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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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구나….’


철하는 달력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별거 아니라고, 누구나 가는 군대라고 의연하게 생각하려 했지만 막상 다음 주로 다가오니까 슬며시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철하는 슬슬 시골집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음먹은 다음날 바로 시골집에 내려갔다. 가족들은 다음 주면 군대에 가는 아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추석 이후 또다시 오랜만에 가족들과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하였다. 

아버지는 군대에 간다는 아들을 두고도 여전히 엄하고 강직하신 분이셨고 

어머니는 이제 군대 갈 아들이 걱정스러운지 연신 손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저녁식사를 먹던 도중에 어머니께서 철하에게 말씀하셨다.


“너 군대 가면 서울 집은 누나가 쓰기로 했어. 누나 이제 서울 올라가서 산단다.”


어머니의 말씀에 철하는 윤하를 바라보았다. 윤하는 철하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하였다.


“예. 그럼 열쇠는 주인집 아주머니께 맡기고 갈게요.”

“여기서 안 들어 갈거니? 서울에서 들어갈거냐?”

“응. 그냥 서울에 혼자 있다가 들어갈게요. 뭐 군대 가는게 별건가요. 그냥 들어갔다가 백일휴가 때 오면 되죠.”


군대 갈 때 혼자 가겠다는 철하의 말에 어머니께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그러나 옆에 계시던 아버지는 철하의 말에 찬성하셨다.


“그래. 잘 생각했다. 군대 가는 것이 뭐 대수라고 가족들이 줄줄이 따라가. 잠깐 어디 갔다 온다고 생각하면 되지!”


아버지의 말씀에 어머니께서 반대를 하려 하셨지만 아버지의 얼굴와 철하의 얼굴을 보고는 그만두셨다. 

철하는 그런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리듯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누구나 다 가는건데요.”

“그래….”


철하의 말에도 어머니는 연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셨다.


*


시골집에서 3일 동안 여유롭게 머물던 철하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자취방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자르기로 하였다. 

고등학교 때 항상 단정한 스포츠머리만 했기 때문에 짧은 머리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들어갔다고 조금씩 기르던 머리를 자르려니 아깝기도 하였다.


추운 날씨 속에 짧게 자른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며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짧게 잘린 머리로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니 정말 내일모레 군대 가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논산훈련소는 꽤 머니까 그냥 내일 내려가서 여유롭게 늦잠자고 들어가도록 하자….’


내일 내려갈 마음을 먹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철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들어 바라보자 -이슬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보세요?”

[어이 군인 아저씨!]

“뭐야…. 아직 아니라고!”


이슬이는 자신의 놀림에 발끈하는 철하가 재밌는지 핸드폰 너머로 깔깔 웃었다.


[내일 모레 내려가니?]

“아냐. 내일 내려가서 늦잠 자고 여유롭게 갈려고….”

[응…. 가족들이랑 같이 가?]


왠지 조심스레 묻는 이슬이.


“아니 혼자 내려가….”

[혼자? 왜?]


철하가 혼자 내려간다는 말에 이슬이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그냥 뭐…. 내가 혼자 내려간다고 했어.”


철하의 말이 끝난 후 핸드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려오질 않았다. 

잠시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철하는 전화기가 끊긴 줄 알고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때 이슬이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같이 가줄까?]

“뭐?”

[나 같이 가고 싶다고….]


이슬이의 말을 들은 철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슬이랑 같이 가면 자신도 좋았다. 거절할 이유도 특별히 없고 해서 허락하기로 했다.


“그래 같이 가자….”


철하가 허락하자 이슬이는 기쁜지 신나는 목소리로 변했다.


[헤헤. 좋아. 그럼 내일 몇 시에 가?]


철하는 이슬이에게 시간과 장소를 말해 준 뒤에 전화를 끊었다. 

철하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일 가서 여관에서 잘 생각인데 그럼 이슬이와 단 둘이 자게 될 것이 뻔하지 않는가. 

철하는 그런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강남터미널로 가자 이슬이가 웃으며 철하를 맞아주었다. 이슬이는 철하의 짧은 머리를 보며 웃었다.


“푸핫. 머리 되게 웃기다. 역시 군인아저씨구나.”

“놀리지 마.”


철하는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쓰다듬는 이슬이의 손을 살짝 치운 뒤 논산으로 가는 표를 끊었다. 

잠시 후 버스에 올라탄 뒤 자리에 앉자 철하는 이슬이에게 물었다.


“야. 너 괜찮아? 자고 갈꺼야?”


이슬이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한 표정으로 철하를 바라봤다.


“당연히 자고 가지. 그럼 갔다가 바로 가냐?”

“아, 아니…. 방 두 개 잡지?”

“왜 두 개 잡어? 돈 아깝게. 하나 잡아서 같이 자자. 왜 이상하니?”

“아, 아냐…. 이상하긴….”


철하는 정말 이슬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자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철하도 이내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가던 도중에 이슬이가 살짝 잠이 들었다. 

철하는 이슬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홍색의 반코트를 벗어 놓은 이슬이는 빨간색의 체크무늬 셔츠와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의 짧은 주름치마 아래로 드러난 희고 긴 다리에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반스타킹을 신고 그 끝에는 검은색의 구두를 예쁘게 신고 있었다.


‘예쁘다….’


고양이 같은 눈을 살짝 감고 오똑하게 솟은 예쁜 코로 살짝살짝 숨 쉬며 자고 있는 이슬이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


논산에 도착하자 주위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져 있었다.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은 철하와 이슬이는 근처 모텔에서 방을 잡기로 했다. 

철하는 모텔의 숫자가 무척 많아서 아무 곳이나 깔끔해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모텔도 처음 와보는 철하였기에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카운터를 지키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저기…. 하룻밤 묵고 갈건데요.”


철하의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철하와 이슬이를 힐끗 쳐다본 뒤 말했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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