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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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



"그리고 세상에 하루도 안 빠지고 맨날 똥구멍 보이는 미니스커트 입는 여자가 어디 있냐? 난 여자 아니냐? 그 주인공은 생리도 안 하냐…."


나는 화들짝 놀라서 전연두에게 손짓을 하면서 속삭이듯이 작게 말을 했다.


"야….너….미쳤어…특급호텔에서…혼자 스타 될 거야? 볼륨 안 줄여…"


내가 너무 놀란 표정으로 손짓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자 전연두는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대꾸를 했다.


"미안….미안….젠장….내가 흥분을 해서…."


전연두는 마치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그거 오빠 맞잖아…그냥 솔직히 말을 하면 되잖아. 내가 어디 소문 내냐? 글 쓰고 싶어하던 국문학도가 살짝 자전축이 기울어서 야설 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 오빠…우리 둘 다 문학동아리 출신인 거 잊었니? 나도 글 쓰는 거 좋아해서 기자 된 거잖아….오빠가 왕년에 동아리 시절에 썼었던 습작들 치고 내가 안 읽어본 게 어디 있어? 오빠 글은 특징이 있어…읽는 사람이 아주 쉽게 술술 읽을 수가 있어.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시츄에이션을 글로 묘사를 하는데…그게 참 거짓말처럼…쉽게 읽혀지고…처음에는 뭐 이딴 글이 다 있냐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보면….벌써 열 페이지가 넘어간다니까…그 야설들…오빠가 쓴 거 확실해…"


전연두는 아까처럼 크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살피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다.


"하여간 난 아니야…괜히 생 사람 잡지 마라…"

"알았어….너 아니야…나도 입 아프다…이 비싼 음식 앞에 놓고….뭔 난리들이야…얼른 먹어야지…오후에 데스크 호출 있는데…"


전연두는 나를 보고 히죽거리면서 열심히 요리들을 먹고 있었다.

땅콩만한게 먹는 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 것 같았다.


원래 먹성이 좋았던 전연두였다.

저 많이 먹는 것들이….살로 안 가고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전연두는 오물오물거리면서 열심히 퍼온 음식들을 먹다가 다시 나를 보고 살짝 비웃는 것 같은 그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오빠가 뭔가 궁한게 있으니까 나한테 이 비싼 뷔페를 사지….그렇지 않았으면 국밥이나 한 그릇 대충 먹였을 것 같은데…도대체 뭘까?

번역도 선뜻 해준다고 하고…밥도 비싼 걸 사주고…도대체 뭐야? 혹시….사혜연이 관련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솔직히 난 그쪽 부부 일찍 쫑날줄 알았는데…나처럼 말이야…벌써 4년차인가?"


전연두는 말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실실 쪼개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가 아니면 감히 할 수 없는 선을 넘는 이야기들까지 거침 없이 뱉어내고 있는 전연두였다.

나는 그냥 그런 것들을 다 받아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혼자 발끈하기도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러기에는…전연두라는 여자가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연두는 계속해서 말을 했다.

물론 먹는 걸 멈추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우물우물 먹어가면서 말을 하고 있는 전연두였다.


"하긴…글을 보니까…여자 주인공이든 남자 주인공이든 둘 다 변태 중에 상변태던데…오빠한테 그런 면이 있을 것이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었던 게 사실이야.

여자 머리채 휘어 잡고 뒤치기 하는 장면은…그거 진짜 안 해봤으면 그렇게 리얼한 표현과 묘사가 안 나왔을 텐데….오빠가 진짜로 그렇게 사나 보네…..오빠도….사혜연이도…둘 다….뭐랄까…깜놀이야…깜놀이라고…."


"………"


나는 일부러 대꾸를 안 했다.

전연두는 이미 내가 써서 그 웹소설 사이트에 올린 그 야설들을 거의 다 본 것 같았다.

아까 전연두가 했었던 말이 정답이었다.

지나친 부정은 강한 긍정의 신호였다.

나는 더 이상….그런 전연두의 공격에 말려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전연두는 별로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부지런히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또 새 접시에 음식을 가져다가 먹고 있었다.


"천천히 좀 먹어라…사흘을 굶었냐?"

"요즘 기자들 뽀찌 없는 거 오빠도 잘 알잖아…나….돈 궁해…우리 미연이한테 앞으로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갈까? 미연이 아빠는….몇 년 안으로 아마...재혼 할 거야….그냥 그렇게 되겠지….미연이 아빠 착한 남자잖어…"


연두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아이 이야기가 나오니까 마음이 쓰린 모양이었다.


"오빤….돈 잘 벌잖어…


십 원 단위 야설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쓰는데…다른 일들은 어련하시겠어…그 성실함은…학생 때나…지금이나 변함없어…내…번역이나 잘 해줘…내가 번역한 걸로 이름 넣을 거야…데스크 칭찬 좀…따 놓아야 해…데스크가…요새 날 좀 갈궈…내가…최근에 좀 까불다가…찍힌 게 있어서 말이야…사내 정치에서 줄을 잘못 섰어…젠장…데스크 라인을 탔어야 했는데…썩은 동아줄을 잡아가지고….어휴…"

전연두가 남자이고…내가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완전히 포지션이 바뀐 채로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오빠….나 이제 슬슬 배 부르려고 한다. 조금 뒤부터는 디저트 타임 들어갈 거야…나 배 터지는 단계 되면…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여기서 나갈 거야…나 바쁜 사람인 거 잘 알잖아..

뭐가 궁금한 거야? 빙빙 돌리지 말고 요점만 간략하게 브리핑해봐…요약하면 백호인이잖아…얼른 스타트…내가 왜 필요한 거야?"


어찌되었든….친구가 아닌 일 년 후배에 이런 화끈한 여성이 한 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과히 기분이 유쾌한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내가…도무지 속여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그게 있잖아…."

"에이 진짜….


백호인이 특기 또 나오네…회오리 감자도 아니고…또 빙빙 말려고 하네..

그냥 하고 싶은 말 바로 해라…나 돌싱에 싱글맘이야…눈치보고 그러는 거 딱 질색이야…인생을 좀 다이렉트하게 살어…나 봐…전공이 영문과인데…국문과 출신한테 번역을 맡기고도 이렇게 당당하잖아. 뭘 그렇게 빙빙 돌려…구리게…"


전연두는 입 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씹고 있는 채로 말을 했다.


"연두야…오래 전에…니가….내 아내 회사 조사했었던적 있잖아…그거 어떻게 했었던 거냐?"


내 갑작스러운 말에 연두는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먹던 것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는 전연두였다.


"뭐야? 오빠…사혜연이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거야? 의외인데…아니 그냥 의외가 아니라…진짜…제대로 의외인데? 오빠 입에서 그런 말이…."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을 했다.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한 해 두 해….대충 좋아하고 사랑해서 했었던 결혼이 아닌 거….아는 사람은 다 알잖아.

난…절대로 혜연이 포기 안 한다. 그냥….궁금할 뿐이야…명색이 그래도 아내이고…아내가 오래 해 왔었던 일인데…바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말을 잘 안 해서…그래서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나는 바로 말을 덧붙였다.


"내 일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항상….거의 다 이야기를 하거든…하지만 나는 아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그러니까 아내의 사회 생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신혼초 때 알았던 것….거기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아서…그래서…갑자기 니 생각이 난 거야.

니가…나 연애할 때….아내의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말이다…"


내 표정이 너무 결연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연두는 바로 대답을 했다.


"제길….누가 뭐라고 그랬어? 오빠도 결국 사내인데…섹시하고 예쁜 사혜연이가….에이…아니..아니다 그만 하자…"


전연두는 뭔가 말을 더 길게 하려다가 멈추는 것 같았다.

뷔페에서 디저트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고 얼린 홍시로 입가심을 한 후에 커피까지 한 잔씩 마셨다.

그런 후에 같이 주차장까지 걸었다.

전연두가 먼저 차에 오르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오빠…오늘이 월요일이니까…목요일 저녁에 술 한 잔 같이 하자…그날 오빠는 그거 번역 깔끔하게 마무리 해서 가지고 나오고, 나는 오빠가 물어본 거…그거 몇 년 전 버전이니까…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좀 해서…가지고 나올게..그럼 쌤쌤이잖아..목요일 날 술은….일식집에서 회 먹자..물론 오빠가 사고…"


"콜…"


나는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전연두의 차가 시야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떨 때는….동성 친구들보다 더 든든한 것이 전연두였다.

저렇게 표현이 거칠어졌지만, 일 하나는 정말 똑 부러지는 스타일이었다.

믿음이 가는 후배였다.

오랜 세월을 봐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확실한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내 편이라는….아군이라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아내는 연두를 잘 몰랐다.

예전에 사진을 보여주니 낯이 익다고 말을 했었지만, 아내가 전연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으니까 아내에게 전연두의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 편이었다.

아내는…별로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전연두가 나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면, 나는 보낸 사람이 동아리 여자 후배 전연두라고 아내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해도 아내는 별로 신경도 안 쓰는 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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