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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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화 〉




그냥 그게 맞는 추측 같았다. 어찌되었든  녀석들은 정의롭지 못한 녀석들이었다. 김학중이 지금 물러나고 싶어서 물러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손에 삼단봉까지 꺼내 들고서도 나를 제압하지 못했으니까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더 이상 녀석들에게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내의 손을 꼭 잡고서 아내를 잡아 끌었다.

아내는 더 이상 그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고, 나를 따라왔다.


그때였다. 국산 고급 세단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가 내렸다.

오십 대 정도로 보이는 표정이, 상당히 진지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내가 고과장님이라고 불렀었던 그 남자였다.

이 남자 역시 내가 경호원들에게 하는 행동을 다 보았을 것이다. 그때도 보았고, 오늘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다 본 상황이었다. 

그 남자가 다시 아내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오늘은 안 되십니다. 가실 수 없습니다. 기다리고 계신 거  알고 계시잖아요."


남자는 아내를 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  , "


아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중년의 남자에게 말을 했다.

그가 단순히 운전기사이든 아니든 그런 건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난 솔직히 기분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좀 비켜주십시요. 아내와 먼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최대한 정중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을 했다. 어찌되었든 윗 연배의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하고 정식으로 안면을 튼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떻게 아내입니까? 두 분 이혼하셨잖아요. 그리고 사과장님은 오늘 가실 수 없습니다. 그냥 먼저 가세요. 오늘은 절대로 안 됩니다.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됩니다. 이젠, 그만하시죠, "


남자는 정말 감정을 담지 않은 로보트 같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내만 쳐다보고 있던 남자가 말을 한 후에 나를 쳐다보았다. 내 눈을 정확하게 쳐다보고 있는 남자였다.

이종태나 김학중이가 내 앞을 가로막는 건 무력으로라도 어떻게 한다고 해도, 아내와 서로 예의를 차리는 이 50대 중년 남자에게 무력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옆으로 비켰다. 남자를 옆으로 비켜 갈 생각이었다.

물론, 남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옆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막겠지만 나는 어찌되었든 아내를 데리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거기 멈추세요. 사과장님 강제로 끌고 가지 말라구요 "


남자는 짧게 말을 하더니 자신의 양복 상의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 후에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남자는 그걸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있던 걸  나도 모르게 놓아버렸다.

중년 남자의 손에 들린 걸 보고서 나는 너무 놀라서 잠시 그냥, 완전히 모든 생각과 사고가 스톱된 것 같았다.


"그냥, 가세요. 더 이상 일을 크게 벌리지 마시고. 오늘은 사과장님 그냥 못 보냅니다."


남자는 여전히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손에 든 것을 나에게 내밀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권총이었다. 리볼버 권총이 중년 남자의 손에 들려있었다.

내 양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양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어깨가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나도 모르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였다.


"아 아저씨, 그만해요. 그 총 치워요. 저, 저 인간 총 귀신이라고. 아저씨 큰일 난다고. 저 인간 앞에서 총 보여주면 안 돼, "


이종태가 다급한 목소리로 중년 남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이종태의 말을 신경도 안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같은 표정 같은 말투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냥, 가세요. 저는 사과장님을 모시고 가야 합니다. 오늘은 그때와는 다릅니다. 기다리고 계시는 중요한 일정이 있으십니다."


남자는 정말 딱딱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조금의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이다.

서부 영화같은데서 보면 저런 목소리를 쓰는 남자는 거의 다 고수들이었다. 마치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고수들 말이다.

과거 홍콩 무술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숨어 지내는 무림의 고수들은 저런 목소리를 냈었다. 물론 의도된 연출이었겠지만 말이다.


나도 모르게 손이 앞으로 뻗어져 나갔고 내가 내 손이 보이지 않을 지경으로 빠르게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훈련의 결과였다. 그것도 그냥 훈련이 아닌 개처럼 맞아가면서 받았었던 훈련의 결과였다.

총을 빼앗기면 그 순간 죽은 목숨이라는 교육을 받았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상대의 총을 빼앗지 못하는 것도 역시나 죽은 목숨이라는 훈련을 받았었다.

총은 곧 나였다. 나 자신이  곧 총이라는 생각이었고 전역을 하면서 그 느낌을 다 잊은 줄 알았었는데 적어도 내 몸은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전광석화같이 손이 뻗어져 나갔고 나는 삽시간에 중년 남자의 팔목을 잡아서 위로 최대한 밀어 올렸고, 그 상황에서 남자의 팔을 번개처럼 꺾어버렸다.

팔을 잡아 꺾어서 바로 리볼버 권총을 빼앗았다. 실수로 격발이 될 가능성은 제로였다. 중년남자는 안전장치를 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나에게 총을 빼앗겼다.

한국처럼 총기 규제가 엄격한 나라에서 불법 권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총구를 나에게 들이밀었다는 것이었다.

그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남자가 얼마나 총을 쏴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더 많이 총을 쏘아보았을 가능성은, 솔직히 많지 않았다.

나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격훈련을 받은 상황이었다.

권총류도, 저런 리볼버 말고도 여러 타입의 권총들을 두루두루 교육을 받고 실탄 사격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던 상황이었다.

안전장치도 풀지 않고 상대에게 권총을 겨누면 총기를 모르는 사람 같으면 겁을 먹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총에 겁을 먹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전에 이종태가 한 말이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총을 보면 미친다. 좋아서 미치는 게 아니라 그냥 미친다. 총과 내가 하나가 되기 때문이었다.

같은 훈련을 받은 이종태나 김학중, 게다가 김학중은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었다.

학생시절부터 총을 쏜 걸로 따지면 학중이가 나보다 총과 함께 한 시간은 더 오래되었겠지만, 총과 만나면 총과 하나가 되는 건 솔직히 나보다 더 열정적이라고는, 내가 인정을 못할 것 같았다.


권총은 내 손에 들어왔고, 나에게 총을 빼앗긴 중년 남자의 목에, 내 손이 들어가 있었다.

중년 남자의 목을 가볍게 움켜쥐었다가 손을 풀었다. 그냥 놓아주었다.

그 감정 없던 얼굴이, 많이 당황한 얼굴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만 디밀면 누구나 다 겁을 먹는 것으로 누구나 다 겁에 질려서 벌벌 떨 것으로 예상을 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상대를 진짜 한참 잘못 고른 것이었다.


나는 능숙하게 리볼버의 탄창을 옆으로 빼고 그 안을 보았다.

총알을 빼보았다. 탄두가 없는 공포탄이 두 발이고 나머지는 실탄이었다.

리볼버 권총의 일련번호는 야스리질이 되어 있었다. 일련번호를 지워버린, 등록되지 않은 무적 총기류였다.

나는 공포탄과 실탄들을 주머니에 넣고 실탄 한 발만 다시 탄창에 꽂은 후에,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런 후에 중년 남자의 이마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총을 겨눈 겁니까?"


나는 남자의 이마에 총구를 댄 채로, 질문을 던졌고 남자는, 완전히 사색이 되어, 눈을 내리깔았다.


"배 백하사, 그 그만해, 너 왜 그러냐. 너가 이러면, 우리 경호회사 다 죽는다. 하지마 제발, "


이종태의 떨리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고 있었다. 나는 총을 거두고 다시 안전장치를 잠그었다. 그런 후에 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

중년 남자의 행동은 용서할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냥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오늘 원수 갚으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아내의 행동을 보기 위해서 아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중년 남자도 그리고 이종태도, 아무도 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데리고, 한옥 건물 앞의 넓은 주차장을 지나쳐서, 언덕 아래의 유흥가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


"내가 당신 회사에 찾아가는 걸 원하는 거야?"


집으로 오자마자, 나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는 무표정이었다.

더 이상 울지도 않았고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지도 않고 있었다. 

아까 고과장이라는 그 중년 남자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나에게 집까지 끌려온 아내였다.

입고 있던 바지 정장 옷차림 그대로, 아내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저 전화 한 통만 하게 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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