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29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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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여기가...'



갑자기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 꿈이었다. 그것도 아주 괴상한....

 


'눈을 못뜨겠다.'

 


너무 눈이 부신 나머지, 승민은 눈을 제대로 뜰수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익숙치 않은,병원 특유의 냄새를 느끼며 승민은 조용히, 그리고 힘겹게 눈을 떴다.

 


"오빠!"

 


반가움에 가득차있는 목소리.그리고 자신의 손을 꼭 붙잡아 오는 부드러운 손길. 눈이 찢어질듯 아파왔지만 어떻게든 앞을 보려고 있는힘껏 눈을 뜨자, 희미한 인영몇개가 조금씩 뚜렸해진다.

 


"일어났냐 찐따."


"박형준..."

 


여전히 퉁명스러운 표정이지만 형준은 다행이라는 듯 피식 웃고 있었다.

 


"채윤이...채윤이는?"

 


승민은 반쯤 뜬 눈으로 채윤을 불렀다. 바로 그때 자신의 손을 감싸쥐고 있던 누군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아름다운 한 여인이 보였다.



"저..여깄어요."


"무사했구나...진짜...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웃는 승민을 보며 채윤은 그 어떤때보다 눈부시고 아름다운,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승민의 손을 더욱더 꼭 부여잡았다.

 


"야.감동의 상봉 장면은 좋다만, 그깟 연기 마셨다고 졸도 해가지고 빌빌 대는 놈은 니가 첨이다."


"조..졸도?"


"그래.아주 기냥 대자로 뻗더만. 자해 공갈단이 니가 깠던 액션을 봤으면 아마 널 평생 사부로 모실거다."


"큭...그만해 임마."

 


문득 자신의 팔을 본 승민은 깜짝 놀랐다. 붕대가 돌돌 감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야?"

 


승민의 질문에 형준은 살짝 채윤의 눈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 불에 그슬렸으니 멀쩡하겠냐. 다행히 큰 화상은 아니고..약한거야. 보다시피 채윤이는 멀쩡하고."


"오빠 이제 괜찮죠?"


"응..난 괜찮아."

 


채윤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인다. 이제 그녀를 감싸고 있던 얼음과 같던 냉기는 봄바람에 녹은 눈처럼 완전히 녹아 있는 듯하다.

승민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었고 채윤은 계속 떨리는 눈망울로 승민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그정도로 끝난게 다행이야 임마. 하늘에 감사해라."


"불은 껐어?"


"그래.연구실 폭삭 다 탔다. 뉴스에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너희 어머니 전화도 왔었어. 임마."


"뭐..뭐?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승민은 당장이라도 일어날 기세를 취했지만, 팔에 꽂혀 있는 링거 때문에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가 갑자기 들썩이는 바람에 침대 밑으로 이불이 떨어졌고, 채윤이 떨어진 이불을 주워서 승민의 몸위에 덮어주었다.

 


"내가 찐따냐? 그걸 니네 어머니께 이야기하게. 넌 아무일 없다고 했어. 만약 니가 병원에 간거 알아봐라.아마 니네 어머니가 우리 공대 교수들 일렬횡대로 세워놓고 싸닥션 갈기셨을거다."


".....암튼 다행이네.휴우.고맙다 형준아."


"징그럽게 그딴말 하지마라. 그리고 고마워 하려면 여기 있는 한채윤씨에게 고마워하셔. 밤새 니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냥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임마."


"그런말은 그만둬요."


"어라?너 부끄러워 하는거냐?"


"그런말 한적 없습니다. 억측은 그만두세요."


"오호. 감히 니가 지금 손석희를 능가하는 말빨을 지닌 나에게 말싸움을 신청하는거야?"

 


승민이 티격태격하는 둘을 보며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있을 바로 그때. 병실문이 열렸다. 승민을 비롯해서 채윤과 형준의 시선이 한번에 문소리가 난 쪽으로 쏠렸다.



"스...승민아!"



긴 머리를 길게 틀어올린 청순한 헤어스타일과 그에 어울리는 귀여운 얼굴. 언제나 처럼 단아한 그녀가 병실로 들어서자, 채윤은 잡고 있던 승민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놓아 버렸다.

 


"하은아..."

 


그녀는 주변의 모든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승민에게로 달려왔다.

 


"괜찮아? 어떻게 된거야...나도 소식듣고 왔는데...어떡해...괜찮아?"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하은은 채윤이 놓아 버린 승민의 손을 꼭 잡고는 자신의 품에 안아들었다.

 


'오...그...말로만 듣던 우승민의 여친이군...저녀석 제법인데?'

 


엄청나게 평범하거나 혹은 그 이하를 생각했던 형준은 하은의 모습에 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그와 동시에 그는 반사적으로 채윤의 눈치를 살폈다.




'으음...불타 오르고 있군. 한채윤.'

 


그녀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질투를 담은거 같기도 하고, 뭔가 애증도 느껴진다. 게다가 승민을 향한 약간의 억울함 마져 느껴져서 형준은 자리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야.그럼 너 깨어났으니 나 갈게. 연구실에 바쁜일이 있어서..."


"자..잠깐.."

 


형준은 승민의 말은 듣지도 않고는 도망치듯 병실문을 뛰어 나갔다.



'저..저 자식 꼭 이럴때 내 빼다니!'



승민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하은은 연신 눈물을 닦아내었다.



"얼마나 걱정했다구 이 바보야...불난 연구실 안에서 도대체 뭐한거야..."

 


"나..나는.."

 


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채윤의 눈치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하은도 몸을 돌려 채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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