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111(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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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화 (최종회)



나는 진료실에서 나와서 아버님의 전화를 받았다. 검사 중이라고 하니까… 아버님은 바로 전화를 끊어주셨다.

나는 진료실로 바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데…진료실 문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복도가 아니라… 넓은 진료실 안에 장봉식이 사용하는작은 외래진료실이 또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바로 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에 귀를 대고


장봉식이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딜라일라… 남편에게 어디까지 이야기 한 거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지난 과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선생님이 산부인과 전문의였다니까… 좀 놀랍네요…. 이름이 장봉식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구요…."


"딜라일라… 말 돌리지 말고…제발 말 해주라… 도대체...남편에게 어디까지 이야기 한 거야?"

"거의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결혼 이후에도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 정도…그리고…. 선생님이 이메일로 보내신 그 사진을…남편이 본 것 같아요…

그게 전부에요…

다 지난 과거에요…

전….아무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제 아이들…꼭 살려주세요…."


"그건 장담할 수 없어… 아이들은 장담할 수 없어도… 딜라일라는…. 최선을 다해볼 게…."

"선생님…. 제 본명… 기억 안 나시죠?"

"아니… 아까 환자 차트에…. 희연인가…."

"제 이름은 혜연이에요… 사혜연이요… 우린 서로 본명도 모른 채….. 그랬었네요…."


아내와 필립 장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들렸다.


"부탁이야…남편에게…앞으로도 그렇고…영원히… 내 이야기…아니 우리가 과거에 있었던 그 일들에대해서….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딜라일라가…. 아.. 아니… 혜연이라고 했지.. 혜연이 니가…. 결혼 같은 건…. 하지 않을… 아니 하더라도… 사랑 없는 위장 결혼 같은 거나 하지… 

진짜로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가질 여자라고는… 진짜…. 조금도 생각하지 못 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남편에게 이야기 하지 않아요… 남편에게 상처 주고 싶은 생각 없어요… 아니…. 아니죠…

전 선생님 일 말고도…. 다른 비밀들이 너무 많았었는데… 이미 그런 게 다 밝혀져 버려서… 솔직히 선생님과의 일들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제... 저도… 남편도…. 과거 따위에 집착하지 않아요… 아이들…. 꼭 세 명 다 살려주세요….

부탁 드려요…. 선생님이 원하시면… 남편에게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게요…"


"그래….그렇게 해주라..정상적인 남자라면…그 이야기 듣고…. 참지 않을 거야…

난….딜라일라를….잘 몰랐었네… 정상적인 미래를 살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휴우…."


"예전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니 남편 무서운 인간이야… 군에서…니 사진에 침 뱉었다고… 사람 죽일 뻔 했었던…. 미친놈이라고….

이번엔….또 날 어떻게 찾아냈는지… 대뜸 날 찾아와서…. 자기 아내 살려달라고…. 그렇게… 뜬금없이 들이대더라…

사람이 말이야… 자기 생각에 대한 신념이 너무 지나치면…. 그 신념이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거야… 니 남편…. 그 때도 이야기 했지만… 완전 또라이야…"


"그만 하세요… 남편 들어올 때 되었어요…."

"…………"


더 이상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작게 뭔가 필립 장이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부러 일 분 정도 시간을 더 끈 후에… 방문을 노크했다.


"아…죄송합니다…. 여보…아버님이셔…. 지금 검사 아직 안 끝났다고…그렇게 말씀 드렸어…."


나는… 너무도 태연한 표정으로 아내에게 그렇게 말을했다.

아내와 필립 장의 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었지만…지금 이 순간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아내의 안전이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 필립 장이 이야기를 했다.

아기들의 위치나…. 아기들의 발육상태나… 탯줄이 꼬여 있는 정도를 보았을 때…. 아이들의 생존을 보장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장 바깥쪽으로…. 비교적 정상에 가깝게 위치를잡고 있는 한 명만 빼놓고는…. 나머지 두 명은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바로 대꾸를 했다.


"아내는요… 아내한테 이상이 생기면 안 됩니다. 아내의 건강을….. 아내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으로부탁 드립니다…."


필립 장은….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고개를 가볍게 젓고 있었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하겠다는… 

남편이 없을 때…. 아기들 문제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를 하겠다는…무언의 제스츄어 같았다.

아내는…. 나와 다른 생각인 것 같았다.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 세 명을…모두 지키고 싶은 것이….아내의 본심인 것 같았다.


* * *


2주뒤….


아내의 고통도 너무 심하고…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위치가 너무 안 좋게변하고 있어서… 필립 장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을내렸다.

그리고 바로 아내의 수술 일정이 잡혔다.

아내가 수술 대기실로 들어간 후에… 나는 필립 장을 찾았다.


"선생님… 아내와… 따로 이야기를 하셨죠? 아내가… 아이들을 살리고… 그러니까 최후의 순간에 아이들을 살리고…."


나는 목이 메어서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필립 장이 입을 열었다.


"무슨 신파극 의학 드라마 찍습니까? 우리나라나 이런 희귀 케이스가 드물지… 미국은 네 쌍둥이… 다섯 쌍둥이도 수술로 다 살려내고 산모도 건강하게… 퇴원합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최악의 경우의 수고… 솔직히… 환자가 너무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서… 전 별 문제 없이 끝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도 말씀 드렸듯이 아이 세 명을… 모두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이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환자도…. 그리고 보호자도… 지금 너무… 실체 없는 공포에 질려있는 겁니다.

다른 의료진들이 너무 최악을 가정해서… 이야기를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자연분만이라면 위험하겠지만… 제왕절개인데…

제 생각에 산모는 크게 잘못될 것 같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에…. 아이 셋을 다 못 살리는 경우도있겠지만… 그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신의 영역입니다….."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 말투가 달랐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같았다.

다른 의사들은 보호자에게…수술 전에 항상 최악의상황에 대한… 가정을 해놓는 것이 습관이 된 것같았지만… 필립 장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군에서 보았던…. 그 여유로운 모습…. 그 여유로운 말투… 그대로였다.

그리고 아내는 수술을 들어갔다.

나와 아버님은….. 대기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 * *


9개월 후…..

몇 달 전에 간신히 출간한 오로라 사진집의 인기가날이 다르게…. 치솟고 있었다.

나는 인쇄소 사장님에게… 그러다가 망한다고, 당분간 책 더 낼 생각 없다고… 말렸지만…. 인쇄소 사장님은…. 인쇄 기계를 추가로 더들여놓으셨다.

오로라 사진집의 인기는…. 출간한지 이제는 꽤 지나버린 파충류 사진책까지… 다시금…. 인기를 끌게 하고 있었다.

파충류 사진책보다 더 비싸게 책값을 책정했음에도 오로라 사진집은…. 워낙에 고퀼리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평은 그다지 나오지 않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출판사에 출근을 못하고 있었다. 오로라 책 이후에 공백이 아주 길어질 것 같았다.

아니 출근을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이 고작이었다.

집에 아이들이…. 기어 다니느라고…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혹시나 어디 부딪히지는 않을까… 거실에 난간도 만들어놓고… 벽과 난간에… 푹신한스폰지를 다 붙여놓아서….

아이들은 그 안에서만 정신 없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그래서 일란성 세 쌍둥이이지만… 세 명이 성격은 정말 모두 다 다른 것 같았다.

전부 딸이었다. 졸지에…. 딸부자가 되었다.

자식복은 평생에 없는 줄 알고 마흔까지 왔다가… 한 방에…. 딸이 세 명이 생겨버렸다.


나를 하나도 안 닮아서…. 병원에서 친생자 검사까지 해주었는데도… 전부 내 딸이었다.

시험관 하다가 바뀌었나 해서…아내가 직접 검사를의뢰했지만… 전부 내새끼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나를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것같았다. 딸 셋이 전부 엄마를 닮은 것 같았다.


아내 혼자….애 셋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책이고 나발이고… 육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 명이 밤에 깨면….. 나머지 두 명도 같이 깨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내는….지금 곤하게 자고 있었다. 아내는 낮에…. 거의 잠을 잔다… 밤새 거의 못 자고 수유를 하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흰색 포르쉐는 9개월 동안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고 있었다.

애 셋을 돌려가면서…. 모유 수유를 하는데도… 아내는… 젖이 모자라지 않았다.

워낙에 건강 체질이고…. 젖가슴이 잘 발달했다고 해도.. 저렇게 모유가 콸콸 잘 나오는 여자도 드물다고, 

나이가 많은 수간호사님이…. 얼마 전에…. 검진 때이야기를 해주셨다.


9개월 전이 생각이 났다.

수술은…. 우려에 비해서… 정말 너무 쉽게 끝났다.

수술을 끝내고…. 그냥…. 피식 웃는 표정으로 나온… 필립 장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애들도 다 건강하고…. 아내도… 아무 이상없다고… 막상 열어보니까….

너무 쉽게… 수술이 가능했다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막상 안을 직접 열어서 보는 건…. 다를 수가 있는 거라고…

두 손을 벌리면서 말을 했었던 필립 장이었다.



그는…. 너무도 쉽게 수술을 끝내주었다.

그의 자신감은…. 실력이 뒷받침이 된 자신감인 것같았다.

아이가 생기고 보니….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출산 후…벌써 9개월이나 지났지만… 아내와 부부관계 역시… 아직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애 셋을 키우는 건…. 거의 전쟁이었으니까 말이다. 항상 잠이 부족한 아내와….나… 우리는 서로 번갈아 가면서…. 자기도 바쁜 상황이었다.

아버님까지 오셔서 가끔 도와주시지만… 육아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말을 할 자격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연예인들이…. 애들을 세 명… 네 명… 그렇게 경쟁하듯 낳아놓고…

막상 육아는 보모를 두고 따로 시키는 것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왔다.

막상… 자기가 독박 육아를 해보면…. 절대로 아기를그렇게 많이 날 생각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내를 보았다.

아직도 가끔….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 볼 때면, 그때 병원에서…

아내와 필립 장이 단 둘이서만 있었을 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두  사람 사이에는…

과연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으로 아내와 더욱 힘을 합쳐서… 저 눈이 똘망똘망한딸래미 세 명을…. 잘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런 과거의 은밀한 비밀들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하는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감사한다.

필립 장이라는 그 군의관… 아니 산부인과 전문의 장봉식 선생님에게 말이다.

그는… 군에서 나를 한 번 구해주었고… 그가 보낸 그 이메일 때문에… 결국에는…

아내의 은밀한 이중 생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아내를… 그곳에서… 건져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내의 출산 수술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아니면… 아내와 무슨 교감이 있었던 것인지는잘 모르겠지만…

그는 아내의 수술을 직접 봉합 한 후에…

아내의 음부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부인과 질성형수술까지 같이 해주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내와… 그것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니까 말이다.


가끔… 그런 꿈을 꾼다…

아내가 대학시절 입었던… 그 화려한… 레이스가 치렁치렁 매달린… 치어리더의 유니폼을 입고…

마치…하늘을 날아오르려는… 한 마리 새처럼… 날개짓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 나오는… 그런 꿈을 말이다.


나는…그런 아내의 앞에서… 항상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내는…영원한 내 인생의… 치어리더였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고… 힘을 내게 만들어주는… 활력소이자…. 내 기쁨의원천이었다.

영원히… 정말 영원히…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둘에서…다섯이 되어버린… 우리 가족의 미래를…

새롭게… 한 권의 아름다운 책처럼…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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