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19로맨스소설) 환락의 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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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흑의 손길



남자는 여자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직 초저녁이어서 그런지 '프린스 가라오케'에는 손님도 없었고 노래도 흐르지 않았다.


"제 평생 바라던 일이고 단 한 번이라도 좋아요. 당신에게 키스하도록 허락해 줘요. 그 이상은 절대 바라지 않겠어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할 때에는 몇 가지 술수를 쓴다. 이것도 그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분명히 이 여자는 내 요구를 뿌리치지 않을 거야....


"그보다도 민수 씨,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여자는 남자의 말에는 대꾸도 않고 화제를 돌려버렸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나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요. 그렇다고 실업자는 아니고, 말하자면 자유직업 가라고 할까요.

처음엔 주간지 기자로 시작했는데, 그 마감이라는 틀에 얽매이는 게 싫어서 그만둬 버렸습니다.

그다음엔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는 여행 가가 되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잠시지만 백화점에서 배달부 노릇도 해봤어요.

최근에는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 내려가 농장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고요.

아마 고교 동창생 중에서는 내가 제일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을걸요‥‥

하지만 당신에 대한 생각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요. 당신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졸업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던지‥‥‥


테이블에는 맥주병과 두 개의 컵, 그리고 과일안주가 놓여 있었다.

이들은 고교 동창생으로 몇 시간 전에 이 근처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럼, 지금은 뭐해요?'

"마침 조금 여유도 있고 해서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깥양반께선?"

"보통 월급쟁이예요." '


여자는 남자에게 맡겨진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지숙 씨, 소년 시절부터 간직해 온 내 소원을 제발 들어줘요."

"네?"


임지숙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당신은 소년 시절에도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었나요?"


민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그 특유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아니, 그때는 이 손에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민수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여자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임지숙은 민수에게 내맡긴 손을 빼려고도 않고 질문을 이었다.


"그런데, 민수 씨 결혼은?"


민수는 이번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귀찮은 것을 왜? 난 한 여자에게 매여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지숙 씨 난 이런 신상조사를 하는 것보다는 당신과 키스하고 싶어 제발!"

"당신, 명함 있어요?"


임지숙은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민수의 애원을 무시했다.

민수는 그녀의 손을 놓고 감색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직장명은 없고, 주소와 전화번호뿐이었다.


"아, 지하철 3호선 근처네."

"그래요. 당신은?"

"나는 1호선."

"집 전화번호 알려주겠어요?"

"졸업생 주소록에 있는 그대로예요. 바뀌지 않았어요."

"나는 못 받았는걸, 아마 잊어버렸나 봐요."


아직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민수는 맥주를 비우고 나서 카운터 뒤에서 컵을 닦고 있는 종업원에게, "하나 더." 하고 주문했다.

맥주를 가져왔을 때 민수는 다시 지숙의 손을 잡았다.

맥주를 가져 온 사람은 여종업원 미스 김이었다. 

그녀는 테이블위에 탁' 하고 소리가 나도록 맥주병을 거칠게 내려놓더니 느닷없이 민수의 어깨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또 그 버릇이 시작됐군요. 이제 그런 속 보이는 행동은 그만하시지요."


깜짝 놀란 지숙은 손을 빼려고 했지만 민수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첫사랑을 만났어. 내가 미스 김에게 잔소리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이, 분해."


나지막했지만 뭔가 뜻이 있는 듯한 말을 남기고 미스 김은 돌아 섰다. 촌극이었다. 지숙은 미스 김의 됫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아가씨, 당신과 잘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 한 번 상대해 줬을 뿐이야. 저 여자는 또 만나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나로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걸.

그녀는 그저 길가에 나뒹구는 돌과 같아 당신이 질투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으니 걱정 말아요."


하며 계속 지숙의 손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맥주 세 병을 더 마신 다음, '프린스'를 나섰다.


"2,3일 후 전화할게요. 그런데 언제가 좋을까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직 아기는 없는가 보죠?"

"예, 아기는 아직이에요. 우리 부부는 그다지 아기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뭐 급할 것도 없고."


가야 할 방향이 다르므로 두 사람은 역에서 헤어져야 했다. 민수는 악수를 청하고 두 손을 붙잡았다.


"오늘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꿈에 그리던 첫사랑 때문에 오늘 밤 나는 잠 못 이를 것 같아요."


헤어진 곳은 지하철 3호 선의 입구. 지숙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자, 민수는 다시 '프린스'로 향했다.

'프린스'에 다시 돌아온 민수는 좀 전에 이미 지숙과 함께 앉았던 자리로 갔다.

홀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고, 오늘은 그다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옆자리에서는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가 왜 심각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맥주를 가지고 미스 김이 왔다.


"어때. 그만하면 나 잘했지?"

"응, 훌륭했어 ."

"그런데, 효과가 있을까?"

"모르겠어. 두고 봐야지."


미스 김은 민수 옆에 앉았고 민수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당신하고 한 번 잔 것으로 해 두었어."

"썩 좋은 연기는 아니었지?"

"그렇지 않아. 순정이 있는 여자라고 느껴졌는걸."

"그보다도."


미스 김은 슬며시 민수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게 주인인 박 사장은 안경을 쓴 채 서류를 보고 있었고 손님이 앉아 있는 곳은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천천히 바지의 지퍼를 열었다. 미스 김은 밀어 넣은 손을 더듬어 민수의 것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 여자하고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았지?"

"음, 하지만."


민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스 김은 앞니를 세워 딴 여인에게 관심이 가 있는 민수에게 '질투의 마음'을 드러냈다. 

앞서 한 일은 민수의 부탁으로 꾸며 낸 연극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그녀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분풀이를 마음껏 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아요? 하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미스 김의 애무로 너무 커져버려서인지 지퍼를 올리는데 애를 먹었다.


"오늘 밤, 우리 집에 와야 해."

"그러지 ."

"먼저 가서 자고 있어요. 열쇠는 가지고 있겠죠?"

"물론이지."

"그런데 우리 주인아저씨가 이번 주말에 1박 2일로 여행 가자고 며칠째 졸라대고 있는데 어쩌지?"

"마마는 안 데리고?"


마마는 '프린스'의 여주인으로 박 사장과 같이 살고 있는 여자였다. 김혜영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모두들 마마라고 불렀다.


"응. 마마는 빼고, 주방 아줌마와 셋이서 가자고 그러는데."

"그래?'

"별 위험부담은 없지만, 그가 유혹하면 나 넘어갈지도 몰라."

"상관없잖아. 어차피 넌 나만의 여자가 아닌데."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내게는 당신뿐인걸. 그리고 그 남자는 내 타입이 아니야."


바지 위로 불룩 솟아 있는 그의 페니스를 미스 김이 얌전히 쓰다듬었다. 주인 박 사장은 계속 서류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당신과 함께 가지 않는 여행은 싫다고 할 테야."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이번엔 젊은 남녀였다.


"그럼, 이따 봐."


미스 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손님은 민수의 옆 테이블에 앉았다.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게 된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박 사장은 그제서야 머리를 들고 민수를 쳐다보았다.


"아까 그 여자 대단한 미인이던데."

"다음번에 같이 오면 귀빈으로 모셔 줘야 해요. 그건 그렇고, 오늘 마마는 왜 늦으시네요."

"데이트하고 있겠지. 좀 있으면 손님하고 나란히 들어올걸세."

"그렇군요. 오늘은 어떤 남자죠?"


민수는 카운터 의자에 걸터앉았다.


"마마는 호텔에서 이곳으로 바로 출근하는 건가요?"


정식 부부는 아니었지만 마마는 박 사장과 동거 중이었다.

그런데 박 사장은 자신과 같이 살고 있는 여자가 손님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간섭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술집의 여주인이 손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여주인의 남자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도 이 세계에서는 상식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박 사장이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있는가였다.

어느 날 박 사장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우리 혜영이가 다른 남자와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여 온다네.

그 미어지는 고통 그것이 또 하나의 쾌락이지. 아마 나는 마조 리스트인지도 몰라."라고 했다.


마마가 호텔에서 바로 출근하는 거냐는 민수의 질문에 박 사장은


"벌써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선물이나 받고 어딘가에서 키스하고 그러고 말겠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오늘 들어와 봐야 알아."

"어떤 남자죠?"

"대학교수라는데, 나이가 쉰도 넘은 중년이야. 언제나 한 가지 노래밖에 못 부르는 바보라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곁으로 미스 김이 다가왔다.


"진피스 두 잔."


박 사장에게 말하며 민수의 허리띠를 움켜잡았다.

여자가 남자의 허리띠를 잡는다는 것은 강한 친근감의 표시였다. 민수는 무심히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마마의 상대는 대학교수인가 그렇다는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야. 별로 알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의 사생활보다는 내 연애가 더 중요하거든."


미스 김은 남의 일에는 흥미 없다는 투였다.


"아저씨, 나 오늘 11시에 퇴근할 거예요."


부탁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선언하듯이 말했다.


"그래. 알겠다."


미스 김에게 은근히 마음이 있는 박 사장은 어지간한 부탁이면 다 들어주고 있었다.

박 사장이 만들어 준 진피스를 들고 미스 김은 손님에게로 갔다. 박 사장은 민수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오늘 밤엔 미스 김과?"


민수는 곧장 미스 김의 아파트로 갔다.

미스김은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룸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민수는 친구와 우연히 들른 '프린스'에서 미스 김을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3개월 전부터 사귀게 되었다.

호탕한 듯하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는 미스 김은 생활력이 강한 여자였다.

다소 방탕한 생활을 하는 민수로서는 그런 미스 김의 매력에 이끌려 일주일에 이삼일은 그녀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민수는 이부자리를 꺼내 누웠다.


1시간 전만 해도 임지숙에게 '오늘 밤엔 잠 못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으면서도 자리에 누운 지 5분도 안 돼 잠에 곯아떨어졌다.

인기척을 느끼고 단잠에서 깬 민수는 머리맡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미스 김을 보았다.


"아, 잘 잤다."


기지개를 켜는 민수에게 미스 김은 허리를 굽혀 키스를 했다. 민수는 미스 김의 키스를 받으며 그녀의 가슴을 더듬었다.

풍만하지는 않지만 통통한 가슴이었다. 민수의 손이 닿자 젖꼭지가 금방 딱딱해졌다. 잠시 후 미스 김은


"잠시만 기다려. 나 얼른 샤워하고 나올게."

"마마는 몇 시에 왔어?"

"왜? 마마한테 관심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박 사장이 오늘 마마는 호텔로 가지 않을 거라 했는데. 다만 그것이 궁금해서 그런 거야."

"그래? 그렇다면 주인아저씨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마마는 그 교수와 호텔에 들렀다가 가게에 나온걸?"

"그렇군."


미스 김은 욕실로 갔고, 민수는 배를 깔고 누워 담배를 입에 물었다.

10분도 안 돼 미스 김은 욕실에서 나왔다. 목욕 타월만을 걸친 채였다.


"들어갈까?'

"응."


민수는 미스 김이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그녀는 타월을 걷고 민수의 옆에 누웠다.

곧 두 사람의 팔다리는 서로 엉켰고, 두 번째 키스에 접어들었다.

미스 김의 손이 이미 당당하게 서 있는 그의 것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 교수도 같이 왔어?"

"웅. 당신이 나가고 한 시간쯤 지나서 같이 들어왔어."

"그전부터 오던 손님인가?"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세 번쯤 왔었나 봐,"

"세 번 오고 마마를 손에 넣었다면, 수완이 꽤 좋은..."

"고급 손님이니까 그렇지 뭐."

"동침한 줄은 어떻게 알았지?"


민수의 손이 미스 김의 은밀한 곳으로 다가갔다. 무성한 수풀 사이를 헤치자, 그곳에는 따뜻한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기대한 대로였다.


"마마가 내 귀에다 대고 '합격'이라고 했어.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이야."

'박 사장도 알아챘을까?'

"아마도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이 되면 그 얘기를 화제 삼아 즐거워하겠지‥‥아아. 거기야."


미스 김은 허리를 꼬며 민수의 것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민수의 손이 위쪽을 따라 올라가며 행동을 개시했던 것이다.

미스 김이 반응을 보이자 민수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그 교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우선 인품과 생김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마마는 눈이 왜 높은 편으로 그렇게 쉽사리 손님에게 몸을 허락할 여자가 아니었다.


"오늘 보니까 체격도 좋고, 매너도 깔끔하던데. 마치 교양 덩어리가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지적이면서도 스포티한 타입? 그리고 잠자리에서 마마를 만족시켰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말하자면, 박 사장은 무드를 즐기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반해 그 사람과는 색다른 분위기로 즐길 수 있어서 합격이라고 했을 거야."

"정력가인 박 사장을 떠나지 못하면서도 그 교양 있는 교수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는 건가?"

"여자는 그래. 여자는 한 남자보다는 여러 남자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하지. 남자도 마찬가지 아냐?"

"음, 그렇지."

"그런 얘기보다는 이제 우리 일에 신경 쓰자고."

"어떻게 부드럽고 멋지게 밤을 보냈는지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았나?"

"오늘 저녁에는 그럴 틈이 없었어. 나중에 들으면 전해 줄게. 마마로서는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좀 아쉬웠다고만 하던걸?"


말이 끝나자마자, 민수는 미스 김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곧장 그녀의 꽃밭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함께 온 그 교수 친구라는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이더라고. 오늘 저녁에 처음 본 사람인데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할 작정이야?"

"글쎄, 만일 그 사람이랑 만난다면 당신 화내겠어?"

"물론이지."


딱딱해진 페니스는 단번에 삽입되었고 그녀의 안에서는 그를 세게 끌어당겼다.


"잠깐, 잠깐."


민수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미스 김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잠시 그대로 있어 줘. 잠시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워"

'몇 번이고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아껴야 해 "


이 여자 오늘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요구대로 동작을 멈추고 탐스러운 음모를 쓰다듬었다.

꿈틀거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자신을 과시하던 민수는 다시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 후 누구하고 해 봤지?"


하고 물어본 것은 미스 김에겐 다른 사람을 만날 자유가 있지만 자신은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미스 김은,


"아니, 안 했어."


라고 분명하게 대답하였다. 예상한 바였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허리의 움직임으로 보아 미스 김이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 민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애무를 별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 게임에 돌입하는 것은 그것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녀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여행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민수가 그렇게 물은 것은 미스 김이 첫 고개를 넘어서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글쎄, 아직은‥‥그건 그렇고. 오늘 만났던 그 여자는 언제 또 만나기로 했어?"

"모래쯤 전화할 거야. 만나는 것은 여자의 사정에 따라야지. 나는 자유로운 몸이지만, 그쪽은 가정에 매여 있는 몸이니."


10분 정도 지나서 민수는 제2라운드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인수의 속도에 맞춰 미스 김도 거기에 호응해왔다. 민수가 속삭였다.


"이번엔 함께 절정으로 가는 거다. "

"안 돼. 다음번이야. 이번엔 안 돼."


미스 김은 여자가 원하기만 하면 남자는 사정의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런 요청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래. 알았어."


얼마 후 미스 김은 두 번째 절정을 맛보았고, 그것은 첫 번째보다 길고 격렬하게 이루어졌다.

둘은 서로를 감싸 안았던 팔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음, 오늘 그 여자는 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거지?"

"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창회에 한번 갔었는데 그때 보고는 처음이야. 그처럼 매력적인 여자로 변했을 줄은 미처 몰랐는데‥‥

중요한 것은 내가 고교 시절부터 자기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젓을 느끼도록 해야 하는 거야."

"자신 있어?"

"아니, 별로. 하지만 실패해도 친구라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것이 중요해."


그렇게 능청을 떠는 민수에게 다시 미스 김의 손이 다가갔다.

미스 김의 세 번째 절정에 때를 맞춰 그의 사정은 이루어졌다. 그는 아찔한 쾌감 속에서도 '다음 주면 임지숙을 안을 수 있겠지' 하고 딴 생각에 잠겼다. 

속으로는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입으로는 미스 김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떤 말이라도 좋지만, 그녀에겐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미스 김은 사정 후 잠시 그 상태로 흥분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되도록 체중이 그녀에게 실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릎과 팔꿈치로 자신을 받치고 있었다.


"당신."


미스 김이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그 여자 생각하고 있지? 그 여자와 섹스하고 있는 걸 상상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무슨 그런 소리를‥‥‥"


급소를 찔린 민수는 아닌 척 오히려 달콤한 말로 미스 김을 속였다. 이 정도의 거짓말은 속임수라기보다는 오히려 남자의 멋진 매너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미스 김에게서 떨어져 그 옆에 털썩, 누웠다. 그러자 미스 김은 기다렸다는 듯이 티슈로 그와 몸을 닦아주며 입으로 애무했다.

민수는 27세의 혈기왕성한 나이다. 이미 폭발해 버린 뒤끝이라서 휴식을 취하려 했지만, 미스 김의 유혹적인 혀놀림에 그의 것은 다시 부풀어 올랐다.


"더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오늘은 그만이라는 뜻에서 하는 인사야?"


민수는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그렇게 하면 다시 하고 싶어진단 말이야."


그의 것은 어쩐 일인지 계속 부풀어 있는 상태로 꺼질 줄 모르고 있었다. 입에 물고 있던 거북이 머리를 꺼낸 미스 김은


"아니, 오늘 밤은 이것으로 됐어. 나머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해. 이것은 고마웠다는 인사야."


그녀는 키스를 하고 민수와 나란히 누웠다.


"오늘은 세 번이군. 어떤 놈은 횟수를 자랑하느라고 다섯 번이니, 일곱 번이니 하는데 그건 다 무의미한 일이야."


미스 김은 계속 긴장상태로 있는 그의 것을 쥐고 있었으나, 이것은 습관적인 행동일 뿐 민수를 흥분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


"난 그렇게 여자를 생각해 주는 당신의 배려가 마음에 들어 "

"당신, 남자를 몇 번까지 폭발시켜 봤지?"

"음, 글쎄. 다섯 번인가? 그럴 거야.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남자가 결혼한 첫날밤에 7번까지 갔다고 그러더라고. 정말 어리석은 놈이라고 생각지 않아?"

"누군데?"

"이강욱."


민수는 그 남자와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저 미스 김이 과거에 만나던 남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신은 몇 번이나 절정에 도달했는데?"

"한 번에 한 번씩 세 고개까지. 네 번째부터는 그 사람 혼자서 씨름한 거였고, 나는 지쳐서 그저 쉬고 싶을 따름이었어,"

"아무 감각이 없었어?"

"응. 오히려 고통스러웠는걸."

"이상한 실력을 가진 남자였구먼."

"난, 당신이 좋아. 당신은 나를 더 생각해 주니까."

"그 자식하고는 그 후에도 만난 적이 있어?"

"아니, 전혀 만난 적 없어. 친구를 통해서 들었을 뿐이야."


민수는 때때로 이처럼 남자 이름을 대며 '만난 적이 있는가?' 하고 묻곤 한다. '그 후'라는 것은 '지난번에 물어본 후'라는 뜻이다.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고 있다는 것을 일러두기 위해서였다.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보고 해야 해."

"그래, 알았어"


그리고 둘은 말이 없었고, 미스 김이 잠든 것을 본 민수도 이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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