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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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하는 주말에 자취방에 누워서 효린과 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에 깜짝 놀랐다.


"뭐?"

[나 내일 오빠네 학교 놀러간다고!]

"학교 안가?"

[히히. 낼 개교기념일이야.]

"그, 그래…."

[일찍 일어나기는 귀찮으니까…. 음…. 점심시간에 갈 테니까 점심 사줘!]


철하는 자신의 학교를 찾아오는 방법을 설명해준 뒤 전화를 끊었다. 왠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후우…. 뭐 별일 없겠지."


철하는 요즘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는 자리에 누웠다.


*


철하는 다음날 학교에 가서 오늘 자신의 여자친구가 학교에 놀러온다고 친구들에게 말을 하였다. 

진원이와 지희는 깜짝 놀랐고 요즘 따라 철하의 얘기에 별 귀를 기울이지 않던 이슬이도 이 얘기에는 살짝 반응을 보였다.


"학교 식당에서 같이 점심 먹기로 했어…. 같이 먹자."


철하의 말에 진원과 지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도 궁금한데. 사진으로도 못 봤잖아."


그러고 보니 철하는 자신에게 효린의 사진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한 장 갖고 싶었다. 

다음에 한 장 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철하였다.

철하는 조심스레 이슬이에게도 물었다.


"이슬아 너도 같이 먹자…."


거절할 줄 알았던 이슬이는 의외로 고개를 순순히 끄덕였다. 

이슬이도 철하의 여자친구가 누군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철하는 이슬이가 순순히 허락을 하자 왠지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건물 밖에서 효린이 오기를 기다렸다. 

진원이와 지희는 누군지 궁금하다고 얘기하고 있었고 이슬이는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이슬이는 요즘 따라 옷차림이 엄청 야해서 학교에서 완전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오히려 노출을 즐기는 거라는 안 좋은 소문까지 떠돌 정도였다.

잠시 후 철하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효린이었다.


[오빠! 나 오빠네 학교 정문이야. 빨리 데리러와^^]


철하는 친구들한테 잠깐 갔다 온다고 말하고는 효린을 데리러 정문으로 갔다. 

정문에 도착하자 검은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내린 효린이 웃으며 달려왔다. 

효린의 모델같이 늘씬한 몸매와 예쁜 외모를 보며, 지나가던 남자들이 힐끗힐끗 한 번씩 되돌아봤다. 

효린은 위에는 노란색의 티셔츠를 입고 웬일로 다리에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효린의 가늘고 긴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진이라 어떻게 보면 치마보다 더 야한 것 같았다. 

특히 가랑이와 엉덩이가 꽉 끼어서 더 야하게 보일 정도였다.


"오빠!"


효린은 철하를 부르며 팔짱을 껴왔다.


"히히. 오빠네 학교 좋네?"


효린은 철하의 팔에 매달린 채 진원이 등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철하는 진원, 지희, 이슬이를 가리키며 소개했고 효린은 그들을 보며 허리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효린입니다."


효린은 생글생글 웃으며 밝게 인사했다. 진원과 지희는 그런 효린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이야기했다.


"철하한테 여자친구 생겼다는 말 듣고는 정말 궁금했는데 엄청 미인이시네요."


"정말. 되게 예쁘세요."


진원과 지희의 말에 효린은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다시 철하의 팔에 매달렸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슬이가 무슨 말을 해야 할 차례인데 아무 말도 안하고 효린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원과 지희는 이슬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라는 듯 쳐다보았지만 이슬이는 그저 효린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효린이는 이슬이가 왜 그러나 하며 그냥 조용히 쳐다보았다. 

철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둘을 지켜보았다. 둘의 눈매는 섹시한 것이 약간 비슷했다. 

허나 효린이 약간 더 도도하고 도발적인 섹시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슬이는 옷차림이 야하고 화장이 진해서 그렇지 지희처럼 꾸며놓으면 지희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청순하게 변할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예쁘시네요.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이슬이는 칭찬 같지도 않은 칭찬을 해놓고는 식당으로 걸어갔다. 

효린은 이슬이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철하를 바라보았지만 철하는 어색한 웃음만을 보여주었다.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효린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효린이 워낙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진원과 지희도 웃으며 받아주었기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듯 했다. 

그러나 다들 이슬이의의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효린은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도 철하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슬이가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안 더워요?"


조용히 하고 있던 이슬이에게서 워낙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말이라 다들 제대로 듣질 못했다. 효린도 제대로 못 들었는지 반문했다.


"예?"

"안 덥냐고요."


그제 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효린은 생글생글 웃으며 더욱 철하에게 바짝 달라붙으며 말했다.


"뭐가 더워요. 이제 조금 있으면 가을인데."


이슬이도 지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아직 늦여름이라 덥잖아요. 그리고 밥 먹는데 안 불편해요?"


그러나 효린은 다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히히. 뭐 어때요. 우린 이미 세…. 세, 세 번이나 키스를 했는데요."


효린은 중간에 어색하게 말을 더듬었지만 다들 눈치 채지 못했다. 

이상하다고 눈치 챈 것은 철하 뿐이었다. 

효린과 키스를 한 것은 세 번 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로 세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열 번은 훨씬 넘었다. 

철하는 효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깨닫고는 경악했다. 

효린이 처음에 꺼내려던 이야기는 섹스임에 분명했다. 

철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당돌한 효린이었다.


효린의 얘기가 끝나자 진원과 지희는 우와하고 감탄하는 표정으로 철하를 바라보았고, 철하는 쑥스럽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슬이었다. 

이슬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는 철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입술을 꽉 깨문 채 약간 떨고 있었다.

진원과 지희도 그런 이슬이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철하도 이슬이를 마주보며 깜짝 놀랐다. 

효린만이 이 상황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이슬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집에 갈게. 몸이 안 좋다…."


이슬이는 말을 마치고는 빠르게 나갔다. 

진원과 지희는 일어나서 뒤쫓아 가려 했지만 이슬이가 그런 둘에게 따라오지 말라며 작게 소리쳐서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효린은 그런 이슬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슬이의 뒷모습을 놀란 듯 바라보고 있는 철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볼을 부풀리며 입을 삐죽거렸다.


*


이슬이는 그 다음 강의가 한 시간 남아있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철하는 전화를 해보았지만 핸드폰도 꺼져 있었다. 

아무래도 집에 간 모양이었다. 

효린도 굳이 이슬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

효린은 철하가 듣는 교양수업에 몰래 따라 들어가 같이 들었다. 

교양수업을 듣는 남학생들이 처음 보는 예쁜 여학생에 놀란 듯 효린을 쳐다보았다.


효린은 강의가 시작하자 철하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엎드리며 잠을 잤다. 

철하는 이슬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런 효린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강의가 끝나자 효린이 일어났는데 그녀의 하얗고 예쁜 이마에는 빨갛게 자국이 나 있었다. 

철하가 킥킥거리며 효린에게 이마에 자국이 남았다고 알려주자 효린은 베시시 웃으며 이마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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