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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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



연두가 그냥 파충류 새끼들을 찍은 사진책에 대한 이야기나 하려고 사무실에, 그것도 점심식사 전에 들렀을 것 같지는 않았다.


"책값이 싼 책도 아닌데 되게 잘 팔리나 봐 유치원 엄마들 카페에서 그 책이 난리가 나서 엄마들이 싹쓸이 한 거라고 하던데 "


"아 그러냐? 난 그런 건 몰랐다. 광고 같은 거 할 돈도 없고 원래 기획 의도는 가늘고 길게 잔수입을 늘려주는 책을 기획하고자 한 건데 내 의지하고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인쇄소도 별로 큰 규모가 아니라서 밤낮으로 찍어대도 나올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 "



나는 웃으면서 연두에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짬뽕이나 한 그릇 사. 아침 안 먹어서 배고파 "


연두가 나를 보고 말을 했다. 항상 보면 쉽게 밥 사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한 친구라고 했는데 연두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때 그 아내의 동영상 이후로 직접 대면하고 만난건 처음이지만 연두는 애써 어색함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솔직히 조금 어색했다.



자기 아내의 알몸을, 그것도 그냥 알몸뿐만이 아니라, 그런 변태 행각까지 연두가 다 본 상황이기에 솔직히 그냥 당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그 책 좀 있어?"

"있을 거야. 열 권 정도는 내가 가지고 있어 "

"나 이따 갈 때 한 권 줘. 그냥 프리젠트로 나중에 우리 미연이 유치원 들어가면 보여주게 "

"알았다. 한 권 줄 테니까 가지고 가라 "

"돈 많이 벌겠네. 주문 많이 안 들어와? 신문사 기자들이 냄새 맡을 정도면 백오더가 엄청 밀렸을 텐데 "

"그렇지 않아도 인쇄소 사장님이 오후에 잠깐 보고 커피나 한 잔 하자고, 오신다고 하시더라 "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황차장님이 어제 물어보더라고 백기자가 출판한 책 대박 조짐 보인다고.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사진집 치고는 번역을 한 글이 너무 쉽고 좋더라고 칭찬을 하시더라고. 

사진 때문에 우연히 보셨다가 마치 동화책을 읽는 느낌으로 끝까지 다 정독하셨대."



연두는 이혼을 한 전 남편이자 자신이 낳은 딸 미연이의 생부인, 황차장 이야기까지 꺼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사진은 황차장님이 진짜 전문가이신데, 진짜 전문가가 책을 칭찬할 정도면 괜찮기는 괜찮은가 보다. 

영국의 한 무명 사진작가가 찍은 건데 진짜 숨은 고수인가 보지 뭐 "



나는 그냥 차분하게 대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영국 출판사에 로열티 나가고 차 떼고 포 떼면 뭐 얼마나 남냐고 둘러대고 싶기는 하지만 솔직히 내가 얼마나 팔리겠냐 싶어서 단가를 좀 세게 때린 것도 맞거든. 

진짜로는 되게 많이 남는다. 돈을 많이 벌기는 벌 것 같다."



나는 웃으면서 솔직하게 연두에게 말을 했다. 연두에게는 그런 말을 못 할 이유가 없었다.

주문 들어오는 대로 책이 팔리기만 하면 내년에는 소득세를 많이 낼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출판사 이익이 수직 급상승 할 것 같기는 했다.



우리는 사무실 근처의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식사를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었던 소소한 잡담들까지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짬뽕 한 그릇씩에 군만두를 추가해서 먹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날 무렵에 전연두가 나를 보고 갑자기 화제 전환을 해서 물었다.



"이혼을 했는데도 같이 살더라? 오빠 와이프, 예전하고 똑같이 살고 있지? 회사 그대로 나가고 "



"응 니가 그 이야기 할 줄 알았어. 못하게 할 거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회사도 그만 다니게 하고 그냥 그럴 거야.

결혼 전부터 그랬다고 하는데 갑자기 우격다짐으로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아직도 나에게 말을 못하는 사연이 있는 것 같길래 그거 차분하게 아내 스스로 이야기를 할 때까지는 그냥 시간을 좀 주려고 한다."



"처음에는 사혜연이가 미친년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보면 사혜연이보다 오빠가 더 미친 거 같아.

상식적으로 오빠 행동이 사혜연이의 행동보다 훨씬 더 이해가 안 가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야. 내 생각에 동의해?"



"물론이지. 그게 사랑이야. 아니 사랑보다 한 단계 더 뛰어넘는 정이라고나 할까?

심수봉 노래 알지?

그때 그 사람 가사 중에 그런 가사가 있잖아.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고 난 이제서야 그 가사가 이해가 간다."



"지랄을 해요. 

오빠는 그 정도 자극으로는 택도 없어. 아주 내가 껍데기를 싹 벗겨줄 게. 

가만히 생각하니까 오기가 치받아 올라서 진짜 도저히 안 되겠어. 그런 영상을 보고서도 사혜연이를 감싸는 게 진짜로 이해가 안 된다.

그냥 썩은 걸레조각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거야

아무리 락스 쏟아 붓고 삶아봐야 연기만 난다고. 절대로 그 때는 빠지지 않는 거야."



연두의 이야기에 나는 가볍게 웃기만 했다.



"내가 진짜 오기가 뻗쳐서 끝장 본다. 각오하셔 "



"연두야 그러지 마. 

너보고 데리고 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데리고 사는 거잖아. 그리고 이젠 법적으로 아내도 아니야.

처가 식구도 없는 불쌍한 여자인데 왜 니가 그렇게 아내를 못살게 구는 거야?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내가 다 용서하겠다고, 앞으로 안 그럴 수 있게 고쳐서 데리고 살겠다는데 니가 왜 난리냐 "



"아무렴 내가 사혜연이 쳐내버리고 그 집 안방 차지할까 봐 .그게 걱정되냐?"



전연두는 나에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  ."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한 템포 쉬었다가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밥 먹어. 마저 먹고 이야기 하자 "



나는 연두에게 말을 했다.



"오빠한테 사심 있는 거하고 사혜연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거야 . 오빠한테 미연이 아빠 노릇 하라는 이야기 같은 거 할 생각 추호도 없어.

지 생부가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내가 왜 그래.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나도 남자 품이 그리울 때가 있을 거야.

황차장님은 정지영부장하고 저렇게 잘 지내는데 나만 이게 뭐야 .

이젠 아무놈에게나 안기고 싶은 마음 같은 거 조금도 없고, 오빠라면 솔직히 한 번 안겨보고 싶기는 해. 하지만 그건 사혜연이 문제하고 별도의 문제야 "


아무리 이혼녀고 애 엄마이기는 하지만 연두는 너무도 과감하게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창피함 부끄러움 같은 건 모두 어디다가 가져다 던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연두를 달래기 위해서 그동안의 일들을 조금 풀어놓았다.

연두와 다투기 싫었다.

다만 연두를 이해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말을 멈추었던 전연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이상해.  

그런 일이 있고, 이혼도 먼저 요구하고, 재산도 원하지 않고 대신에, 같이 살기를 원한다고?"



내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은 전연두가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상할 것 없어. 

난 이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가 있어.

아내는 그런 생활을 원하지 않고 있는 거야.

내가 뭔가 솔루션을 만들어 줄 생각이야. 다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거야 "



나는 식사를 마친 후에 차분하게 말을 했다.

사무실 근처의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사무실로 다시 와서 따뜻한 보이차 한 잔씩을 했다.

기름진 식사를 한 후에는 특히나 조금 느끼할 수도 있는 짜장이나 짬뽕 혹은 군만두를 먹었을 때는 보이차만큼 개운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순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자. 

연두야 이제 그만해. 아니 그동안 그만하고 있었던 건 고마운데 "

 


내 말을 전연두가 툭 잘랐다.



"그만하기는 누가 그만해. 

오빠한테 오픈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궁금해서 솔직히 조금 더 캤는데 뭘 그만해 "


"책이나 얼른 줘. 대화하다가 싸우고 그냥 까먹고 가버릴라..

책은 챙겨놓고 싸워도 싸워야지 "



연두는 태연하게 말을 했다.

나는 책 한 권을 꺼내서 그녀에게 주었다.

올컬러 양장본의 책이라서 가벼운 무게가 아니었지만 전연두의 커다란 쇼울더백 안에 쏘옥 들어가고 있었다.

체구도 별로 크지 않은 게 쇼울더백은 엄청 큰 걸 메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저 쇼울더백 안에 별의 별 잡동사니가 다 들어가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착각하지마. 

뭔가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는 그런 착각. 

뭔가 속 깊은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상상. 

그런 건 전부 전래동화에나 나오는 거야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가 않아요. 현실은 시궁창이야 

인간들의 욕망은 시궁창 속의 더러운 폐수보다 더 많이 더러운 거야 

인간들의 욕망과 욕심이 더 많이 지저분한 거라고. 

뭔가 아름다운 스토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동화책 속에나 존재하는 거야.

현실에 파랑새가 있을 것 같아?"



연두의 표정은 결연했다.

밥 먹기 전에는 본론을 꺼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책 이야기로 살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책도 이미 한 권 챙겨놓은 후에 진짜 본론을 발사하고 있는 연두였다.

다른 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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