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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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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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



"그전에도 남자는 계속 만나고 사귀었지만 솔직히 다 인스턴트였고 원 사이드였어요. 내가 정말 열렬히 사랑했었던 남자는 그 남자가 처음인 것 같아요. 당신, 프로농구 00구 단에 000코치 혹시 알아요? 우리 학교  당신보다, 한 살이 더 많은."


모를 리가 없었다. 학교 다닐 때도 슈퍼스타였고, 졸업과 동시에 프로구단에 가서 농구 슈퍼스타로 활약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아마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가끔 스포츠 뉴스에서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스포츠를 싫어하는 농구 같은 건 아예 관심도 없는 내가 그를 아는 이유는 그가 같은 학교 선배라는 것보다도 후문에서 아내와 같이 있는걸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백구십 가까이 되는 큰 키에 탤런트보다 더 잘 생긴 외모, 그런 그의 옆에 웃는 얼굴로 서 있던 아내. 응원단 잠바를 입고 그 남자의 옆에 서 있던 아내의 그 모습을 내가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남자랑 정말 뜨거웠어요. 그러다가 그 남자 엄마가 나를 찾아왔고, 아마도 내 뒷조사를 했었나 봐요. 사생아 년이 어딜 건방지게 넘보냐면서 따귀를 맞았어요. 사실, 그 남자랑 한 달 넘게 동거를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많이 좋아했었는데, 그 남자 엄마에게 따귀를 맞은 후에 학교를 휴학하고 미국으로 떠났어요. 그동안, 그 나쁜 짓을 해서 모은 돈이 있었기에 무작정 어학연수 코스를 알아보고 미국으로 떠났었어요."


"미국에 오래 있을 수가 없었어요. 돈이 다 떨어졌으니까 말이에요. 미국에서는 그 짓을 할 수가 없잖아요. 누가 누군지 알고  겁대가리 없이 몸을 굴리겠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와서 복학을 했어요. 한국에서 돈을 더 모아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다시 복학을 했는데 당신이 제대를 하고 내 주변을 서성이더라고요. 당신, 제대를 한 이후면 지금처럼 무서운 사람으로 변한 상황인데도 당신은 항상 너무 티가 나게 내 주변을 서성거렸어요. 나는 당신이 그런 남자라는 건, 상상도 못 했었는데 뭐 어찌 되었든, 그냥  그렇게 다시 한국에 와서 돈을 모았어요 . 

진짜 빡세게 일을 했어요. 아무 남자나 안 받고 진짜 돈 많은 부자 남자들, 새로운 남자가 아닌 진짜로 하룻밤에 거액을 줄 수 있는 신분이 보장된 남자들만 골라서 만나고 나는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그들에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몇 달간, 정말 엄청난 액수를 모았고, 미국에 다시 떠나기 전에 당신을 찾았던 거예요. 그 와중에도 가볍게 썸을 타는 남자들이 있었는데 그 새끼들은 내 몸을 가지면 전부 안면을 바꾸었어요. 나도 닳고 닳은 여자였지만.... 그 새끼들 역시 닳고 닳은 새끼들이었죠 . 

내가 당신 자취방에 찾아간 그날은, 여러 번 관계를 한 변태 아저씨인데, 큰 기업체 사장님인데 자꾸 뒤에 하려고 하셔서 그날이 처음으로 뒤에 했었던 날이에요. 너무 서럽고 아프고 기분이 지저분했는데, 그냥 당신 생각이 나서, 미국 가기 전에 한 번 주고 가려고, 더러운 몸뚱이인데."


아내는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았다.


"여보, 나 지금 뭔가를 털어놓기 위해서 그 주변 이야기를 다 늘어놓는데, 본론은 이게 아닌데 서론이 너무 길어지네요. 나 있잖아요. 당신 허락을 받고 싶어요. 아니, 허락을 안 해주면 이 산에서 못 내려가잖아요. 이젠, 다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아요. 또 도망치면 당신 미국까지 날 잡으러 올 것 같아서 이젠, 다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나, 미국에 가족이 있어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어요. 나 돈 많이 벌어요. 보스가 연봉, 많이 주는 게 사실이에요 염소피 뒤집어쓰고, 고위 인사들에게 몸 접대하는 거, 그거 다 충분하게 페이 받고 하는 거예요. 당신이 내 월급 알고 있는 거, 그거 내 벌이의 이십 프로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에요. 나머지 팔십 프로는 전부 미국으로 보내고 있어요. "


캐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캐롤을 듣기가 힘들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기는  했지만,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학생 때는 크리스마스 보름 전부터 그냥 길거리의 모든 가게들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하고 캐롤을 빵빵 틀어놓았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크리스마스카드 겸 연하장을 일일이 손글씨로 쓰고 있었다. 

몇 년 간 연락이 없었던 그런 지인들에게까지 이메일이나 문자가 아닌, 우편으로 보내는 연하장을 쓰고 있었다. 청개구리 띠는 아닐 텐데 나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출판사 사무실에서 팬 분이 부른 캐롤을 들으면서 연하장에 길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명색이 글쟁이인데 출판사를 하면서 내가 발행하고 있는 책에 시답지 않은 내 글들을 빼곡히 채워 넣고 있는 상황인데 연하장에 대충 몇 마디 인사만 써넣어서 연하장을 뻘쭘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오랜 지인들에게 아주 길게 연하장이 아닌 위문편지를 쓰듯이 그렇게 장문의 편지를 쓰고 있었다. 12월 말이 이제 진짜로 얼마 안 남은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정도 남은 상황이니까 말이다. 날씨는 추웠고,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오면 또 길 엄청나게 미끄럽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잠시 눈이 오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고 싶었다.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아직 반 년도 안 지났는데, 여름에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냈는데, 이제 겨우 반 년도 안 지났을 뿐인데 퍼센트로 따지면 겨우 오 프로 남짓 지났을 뿐인데도 참 많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 * *


[망년회 안 해? 우리도 조촐하게 망년회 한 번 해야지 .] 



성탄절이 지나고 한 해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전 연두에게 카톡이 왔다. 잊을만하면 카톡을 보내고 또 잊을만하면 뜬금없이 전화를 보내서 혼자서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먼저 끊어버리는 전 연두였다. 지겹지도 않은지 연두의 그런 행동 패턴은 그냥 여전한 것 같았다. 다음 날 연두랑 저녁에 만나서 조촐하게 술이나 한잔하기로 했다. 

한 해가 지나가는데, 나에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그런 한 해가 지나가는데, 나 역시 술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더 먼저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다.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약속시간 아다리를 맞추기가 힘이 들었다. 삼십 분 이상 빨리 도착을 할 것 같았다. 연두 네 신문사 근처의 선술집에서 1차를 마시기로 한 상황이었다. 연두가 1차는 자신이 단골집에서 조촐하게 쏘겠다고 그리로 오라고 했다. 2차는 나보고 비싼 거 사라고 너무도 당당하게 말을 해놓은 전 연두였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선술집 근처로 향하고 있었다. 연두 네 신문사 기자들도 많이 가는 1층의 초대형 커피 체인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대형 통유리 안으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창가 쪽으로 . 낯익은 얼굴 두 명이 보이고 있었다. 

한 명은 전 연두였고, 전 연두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는 연두의 전 남편이자 연두의 딸인 미연이의 친부인 황 차장님이었다. 이혼을 한두 남녀가 한 직장에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저렇게 직장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신문사 바로 앞에 있는 대형 커피 체인점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진짜 전 연두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고 있었다. 여장부였다. 체구는 아담했지만 배포는 나보다 열 배는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표정이 아주 진지했고 뭔가 둘 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둘 다 나를 볼 수가 없는 각도였다. 나는 그냥 얼른 선술집 쪽으로 가자는 생각에 내가 일찍 나와서 그런 거니까 가서 먼저 기다리고 있으면 전 연두가 황 차장님하고 이야기를 끝내고 어련히 오겠지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연두가 물컵을 들어서 황 차장님의 얼굴에 물을 확 끼얹어버렸다. 

황 차장님은 그냥 고개를 숙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연두와 황 차장님을 쳐다보았다. 그중에 내가 아는 연두네 신문사 사회부 기자도 있는 것 같았다. 

연두는 핸드백을 들고 그 커피 체인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연두를 부르지 않았다. 연두는 선술집이 있는 골목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쫓아가고 있었다.


연두가 먼저 선술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십 초 정도 있다가 뒤이어서 선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연두는 나를 보고 조금 놀라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훔치고 있었다. 연두의 두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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