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학창물야설) 그의 대학생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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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나, 나도….”

“진원이 많이 좋아해….”


철하도 입을 열어 대답을 하려는 순간 지희의 나머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지희의 마음도 자신과 같았다는 생각을 한 자신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입을 열어야 했다. 

둘 다 놓치기 싫은 친구들이다. 


대학생활해가면서, 아니 앞으로 평생 봤으면 하는 친구들이다.


“그, 그래. 나, 나도! 알고 있었어…. 나도…. 아까 보니까 너 진원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어느새 지희의 팔은 풀려 있었다. 

그리고 커다랗고 검은 눈동자로 철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걱정이라는 듯 말했다.


“아! 들켰나? 진원이도 눈치 챘을라나?”

“아냐. 진원이는 원래 눈치가 별로 없으니까…. 모를꺼야.”


“헤헤. 그러면 다행이구. 

아! 이슬이가 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너도 이슬이랑 완전 붙어 지내는거 보면 싫지 않은 눈치이구…. 

넌 어때?”


철하는 자신의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냥 아직 잘 모르겠어….”

“하하. 그래 난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아. 나 이만 들어가 볼게. 바래다줘서 고마워.”


지희는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힘겹게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철하는 멍하니 서서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그런 마음이 뭔지도 잘 몰랐고, 남중과 남고를 나왔다. 

여자라고는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AV에 나오는 여자들만 아는 그였다.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해본 여자였다. 

만난지 한 달도 채 안되어가지만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며칠 만끽할 사이도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철하는 고개를 들어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주제에 무슨 사랑이고 여자냐….”


철하는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지희의 빌라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래도 나…. 너 계속 좋아할거야….”


*


지하철이 끊긴지라 철하는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와야 했다. 

집 앞에 도착하자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돈 없는 학생들이라 안주보다는 술을 더 많이 시켜먹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서 라면이나 사먹을까. 아…. 야간이니까 그 여학생이 알바 안하겠지?’


철하도 술이 상당히 취한지라 약간은 비틀대는 걸음으로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이게 웬걸…. 

그 여학생이 아직도 알바를 하고 있었다.


‘아! 뭐야. 들어갈까 말까.’


그러나 결국 술이 들어가 용기가 어느 정도 생긴 철하는 들어가기로 했다.


“어서오세…. 에?”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은 이 늦은 시간에 철하가 비틀대며 들어오자 약간 놀란 듯 했다. 

철하는 컵라면 하나를 계산한 뒤 물을 붓고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어색한 침묵속에 음악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철하는 술에 취한 상태라 이 상태가 어색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지희와 아까 있었던 일만 떠올랐다.


“우씨….”


아까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자꾸 마음이 씁쓸해지는 철하였다. 

이러자 오히려 어색해지는 쪽은 여학생 쪽이었다. 

평소에는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사람이 이제는 술에 취해 혼자서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궁시렁대고 있는 것이었다.

여학생은 오늘 철하라는 학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청소용 손걸레를 들고 라면 먹는 곳을 닦는 척하며 철하쪽으로 다가왔다. 

철하는 익지도 않은 라면을 한창 으적대며 씹어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거 안 익었어요.”

“몰라요. 배고파요.”


철하는 익지도 않은 라면을 힘들게 끊어 먹으며 국물까지 맛있게 후루룩거렸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평소와는 다르네요? 술도 많이 마시고….”

“그냥 안 좋은 일이 있어서요….”


철하는 연신 라면을 먹으며 한번도 여학생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학생은 점점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첫날 왔을 때는 자신의 얼굴을 넋을 잃고 뚫어져라 쳐다봐 놓고선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름이 뭐예요?”

“김철하요.”


철하도 평소와는 다르게 술이 들어가자 여자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잘 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술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고 새삼스럽게 느끼는 그였다.


“제 이름은 박민아예요. 스무살이예요. 그쪽도 스무살이죠?”

“예. 동갑이네요.”


박민아…. 

철하는 이 연갈색의 머리를 한 여학생이 스무살의 박민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말을 놓기로 하였다. 

이윽고 철하가 라면을 다 먹자 민아는 급하게 캔커피 두 개를 집어왔다.


“내가 쏠게.”

“고마워. 잘 마실게.”


캔커피를 받아 들며 그제 서야 박민아라는 여학생을 쳐다볼 수 있었다. 

지희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민아도 지희 못지않게 예쁜 편이었다. 

이슬이보다도 예뻤다. 

게다가 민아는 지희와는 다르게 코가 오똑한 편이라, 지희의 청순함과 이슬이의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스타일이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성격은 이슬이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았다. 

시원스럽고 화끈한 성격이었다.


민아는 철하가 혼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곤 굉장히 부러워했다. 

자신도 혼자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생이라는 소리에 더 부러워하는 한편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왜…. 그래?”


철하는 민아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사실은…. 아, 아니야.”


시원스런 성격의 민아가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때 손님이 들어왔다.


“아. 어서오세요!”


민아는 들어온 손님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며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연갈색의 긴 포니테일 머리. 

올려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등 언저리까지 내려오는걸 보면 풀었으면 상당한 길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짧은 주름 청치마를 입었는데 다리가 희고 가늘게 뻗은게 정말 예뻤다. 

아마 지희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저런 다리가 보일 것 같았다.

문득 생각이 지희에게 미치자 다시 기분이 울적해지는 철하였다.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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