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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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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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는 인위적이거나 실수로 바뀐 게 아니라 팔삭둥이로 태어나서 이 험한 세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뜬 것이었다.


"그다음을 아시나요?"


"이것 봐요. 나는 거기까지만 확실히 알아요.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나는 정말 알지 못해요. 의사들이 한 일이에요.

죽은 아이 대신에 그다음 날 태어난 다른 흑인 아이가 그 동양 여자가 낳은 것처럼, 말띠가 채워진 것을 나도 솔직히 보기는 했었지만, 난 그 일에 개입되지 않았어요. 이건 신에게 맹세할 수 있습니다."


흑인 여자는 약간 흥분을 한 상태로 말을 했다. 사립탐정은 너무도 냉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알아요 제시, 내가 그걸 다 알기 때문에 당신과의 대화 자리를 만든 겁니다. 그 일에 관련이 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정보를 확보했기에 내가 제시를 만난 거예요. 

당신이 결백한 건 내가 잘 알아요. 하나만 더 물을 게요. 산모는 자신의 아이가 죽은 걸 알았나요?"


제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 불쌍한 동양 여자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자기 아이가 죽은 걸 모르고 그냥 출산 시의 충격이 너무 컸는지 계속 울기만 했었어요. 

아기를 볼 생각도 못 하고 그 여자 결국은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른 후에 병원에서 도망을 쳤었던 것으로 기억에 있는데, 정확한 건 나도 모르겠어요. 그 여자아이는 분명히 죽었지만 다른 아이가 

그 여자의 아이로 대체가 되었기에. 입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 여자의 보호자가 관여가 되었을 거예요. 난 깊이 있는 사연은 전혀 몰라요.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고요."


"마 말도 안 돼요."


아내가 서류를 보면서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묵었던 호텔로 아내를 불렀고 아내는 갑작스러운 나의 전화에 놀라서 한 걸음에 호텔로 달려온 상황이었다.


"하나씩 이야기를 해야 당신이 충격을 덜 받을 것 같아서 천천히 꺼내는 거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이미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하지 말아. 이미 지난 시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이 되지 않을 거야. 그냥 잊어. 그게 나을 것 같아 "


아내의 얼굴이 완전히 사색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간호사 제시와의 녹음 파일을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아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아내가 완전히 혼이 빠진 얼굴로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아내의 사슴처럼 큰 두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신 잘못 아니야. 당신이 둔해서 그런 것도 아니야. 당신은 당신 친모의 그런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제레미가 당신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감히 그 아이에 대해서 의심을 

할 생각을 할 수가 없었을 거야. 그런 의심을 가지면 자기 자신이 친모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당신이 아닌 다른 제3자가 당신과 제레미를 동시에 보았다면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야. 항상 동그라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그라미 내부의 문제를 알 수 없는 거야. 

동그라미 밖에 선 채로 동그라미 내부를 보아야 그 동그라미가 찌그러졌는지 삐뚤어졌는지 그걸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여보, 혜연아 이제 겨우 서른여덟 살이야.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된 거야. 정말 다행이다. 당신이 나에게 제레미를 보여준 건 정말 신의 한 수였어."


아내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침대 위로 쓰러져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내의 울음소리가 너무도 슬프게 흐느껴 우는소리가 온 호텔 객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당연히 짐 크레이들을 먼저 찾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아내는 나에게 뭔가를 물어보았다. 


거의 한 시간 넘게 울고 난 후에, 눈이 완전히 새빨갛게 충혈이 된 후에 그런 모습으로 내가 건네어준 손수건으로 남은 눈물을 모두 짜서 말린 후에, 나에게 그걸 물어보는 아내였다. 

나는 사립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 계획에는 전혀 없는, 내 기본 계획에는 전혀 없는 그걸 사립탐정에게 물어보았다. 사립탐정은 그런 건 어렵지 않다고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했다.


30분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채 15분 정도가 지나지 않은 시간에 사립탐정이 내가 이번에 미국에 와서 임시로 개통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문자로 내가 물어본 내용에 대한 대답을 보냈다고 했다. 나는 문자를 보았다. 그냥 너무 간단했다. 너무 간단한 대답이고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대답이었다. 나는 아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렌트한 차에 아내를 태우고 운전을 했다. 아내는 지금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이 안 될 것 같았다. 아내는 렉서스를 타고 호텔로 왔지만 아내에게 운전을 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운전을 해서 성 매리너스 병원으로 향했다. 성 매리너스 병원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한적한 공원이 있었고, 그 공원에 비석들이 세워진 묘지가 있었다. 서양은 이런 게 참 좋은 것 같았다. 

그냥 묘지들이 거리낌 없이 공원과 자연과 주변 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지게 해 놓은 것 같았다. 


병원 근처에 있는 공원묘지에 가서 사립탐정이 알려준 번호의 비석을 찾아갔다. 가보니까 뭐 막상 어렵게 찾을 이유도 없었다. 

다른 것들보다 거의 두 배 이상 큰 비석이 있었고, 이름 없는 아기천사들을 위하여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설명을 해놓은 표지석이 붙어 있었다. 성 매리너스 병원에서 출산 중 사망하거나 미숙아로 보호받다가 사망한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아내도 나와 같이 그걸 읽은 후에 그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내였다.


"아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늦게 왔지? 아가, 정말 미안해 엄마가 너무 늦게 왔어."


아내는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석을 잡고 펑펑 울고 있었다.


* * *


그 비석을 잡고 울다가, 정말 울다가 지쳐서 멍하니 두 시간 정도를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옆 잔디밭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 시나리오에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장미꽃이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고 물을 주는 과정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했고 나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 * *


"제레미는 누구 아이에요?"


아내는 거의 혼이 빠진 얼굴로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짐 크레이들에게 물었다. 

짐 크레이들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방문에 살짝 놀란 얼굴로 아내와 나를 쳐다보다가 아내가 내미는 서류를 보고 나서야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애 애니."


"제레미는 누구 애냐고?"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짐 크레이들이 식사를 하던 요리 접시들을 들어서 식탁에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접시 다섯 개 정도가 그렇게 깨져서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주방장과 메이드 그리고 경호원까지 달려왔다.


"다 다들 나가 있어."


짐 크레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달려온 그들에게 말을 했다. 그들이 나가고 다시 식당 문이 닫혔다.


"제레미는 누구 애야? 얼른 말해 ."


아내는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다. 저번에 미국에 왔을 때 그에게 깍듯하면서도 친절하게 대했던 아내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내는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애 애니, 미안해. 나도 그때 갑자기 애가 죽어서, 너무 당황해서 그런 거야. 마침 마침. 그 애가 죽었을 때 그 시간에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온 산모가 있었어. 

만삭의 산모인데, 산모는 끝내 죽었지만 아이는 긴급 제왕절개로 살아났나 봐. 가난한 흑인 가정이었어. 지금 제레미와 같이 살고 있는 아빠와 할머니가 사실 그들의 친부와 친할머니야. 

그들은 제레미를 위해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그냥 제레미의 학비와 생활비를 꼬박꼬박 주니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내가 병원에서 그렇게 한 거야. 그렇게 하자고 한 거야.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돈 많은 동양 여성의 아이로 그렇게 하자고. 그렇게 말띠를 붙이자고 내가 제안을 한 거야."


"애니, 진짜야 니가 너무 상처받을 것 같아서."


"웃기지 마. 내가 상처를 받아? 그걸 당신이 걱정을 했다고? 

나 생리 안 하는 약 먹이는 것도 당신이었고 그래서 내가 아이 가지고 오 개월이 될 때까지도 임신한 거 모르게, 그렇게 생리 끊기게 한 것도 당신이잖아. 

내가 임신하게 한 것도, 당신이 내 피임약 바꿔치기한 거.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줄 알아? 

임신 5개월 되었다는 걸 알고 내가 약국에 가서 당신이 먹으라고 했었던 피임약 물어봤었어. 그거 피임약 아니었어. 그냥 영양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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