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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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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하던 언니 바뀌었네. 디쁠 네 갑 주세요.”


한 여자가 들어오며 그렇게 말하고는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놓았다. 

말투를 보니 전에 민아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 같았다. 

철하가 만원권을 꺼내 놓은 여자를 바라보자 굉장히 낯익은 느낌이 드는 얼굴이었다.

여자는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에, 꽉 끼는 아이보리색의 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가슴이 꽤 큼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가늘고 배에 전혀 군살이 없었다. 

게다가 아래에는 하얀색의 초미니스커트를 입었는데 계단을 올라갈 때 바로 뒤에서도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얼굴은 짙은 화장을 한, 이슬이를 약간 닮은 여우 같은 눈….

순간 철하의 머릿속에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주일전 자신을 변태와 원조교제하는 사람으로 취급했던….

번쩍 생각이 든 철하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때 그 얼굴이다….


‘이름이 효린이었던가….’


효린은 철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자신도 조용히 마주 보고 있었다. 

여우같은 눈이 고등학생답지 않은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철하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저기…. 죄송하지만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철하의 말에 효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작은 핸드백을 슬쩍 뒤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안가지고 왔네요. 그냥 주세요. 저 83년생이예요.”


표정하나 변화 없이 거짓말을 하는 효린을 보며 철하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그러나 겉으로는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아…. 죄송하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팔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살짝 허리까지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철하를 보며 효린은 순간 당황해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효린은 이내 본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오고는, 계속해서 자기는 83년생이라고 우기며 담배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철하는 그때마다 공손히 답해주었다.

효린은 점점 화가 났지만, 철하의 태도가 워낙 공손해서 세게 밀어 붙일 수가 없었다. 

평소 효린은 이런 상황에서 알바생들과 대판 싸우고 나오곤 했다. 

자신이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하면 모든 알바생들은 싸가지 없는 말투로 돌변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우기던 중, 효린도 포기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예.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85년생이거든요. 근데, 여기 전에 알바하던 언니는 알면서도 담배 줬어요. 너네 다 이해한다면서….”


효린의 말에 철하는 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나이를 순순히 밝히면서까지 담배를 사려하다니…. 

게다가 지금 말하는 언니란 사람은 민아 같았다.


“혹시 민아 말하는 거예요?”

“와! 민아 언니 알아요? 그럼 됐네요. 얼른 줘요!”


철하가 민아의 이름을 말하자 효린은 굉장히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카운터에 올려놓은 만원을 철하쪽으로 밀었다.

철하는 순간적으로 고민되었다. 

민아의 이름을 알고 서슴없이 언니라고 부르는걸 보니, 민아가 꽤 잘해준 것 같았다. 

담배를 줄까도 생각하였지만 왠지 무서웠다. 

나중에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자신이 다 물어야 하지 않는가…. 

게다가 저번에 효린에게 변태 취급 당했던 일을 떠올리니 결국 주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죄송합니다…. 이거 걸리면 제가 다 벌금 물어야 되요. 죄송해요.”


철하는 자신의 사정을 순순히 밝히고는 양해를 구했다. 

민아는 다시 몇 번이나 떼를 써보았지만 철하는 계속해서 공손하게 거부하였다.

결국 효린은 포기한 듯 만원짜리를 지갑에 집어넣었다.


“아씨, 짜증나! 요즘에 뚫은 곳 여기 밖에 없는데! 어디서 사!”


효린은 지갑에 돈을 넣으면서 투덜거렸다. 

그녀의 예쁘게 다듬은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리고는 철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음….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오빠 되게 착하네요? 

다른 곳 알바생들은 존나 싸가지 없게 구는데…. 

오빠는 역시 민아 언니 친구라 다른 것 같아요. 겁은 좀 많은 것 같지만. 히히.”


효린이 계속해서 민아를 아는체하자, 문득 민아의 얘기가 궁금해졌다.


“민아 잘 알아요?”


철하는 계속해서 존댓말을 했다. 

아무리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걸 알아도 오늘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을 놓기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철하의 순박하고 착한 성품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효린은 그것을 보고는 깔깔 웃었다.


“오빠 진짜 센스 없다…. 그냥 말 놔요. 민아언니랑 동갑인데 왠 존댓말?”

“응….”


효린의 말에 철하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철하를 보며 효린은 웃으며 민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민아언니 최고 좋아해요! 얼마나 착한데요. 

제가 민증 없었는데도 너네 다 이해한다면서 순순히 담배도 주고, 술도 주고. 

히히. 진짜 좋았는데…. 얼짱이지, 몸매도 환상이지….”


“얼짱…?”

“민아언니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민아언니 이 근방에서 짱 유명하잖아요. 

남자애들한테 인기 존나 많은데…. 근데 언니는 어디 갔어요? 그만뒀어요?”


“아…. 민아 이사갔어.”


민아가 이사 갔다는 말에 효린은 눈썹을 찡그리며 볼을 부풀렸다. 

섹시한 눈매도 비슷했지만 버릇도 이슬이와 비슷했다.


“아씨…. 민아언니 짱 좋았는데….”


철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굉장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욕 잘하고, 짙은 화장에 야한 옷, 게다가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싸가지 없는 것 같았지만 이제 보니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본성은 꽤 착한 것 같았다. 

겉으로 아무리 어른티를 내려 해도 역시 여고생은 여고생이었던 것이다.

철하가 아무 말이 없자 효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응? 나? 난 김철하….”

“아. 전 김효린이라고 해요. 저쪽에 있는 청의여상 다녀요.”


철하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를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 오빠 진짜 착하다. 앞으로 종종 놀러와도 되죠?”

“그, 그래….”


철하의 말에 효린은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다음에 봐요!”


효린이 나가자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안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음악소리만이 들렸다.

 철하는 소란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이 다 없었다. 

처음에 버스에서 봤던 나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예쁘네….’


철하는 효린의 모델같이 늘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을 떠올리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아까 효린과 나눴던 민아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얼짱이라고….’


분명히 이 근방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남자애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하긴 민아처럼 예쁘고,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애가 유명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 그냥 들어왔다 나가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꽤 있었다. 

처음에는 살 물건이 없어서 그냥 나가나보다 생각했는데, 효린의 말을 들어보니 민아가 없어서 그냥 나가는 거였다.

철하는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졌다. 

민아에 대한 흔적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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