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53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핫!”


지희는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방 한구석에 철하가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자고 있었다. 

지희는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희는 조심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는 청바지와 팬티를 내려서 자신의 보지를 확인했다. 

섹스를 한 흔적도 느낌도 전혀 없었다.


‘후우…. 내가 미쳤지…. 괜히 순진한 철하를 의심하고….’


지희는 화장실에서 나가 잠을 자고 있는 철하를 바라보았다. 

몸을 둥그렇게 말고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는 철하를 바라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희는 조심스레 철하를 흔들었다.


“철하야…. 철하야….”

“으응…?”


철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허나 눈을 뜨려는 의지만이 있을 뿐 눈이 잘 뜨이질 않았다. 

그런 철하를 바라보던 지희가 약간 놀라더니 크게 웃었다.


“하하하. 철하야. 너 눈이 왜 그래? 왜 이렇게 부었어?”


지희의 말을 들은 철하는 자신의 눈이 안 떠지는 것이 심하게 부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챘다. 

얼른 일어나서 벽에 걸려 있는 거울을 보니 눈이 엄청나게 부어 있었다. 

어제 펑펑 울다 잠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눈 주위에는 말라버린 눈물자국도 눈에 띄었다. 

철하는 그 자국들이 혹시라도 지희의 눈에 띌까 싶어 얼른 문질러 지워버리며 말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가…. 하하.”


철하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런 철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지희도 이윽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지희는 어제 밤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술에 많이 취했음을 알고는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물론 철하는 지희가 이슬이의 얘기를 한 것과 자신이 지희와 섹스를 할뻔한 얘기 등은 빼놓았다.

철하는 지희를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지희는 철하가 여자친구가 생기더니 매너가 좋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에 철하는 어제 지희가 말한 이슬이 이야기를 물어볼까 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서로 맨 정신에서 물어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도중 지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철하야…. 나 어떡할까?”

“뭘…?”

“진원이….”


철하는 이런 상담 같은 것은 한번도 해보질 못했다. 

게다가 여자의 상담이라니….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철하는 할 수 없이 지희의 마음을 물어보기로 했다.


“너 마음은 어떤데?”


철하의 물음에 지희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 솔직히 진원이 진짜 많이 좋아해…. 사랑해…. 진원이가 반성하고 용서를 빌면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철하는 지희가 진원이를 정말로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된거잖아. 네 마음이 그런데 남들이 뭐라고 말해주든 무슨 상관이야. 네 마음에 따르면 그만이지….”


철하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자신의 말이 꽤 멋있다고 생각했다. 

철하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지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이윽고 픽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정말 그게 정답이네…. 하하. 고마워 철하야….”


잠시 말을 끊은 지희는 철하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정말 너도 이슬이도 좋은 친구들이야….”

“그래…. 고마워….”


철하는 지희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감정이 이미 지희에게서 떠나있음을 느꼈다. 

천사 같이 예쁘고,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한 지희였지만 이제는 진원이의 여자친구이자 자신의 소중한 추억일 뿐이었다. 

그리고 철하는 어제 그 소중한 추억을 망가트려 버릴 뻔했던 일을 떠올리며 몸서리 쳤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추석


진원이와 지희의 일은 진원이의 사과로 원만하게 해결 된 듯 했다. 

진원이는 지희에게 며칠 동안 매달리며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그 후 소현의 모습은 학교에서 보이질 않았다. 

지희와 이슬은 소현을 욕했다. 철하도 소현이 나빴다고 생각했지만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연락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진원이는 그 후 친구들과 어색하지 않게 지냈다. 이슬이와 철하도 굳이 그때 일을 꺼내지 않고 지냈다.

이슬이는 철하에게 그날 지희와 별일 없었는지 묻지 않았다. 

철하는 이슬이가 물어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며 둘러대려 했었지만 오히려 이슬이가 물어보지 않자 맥이 빠져버렸다.


철하의 자취방 달력엔 며칠 후에 추석이라고 써있었다. 

그래서 이미 철하는 며칠 전부터 심야버스표를 끊어 놨다. 

한 번도 추석 귀성길을 경험하지 못한 철하는 며칠 전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끊어 놓을 수 있었다. 

추석이 20, 21, 22일로 금, 토, 일 이었지만 학교에서는 금요일 수업을 전체휴강하기로 했다. 

그래서 철하는 19일 날 심야버스를 타고 20일 새벽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철하는 물끄러미 달력을 바라보다가 효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효린에게 추석 때 시골에 가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고 효린은 추석 때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하자 약간의 신호음이 들린 후 효린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아. 효린아. 뭐해?”

[응. 공부하고 있었어.]

“응. 공부…. 뭐…. 뭐? 공부?”

[응. 왜?]

“아, 아냐…. 하하….”


철하는 효린에게 네가 갑자기 웬일로 공부를 하냐고 물어보려다가 효린이 화가 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효린아 며칠 후면 추석이잖아. 추석 때 어디 가니?”

[난 인천에 큰집이 있어서 인천에 가. 오빠는 시골 내려가겠네?]

“응. 19일 날 밤에 떠나….”

[으씨….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면 며칠 동안 못 보는거네…. 음…. 오빠 내일은 학교 갔다 빨리 와. 오빠 자취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뭐? 왜?”

[히히. 빨리 와? 알았지? 그럼 난 공부 때문에 바빠서 끊는다!]

“어, 어. 야!”


그러나 핸드폰 너머에서는 더 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효린은 철하의 말도 들어보지 않았고 끊었다. 

그러나 철하는 오히려 내일 효린을 만난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취방 앞에서 만난다니 무슨 일이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하는 요즘 들어 효린이 생각나면 동시에 이슬이도 떠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슬이가 자신 때문에 울었다는 것을 들은 이후로 생긴 현상이었다.


“후우….”


철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진원, 지희, 이슬은 모두 큰집이 경기도권내에 가까이 있었다. 

철하만 먼 시골까지 내려가야 했다. 

친구들이 재밌겠다는 둥, 부럽다는 둥 놀려댔지만 철하는 그들이 더 부러웠다. 

차타고 그 먼 곳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게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슬이는 별로 철하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슬이와의 관계는 아직도 차가웠다. 

철하 자신도 이슬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먼저 말 걸고, 먼저 인사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철하도 이슬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 1,80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