초기부터 학력 콤플렉스로 소리를 마구 지른다. 

무서웠다. 난 전혀 랑을 무시하거나 그런 발언은 한 적이 없다. 

그래도 보수적인 여자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한 결혼,  

인정으로라도 그에게 아내의 역할을 하고자 최선을 다하지만 그는 그런 내 모습에 콤플렉스를 느낀다. 

그리고 폭력이 이루어진다. 

맞는다. 

아프다. 

하지만 어디 하소연 할 곳조차 내겐 없다.


주위 사람들에겐 그는 정말 나에게 다정다감한 남편 역할로 다가온다. 

심지어 살짝 엄마에게 말을 해도 "박 서방이 그럴 리가 없지"하면서 그를 믿으신다. 

정말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섬뜩하기만 하다. 

결혼 초창기부터 폭력과 폭언 속에서 

어느덧 점점 그에게 남아있는 정조차도 떨어지지만. 내겐 두 아이가 있다. 

다들 그렇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의 아들과 딸. 

그리고 이 녀석들이 내 삶의 존재의 이유가 되어버렸다. 

아들은 어느덧 5학년, 딸은 이제 1학년. 

이 녀석들 모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참자. 

참자. 참자. 내가 버티는 인생의 이유다.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어 바쁜 아침을 맞이한다. 그리고 수영장을 다녀온다. 

언니들과의 만남은 즐겁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하다. 

배운지 얼마 안 된 세이xx에 접속한다. 

음방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로긴하고 얼마 안가 쪽지가 날아온다. 

이놈의 쪽지들, 지겹다. 

무심코 닫아버리는 쪽지이지만 유난히 눈에 띠는 쪽지가 있다.


"드라이브 방으로 모십니다."


왜 일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대화창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낯선 남자의 소개가 자동으로 나온다. 

31세. 서울. 

멀다. 여긴 마산이다. 

그가 말을 걸어온다. 어느 남자와 마찬가지로 죄다 뻐꾸기들 같다. 

어느 순간부터 바람, 

그래 바람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간단히 말을 걸어본다.


"여긴 마산입니다"

"서울이신데 잘못 들어왔나봐여~" 

"죄송합니다."


남자는 말이 없다. 

편히 얘기하자고 하지만 그럴 맘이 없다. 

나보다 어린남자다. 그리고 쪽지가 와서 난 컴을 꺼버린다. 

다음날 어김없이 접속한다. 

나에게 있어 유일한 자유시간인 이 시간. 

음방에서 시끄러운 힙합음악을 들으며 난 자유를 느낀다. 

쪽지도 어김없이 온다.


"어랏 어제 그 남자네. 친등(친구등록) 해놨나보네"


나도 모르게 그와의 대화창을 누른다.


“누나”ㅡㅡ 당황스럽다.


음방에서 어린친구들과 부담 없이 얘기는 하지만 이렇게 단둘이 대화창에서 누나란 말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낯선 어린남자와 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게 채팅이구나!" 이런 생각 속에 어느덧 난 용기 있게 말을 한다. 

내 지친 결혼 생활을. 

서울이고 어리고 알지도 못하는 모니터속의 남자에게 첨으로 하소연 아니 하소연을 해본다. 

그의 반응은 뜸하다. 나의 이런 하소연이 익숙하지 않은듯하다. 그리고 놀라워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맞고 사냐고. 

비참한 기분이다. 정말 나에겐 실제상황이기에. 

하지만 정말 낯선 그에게라도 지금의 내 심정을 말하지 않으면 

난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그에게 말을 한다. 

병원에서의 치료보다 속이 더 후련해짐을 느낀다. 

1시간 2시간. 이어진다. 아직 할 말은 정말 많다. 하지만 낯선 남자는 지겨움을 느끼는 것 같다. 

간간이 그와 야한얘기도 주고받는다. 

역시나, 그 낯선 남자는 좋아함을 느낀다. 

별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도 부담 없이 얘기하는 이 채팅이 좋다.


그리고 하루하루 7일째가 지나간다. 

어느덧 그 어린 낯선 남자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31살의 미혼인 그는 무엇을 하며 이 시간에 왜 나와 채팅을 하는 걸까. 

아마 이 시간에 채팅을 하는 것을 보면, 볼 것 없는 남자라는 생각을 한다. 

31살의 미혼, 그리고 아버지가 하시는 파크xx의 매장을 관리하는 남자란다. 

상관없다. 

나의 이 심정을 어느덧 그에게 해버림으로써 나는 점차 안정감을 찾는 것을 느낀다. 

그가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하지만 알려주기 싫다. 

다음에 알려주기로 하고 그와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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