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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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


이슬이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하곤 버스에 올라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바보야.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라.”


말을 마친 이슬이는 재빨리 뛰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탄 이슬이는 자리에 앉으며 철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간다.”


출발하는 버스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슬이를 보며 철하도 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들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고 후회해보는 철하이다.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지나간 시간들이 시험 때만 되면 항상 신경이 쓰였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또 신경 안 쓰인다.


이번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이었다. 철하는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시험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방학이 좋았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잡생각으로 마지막 시험시간을 할 일 없이 흘려보낸 철하는 

답안지를 제출하라는 조교의 말에 콧노래를 부르며 제출했다. 

물론 답은 하나도 못 썼지만 이제 방학이라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났다. 

고등학교 때처럼 성적가지고 누가 혼내는 이가 없기에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야호! 방학이다.”


강의실에서 나오자 이슬이가 기지개를 펴져 좋아했다. 

진원이와 지희도 웃으며 좋아라했다. 

이슬이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진원이와 지희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 오늘 시험도 끝났으니까 놀까?”


이슬이의 웃음 지으며 하는 말에 진원이와 지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우리 오늘 영화표 예매해놨거든. 지금 영화관 가야 되서….”


진원이의 말에 이슬이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할 수 없지…. 그래 오늘 데이트 재밌게 하고. 방학 잘 보내고 있어! 이 누나가 방학 때 자주자주 연락할게.”


진원이와 지희는 이슬이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곤 철하에게도 방학 잘 보내라고 인사를 한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


“으씨…. 오늘 놀다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슬이는 혼자서 계속 투덜대다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철하를 바라봤다. 그리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할 일 없지?”

“어, 어…. 뭐 나야 언제나 할 일 없지.”


철하의 말에 이슬이는 웃으며 철하의 손목을 끌고 간다.


*


“뭐 볼까? 보고 싶은거 없니? 누나가 보여줄게.”


끌려오다시피 한 철하를 데리고 극장에 도착한 이슬이는 영화 포스터들을 보며 물었다. 

철하는 붙어있는 영화포스터들을 주욱 살펴보다가 한 영화를 발견했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소개하는 영화였다.


“이슬아 이거 볼래?”


철하는 그 영화를 가리키며 이슬이에게 물었다.


“색즉시공? 요즘 유명하다고 하는 영화잖아? 야한거 아냐?”

“뭐? 불교 영화 아닌가?”


철하의 어이없는 말에 이슬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곤 영화표를 사러 갔다.


 


철하의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 넘어간다. 철하는 맹세코 몰랐다. 

요즘 뜨고 있는 영화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야한내용의 영화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이슬이가 조용히 철하에게 속삭였다.


“너 이 자식…. 일부러 이거 보자고 했지?”

“아, 아냐! 진짜! 진짜로 몰랐어!”

“흐음….”


이슬이는 고양이 같은 눈을 가늘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철하는 그런 이슬이의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체 했다.


영화는 야한장면의 연속이었다. 

이제 영화는 두 남녀배우가 모텔에 들어가 격렬한 키스와 섹스를 벌이는 장면을 비춰주고 있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여자배우의 출렁이는 가슴 등을 클로즈업하며 관객들의 흥분도를 부채질 하고 있었다.


철하는 자신의 자지가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슬이와 바로 옆에 앉아 이런 야한 내용을 본다는 것이 너무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철하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소리내며 침을 삼켰다.

그러자 그 소리를 놓칠 리 없는 이슬이가 쿡쿡대며 철하를 놀렸다.


“푸훗…. 김철하 너 상당히 흥분했나보다?”

“뭐, 뭐? 아냐 임마!”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이슬이의 집요한 놀림에 얼굴이 붉어진 철하는 안되겠다 싶어 반격을 하기로 했다.


“그, 그러는 너야 말로! 아까 보니까 숨소리 좀 거칠어 진 것 같더라?”

“뭐?”


철하의 말에 이슬이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철하를 바라봤다. 

걸렸구나 생각한 철하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으며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까 강의실에서 남자랑 여자가 야한 짓 하는 장면 나올때 너 숨소리 되게 거칠더라. 주위 사람 다 들었겠다.”


철하의 놀림에 이슬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소리쳤다.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네가 더 흥분했어!”

“내가 볼 땐 네가 더 했어….”


점점 커져만 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 결국 참지 못한 것은 주위 사람들이었다.


“거참 조용히 좀 합시다.”

“아따! 그 사람들 참 흥분했으면 나가면 되지 왜 여기서 싸우고 그래?”


누군가의 말에 주위가 살짝 웃음바다가 됐다. 

철하와 이슬이는 자기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음을 깨닫고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뒤 조용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자 철하와 이슬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둘은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햄버거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헤어지게 되었다.

지하철 역내에 도착하자 이슬이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아냐…. 난 덕분에 영화 공짜로 봤는걸 뭐.”

“그래…. 그럼 나 갈게. 방학 잘 보내고. 이번 겨울방학에는 내가 연락 자주 할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알았지?”


이슬이의 말에 철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방학 잘 보내고 있어. 다음에 보자.”

“응. 간다. 안녕.”


이슬이는 웃으며 손을 흔든 뒤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슬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 철하는 이슬이가 사라진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철하는 이슬이가 자신의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부정해온 감정이었지만 이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효린이 헤어지면서 말했던 것처럼 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별을 처음 겪은 철하에게는 이렇게 빨리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효린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후우….’


이런저런 생각으로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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