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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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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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



책으로는 백 번도 더 왔었던 곳이 바로 LA와헐리우드였다. 여러 책을 통해서 수도 없이 만났었던 꿈과 희망이 있다는 그 도시... 나는 LA의 한복판에 있었다.

LA 국제공항과 그다지 멀지 않은 산타모니카 해변에 길게 늘어져 있는 건물들과 고급 저택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풍경이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헐리우드로 가는 길에 그 유명한 

베버리힐즈라는 곳이 있다.


나는 렌트한 승용차를 몰고 LA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베버리힐즈를 지나서 헐리우드가 내 눈에 들어왔다. 꿈의 도시... 나는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관광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렌터카를 끌고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지만... 솔직히 내가 할 일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출판사와 관련되어 만날 약속 같은 것도 하나도 안 잡은 상황이었고 솔직히 만날 필요도 없었다.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별로 많이 팔리지 않은 사진집을... 한국에서 판권료까지 지불하면서... 책을 내겠다는데 그걸 거부할 작가와 출판사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았고 역시나 그들도 반기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미국에서 할 일이라고는... 그저... 그거 하나였다... 아내를 본다는... 거 그거 하나였다...


연두의 이야기 때문에... 연두의 득달같은 성원 때문에... 나도 모르게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박을 할 호텔까지 예약을 해서 LA에 왔지만... 나는 바로 아내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다.

막상 와보니까... 떨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LA라는 도시가 떨리는 것이 아니라... 아내 앞에 나선다는 게 솔직히...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의 반 년 만에 아내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에 아내를 그렇게 떠나보낸 후에... 인사를 하고 떠나는 아내에게... 눈도 마주쳐주지 않은 그 이후로 처음이었다... 


1월이었다... 연초라서 한국은 추운 한겨울이겠지만 LA의 1월은 그냥 한국의 가을 비슷한 날씨인 것같았다. 처음 이틀을 그렇게 무작정 렌터카를 몰아서 드넓은 LA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틀 정도 돌아다니니까 웬만큼 유명한 장소나 유명한 지역은 마치 오래 전부터 직접 와서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게 된 것 같았다. 고작 이틀 사이에 말이다...


혼자서 거리에서 파는 맛있는 것도 사먹어 보고... 한국 햄버거의 두 배 크기나 되는 커다란 햄버거도 사먹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더 이상 혼자... 할 게 없어졌음을 알게 된... 

그 시간에... 그러니까 3일째 되는 날에... 나는 아내의 회사를 찾아갔다... 아내의 회사가 어디인 줄 알고 있었다. 아내가 이야기를 다 했으니까 말이다... 

한국에 있는... 제이디 파이넌스 앤 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였다. 이곳의 오너가 한국에 있는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나 다름없었다. 그때 보았던 한국 회사 사장인 조나단의 형... 

하지만 씨가 다른 형이라고 했다. 배가 다른 형이 아닌... 엄마는 같지만 아버지가 서로 다른 형제... 그런 조나단의 이부형이 바로 미국 회사의 오너였다. 짐 크레이들...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


아내가 이십 대 중반에... 미국에 왔었을 때... 아내에게 일자리와 경제적인 도움을 주어서... 아내가 어학연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 그 남자...

그리고  아내는... 십여 년이 더 지난 후.... 다시 그 남자의 휘하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뒷조사를 한 것도 아니었고... 누가 따로 몰래 알려준 것도 아니었다.

아내가 그냥...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미국으로 간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언제 나타나더라도 아내가 이상해 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미국에서 어디서 어떻게 지낼 것인지조차.. 모두 다...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하고... 떠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 * *


LA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 그 회사 건물이 있었다. 약간은 폐쇄적인 느낌이 나는 한국의 그 회사... 아내가 한국에서 다녔던 그 회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외관이었다.

아무나 드나들었고 보안검색이나 지하철 개찰구처럼 아이디카드를 검사하는 것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길거리의 벤치에 앉아서 그 회사 쪽을 쳐다보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초조하지 않았다.


1월 치고는 너무도 따뜻한 날씨였고... 그냥 길거리 가로수나... 주변 경치가... 도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연친화적이고 좋은 것 같아서...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라서... 그렇게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를 두 시간 정도 하다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에... 아내를 보았다. 아니 아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흑인 여성과 나란히 걸으면서... 밝은 미소를 띈 얼굴로... 서로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카페테리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의 회사 동료일까? 흑인 여성은 늘씬한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흑인치고는 상당히 미인이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가 두 사람은 카페테리아에서 나왔다.

내가 아내를 보고 있는 곳에서의 거리는 삼십 미터 정도가 떨어진 것 같았고 아내는 나를 보기 힘든 위치였다.


아내는... 그 흑인 여성과 뭔가를 웃으면서... 계속 수다스럽게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름다웠고 편안해 보였다...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편한 남방에 넉넉한 사이즈의 자켓을 걸치고있는 아내는 그냥...너무 편해 보였다... 화장도 진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그냥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한국에 있을 때... 웃음을 팔고... 술을 파는 여자처럼... 하고 다녔던 것과는... 정말 많이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곳에 왔지만... 그건 정말 잘못된 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긴 머리를 살짝 꼬불꼬불하게 파마를 한 것 같았다... 파마를 한 긴 머리를 뒤로 가볍게 한 번 정도 질끈 묶고 있는 아내였다... 그냥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고... 뭐랄까 너무 편안해 보였다...

손만 뻗으면 아니... 소리 한 번만 지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아내가 너무 편안해 보여서... 아내가 너무 그냥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내의 평안한 일상을 깨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는 걸 보았으니까... 그냥 된 것 같았다.


뭐랄까... 그냥 마음이 편해졌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틀간 아내 앞에 나서지 못하고... 넓은 LA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뒤늦게... 

아내 앞에 나타났지만... 그냥 쌓인 피로가 다 풀려버린 것 같았다... 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았다... 아내가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까... 

걱정했던 것처럼... 창녀처럼 꾸미고 지내는 것이 아닌... 너무 편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평범한 직장인 같은... 편안해 보이는 아내의 현재 모습을 보니까... 

난...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마음 편하게 잘 지낼 것 같았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서서 가로수 뒤에 선 채로 그렇게... 아내가 흑인 여성과 같이 나란히 걸어서 회사 건물 쪽으로 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찌그러져서 벤치에 앉은 채로 아내를 바라보다가... 그냥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보고 싶어서... 벤치에서 일어나서 가로수 뒤로까지 가서... 아내를 바라본 것이었다...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너무도 그리워하던 아내가 저토록 편해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 마음이 그냥 꽉 차는 느낌이었다... 나는 염려했었다... 아니 소망했었다...


아내가 미국에서... 그러니까 한국에서 보였던 모습보다 더 타락한... 그러니까 남자들의 섹스 심볼 노릇을하는 그런 모습을... 더욱 더 적나라하게 보이고 다닐까 봐... 

그게 너무 두려웠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제발 그러지 않기를 소망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들어온 아내의 일상 생활모습은 뭐랄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영화 제목이 생각날 정도로 참 좋았다...

너무 편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저게 어쩌면 아내의 진짜 모습인데 말이다... 이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더해져서... 측은지심까지... 솔직히 어느 정도는 같이 느끼는것이 사실이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서... 중학생 때까지 새 옷을 한 번도 못 입어본 불우한 환경... 그 와중에서도 공부 유전자를 타고 났었는지... 학원도 못 다니고 그랬어도... 스스로 공부를 잘 해서...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을 죽어라 과외시켜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최고의 명문 사학에 스스로의 힘으로 입학한 것만 봐도... 그냥 아내는 박수를 받을만 했다.


오늘날 아내가 저런 모습이 된 건... 백 프로 아내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혼모의 버려진 자식으로... 자신을 낳은 어미가 교통사고로... 많지 않은 나이에 비명횡사를 하는 

그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찾지 않는 그런 버려진 자식으로... 아내는 그동안...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런데 자신도 실수로 아기를 가지게 되고..그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는 그런... 자기를 낳은 어미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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