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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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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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



아내는 머리가 길게 늘어져서 별로 아픈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제레미 때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내는 흑인들에게 더 친절했고 흑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아내의 머리카락을 확보해온 젊은 흑인 여성은 중년의 백인 탐정이 내미는 비닐봉지에 아내의 머리카락을 넣었다. 그리고 중년의 백인 탐정은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내일이면 결과 나올 겁니다. 다른 의뢰한 일들도 착착 진행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까지 잘 해주시면 약속한 금액에서 팁으로 이십 프로를 더 얹어드리겠습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중년의 백인 탐정은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사립탐정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손에는 서류가 여러 장 들려져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이 그것들을 펴보았다. 그가 설명을 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직접 보겠다고 서류를 받아 들었다. 

이미 미국에 오기 전에 내 계획에 대해서 아주 충분한 스터디를 하고 온 상황이었다.


생각이 현실이 된 순간 사람들은 많은 생각들을 한다. 

오로라는 틀리지 않았다. 오로라 현상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라는 그 오로라를 담아낸 무명 사진작가의 사진들이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밤이나 새벽같이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어야만 한다. 


물론 완전 밤이 아니더라도 오로라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칠흑 같은 밤에 펼쳐지는 오로라가 뿜어내는 그 색들을 육안으로 느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오로라의 아름다운 색을 보기 위해서는 하늘이 칠흑같이 어둡고 별도 총총히 박혀있는, 배경 도화지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내 예상은 맞았다. 오로라 현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고 이 세상에 아무리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분명히 그 합당한 이유와 근거, 그리고 뿌리가 다 있는 것이었다.


나는 사립탐정을 보고 말을 했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그걸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속단을 할 수가 없어요. 잘 좀 부탁드립니다."


사립탐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틀 정도 호텔 방안에만 있었다. 아내는 내가 미국에 와 있는 것을 모른다.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사립탐정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가만히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을 뿐이었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아내의 그런 일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올 무렵부터 내 펜은 꺾어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키보드로 글을 쓴다고 해도 기본적인 스토리와 메모, 그런 것은 손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펜은 중요한 것이었다. 글로 쓴 단어들이 모여서 하나의 메모가 되고, 그 메모들이 차곡차곡 모여서 스토리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것과 그냥 글이 너무 쓰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건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목적이 있어서 쓰는 글은 너무 힘들고 고된 작업이 될 수 있겠지만 내가 너무 좋아서 너무 쓰고 싶어서, 어떤 내용이든 그냥 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머릿속에서 꾸미고 있는 이야기들을 

활자로 끄집어내고 싶어서 쓰는 글들은 나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줄 것이 분명했다. 


짧은 글을 썼다. 짧은 에세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편 소설도 아닌 에세이와 단편 소설이 짬뽕된 것 같은 글을 썼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인간들은 끝까지 불우하게 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짧은 고찰이었다. 술이 먹고 싶었다. 


술 사러 나가기도 귀찮아서 꽤나 비싸게 나중에 청구가 될 것을 알면서도 호텔 룸 안의 스낵바에 비치가 되어 있는 작은 양주를 따서 마셨다. 

내 예상은 정확했고 이제 그걸 아내에게 밝히기 전에 몇 가지 선행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내가 어떤 포지션에 있었느냐에 따라서 나는 완전 바보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라는 여자의, 서혜연이라는 여자의 인성을 안다. 지갑을 열었다. 귀퉁이가 너덜너덜해진 고동색 가죽 지갑이었다. 지금도 유명한 남자 제화 메이커에서 만든 작은 지갑이었다. 

대학 입학 선물로 제일 큰 누나가 사준 지갑이었다. 그 당시에 꽤나 비쌌을 것 같은 가죽 지갑이었다. 그걸 이십 년 가까이 쓰고 있었다.


스무 살부터 쓰기 시작해서 벌써 서른아홉이 되어버린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지갑의 신용카드를 끼우는 작은 칸에 이제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은박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초콜릿을 쌌던 은박지였다. 사 혜연이라는 여자가 대학시절 나에게 주었던 그 초콜릿을 쌌던 은박지를 나는 아직도 보관했다. 

그 초콜릿 껍질과 속 은박지를 여러 등분으로 잘라서 책갈피도 쓰고 그냥 여기저기 끼워놓았었는데 그중의 몇 조각은 아직도 남아 있었고 그 조각 중의 하나는 아직도 지갑에 넣어 다니고 있었다. 

집에 예전 책들 사이에 아직도 여기저기 꽂혀있을 것이다. 평생 기억하고 싶어서 말이다.


* * *


"가시죠. 확실하게 확인 다 되었고 원래 불법이지만 의료기록까지 다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의료기록 때문에 사람을 매수해서 그건 따로 비용 청구가 


"사립탐정이 말끝을 흐렸다."


얼마가 더 청구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다 지불하겠습니다. 잔금하고 같이 드릴 테니 아무 걱정 마십시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의 깔끔한 마무리가 더 중요합니다.


"나는 예전보다 더 능숙해진 영어로 사립탐정에게 말을 했다."


"미스터 백은 정말 시원시원하군요. LA의 다른 코리안들은 작은 돈에도 벌벌 떠는 스타일들이 꽤나 많은데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칭찬인지 코리안에 대한 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흑인 남성들의 나이도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흑인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립탐정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아래층에 있는 작은 회의실 같은 곳으로 안내가 되었다. 거기서 흑인 여성 한 명과 마주 앉았다. 사립 탐정도 내 옆에 앉았고 말이다.


"제시, 지금부터 하는 대화는 전부 녹음이 될 겁니다. 당신이 하는 말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습니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약속된 금액은 대화가 끝나고 집에 가실 때, 진위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바로 계좌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제시라는 이름의 흑인 중년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12년 전에 성 매리너스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를 하신 적이 있으시죠? 그 병원에서 10년 넘게 산부인과 병동에서 근무를 하시다가 4년 전에 해고를 당하셨고요."


사립탐정이 그녀를 보고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라고 대답을 했다.


"제시, 당신에 대한 기록들은 우리가 미리 다 확보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2년 전, 혜연 사라는 이름을 가진 동양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의료 기록에 당신 이름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애니라고 불렀지만 패스포트 네임은 해연 사로 되어있었을 겁니다. 당신도 혹시 이 여성을 기억하나요?"


사립탐정이 그녀에게 아내의 옛 사진을 보여주면서 묻고 있었다.


"물론이에요. 정말 마음 아픈 일이었어요 "


간호사 출신이라는 제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기억나는 걸 전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조산이었어요. 진통이 너무 심했고 애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제왕절개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어요. 자궁 문이 이미 어느 정도 열린 상황인데 산모가 초산이라서 산도가 쉽게 확보가 되지 않았어요. 

아이를 낳기 전에 거의 열 시간 넘게,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거의 열두 시간 넘게 진통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나요. 

생 매리너스 병원은 한인 타운과 가깝기 때문에 한인 산모들도 많이 오지만, 특히나 그 여자가 기억나는 건 얼굴이 예쁘기도 했지만, 그 여자는 같은 피부색이 아닌 나 같은 흑인 아이를 출산했었기 때문에."


제시는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사립탐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에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했다.


"계속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


"예정일보다 더 빨리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40주를 채워야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아마도 그 아이는 32주 정도에 나오지 않았었을까 하는 기억이."


"산모는 괜찮았나요?"


"아니요. 계속 혼절을 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어요. 초산이라서 진통이 상당했을 거예요. 자궁이 너무 일찍 열려서 그리고 아이가 나온 후에도 거의 실신 상태여서 아이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아이는 어떻게 되었죠?"


"조산이어서 일단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었어요. 제가 그걸 기억하는 건. 제가 인큐베이터 세팅을 했었기 때문이에요."


"제시 내가 묻는 건, 그 아이가 끝내 어떻게 되었느냐는 겁니다 "


"그날 밤에 숨을 거두었어요, 출산 후 다섯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말이에요, "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가 예상했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가 누군가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바뀌었거나 혹은 의료진의 실수로 바뀌었던 것을, 그런 것을 예상하고 이 엄청난 팩트 체크 작전을 기획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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