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28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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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은 숨이 턱이 찰때까지 달렸다. 점점 연구실이 가까워져 올수록,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것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이럴수가.....'


연구실이 불타고 있었다.승민은 다리가 풀릴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시뻘건 불길이 연구실 건물을 통째로 집어 삼키고 있었다.


"이 씨발! 119부른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안와!"


승민의 귓가에 형준의 외침이 들린다. 승민은 부리나케 그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된거야? 이거 뭐야?"


"왜 이제와 이 얼빠진 놈아! 난로에서 불이 붙은 모양이야. 게다가 화학실까지 같이 있어서..."


"뭐? 소방차는? 아직이야?"


승민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아무리 산쪽에 위치한 학교라지만 엄연히 서울이다. 저렇게 화마가 건물을 집어 삼킬때까지 119가 오지 않는다니, 그로썬 납득할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불이 확 하고 커졌어. 화학실에 닿았겠지...게다가...안에 채윤이가..."


"뭐?"


승민의 눈이 등잔만큼 커졌다. 그는 손에 들린 가방을 팽개치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우승민!"


형준의 부름도, 아수라장이 된 주변의 탄식과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승민은 연구실 옆에 있는 기숙사로 미친듯이 뛰어 들어갔다. 

학생들은 대부분 갑자기 난 불에 밖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는 빈 방으로 들어가 얇은 이불을 꺼내 들었다.


'제발...늦어선 안돼..제발...'


승민은 다급해졌다. 채윤이가 있다는 말에 눈이 뒤집혀 버릴것만 같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런 화마에 휩쌓인 채로는 무사할리 없다.


'제길! 제길!'


승민은 욕을 내뱉으며 수돗물로 잔뜩 적신 이불을 들고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뭐야? 왜그래?"


막 나가려던 승민을 형준이 막아섰다.


"가지마! 미친짓이야! 소방차가 올때까지 기다려."


"비켜!"


"이 등신아! 쌍으로 죽고 싶냐? 가지 말라고 병신새끼야!"


"비켜 이 자식아!"


승민은 그대로 형준을 밀쳐버리고는 연구실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뒤에서 그렇게 뛰어 들아가는 승민을 보며 여학생들의 경악과 안타까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불길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승민을 보는 형준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미쳤어...저자식...미쳤어.."


목재가 섞인 낡은 연구실 건물은 조금씩 불길에 잠식되어갔다. 안에 들어간 승민은 엄청난 열기에 숨이 막혀 오는것이 느껴졌다.


"채윤아!"


 


화르르르..


그의 외침엔 그녀의 대답대신 불타버린 목재가 재가 되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미 안은 불길이 잠식되어 있었고, 불길때문에 이미 발로 걸을수 있는 부분은 찾아볼수 없었다.


"채윤아!!"


연기가 식도로 잔뜩 들어간 탓에 승민은 몇번이나 기침을 해대었다. 시커먼 연기와 불꽃속에서 승민의 눈에 원래 연구실 입구 였던, 그 문이 보였다.




'조금만 기다려...조금만...'


승민은 심호흡을 하고는 이불을 상체에 덮어 쓴채로 그대로 문으로 달려 들어갔다.

 


콰앙!"


이미 불길에 쌓여버린 철문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맙소사..."


승민은 절망속에 휩쌓였다. 이미 예전에 있던 연구실 따윈 없었다. 함께 모여있던 테이블도, 컴퓨터도, 파티션도 모두다 한줌의 재로 변하며 역한 가스를 내뿜고 있었다. 

미친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던 승민의 눈에 조그마한 인영이 보인다.



"채윤아!"


승민은 불길을 해치고 그녀에게 뛰어들어갔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그슬리고 있었지만, 그런 고통따윈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빠...."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다. 똑똑한 그녀는 건물이 가장 늦게 붕괴되는 지점, 그리고 무너져 내린다 해도 직접 타격이 없는 자리에 등을 대고 피신해 있었다. 

그녀로써는 이 불길을 헤치고 나올수 없었을 것이다.



"채윤아..어서 나가자. 어서.."


"와 주었네요..."


그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승민은 눈물이 나올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아무리 호흡기를 가렸다 할지라도, 이대로 계속 이 속에서 가스를 마신다면 둘다 황천길로 가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바보야...이렇게 불타 오를 때까지 뭐했어."


"잠들어 버렸어요.바보같이...바보같이.."


승민은 얼른 그녀의 몸위로 젖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녀를 안아들었을때, 채윤의 가뿐 숨결이 볼에와서 부딪혔다




"이제 나가자...둘다 나갈수 있어. 어서 가자."


"오빠는...항상 날 구해주네요."


그녀의 눈망울도 떨리고 있었다. 채윤은 승민의 목에 팔을 둘렀고, 그답지 않게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래..구해주러 왔어. 이 헛똑똑이야. 똑똑한 애가 맨날 왜 이 모양이냐."


"오빠가 늘 구해주잖아요...그러면 되잖아요."


승민은 품안 깊이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볼과 닿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쪽.


채윤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와 승민의 볼에 입을 맞췄다. 승민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좋아해요...좋아해요 오빠.오빠가 와주기만을 기다렸어요...계속.그래서 너무...지금 행복해요."


반짝이는 촉촉한 채윤의 눈망울.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 바보야. 이제 죽을것 처럼 이야기 하지마. 우린 빠져나갈수 있으니까. 눈감고 있어. 알았지?"

 


화르르르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때, 위에서 불에 타버린 목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승민은 젖은 이불로 그녀의 몸을 둘둘 감싸안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나간다. 무슨일이 있어도...절대로 눈을 뜨지마."

 


콰아앙!



뒤쪽에 있는 화학실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승민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출구를 잔뜩 가리고 있는 불길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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