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NTR야설) 아내 스토리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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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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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다.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었다.

그 맑고 깨끗한 얼굴에 더러운 가래침이 묻게 해서 정말 너무 미안했다.


학중이가 얼마나 심하게 구겨버렸는지 그녀가 치어리딩복을 입고 있는 전신 사진이 구겨진 채로 보이고 있었다.

짧은 응원단 치마 아래로 보이는 늘씬한 허벅지가 구겨진 채로 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 * *


우리가 훈련을 받고 생활을 하던 내무반은 다른 부대들과는 별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위치였었다.

당연히 자체 의무실이 있을 턱이 없었다.

우리 내무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철조망이 쳐 있던 내무반은 공작대라는 머리가 긴 군인들이 훈련을 받던 곳이었다.

나는 그 당시에 공작대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잘 몰랐었지만 전역을 한 후에 그들이 그 말이 많던 북파공작 부대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사회부 기자생활을 한 이후에 그들이 그 당시 우리가 공작대라고 부르던 살벌하게 생겼던 그 사람들이 북파공작 임무를 하는 부대원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계급장도 없었고 머리는 다들 자유로운 장발이었던, 이상한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던 군인들, 그들은 그 당시 공작대라는 함축된 단어로 불리워졌던 상황이었다.


솔직히 관심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 훈련만 해도 죽을 맛인데, 이상한 군복을 입고 다른 훈련을 받는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정도만 했었던 것이 그 당시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공작대 철조망을 지나야 그 지역 사단 예하의 특공연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특공연대 안으로 들어가야 군의관이 있는 연대본부 의무실이 있었고, 학중이는 그 특공연대의 의무실까지 긴급하게 실려갔었다.


내가 왜 같이 그곳에 갔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그 당시에 살짝 정신이 나간 것이나 다름 없던 행동을 보였으니까 말이다.

학중이를 때린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주변 동기들과 같이 학중이를 들어서 옮기는 와중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몇몇 동기들과 같이 연대본부 의무실까지 간 상황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보안부대의 특별 관리를 받던 스나이퍼 특수 임무조에서 인사 사고가 터졌다는 보고에 특공연대 의무실까지 발칵 뒤집혔고 보안부대 장교들이 의무실로 번개같이 들이닥쳤다.


"큰 부상들 아닙니다.

저기 목에 멍든 친구는 파스 좀 붙여주면 될 것 같고, 여기 의식 잃은 친구는, 10분 이내로 깨어날 겁니다. 턱뼈는 이상이 없는 것 같네요. 턱 앞 쪽을 맞은 게 아니라 뒤 쪽의 귀 아래를 맞았어요.

그나마 재수가 좋았던 겁니다. 턱뼈 나갔으면 못 해도 두 달은 고생했을 텐데 "


전혀 군인 같지 않은 말투로 그냥 민간인 병원 의사 같은 말투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남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대위 계급장을 붙이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그런 말투로 그 살벌하고 거친 보안부대 장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을 "


상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교관이 나를 향해서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 마세요 "


보안부대 장교가 상사를 말렸다.

내 신상카드를 보고 나와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스나이퍼 특수 임무조에 차출이 되었을 때 나와 면담을 했었던 보안부대 장교였다.

내가 어떤 학교를 나왔고 내가 어떤 인간인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육사 출신의 대위였다.


"니가 때린 거 맞어?"


"네 그렇습니다."


나는 대위에게 대답을 했다.


"왜 때렸냐?"


나는 대위 앞에서 학중이가 저지른 만행을 하나도 빼지 않고 이실직고 했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나는 피해자였다.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 나는 피해자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방위 조치를 취했을 뿐이었다라고, 그 당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내 이야기에 보안부대 장교는 기가 막히다는 듯 아무런 말도 못하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옆에서 그 흰 가운을 입고 있던 군의관이 혼자 웃고 있었다.

대위 뿐만 아니라 상사와 중위 그리고 다른 간부들 몇 명도 완전히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군의관 만큼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대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이. 너 이리와 봐. 맨날 산적 같은 공작대 애들만 실려오다가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실려오니까..아주 새롭다 "


흰 가운을 입은 군의관이 나를 불렀다.

나는 군의관 앞에 섰다.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당겨서 두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손을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작스럽게 나에게 말을 했다.


"너. 웃통 좀 까봐..."


군의관이 나에게 말을 했고, 나는 그 명령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장교였으니까 말이다.

비록 군의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는 상관인 보안 부대 대위를 힐끗 쳐다보았다.

보안부대 대위가 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항상 신중했고,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진짜 군인이었다.


사담이지만,  나중에 사회부 기자가 된 이후에 그의 중령 진급 소식을 국방부 발 뉴스 목록에서 보고 알게 된 적도 있었다.

육사 동기들 중에 제일 빠른 진급이었다.

나는 뭐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표정부터가 진짜 군인이었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


나는 군의관 앞에서 상의를 탈의했다.

군의관은 내 상체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몸의 이곳 저곳을 손가락으로 찔러보았다.


"턴 "


그가 짧게 말을 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뒤로 돌아섰다.

웃통을 까고 바지만 입고 있었지만 솔직히 지은 죄가 있는데 간부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야. 체격만 보고 긴가민가 했는데, 까놓고 보니까 이제 이해가 되네. 이런 평범한 체구가 저 거구를 어떻게 한 방에 보냈는지 도저히 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는데 니 등짝 보니까 금방 이해가 된다 "


"뻗쳐서 푸쉬업 다섯 개만 해봐 "


이상한 군의관이었다.

얼굴은 허옇고 도저히 군인처럼 생기지 않은, 마치 여장 남자처럼 여리여리하게 생긴 남자였는데, 키도 별로 크지 않고 체격도 가냘픈 그런 군의관 이었는데, 하는 짓도 엉뚱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그의 앞에서 엎드린 후에 푸쉬업 다섯 개를 하고 번개같이 일어났다.


그때였다. 끙끙대는 소리를 하면서 학중이가 깨어나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군의관은 학중이가 누워 있는 진찰용 간이 침대로 가서 후래쉬를 켜고 학중이의 양쪽 눈을 벌려서 안구를 살폈다.

그런 후에 학중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학중이는 한 쪽 턱을 부여 쥔 채로 몹시 아파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밥 먹을 때 한 일 주일 정도는 고생하겠지만 굳이 후방으로 후송하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 친구, 맷집이 워낙에 강골이네 "


군의관은 학중이의 두꺼운 허벅지를 몇 번 툭툭 치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군의관의 말을 들은 보안부대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큰 사고였고 환자가 후방이나 수도권 통합병원으로 이송이 된다면, 대위가 그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대위는 무척이나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방금 깨어난 학중이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군의관 만큼은 다시 나에게 걸어와서 내 등짝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야 이거 물건이네. 너 사회에서 무슨 운동 했었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군의관을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보안부대 대위가 군의관 옆으로 가서 귀엣말로 무언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고, 군의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군의관은 내 어깨를 한 번 툭툭 두들겨주면서 말을 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었으면 사람 하나 잡을 뻔 했네. 사회 나가면 절대로 주먹 휘두르지 말어 나중에 큰 사고 한 번 치는 거 어떻게 보면 이번에 이런 작은 액땜해서 막은 걸지도 몰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은, 자기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놈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


군의관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면서 그렇게 말을 했고 나는 아무런 말이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사회에 나와서 주먹질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주먹질을 군대에 와서 처음 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녀를 누가 건드리지 않는 한 내가 폭력을 쓸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때도 확실하게 했었던 것 같았다.

그 사건은 정말 다행히도 그쯤에서 종결이 되었다.


제대를 하는 그날까지 학중이와 한 내무반에서 지냈지만 우리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

학중이는 나에게 말도 못 붙였고,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는 사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내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그 역시 끝까지 나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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