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아내 스토리 6 (NTR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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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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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



나는 얼른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해서 아직 그녀가 학교에 남아 있다면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시절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굴복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상당히 당돌했고, 겁대가리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장교들에게 혼나지 않았다.

내 학교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교들은 나를 막 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 장교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었다.

일반하사는 일반병과 복무 기간이 똑같으니까, 잔소리 말고 그냥 하라는 말을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화색이 돌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복무기간만 같다면야 내가 그걸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다른 이들보다 복무기간이 길어질까 봐 그것만 걱정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저격수 훈련이라는 12주짜리 훈련에 투입이 되었다.

주특기 훈련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들었지만 솔직히 나는 군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반 육군 부대가 아닌 보안부대라고 했었다.

방첩대라는 명칭으로 같이 훈련을 받는 이들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솔직히 그게 어떤 건지 나는 그 당시에는 잘 몰랐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관심도 없었고, 주변에서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던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그런 걸 잘 몰랐었던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얼떨결에 보안부대에서 저격수 훈련을 시작했지만, 그렇게 무표정하게 군 생활을 시작했지만, 나는 그 날 이후로 지옥을 경험한 것 같았다.

무려 12주 동안 말이다.


스물한 살 이전에 학교에서 맞았던 것의 딱 삼십 배 정도를 그 12주 동안에 맞았던 것 같았다.

큰 잘못도 없었던 것 같았지만 그냥 그때 정신 바짝 차리라고 참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12주가 지나고 첫 휴가를 나올 때, 다른 일반 부대에 배치된 동기들에 비해서 휴가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을 알고 나는 정말 뛸 듯이 기뻤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해 겨울에 지옥을 무사히 통과했고, 나는 스물두 살의 봄에, 다시 캠퍼스로 달려올 수가 있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던 것이 하나가 있었다.

내가 첫 휴가를 나오던 그 시기가 학교 축제 기간이었다는 그 사실에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해가 바뀐 그 봄 그 오 월의 어느 날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원래 집에서 학교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두 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거리였다. 행정구역이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난 대학 2년을 그렇게 다녔었다. 힘든 것을 조금도 모른 채 말이다.


같이 군에 간 동기들 보다 더 늦게 나오는 첫 휴가였다. 내가 있는 부대의 특수성 때문에 말이다.

하필이면 첫 휴가를 나오는 그 날이 학교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집에 들르지도 않고 그냥 휴가를 나올 때의 정복차림으로 학교로 향했다.


그 당시 일반 군인들이 입었던 정복과 내가 입고 나온 정복은 많이 달랐다. 무늬도 다르고 마크 같은 것이 일반 육군의 마크와는 차이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낯뜨겁게 시선을 끌 수도 있었지만 나는 집에 가기 전에 학교로 바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집에 일단 들어가면, 가족들에게 잡혀서 못 나올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막내인 내가 첫 휴가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엄청나게 기다리실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정확하게 언제 나오는 것은 내가 편지에 안 밝혀놓은 상황이기는 했었다.

나는 학교에 먼저 갔다가 집으로 가자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바로 학교로 향한 상황이었다.

축제 첫날 밤에 응원제라는 것을 하고 응원단의 대대적인 공연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집이 아닌 학교로 바로 가야만 했었다.


군에 입대하기 전인 2학년의 5월 그러니까, 딱 일 년 전에 나는 그녀를 그곳에서 보았고 그게 벌써 일 년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문학 동아리 선후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마치 이산가족을 본 것 마냥 반겨주는 선후배 동기들이 고마울 다름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보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동아리 사람들하고 같이 응원제에 참석을 했고, 나는 화려한 조명 아래 더 화려한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모자를 벗어 던지고 선후배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율동을 했다. 목이 터져라, 정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지난 반 년 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을 그 시간들의 고통을 단 한 번도 밖으로 표출한 적이 없었다.

나는 적응을 하고. 심지어 구타까지도 적응을 하고 그렇게 지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보자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지난 반 년 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이 일순간에 씻어져 버렸다.


2학년이 되어서 그녀가 작년에 입었던 응원단의 옷도 바뀐 상황이었고 그녀가 서는 자리도 훨씬 앞쪽으로, 그러니까 센터 쪽으로 나온 상황이었다.

늘씬하게 길게 뻗은 팔다리 그리고 윤기가 찰랑찰랑 흘러 넘치는 긴 생머리 그리고 새빨간 립스틱까지 그녀는 군계일학이었다.

그녀가 팔을 높게 곧게 뻗어서 율동을 하면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그걸 떠라 했다.

응원 구호를 외칠 때면 남들보다 더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미친 듯이 앞으로 나가서 거의 제일 앞쪽에서 정복을 입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로 나는 그렇게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1학년 때도 그 기라성 같은 여자 선배들을 제치고 시선을 주목 받더니, 2학년이 되니 정말 여자 응원단원 중에서는 그녀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제 휴가를 나온 모든 목적을 다 달성했으니까 귀대를 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옆에서 내 그런 모습을 모두 보아주던 3학년 복학생 선배 한 명이 내 어깨를 살짝 잡아주면서 말을 했다.


"호인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어쩌다가 특수부대로 빠졌냐 생전 족구 한 번 안 차던 샌님이 말이다."


당해본 사람만 아는 것일까? 이미 전역을 한 복학생 선배는 내가 그렇게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면서 내가 그러는 이유를 말이다.

물론 절반은 맞는 것이고 절반은 그 선배도 모를 것이다.

그녀에 대한 건 내가 그 누구에게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었다. 내가 결혼을 하던 그 날에 말이다.

내가 그녀의 응원단 공연을 모두 따라다녔었던 2학년 시절의 군대에 가기 전의 그 행동들을 동아리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눈치들을 다 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응원단 공연이 끝나고 우리 동아리 사람들은 다 같이 술을 마시기 위해서 주점으로 이동을 하는 길이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진짜 학교 전체가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우리는 사람들 숲을 헤치면서 무대 뒤쪽으로 돌아서 지름길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낯선 느낌이었다. 동아리 후배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얼어붙어버렸다.

내 손목을 잡은 손에는 흰 장갑이 끼어져 있었다.

나는 흰 장갑을 끼고 있는 그 여자를 잠시 동안 아무런 말 없이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굴 한 가득 땀 범벅이 된 상황이었다.

그런 땀 범벅이 된 번들거리는 얼굴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나에게 말을 했다.


"선배…. 어디 갔나 했었는데 군대 간 거였네요. 많이 찾았었는데… "


너무도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하는 그녀를 보았다.

여전히 응원단의 짧은 치마 응원복을 입고 다리에는 무릎까지 오는 흰 부츠를 신고 있는 그녀였다.


공연을 끝내고 이동을 하는 중이였나보다.

그녀의 뒤쪽으로 다른 응원단원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내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내 손목을 놓아주면서 말을 했다.


"군인 아저씨가 너무 열심히 율동을 떠라 해서 무대에서 보고 혹시나 했었어요. 잘 안 보여서, 조명 때문에…. "

"…………."


나는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뭔가 말을 하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 얼굴 한 가득 그녀에게 웃음을 지어 보여 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 선배. 나 가봐야겠다. 군 생활 잘 해요. 오늘 반가웠어요. "


그녀는 다른 응원단원들이 빠르게 이동을 하자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그들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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