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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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효린은 놀라 되물어놓고는 깔깔 웃었다. 

철하는 얼굴이 시뻘개 졌다. 

한참을 배를 잡고 웃던 효린은 눈물을 훔치며 철하의 팔을 잡고 끌고 갔다.

주말이라 바로 볼 수 있는 영화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인기작들은 모두 매진이라 조금 인기 없는 공포영화를 보기로 했다.

효린은 표를 끊고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시작하는 거니까 우리 햄버거 먹어요. 나 점심 안 먹었어요.”


둘은 극장내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효린은 햄버거를 먹으며 철하에게 여태까지 극장도 안가보고 뭐했냐고 물었다. 

철하는 사실대로 자신이 학교 다니려고 시골에서 올라온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효린은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 

오히려 철하가 시골에서 올라와서 그렇게 착한거구나 하면서 좋아했다.

둘이 햄버거를 먹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효린의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반응은 아까 와 별다를 게 없었다.

철하는 그런 효린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잘 만나지도 못 하는데, 

효린은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이리도 많이 만나니 항상 즐거울 것 같았다. 

갑자기 혼자 자취하는게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


상영시간이 다 되가자 철하와 효린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영관으로 올라갔다. 

그때 철하는 에스컬레이터 아래쪽에서 남학생들이 시시덕대면서 효린의 팬티를 훔쳐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가 난 철하는 효린의 뒤쪽에 서서 가기로 했다. 

그러자 남학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작게 들려왔다.


“왜 뒤로 가요. 오빠?”

“아…. 뒤에서 애들이 자꾸 너 쳐다봐서….”


효린은 다시 감동한 듯 철하에게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


주말이라 그런지 비인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영화는 여름이면 으레 나오는 삼류 공포영화였다. 

철하는 공포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다. 

꽤 겁이 많기 때문이었다. 

철하는 계속해서 나오는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에 몸을 움찔움찔 거렸다. 

옆에 앉아있는 효린은 그런 철하를 보며 연신 웃어댔다.

효린은 무서운 장면이 나와도 아무렇지 않게 영화를 봤다. 

오히려 뭐가 저리 시시하냐며 투덜대기까지 했다.

철하는 처음에 공포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내심 기대했었다. 

작게 비명을 지르며 자신에게 안겨오는 효린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오히려 효린에게 안겨야 할 판이었다.


‘요즘 여고생들은 원래 이런 건가….’


철하는 내심 효린의 강심장에 감탄했다.


*


영화가 끝나고 효린과 철하는 근처를 돌아다니며 놀았다. 

효린은 계속 철하의 오른쪽 팔에 붙어서 웃으며 이야기했다. 

철하는 문득 이것이 여자와의 첫 데이트인 것을 깨달았다. 

민아와 한강을 다녀오긴 했지만 데이트라고 부르기는 힘들었다.

문득 자신의 팔을 붙잡고 웃고 있는 효린을 바라보니 정말 즐거워보였다. 

자연스럽게 풀어내린 검은 머리, 동그랗고 하얀 이마, 써클렌즈를 껴서 까맣게 반짝이고 있는 눈…. 

비록 화장을 짙게 했지만 여고생다운 청순함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로 나 좋아하는 건가….’


철하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효린은 끊임없이 철하를 끌고 돌아다녔다.

날씨가 더워 팥빙수 가게에서 팥빙수를 먹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어딜 가던지 효린을 아는 사람은 꼭 있었다.

그렇게 데이트의 대부분은 효린이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걸로 지나갔다.


*


이것저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고 나오자 주위가 조금씩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때 효린의 핸드폰이 울렸다.

효린은 번호를 확인하더니 자신의 친구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나 밖이야. 응?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효린은 친구와 통화하더니 철하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철하는 효린을 제지하며 말했다.


“어…. 효린아…. 어디 가는데?”


“애들 지금 술집에서 술 마시고 있데요. 오빠랑 같이 가려구요.”


효린의 말에 철하는 깜짝 놀랐다. 

효린이 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자신이 거기를 왜 따라간단 말인가.

철하는 펄쩍 뛰었다.


“야! 거길 내가 왜가!”

“왜 뭐 어때요. 그냥 가서 저랑 같이 놀아요.”


효린은 다시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하는 이번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들이 잔뜩 있는 자리에서 자기 혼자서 뭘 하란 말인가. 

철하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르게 강경하자 효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찡그리며 볼을 부풀렸다.


“핏…. 생각해보니 오빠가 가면 뻘쭘하겠네요.”

“그, 그래….”


간신히 효린을 설득한 철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효린은 웃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히히. 그럼 오빠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두 시간쯤 마시다가 갈게요.”

“뭐, 뭐?”

“에이…. 이렇게 끝나는 데이트가 어디 있어요. 집에 가서 있어요. 이따 연락할게요.”


말을 마친 효린은 몸을 돌려 걸어갔다. 

철하는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럼 더 뭘 한다는 거야…. 음…. 그나저나 요즘엔 미성년자들도 술집에 들여보내주나….’


몰래 미성년자들을 손님으로 받아주는 술집도 널렸다는 것을 알리가 없는 철하였다.


*


째깍째깍…. 


철하는 자신의 방에 앉아 조용히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그녀가 말한 두 시간이 다가왔다. 

철하는 괜히 설레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에게 끌려다니는 자신이 우스워지는 철하였다. 하지만 싫지 않은 걸 어떻게 하랴….


띠링띠링.


철하의 손이 다시 한번 번개처럼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효린에게 온 문자였다.


[오빠! 정류장으로 데리러 와요!]


철하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자취방 문을 나섰다.


*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효린이 서 있었다. 

효린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철하를 발견하고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갔다.


“히히. 오빠! 저 보고 싶었죠?”

“야…. 두 시간밖에 안됐는데 뭐 이렇게 많이 마셨어?”

“아씨! 두 시간 있다가 간다니까 남자애들이 술 졸라 먹여서 그래요. 히히. 별로 안취했어요.”


효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약간 비틀거렸다. 

꽤 취한 것 같았다. 

철하는 효린의 말을 듣고 조금 화가 났다. 

남자애들도 술자리에 있었고, 그 애들이 효린의 옆에서 마구 술을 먹인 상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근데 내가 왜 화가 나는거지…. 설마 질투하는 건가….’


멍하니 서있는 철하에게 효린이 팔짱을 껴왔다.


“이제 오빠네 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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