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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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을 떼려고 연두를 만났는데 혹을 하나 더 붙인 느낌이었다.

연두는 그런 결혼 실패의 이야기가 진짜로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진짜 마음이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한결같이 씩씩한 연두의 모습이 나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 *


보름 정도 뒤에 아내는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아내와의 어색함 같은 건 며칠 가지 않았다. 주말만 같이 보내고 나면 어색함 같은 건 삽시간에 사라져버린다.

삼겹살쭈꾸미 볶음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렸었던 아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에게 긴 머리채를 잡힌 채로 격렬하게 뒤치기를 당하면서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내는 그런 뜨거운 여자만 남아 있었다.

이게 몇 번 하다가 보니까 재미가 들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뒤치기를 할 때면 항상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아내는 그걸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주말에는 아예 내가 잡기 편하게 관계를 하기 전에 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어주고 시작을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나하고 쿵짝이 잘 맞는 아내가 무려 2주간의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오는 일정은 그냥 예상이지 확정은 아니라고 했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내가 그렇게 미국으로 출장을 가버리니까 나는 휑한 집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연두도 그 날 그 중국집 식사 이후로는 통 연락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가 출장을 갔으니까 아내의 뒷조사를 몰래 하고 그러지도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연두 성격에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아내가 없는 동안 출판사 일에 전념을 했다.

솔직히 큰 기획을 하면 크게 손해를 볼 수가 있었다. 종이책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종이책이 없어지고 전자책 시장으로 변화가 된다고 해도 종이책으로만 봐야 하는 그런 분야가 있기 마련이었다.

출판사들이 다들 죽을 맛이어도 분명히 돈을 버는 출판사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대박을 치는 기획은 아니었지만 외국의 유명 다큐멘터리 화보집을 번역 출판하는 일을 기획하고 있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팔릴 수 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에 몰입을 해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2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내와는 며칠에 한 번씩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런데 2주가 다 된 시점에 아내에게서 출장이 일주일 연기가 되었다는 정말 마음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뭐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에 저장하고 다니던 필립 장이 보낸 그 사진도 이미 지워버린지 오래였다.

상관없었다.

아내를 두 번 다시 울리고 싶지 않았다. 모든 믿음의 중심은 내가 되는 것이었다. 굳이 의문을 품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 * *


아내의 귀국 일정이 확정되었다.

아내는 3일 후에 귀국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기분이 좋았다.

귀국을 하면 금요일 저녁 때가 될 것 같았다. 주말을 오롯이 아내와 같이 보낼 수가 있다는 생각에 나는 신혼 때 같은 설레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내를 그렇게 울린 후에….

아내를 오해해서 호텔방을 급습했었던 그 사건 이후에 아내와 나의 사이는 더욱 더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아내가 미국 출장을 가기 전의 그 보름의 기간 동안 정말 아내와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하려고 노력을 했었던 그런 시간을 가졌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내의 귀국을 3일 정도 앞둔 시점에 전연두에게 연락이 왔다. 문자가 아니라 전화였다.


"오빠 지금 출판사니?"

"응 무슨 일이야?"

"나 지금 출판사로 갈 테니까  퇴근하지 말고 기다려 "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된 시간이었다. 한 시간 정도 뒤면 저녁 여섯 시가 되는데 전연두는 지금 온다고 하는 것 같았다.

퇴근시간이 일반 직장처럼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나는 보통 저녁 여섯 시면 정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자시절에 너무 야근과 새벽 근무를 많이 해서 칼퇴근을 하는 것이 나의 로망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출판사를 한 후에는 가급적 칼퇴근을 하도록 시간 안배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연두는 표정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연두의 표정이 낯설었다. 자주 볼 수 없는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래간만에 봤는데 표정이 왜 그러냐? 데스크한테 깨졌어?"


연두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 다음에 입을 여는 연두였다.


"나 있잖아. 딱 열흘 고민했어. 오늘이 열흘째 되는 날이야. 오빠한테 말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 

솔직히 오빠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야. 내가 받아들이기가 힘이 드네. 

기자 생활 하면서 진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나 너무 교만했었나 봐 .

나 솔직히 이번에 너무 심하게 충격 먹어서. 그래서 지난 열흘 동안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


연두는 나를 쳐다보다가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내 신발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차분하게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이건 말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오빠가 무조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열흘 만에 여기 오게 된 거야 "


나는 연두의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 리액션은 신경도 안 쓰는 표정으로 연두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 전 단계에서 또 한 열흘 정도 시간을 잡아먹었어 믿을만한 사람이야 .

나랑은 피붙이야. 오촌 오빠니까 뭐 조금 먼 촌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분이야. 절대로 비밀이 새나가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오빠도 충격 먹어서 나에게 바로 말을 할 수가 없었나 봐. 나랑 똑같았던 거지 뭐 "


"오빠가 이런 일 오래하기는 했었지만, 막상 일을 하고 보니까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그냥 나한테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묻으려고 했었대. 

괜히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사람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오빠가 이야기를 했어."


"군 정보기관에 오래 계셨었던 오빠야.  

산전수전 다 겪고 겁이라는 게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런 건 진짜 처음 보셨다고, 나한테도 그냥 내 선에서 보고 끝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

걸려도 오빠 이름 절대로 불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다짐을 받더라고. 어떤 드러난 공포보다, 뭔가 있을 것 같은 그런 공포가 더 심각한 거라고, 드러나지 않은 존재가 더 무서운 거라고, 오촌 오빠가 나한테 말을 했어.

흥신소 일, 오 년 넘게 하셨는데 이런 일 진짜 처음 보았다고, 오빠가 그렇게 열흘 묵혔고 나도 오빠한테 그걸 받아보고 나서 솔직히 많이 충격 받았어 "


"나도 우리 오촌오빠랑 같은 생각이야. 괜히 들쑤셨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정말 아니라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난 오기가 들어서 내 돈 들여서 시작한 일이었거든. 

혜연이가 오빠를 속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 진짜 오랜 기자로써의 촉이 발동을 해서 시작을 한 일인데 나도 이젠 모르겠어 "


"미안해. 나도 이젠 진짜로 손 뗄 거야. 하지만 어젯밤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 아직도 오빠 많이 좋아하고 평생 친구처럼 같이 가고 싶은데, 오빠 구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 낸 거야. 거의 열흘 만에 말이야 "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전연두가 이 정도까지 심각해진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인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전연두가 왜 이러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부터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표정이 어느 정도 굳어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심각한 일은 벌어진 것이고 과거형인 것 같았다.

세상에 사람이 죽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군에서 많은 다른 이들의 죽음을 내 눈으로 보았고, 군에서 보았던 숫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정도로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 현장에서 처참하게 인생을 끝낸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세상에 그런 것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없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진짜 공포가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의 공포에 불과했다. 죽음보다 더한 공포는 이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었다.


"나 손 뗄 거야. 아니 이미 손 떼었어. 사혜연이는 이제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더 이상 알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말이야.

내가 오빠에게 이걸 넘겨주는 이유는, 오촌오빠가 그렇게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내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걸 오빠에게 넘겨주는 이유는 오빠도 이제 그만 사혜연이에게 손을 떼고 빠져나오라는 의미야. 

우리가 아는 사혜연이는 어쩌면 껍데기에 불과한 그런 상황일 수도 있어."


전연두는 내가 무슨 반문을 던지기도 전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작은 유에스비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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