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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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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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



나는 원칙주의자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원칙을 고집하는 건… 민폐이니까 말이다.

내 자신에게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자고…그렇게 살자고 다짐을 하고 채찍질을 하지만, 그게 솔직히 잘 안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몸싸움이 벌어질 리도 없었고…그런 상황까지 가게 만들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침에 출근 후에…. 그리고 저녁에 퇴근 전에…하루 두 번은 무조건 하는 슉슉슉 맨손 체조를 비상계단에서 혼자 하고 있었다.

정신 집중과…. 잡념 제거에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혈액순환에도 좋고….몸 푸는데는 정말 최고였다. 말이 체조지…. 단검술 동작을 이어붙인 것이었다.

특수부대원들이 상대의 목을 단칼에 따기 위해서 수련하는 단검술을 칼을 안 잡고 체조로 연결 동작으로 만든 것이었다.

나 혼자 만들어서 십 년 넘게 꾸준하게 하는 체조였다.

나는 그걸 비상계단에서 미친놈처럼 혼자 한 후에…방화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바로 그 룸으로 갔다. 아내와 중년 남자가 들어갔던 그 위치 말이다.

그런데…룸 넘버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일반…룸의 룸넘버와 조금 달랐다. 알파벳이 같이 붙은…. 조금 특별한 방의 코드 같았다.


나는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떨려 하고…. 주저하고…그런 건 없었다.

이미…그런 건 비상계단에서…모두 털어버리고 마음을 완전히 비운 채로 나온 상황이었다.

솔직히 겁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죽었으면….. 군대에서 이미 죽었을 몸이었다.

공작대 훈련을 하다가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몇 번이나 주변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스나이퍼 훈련보다…. 공작대 훈련이 더 무섭고 험하다는 건…. 그 바닥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훈련을 지척에서 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공포스러웠던 상황들도 다 넘긴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았고…. 매스컴의 위력이 요새처럼 초단위로 움직이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에서 훈련받다 죽는 사람이 많아도…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생각을 하면….. 이런 건…솔직히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생과 사를 가르는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초인종을 여러 번 연속해서 눌렀다. 다행히 호텔룸에 밖을 보는 확대경이 안 붙어 있었다.

옛날 호텔들은 룸의 문마다 옛날 아파트처럼 확대경을 붙이는 경우가 있지만…요새 새로 지은 신축 아파트나 새롭게 리모델링을 한 호텔들은 룸의 문에 확대경을 부착하지 않는다…그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뭐 만약에 확대경이나 초인종에 카메라가 붙어있는 타입이면 손으로 가린 채로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신가요?"


조금 어눌한 것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룸서비스입니다."


"룸서비스요?"


의아해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다. 그런데….아까 그 중년남자가 아니었다. 다른 중년 남자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문을 열더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문을 넓게 확 열어젖힌 후에 남자를 그냥 지나쳐서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의 표정이나 살피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방이 어떤 상황인지…..그걸 살피는 게 급선무였다.

나는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그냥 잘못된 것이 아니라…정말 많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보…"


아내의 표정은….나만큼이나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아내가 일어서더니 나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내 팔을 잡고 호텔룸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내에게 팔이 잡혀서 복도로 끌려 나왔다. 아내는 호텔룸의 문을 닫았다.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 이렇게 많이 당황스러웠었던 경우에 처했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도 없는 호텔 복도에서 아내와 마주 보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날 의심한 거에요?"


아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는 내 앞에 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미니스커트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살이 비치는 검정 스타킹을 신은 아내의 두 다리가 보이고 있었다.

진주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아내였다. 조금은 타이트해서 허리라인이 딱 달라붙는 블라우스였다.

블라우스의 팔을 걷고 있었고…얼마나 황급하게 나왔으면…. 파란 볼펜까지 손에 든 채로…. 그대로 나를 데리고 복도로 나온 상황이었다.

눈 앞이 캄캄했다.

왜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었을까…중년 남자와 아내가 호텔방으로 들어갔다는 그 사실만 생각을 했을 뿐…. 호텔이라는 공간이 남녀가 육체관계를 나누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했었던 것 같았다.


조금 전 눈 앞에 보였었던 상황들이…아직도 눈 앞에 선했다. 그 잔상들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일반 호텔 객실이 아니었다. 더블침대가 놓여있는 일반 객실의 세 배 정도는 되는 넓은 객실이었다.

아주 큰 티브이가 있었고, 그 티브이에 노트북을 연결해서 뭔가 그래프가 그려진 화면을 띄워놓고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내가 있었고…. 아까 아내와 같이 차에서 내린 중년 남자 역시 와이셔츠만 입고, 팔을 걷은 채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상황이었다.


문을 열어준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가 문에서 제일 가까운 쪽의 테이블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 같았다.

갈색 머리의 외국인 여자도 한 명 더 있었던 상황이었다.

남자 두 명에…. 아내를 포함한 여자 두 명이…노트북 네 대를 테이블 위에 펴 놓고…. 커다란 티브이에 화면을 연결해 놓은 채로…무슨 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 같았다.

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미안해…. 뭔가 오해가…."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입을 열었다.

"여보…. 미안한데…지금 좀 바빠서요…들어가서, 조금 전 상황에 대해서 해명도 해야 하고…그러니까…우리 퇴근 후에 다시 이야기 해요…그래 줄 수 있죠…."


"으…응…."


아내는 나에게 살짝 억지 미소 비슷한 웃음을 지어 보여주면서…. 손을 흔들고 호텔룸으로 다시 급하게 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나에게 화를 내지 않고…. 억지로라도 웃어주는 아내에게…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 * *


어떻게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식사도 하지 않고….나는 그냥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새로 출판기획을 하고 있던 외국 서적에 대한 검토도…. 많이 밀려있는 상황인데…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는…. 연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연두에게….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마…말도 안 돼…… 오빠…. 뭔가 이상해…. 호…혹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 대면하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지만…나는 마치 대면을 하는 것처럼…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했다.


"연두야….미안하다…괜히 너까지 끌어들여서…. 내 잘못이고…내 불찰이야…난 진짜 치졸하고 더러운 인간이야…그까지 과거가 뭐라고…. 아내 과거 사진 한 장 때문에…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이게 도대체 뭔 짓까지 한 건지…. 정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내 자신이…나를 용서할 수가 없어…."


"오빠…무슨 사진 이야기를 하는 거야….?"


필립 장의 그 사진을 알리가 없는 연두가 물었지만, 나는…그 사진 이야기는…연두뿐만 아니라…그 누구라고 하더라도…절대로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빠…. 혹시…사혜연이가…. 먼저 알아차리고 함정을 판 건 아닐까?

오빠가 의심하고…..미행하는 걸 눈치 채고…그러고 보니까…오늘 좀 이상하기는 했어…차가…호텔에 너무 늦게 도착을 했어…그리고…. 오늘  진짜 뭔가 이상하고 허술했어…어쩌면…. 내가 미행하는 걸 알고…사혜연이가…함정을 팠을 수도 있어….

내가 분명히 봤다고…그 남자가…혜연이 엉덩이를 만지는 걸…. 은근슬쩍 엉덩이나 허리에 손을 대는 걸 내가 분명히 보았었다구…. 진짜로…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야…"



나는 살짝 흥분한 것 같은 연두에게 입을 열었다.


"왜 니가 찍은 사진 중에…. 그런 사진은 없는데?"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그건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서…."


"니가 접근해서 본 건 아니잖아…망원으로 땡겨서 본 거 아니야…망원으로 땡겨서 보면 원근감이 무너져서…얼마나 많은 팩트들이 왜곡되게 보여지는지…그걸 간파하고 항상 간과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그런 거…너도 잘 알잖아…얼마나 그런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는지 너도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연두에게 말을 했다.


"오빠….  진짜…. 이상해…사혜연이…. 우리가 미행하는 걸 눈치 채고…역으로 함정을 파서…우리를 바보 만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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