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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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간고사가 치러졌다. 

철하는 시험시간에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경제학개론을 떠올리면 바로 소현과 나눴던 섹스가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


“으….”


한참을 끙끙대던 철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진원이와 지희를 바라보았다. 

꽤 잘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이슬이를 바라보았다. 

철하는 이슬이의 행동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검은색의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온 이슬이…. 

이슬이 역시 아는 게 없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슬그머니 교수의 눈치를 보더니, 손이 짧은 치마속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한참을 부비적 대더니 노란 고무줄에 연결된 종이를 꺼내들었다.

철하는 이슬이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렸다.


‘…저런 쌍팔년도 수법을 사용하다니. 그래도 캡 멋지네.’


철하는 아예 답안지 쓸 생각도 안하고 이슬이의 미끈한 다리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베끼던 이슬이는 철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씨익 웃으며 브이자를 해주었다.

그들의 중간고사는 그렇게 끝났다. 

진원이와 지희는 그런대로 괜찮게 봤다고 안심했고, 

이슬이도 생각보다는 잘 봤다며, 도리어 낙심해있는 철하의 어깨를 웃으며 두드려주었다.


*


2002년의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이 찾아왔다. 

그리고 월드컵의 기간도 함께 찾아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되는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은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거리응원의 문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폴란드전과 미국전을 TV도 없는 자취방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지켜본 철하는, 

문득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애들이랑 같이 거리응원하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이번엔 16강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많잖아?’


철하는 핸드폰을 들어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진원, 이슬…. 둘다 모두 좋다고 찬성했다. 

특히 이슬이는 신이 나는지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질러댔다. 

지희는 진원이가 연락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붉은악마 티를 사러갈까?’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할 생각으로 벌써부터 신나지는 철하였다.


*


철하, 진원, 지희는 광화문의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죽을 맛이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슬이가 오지 않으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밀려 벽에 간신히 붙어있는 세 사람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철하는 진원이와 지희를 바라보았다. 

진원이는 지희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두르고 보호해주고 있었다. 

부러웠다. 

자신의 팔이 저기 없는 게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지희는 오늘 긴 검은 생머리에 붉은색의 두건을 하고, 반팔의 붉은악마 티를 입고 왔다. 

피부가 굉장히 하얀 지희는 붉은색의 티셔츠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게다가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은 하얗고 가느다란 게, 굉장히 부드러울 것 같았다.

철하는 지희의 희고 가느다란 팔을 넋 놓고 바라보던 도중,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에서 이슬이가 팔을 흔들고 있었다. 

철하도 손을 들어 응답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타난 이슬이의 복장을 본 철하는 깜짝 놀라 화를 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진원이와 지희도 탄성을 터트렸다. 

긴 갈색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반팔의 붉은악마 티셔츠는 배 부분을 올려 묶어 배꼽티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의 옷을 골라 입었는지, 

이슬이의 꽤 큰 가슴이 둥그렇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티셔츠 아래로 보이는 이슬이의 배는 철하가 오티 때, 본 것과 변함이 없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덕분에 아담한 느낌을 주는 배, 

세로로 이쁘게 갈라진 배꼽, 

군살 하나 없이 약간 발달된 복근…. 

게다가 지희 만큼이나 하얀 피부 때문에 저절로 만지고 싶은 느낌을 주게 했다. 

그러나 철하는 이슬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 깜짝 놀랐다.

아래에는 완전 꽉 끼는 청 핫팬츠를 입었기 때문이다. 

소현이가 입었던 핫팬츠보다는 약간 길었지만, 

사이즈는 더 작아서 이슬이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꽉 끼어 있었다. 

핫팬츠와 엉덩이가 하나가 돼있는 것 같았다. 

핫팬츠 아래로 드러난 길고 하얀 다리는 누가 봐도 성적인 충동을 느낄 정도 였다.

지희가 이슬이의 모습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와! 이슬이 너 진짜 멋지다!”


지희의 칭찬을 들은 이슬이는 씨익 웃으며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


“뭐…. 이정도 쯤이야. 헤헤.”


철하는 정신이 없었다. 

이슬이가 평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화끈한 노출은 처음 봤다. 

그런 철하를 보며 이슬이는 씨익 미소 지으며 팔짱을 꼈다.


“뭘 넋 놓고 있어 짜샤! 얼른 올라가자.”


철하의 팔에는 이슬이의 말캉한 가슴의 느낌이 어느 때 보다 선명하게 전달되어왔다.


*


아침인데도 불구하구 광화문의 거리는 이미 사람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철하는 자신의 옆에 붙어 있는 이슬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가 늦어서 자리가 없잖아!”

“미안해! 돌아다니다 보면 자리가 있을거야.”


이슬이는 미안했는지 순순히 사과하고는 철하 패거리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대형TV가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슬이는 냉큼 달려가며 신문지를 폈다.


“여기 앉자. 여기!”


*


늦은 저녁시간에 시작하는 축구를 보기 위해 뜨거운 한낮부터 앉아있는 일은 정말 곤욕이었다. 

그래도 넷은 이렇게 함께 모여 있는 시간이 오래간만이라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붉은악마 티가 가슴이 파이지 않은 것이 자신에게는 천만 다행이었다. 

가슴마저 깊게 파여 있었으면, 응원하기도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이의 앉은 자세가 자꾸 신경 쓰였다. 

이슬이는 바닥에 앉을 때면, 

치마를 입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양반다리에서 한쪽 무릎을 올린 자세, 또는 두 무릎을 모두 올린 자세로 앉는다. 

지금 역시 한쪽 무릎을 올린 채로 앉아 있었다. 

버릇인지 몰라도 그렇게 되면 항상 가랑이 사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곤 했다.


철하 패거리는 노상에서 파는 시원한 얼음물과, 서로간의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뜨거운 6월의 햇볕을 가려주는 손바닥과 신문지 하나로 축구 시작 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는 그들의 기대와 노력을 저버리지 않았다. 

포르투갈에 1:0 승리…. 

대한민국이 드디어 16강에 진출한 것이었다.


“꺄아악!”


16강 진출이 확정 되는 순간, 광화문에는 화려한 폭죽쇼가 펼쳐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끌어안았다. 

지희도 벌떡 일어나 진원이를 끌어안았고, 

이슬이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철하의 목에 두 팔을 감으며 안겨왔다. 

철하도 이슬이를 끌어안고 신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가슴에 전해져 오는 이슬이의 말캉한 가슴의 감촉조차 잊혀져 있었다.


*


경기가 끝난 후, 광화문에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어울려 놀았다. 

축제다운 축제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지금이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축제였다. 

철하와 이슬이도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았다. 

진원이와 지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 붙잡고 놀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 놀던 중, 철하는 문득 낯선 느낌을 받았다. 


왠지 자신들의 주위로 남자들이 꽤 많이 모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철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이슬이…. 

이슬이의 복장이면 충분히 남자들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슬이의 주위로 남자들이 하나, 둘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슬이는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며 뛰고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세 명의 남자가 자신을 교묘하게 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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