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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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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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



누군가 구석에 있는 어두운 문 쪽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고 아까는 분명히 문이 닫겨 있었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문이 열려있었다.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뒤에 키가 큰 이종태가 따라붙어 있었다.


남자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를 존경하고 우러러보기에 그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서 고개를 숙인 게 절대로 아니었다.

맞을까 봐, 공포에 질려있기에, 물론 지금은 아니고 아주 오래 전에 남은 습성이 아직도 내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훈련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개장수만 보면 그 사납던 도사견들이 꼬리를 내리고 미친 듯이 낑낑대는 게, 다 개장수에게서 풍기는 살의에 가득 찬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목례를 하고 고개를 들어서 그를 보았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사 제대로 드려. 사장님이시다. "


이종태가 말을 했다.

어정쩡한 엉겁결에 나온 내 목례를 지적하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 얼떨결에 목례를 했지만 다시 제대로 인사하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전역을 한 후에 길거리에서라도 아니, 그 어디에서라도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었던 그 남자, 그 남자가 나를 보고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종태야 칼 두 개 가지고 와라 "


"저기 사장님 칼은 안 하시는 게 "


"어서 "


이종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그는 십몇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그 냉혈한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이종태에게 말을 했다.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저 남자가, 아니 저 인간이, 아니 저 새끼가, 저 악마 새끼가 김학중과 이종태가 있는 회사의 사장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은 진짜 상상도 못 했었다.

아니 분명히 바지 사장일 것이다.

아까 경호업체 사무실 명판에 회장실이 따로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런 큰 경호회사를 차릴 깜냥이 있는 인간이 절대로 아니었다.

물주는 따로 있을 것이고, 아마도 바지 사장자리를 차고 앉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으로는 당할 자가 없으니까 사장 자리에, 그러니까 간판 얼굴 마담으로 사장 자리에 앉혀놓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었다.

하긴 저 인간이 경호를 하면 누가 감히 폭력질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와 김학중 그리고 이종태를 훈련시켰었던 악마 새끼 돌대가리였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 저 새끼는 분명히 돌대가리였다.

융통성이라는 게 없는 인간,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인간, 칼 한 자루만 손에 쥐어주면 백병전에서 일개 중대 병력을 혼자 섬멸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인간, 

그 인간이 바로 내 눈 앞에 등장한 저 인간이었다.


무식했다. 지식도 별로 없고 배운 것도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것 같은 지식수준이었다.

영어 단어는 중학교 수준의 단어도 잘 모르는 인간이었다.

어떻게 직업군인이 되었는지조차 의문이 생기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식만 없었지 

군에서 하는 훈련치고 저 인간이 못하는 건 없었다.

칼은 거의 신의 경지였고, 스나이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나이퍼만큼 총을 잘 쏜다.


스나이퍼들의 교관이었지만 막상 사격 교관은 따로 있었다.

특전사에 오래 있었다고 했지만 특전사로 군복무를 시작한 인간도 아니었다.

공수훈련이면 공수훈련, 유격훈련이면 유격훈련,  못하는 게 없는 인간이었다.


나이가 얼마였더라. 나보다 스무 살 정도 많았던 것 같은데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부하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스타일이 절대로 아니었다.

군에서 징계도 수없이 많이 받은 인간이었지만 워낙에 칼을 잘 쓰고, 특수전에 강한 인간이기 때문에 보안부대장이 방패막이를 해 주면서 데리고 있던 인간이었다.

저 인간이 칼의 칼자도 모르던 나에게 칼을 가르쳐주었던 인간이었다.

전역하면서 남은 인생 내내 절대로 안 보기를 그렇게나 바랬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마주치게 되었다.


"겁대가리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 뒷조사 한 거 보니까 아주 큰 신문사 기자 하다가 지금은 출판사 한다고. 

하여간에 먹물 진탕 먹은 티를 낸다니까 재수없는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지 발로 기어들어와 "


"    "


나는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에게 기에 압도되어 있었다.

군에서 나를 제일 많이 때렸던 인간이 바로 저 인간이었다.

저 인간에게 군 시절 내내 맞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기억들을 전부 소환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미친 새끼, 그때도 여자 때문에 미쳤었는데, 그래서 그렇게 대형 사고 쳤었던 새끼가 아직도 그 지랄하고 살아?

어디서 창녀 하나 물어서 살다가 이혼해놓고서, 창녀 똥꼬 빨러 눈깔이 돌았다면서 미친 또라이 새끼 "


"  ."


나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종태가 칼 가지고 오면 한 번 붙어보자. 그동안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볼까?"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사님하고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김학중이하고 할 이야기가 더 있지만, 나중에 하겠습니다.

소란 일으키자고 온 것도 아니고, 원래는 이야기만 하러 온 거지만 먼저 소동 일으킨 건 김학중입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지랄을 해요. 백호인 하사,  넌 어떻게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냐. 그때도 니가 제일 제수 없었어. 

생긴 건 완전히 샌님처럼 생긴 새끼가 고집은 세서 낙오되는 꼴을 내가 본 적이 없었지, 하여간에 지독한 새끼 너 오늘 내가 완전히 아작을 내주마 "


"학중이랑 종태는 나하고 한 배를 탄 애들이야. 니가 어떻게 얘들한테 그럴 수가 있냐? 난 아직도 니가 그렇게 잘 싸우는 게 이해가 안 된다. 하도 맞으면서 배워서 아직도 군기가 안 빠졌냐?"


내 단검술 교관이었던 상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정머리라고는 아주 조금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상사님하고 안 싸울 겁니다. 기억나세요? 술 취해서 우리 목에 수건 끼우고 곡괭이 자루로 장난스럽게 때렸었던 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고나 그런 겁니까?

사람 죽을 수도 있어요. 전 세계 어떤 군대에서도 그렇게 무식하게 사람 목을 때리지 않습니다.  사람 목을 정면에서 치는 건 살인미수에요 "


나는 어느새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보안부대 장교들은 육사출신이 많았다.

알오티씨나 학사장교나 삼사출신이나 그런 장교들은 거의 없었다.

에프엠이자 미래의 예비장군들인 육사출신들이 유독 보안부대에 많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만큼 그 당시에 제일 끗발이 있던 게 바로 보안부대였었다.

육사출신들은 구타를 별로 하지도 않았고, 구타를 해도 절대로 그렇게 위험하고 무식한 구타를 하지 않았었다.

육사 출신의 대위들이 단검술 교관인 상사의 무식한 구타와 폭력에 몇 번 주의를 준 적도 있었지만, 상사는 그런 장교들의 주의조차 무시를 할 정도였다. 그만큼 안하무인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당시의 기억들을 소환하면서 나는 상사에게 말을 했다.


그러자 상사가 웃었다.

그러면서 말을 했다.


"지랄하네 미친 새끼, 니가 그렇게 짐승처럼 맞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그렇게 인간 병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냐? 넌 맞으면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그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거야. 

엽전 새끼들은 개새끼처럼 밟고 조져야 발전이 있는 거지. 양놈들처럼 신사적으로 말을 해서 훈련을 시키면 죽어도 발전 없다. 

넌 더 맞았어야 인간이 되었을 텐데, 아직 인간이 덜 된 것 같다. 오늘 내가 교육 좀 시켜주마 "


상사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을 했다.


그때 이종태가 단검을 두 자루 가지고 들어왔다.

비싼 칼이 아니었다.

저가의 군용 단검 두 자루였다.

그걸 받아 든 상사는 한 자루를 나에게 던졌다.

가볍게 던지는 게 아니라 날을 세워서 마치 표창을 던지듯이 나에게 칼을 던진 상사였다.

칼 끝이 살아서 나에게 날아오는 것 같았다.

몇 번 회전을 하면서 말이다.


저런 칼을 막을 필요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맨 손으로 막을 재간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칼을 피했다. 칼이 저만치 뒤로 날라가서 바닥에 떨어졌다.


"칼을 주워.  오래간만에  제대로 한 번 좀 해 보자 "


"내가 상사님에게 칼을 들고 대응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지금 진짜로 뭐하자는 겁니까? 

올 해 상사님 나이가 몇 이신데 유치하게 이런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이제 몇 년 있으면 환갑 되실 나이 아닙니까?"


나는 상사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허 참 당돌한 새끼,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훈장질이야 뒈질라고 이 삼마이 새끼가, 어디서 누가 누굴 가르치려고 들어 "


상사는 말을 하더니 칼은 왼손에 쥔 채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키가 큰 것도 김학중이처럼 체격이 큰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다.

전혀 빈틈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나는 그와 맞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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