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28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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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은 형준에게 다가갔다. 형준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은 오랜 친구인 승민에게도 생소한 모습이었다.


 


"뭐하냐?"



형준은 자신의 이마에 승민이 손을 올리자 볼멘소리로 물었다.



"아니..혹시 어디가 아픈가 해서."

 


"거 쓸대없는 농담 집어치우고 이것 좀 가르쳐줘."

 


"뭐? 이거....화학 쪽이잖아...나 말고 화학과 동기들에게 물어봐."

 


"여기 이거 풀만한 애가 어딨냐? 다 돌대가리들인데..."

 


그들이 태어나서 '돌대가리'라는 호칭을 들은 적은 아마도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모두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나름 수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들이 형준에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머리 나쁜 대학생으로 분류되어 버렸다.

 


"암튼 빨리 알려줘봐."

 


형준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은 친구가 된 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건 말이야..."


"뭔데! 빨리 말해봐. 어떻게 푸는거야."

 


승민은 형준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원체 똑똑한 친구니 이런 저런 부연설명은 필요 없었다.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데 요점만 쏙 뽑아 알려 주는 승민을 보며 화학쪽 인원들은 그저 입을 쩍 벌린 채 보고 있었다.


 


끼이익.

 


전원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오늘도 칙칙한 연구실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한 여학생이 들어온다.

공대의 여신. 오늘은 그 여신의 얼굴이 어딘가 초췌해 보이는 모습이다.


 


"채윤아 안녕."


"안녕."



동기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승민도 손을 올려 인사했지만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승민을 스처 지나 바로 책상위에 앉을 뿐이었다.

승민은 그녀도 그녀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어제 그녀가 보여줬던 슬픈 눈빛을 떨쳐 낼 수 없어서다.


 


-무슨일 있냐?-

 


형준이 노트에다 필담으로 승민에게 물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야.얘들아. 입안도 깔깔한데 커피나 한잔 빨러 가자. 엉아가 쏠게."


"응? 아..난 아까 마셨는데."

 


형준이 말하자, 동기들은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갑작이 형준의 얼굴이 험악해 졌다.



"그럼...한잔 더 마시면 되잖아 쉐키들아."


"그..그래.가지뭐.."


"나..나도."

 


순식간에 연구실 한쪽에 자리 잡고있던 화학공학과 사람들은 형준의 뒤를 따라서 연구실을 나가 버렸다.

 


"야..나도.."


"넌 거기있어. 그거 문제 해석 좀 해줘."


"뭐?"


 


형준을 따라나가려던 승민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남았다. 연구실은 이제 승민과 채윤만이 서로 어색한 침묵 가운데 남아있다.



"저..저기."



승민은 조용히 말을 건내 보았지만, 채윤은 그저 묵묵히 책만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제는...왜..그냥 갔니."


"집에서 걱정한다고 했잖아요.그것뿐이예요."


"공부하기엔...도서관이 더 환경 좋지 않아?"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요.선배가 불편하면 다른데서 할게요."


"아..아냐."



그녀와 자신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진 것만 같다. 게다가 호칭 역시 평소의 오빠가 아닌 선배로 바뀌어 있다.


목을 뻗어 그녀가 보고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저건,...'



형준이 공부하는 책과는 조금 달랐지만, 영문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너도...미국 갈 준비하니?"



이번에는 그녀의 대답이 없다. 그녀는 대답 대신 무언가를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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