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경험담야설) 부하직원의 아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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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되었습니다.

이미 10분 전 부터 약속 장소에 앉아 있는 저는

흥분감 보다는,

과연 박대리의 아내가 이 장소에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에 초초하게 시계만 몇번이고 쳐다봅니다.


상식적으로...

또는 개연성 측면에서 본다면,

자기 남편의 상사가 만나잔다고 덜컥 나올 여자가 있을까요?

 

그러나...

거의 정각에 커피샵으로 그녀가 들어서는 모습이 보입니다.

뭔가 불안한 듯 어깨를 약간 웅크린 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그녀를 향해 제가 손을 들기도 전에

그녀는 저를 알아보고는 조심스레 제 앞으로 다가 옵니다.

 

저도 엉거 주춤 일어서서는, 그녀에게 반가움과 경의를 표합니다.

드디어 제 바로 앞에 박대리의 사랑하는 아내가

실물로 나타난 겁니다 !!

꿈속에서도 아니고, 상상 속에서의 그녀가 아닙니다.

실물입니다 !!!


제가 저지른 이 엄청난 사건에

제 심장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가장 심하게 고동칩니다.

간신히 마음을 억제하고,

그녀의 몸 전체를 순식간에 스캔해 봅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약간은 의외의 모습이 제게 인지됩니다.

 

우선은 직원 식구끼리 만났을때는, 

항상 정장 차림에 빈틈없는 매무새를 보였던 그녀였는데,

그날 입고 나타난 옷차림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뭐랄까, 밥하다 나온 아줌마 정도는 아니지만,

청바지에 윗도리는 츄리닝으로

옆집에 아줌마에게 놀러 온 듯한 극히 캐쥬얼한 차림입니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머리도 다듬기는 했지만, 결코 외출용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대리 아내도 그걸 의식했는지, 변명을 합니다.

외출 차림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고,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자리에 나올까 말까 망설였고

그러는 바람에 이런 차림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양해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덧 붙이기를...

[이 자리는 부장님이 어렵게 말씀 하신것이라 피치못해 나온 거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이라고 오늘 미팅의 목적을 못을 박네요 ㅜㅜ


그말에 다소 실망은 했지만

어찌 보면 자신의 남편의 상사에게 불려 나온 마당에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례적인 말로 볼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박대리의 아내도 안색이 파리한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제 자리 건너편에 앉아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떨리는 모습이 확연합니다.

아니 몸 전체가 떨리고 있는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떨림은 과연...

남편의 상사에게 불려 나와 마주 앉아 있는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결혼 한지 5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 오다가

처음으로 찾아 온, 이성으로 부터의 구애에 대한 흥분감 때문이었을 까요?

세침하고 당당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이렇게 긴장하고 떨고 있는 것을 보니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손님이 별로 없는 커피샵이지만,

열살 가까이 차이나는 남녀의 이런 모습은

누가봐도 이상해 보일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한가지 꾀를 생각해 냅니다.

제가 예전에 한창 여자들을 엮을 때 써 먹던 수법이었는데요...

저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 오겠다고 하고 자리를 뜬 다음

돌아와서는 그녀의 앞자리가 아닌 옆자리로 의자를 끌어 앉았습니다.

(4인용 동그란 테이블이라 그녀와 나란히 앉은 옆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살며시 아직도 떨리고 있는 있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습니다.

차가운 바깥에서 실내에 들어온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녀의 손은 정말 차가웠습니다.

제 손에 잡힌 그녀의 손은 더더욱 떨립니다.


[부장님 왜 이러세요..]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저는 못들은 척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굳이 제 손을 뿌리치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감격이 쓰나미 처럼 밀려 옵니다.

감히 부하 직원의 아내의 손을 잡다니...

그날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자세히 얘기 할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우리 둘은 어느새 얼굴에서는 긴장감도 사라지고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녀로 부터는

그 동안 가족들 끼리 만나면서,

매너가 바른 듯 하면서도,

유머도 적당히 있으시고,

깔끔해 보이셔서 나름대로 호감을 갖고 있었 다는

고백 아닌 고백도 받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아이가 유아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면서

부장님을 뵈었으니 그만 들어가 봐야 되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대로 끝나기는 너무 안타깝다..

그러면 전화라도 가끔 하게 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마지못한 듯..[전화 정도는 ....] 이라며 말을 흐립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정도의 대답이면 이날의 성과로서는 최상급이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자, 문제는 지금 부터였습니다.

제가 정한 방향은,

숨쉴틈 없이 몰아치기였습니다.

박대리의 아내가 갈등하고 머뭇 거릴 틈을 주지 안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생각을 거듭할 수록 이성적인 판단이 우선하게 될테니까요.


우선 테스트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집에는 잘 들어 갔어요?]

녀 : [네, 부장님...]

난 : [괜찮은거죠?]

녀 : [네...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ㅜ]

 

그러나 박대리 아내의 목소리는

아까 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고...

또 그 어느때 보다도 나긋 나긋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대화가 이렇게 변하게 되길 바랍니다.

 

나 : [집엔 잘 들어 갔어?]

녀 : [네, 부장님도 잘 들어가셨어요?]

나 : [응..또 보고 싶네...]

녀 : [저두요... 부장님...ㅠㅠ]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서로 눈도 제대로 못 마주 치고,

사적인 말 한마디 못 건네며 내외하던 부하 직원의 아내와

단둘이 만나, 손도 잡아 보고

전화로 초보적이나마 밀담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애초에는 부하 직원의 아내를 엮어 내어

한번 안아 보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구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 나이에 무슨 상사병이 걸렸는지

앉으나 서나, 제 머릿 속은 온통 그녀 생각으로 꽉 차 버립니다.

 

제 앞에서 오돌 오돌 떨며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그녀의 차가운 손의 감촉이 아직 제 손에 느껴지고...

그녀의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귀에 쟁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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